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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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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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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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을 넘어서 (1)

DUMMY

옆에 앉아있는 연세호가 담담하게 끄덕였다.

믿어보라는 듯 그의 눈빛이 번뜩인다.

아는 연줄을 따라간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직감이 긍정적인 쪽으로 타종했다.


깊게 얘기해본 건 아니나 확실히 임원태는 감미로운 인품을 소유했다는 것을 알겠다.

발산되는 아우라가 멀끔하고 단정했다.

작품보다는 자신의 입지와 인맥, 유희를 과장했던 심종우와는 달랐다.


나긋한 목소리를 내어 연세호도 어필했다.


“임원태 감독님이라면 제가 믿고 도민준 작가님 보내드릴 수 있죠. 사람 좋은 분이세요.”


캐릭터들을 파다하게 기획하고 창작하고 다뤄서 그럴까.

실제로 사람을 보면 내면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나만의 착각이나 오산일 수 있고, 완전히 틀린 감이라고 해도.

무심코 든 직감을 무시하지 말라는 명언도 있지 않나.


같이 하는 회사, 기획 방향성, 작업 스타일과 비전 등을 들은 후.


나는 간결하고도 견고하게 대답했다.


“해보고 싶습니다.”


진짜 끌렸으니까.


또한 범죄물도 어느 정도 습작품이 있던 만큼 내 역량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기존에 했던 두 작품과는 또 다른 장르.


재밌겠는데.



* * *



<감시의 비밀> 제작발표회가 오늘이다.

암흑 속 거친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번개로 맛을 살린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뒤 벽면을 장식했다.

밑단에는 감시를 뜻하는 카메라 렌즈들이 소품으로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캬, 디자인 맘에 드네. 잘 뽑혔어.”

“도 작가님은 어떠세요?”

“드라마 분위기를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만족스럽게 엄지를 폈다.

내 반응에 좋은 손 피디들이 안도했다.


“도 작가님이 마음에 들었으니 됐다.”

“그러게요~ 마지막까지 수정하길 잘했어요.”


준비가 한창인 관계자들.

카메라를 세팅하는 스태프들.

소속사에게 상황을 알리는 매니저들이 한데 섞였다.


분주한 광경을 살피며 송창한이 두 손을 슥슥 비볐다.


“도 작가를 카메라 앞에 보낸다니 내가 떨리네.”

“도민준 작가님 머리 정돈 좀. 일루 와봐요.”


황마리가 직접 내 머리와 옷을 정돈해줬다.

드레스코드에 맞춰 어두운 검회색 셔츠를 입었다.


제작발표회, 가만히 모니터로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기자들 사전 조사에 의해 나에 대한 질문이 몇 가지 정해졌다고 해서 참여가 확정되었다.

무슨 질문을 던지려나.

미리 질문지를 받아볼까도 했는데 다들 바빠 보여 스킵했다.


임기응변으로 잘 말해봐야지, 뭐.

대본에 관한 건 어려울 게 없을 거다.

마음을 다스렸다.


“이쪽이 작가님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스튜디오를 확인하며 옆을 지나던 MC가 내게 말을 붙였다.


“기자님들이 배우분들한테 더 관심이 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질문은 연세호 감독님께서 다 잘 받아주실 거구요.”


찡긋하는 MC의 윙크 덕분에 긴장이 약간은 녹아내렸다.


“네, 말씀 감사...”

“괜히 제가 오지랖을 부렸나요? 전혀 긴장하지 않으신 것 같긴 하네요~ 표정이 편안하신데요?”


MC의 넉살을 황마리가 받아쳤다.


“그쵸. 울 작가님이 은근 이러신다니까요. 인생 2회차 같아요.”


...아니.

엄청 떨려요.



* * *



연세호와 친분을 쌓은 차예경, 흥행 보증 나보영이 함께 들어가게 된 <감시의 비밀>.

이 두 여배우의 협업도 좋은 기사감이었다.

이들 덕에 밖에서 대기하는 기자들의 기대감이 만발했다.


“나보영 배우님 오셨어요? 네네. 확인했구요. 차예경 배우님도... 네네. 오셨대요.”


인원 확인을 하는 스태프가 무전을 쳤다.


이 둘은 다른 촬영 때도 기싸움을 했다는 찌라시가 돌았고, 이는 사실이었는데, 지금은 잠잠했다.

도민준이 있었기 때문에.

둘 다 도민준에게 좋은 모습으로만 보여지고 싶었기에.

서로의 발톱을 숨기고 가식적이라도 아리따운 미소를 장착했다.


도민준의 존재는 그녀들에게 안정제와 같았다.


“도 작가님! 오셨어요.”

“도민준 작가니임~”

“아, 안녕하세요. 나보영 배우님, 차예경 배우님.”


여럿에게 인사를 연신 하던 도민준은 떨리는지 물을 찾았고, 나보영이 얼른 작은 물 한 병을 전해줬다.


“작가님, 여기 물요.”

“감사합니다.”

“뭘요~”


한 건 했다며 나보영의 광대가 부풀었다.


그나저나 도 작가님 긴장한 모습 참 풋풋하네.

제작발표회 같은 선상에 서다니.

끝나면 녹화된 영상을 두 번, 세 번 돌려볼 거다.

도민준과의 함께 찍힌 샷을 캡쳐해서 간직할 거다.

발랄한 생각으로 나보영의 입이 둥글게 호선을 그렸다.


이 정도면 진짜 나 찐팬 아닌가.

어차피 나중에 만들어질 것 같은데, 도민준 작가 팬클럽이나 만들까.




MC의 입담이 제작발표회의 시작을 알렸다.


“여러분. 당신의 모든 사생활이 감시당하고 있다면, 그걸 당신도 알고 있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숨 막히는 진실을 쥐고 암울한 세계를 타파하는 SF 드라마! 올해 최고의 기대작. 첫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감시의 비밀> 제작발표회 시작합니다.”


실시간 중계 중.

지켜보는 시청자 수는 8만 명에 육박했다.

사방에서 박수와 호응이 터져 나왔다.


“벌써부터 여러분을 빠져들게 할 하이라이트 소개 영상! 화면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소개만큼이나 흥미 유발에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영상들이 줄줄 나왔다.


‘남의 비밀을 쥐고 있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희생한다고? 아니. 난 내 삶을 찾아가는 거야.’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지 아는 방법은... 눈만 뜨면 돼. 정확히 똑똑히 봐.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부정하지 않은 채로 진실을 봐.’

‘나는 감시자였다. 하지만, 침묵자는 아니다.’

‘내가 너의 가면 중 하나가 될게. 그리고 그 어떤 가면을 쓰고 사라져도 널 다시 찾을게, 김주헌.’


호기심을 끄는 극 중 대사의 향연.

스포를 너무 많이 풀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관심과 이목을 끌 수 있다면야.

또한 아무리 풀어내도, 드라마를 보면 또 새로운 재미가 있을 테다.

장담하듯 연세호가 코를 스윽 훑었다.


“자, 이젠 한분 한분 모셔볼 텐데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입장해주시면 됩니다.”


이후에는 배우들이 차례로 나와 1차 포토타임을 가졌다.

자연스러운 워킹과 포즈에 플래시라이트가 팡팡 터진다.

사진을 다 찍은 후에는 배치된 좌석에 앉았다.


도민준은 연세호 옆에 자리했다.


연세호가 먼저 감시의 비밀을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했다.


“자신의 삶을 잊고, 사람들을 감시하며 살아온 김주헌이라는 남자가 복수심을 품고 세상의 시스템을 깨뜨린다는, SF 드라마로...”


완벽한 요약에 이어서 MC가 완곡한 진행을 해나갔다.


“배우분들의 맡은 배역에 대한 한마디, 들어볼게요. 모든 분들이 개성 있고 강렬한 역할을 맡아주셨어요.”


주인공 김주헌 역을 맡은 이적재 배우부터 캐릭터 소개를 시작했다.


“제가 맡은 김주헌이라는 인물은... 분노와 절망이 생기면서 진정한 인간으로 재탄생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로봇처럼 자아가 없이 명령만 들으며 살아왔는데, 인간적인 감정으로 인해 반항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실 거예요.”


다음은 악역, 설정주 배우.


“내가 당연하게 믿던 세계를 사람들이 부정할수록, 더 강력한 주장을 내세우는 악역입니다. 분석하다 보니 청개구리가 생각났어요. 하하. 제가 맡았던 빌런 중에 가장 잔혹하고 이기적이며 남의 말 안 듣는 인물 같습니다. 복잡하고 심오해서 보시는 재미가 있으실 거예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부정하는 인간입니다.”


이번에는 나보영이 차분히 마이크를 들었고,


“저는 한비도라는 여장부를 맡았구요. 감정을 배제하면서도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내 사람들만은 챙기겠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겠다, 소신이 있는 인물입니다.”


말하고 싶어서 입술이 들썩거리던 차예경도 마이크를 쥐었다.


“최젤라 역을 맡으신 차예경 씨도 갈게요!”

“음... 네. 저는 주인공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자입니다. 아무래도, 이 배역을 위해 매력적인 외모를 가꿨구요. 후후.”


유머겠지?

사람들이 하하, 웃는다.


<감시의 비밀>에 대한 오묘한 정보 제공은 입맛을 돋구기 충분했다.

도민준 또한 파생된 많은 이들의 분석을 맛있게 들었다.

가슴 속에 또 다른 심장이 뛰는 것 같이 기쁨이 차올랐다.


소개의 티키타카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

태블릿을 쥔 MC가 질문을 대신 전달했다.


몇 가지 질문이 흐르다가, MC의 시선이 도민준을 향했다.


“도민준 작가님께, 이 질문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타 플랫폼에서 동시에 박종찬 작가님 작품도 나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참고로 모르시는 분들께 말씀드리면, 여기 도민준 작가님은 박종찬 작가님 밑에서 다년간 보조작가 업무를 하셨다고 합니다. 스승과 제자의 대결 구도를 꼭 언급해 달라고... 예.”


맞다.

넥스트 플렉스로 가신 박종찬 작가님.

그쪽에서 발표하는 드라마도 SF라고 들었다.


심지어 무대 위 배우들도 답변이 궁금한지 고개를 도민준 쪽으로 돌린다.


예상한 질문은 아니었으나, 도민준은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어떤 작품이든, 시대와 장르가 겹친다는 이유로 경쟁 상대가 되는 건 원치 않습니다. 다 골고루 즐겨주시고 감동을 느껴주시며, 힘 받으시고 일상을 잘 살아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경쟁 구도를 만들고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있던 기자들이 얼떨떨하게 침을 삼켰다.


분명 넥스트 플렉스와 디팡의 작가 대결로 불을 붙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앳된 얼굴에서 나오는 성숙한 언변으로 자극적인 기사가 만들어지는 것을 은근히 차단한다?

저 순박한 답변에 어떻게 자극적인 소스를 묻히나.


“좋은 대답이네요~ 박종찬 작가님께서 대견해하시겠어요! 너무 잘 컸다고. 저도 이렇게 풋풋한 작가님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하기도 하네요.”


몇몇 기자들의 손이 일순 멈췄다.

귀여운 생명체를 보듯 눈망울들이 흔들거렸다.


왜지?

기사조차 순하게 써야할 것 같은, 맑고 투명한 느낌이다.


옆에서 보던 나보영도 피식 웃었다.


“답변 좋았어요.”


입 모양으로 끔뻑거리며, 도민준을 향해 엄지를 살짝 들었다.


질문과 답변은 계속되었다.

어느덧 제작발표회는 연세호의 정리로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드라마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사람들의 새로운 느낌을 이끌고,

여운을 널리 널리 풍기고 싶다는 포부로 중계가 마무리됐다.


할 일을 마친 MC가 멘트를 힘차게 쳤다.


“오직 디팡을 통해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 *



제작발표회의 실시간 중계 반응이 꽤나 좋았다고 한다.

최고 시청자 9만을 찍었다.


기다렸다는 듯 황마리와 구태윤이 회식을 열창했다.


“회식, 회식! 배에서 진동벨이 울려요!”

“밥 먹으러 가야죠!”

“제 차 타실 분? 선착순 네 명!”


그때 건물 앞, 회색 차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스무스하게 운전석 창문이 열렸다.


“도민준 작가님! 타시죠!”


임원태 감독이었다.


밥을 함께 못 먹는 건 아쉽지만, 나는 임원태 감독님과 저녁 회의가 잡혀있었다.

하루에 두 탕을 뛰는 건 피로한 일이나 작품 관련 업무라 행복했다.


“와, 임원태 감독님 아니야?”

“실물 첨 봐요.”

“진짜 임원태 감독님이라고?”


곁에 있던 배우들과 피디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조금 어색한 단어 일부 수정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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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강한 혜성 같은 작가 (1) +9 24.09.08 7,917 195 13쪽
33 콘티가 살아난다 (2) +7 24.09.07 7,900 19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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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박차를 가하다 (2) +8 24.09.05 8,468 213 12쪽
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8,655 221 13쪽
29 신선함을 넘어서 (4) +10 24.09.03 8,903 2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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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9,379 227 13쪽
»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9,543 228 12쪽
25 좋은 선택지 (2) +12 24.08.30 9,462 237 13쪽
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9,738 2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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