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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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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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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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를 가하다 (2)

DUMMY

“제가 배우 캐스팅 의견 달라고 했는데, 문서로 보내주셨나 보네요. 허허, 정리까진 바라지도 않았는데.”


깔끔한 문서 정리를 위해선 최소 반나절은 필요했을 건데.

도민준의 시간은 남들의 2배로 느리게 흐르는 건가.

만족스럽게 말하던 임원태는 자료를 몇 번 더 훑었다.


대표 지경환이 말을 얹었다.


“임 감독님은 어떻게 도민준 작가 데려오실 생각을 하셨어요? 초입부터 다 맡길 생각까지 하시고. 지금이야, 너무 큰 도움이라는 거 알겠는데, 처음에 저는 긴가민가했거든요.”


임원태가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푸욱 기댔다.

정말 편안한 목소리로,


“촉이죠.”


무당 같은 소리를 했다.

싱겁다는 듯이 지경환이 떫게 웃었다.


“하하... 임 감독님 촉 좋으신 거 알죠. 아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를 촉 하나로 데려오셨다구요? 하하.”


장난과 진심이 섞인 얼굴로 맞받아쳤던 임원태가 이어서 말했다.


“처음에 빅필메 모임에서 도민준 작가 얘기가 나왔었어요.”

“아아. 빅필메요.”

“난 평소에 단막극은 잘 보지 않아서... <올드 비즈니스>를 보기도 전이었는데, 느낌이 팍 오더라구요. 보통 단막극 한 편 쓴 작가 이야기로 토론이 나오지 않거든요. 단막극일 뿐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만큼 대단하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감독들의 담론이 나올 정도로 얘기할 거리가 많았다는 거죠. 단막극이랑 영화는 다른데, 추구하는 건 똑같거든요. 감동.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는가.”

“그쵸. 뭐... 스토리가 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죠.”

“‘도 아니면 모’일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연세호 감독님이 ‘모’라고 탁 짚어주시더라고요.”

“만약에 아니었으면... 진짜 도박 아니었어요?”

“어후, 도박 소리는 접어둬요. 내가 있으니까 둘이 으샤으샤하면 뭐라도 나왔겠죠. 인더무비 서운하게 내가 그런 도박 짓을 했을까봐? 허허. 그런데 지금 특이한 점은... 내가 시나리오 손댄 곳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도 아니면 모’라는 추측도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거다.


지경환은 스스로가 가진 선입견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그만큼 이번에 뽑힌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또한 알맞은 캐스팅 리스트까지.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검은 손>의 프리 프로덕션 진행은 도민준의 빠른 손 덕분에 속도가 붙었다.


시나리오 초고가 끝나고 금세 2고를 지나 3고가 나왔다.



* * *



한 달에 한 번 정도 갖는, 빅필메의 모임 날.

한옥을 개조한 한정식집은 떡갈비가 주메뉴였다.

상다리가 후들거리게 갖가지 반찬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옛스러운 향이 물씬 나는 큰 룸.

이 바닥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8명의 감독이 모였다.

전보다 피폐해진 얼굴, 전보다 밝아진 얼굴, 전과 같은 옷을 입은 감독도 있다.

얼핏 차림새만 봐도 컨디션 짐작이 가능했다.


한지가 발린 문이 열리고 연세호가 등장했다.

곧장 <감시의 비밀>에 관한 찬사가 쏟아졌다.


“연 감독님, 드라마 판도 꽉 잡으시겠네.”

“축하드립니다~ 디팡이 덕을 봤겠어요.”

“재밌게 봤습니다. 드라마가 재밌으면 된 거죠.”

“그 안에 디테일도 살펴줘야지. 곳곳에 숨겨둔 의미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특수효과도 공 많이 들인 것 같던데... 업체 어딘가요?”

“그에 비해 제작비 생각보다 덜 나왔다고 들었어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연 감독님. 나중에 개인적으로 연락드릴게요.”

“역시 본질은 탄탄한 캐릭터 서사더군요. 훌륭했습니다.”


연세호의 <감시의 비밀> 드라마 성공이 분위기를 치켜세웠다.

특히 스토리에 대한 칭찬이 나올 때면, 연세호의 뇌리에는 어김없이 도민준이 떠올랐다.

성공의 비법을 말하자면 그 작가 이름을 뺄 수 없으니까.

시작이 반이라 했나.

그 반을 만든 건 도민준이었다.


“하하, 그러죠. 재밌게 즐겨주시다니 감사하네요.”


이젠 영화 프로덕션을 앞둔 심종우와 임원태의 차례였다.

대화 주제가 훌쩍 넘어갔다.


“참, 임원태 감독님. 영화 새로 기획한다고 하더니.”

“시나리오도 아직이라 하지 않았어요?”

“프리 들어갔는데 무슨 시나리오가 없겠어요.”

“아, 벌써 들어가셨어? 어디 시나리오 구했나? 왜 이렇게 속도가 빨라요?”

“이 감독님, 몇 번 안 나오셨다고 머나먼 소식에 머물러 계시네. 먹으면서 얘기합시다. 체하겠어요.”


듣던 임원태가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나리오가 금방 나온 덕분이죠.”


연세호와 작업한 작가가 임원택과 손잡았다는 소식은 다들 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단 한 명 빼고.


옆에 있는 심종우의 표정이 뚱했다.

도민준에게 한방에 까였기 때문.

임원태가 낚아챈 탓이었다.


“속도랑 퀄은 비례하지 않죠.”


소심하게 비죽대며 중얼거렸다.

다행인지, 목소리가 작아 아무도 못 들었다.

심종우가 임원태에게 대들 수 있는 연식은 아니었다.

나이와 연륜부터 10년 이상 차이가 나니까.


아무튼 섭외하고 싶었던 작가가 임원태에게 붙었다.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나 있는 상태였다.


“우선 극장 개봉이라고 하셨죠. 요즘 한산한데... 2차로 뿌리는 거 노리고 계신 거죠?”

“음...”


누군가 임원태에게 콕 질문했다.

매번 같은 범죄물이 식상하다는 말도 극복해내야 하는데, 극장 상황까지 눈치 봐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신선한 범죄물을 뽑아냈을까?

‘범죄 장르’에서 ‘신선’이라는 단어가 나오려면 타 장르를 결합시켜야 할 텐데,

힐끔 들어보니 정통으로 직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심종우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보면서 대화를 살폈다.


이 와중.

극장 개봉에 대한 우려도 팽배했다.


“영화 퀄리티는 임원태 감독님께서 알아서 잘하신다 해도, 극장 성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죠.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OTT가 문화생활을 대체했잖아요.”

“그쵸. 더 큰 메리트가 필요해요.”

“4D나 입체 음향 등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언제 코로나가 터질 줄 모르는데... 그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연 감독님처럼 OTT 선택이 맞죠. 지금은 그래요.”


다들 OTT로 갈아타야 한다, 드라마를 해야 한다...

말이 나오는 사이.


의기양양함을 편안함으로 승화시킨 임원태가 입꼬리를 기묘하게 올렸다.


“한번 보시지요.”


그래, 한번 보자고.


심종우도 벼르고 있었다.

못 되어도 쌤통이라는 마음 반, 그럼에도 작품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반이었다.


감독들의 심장 한구석에서 일제히 진한 응원이 피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가 흥할 때는 서로가 라이벌이지만, 망할 때는 함께 등불을 들고 밝혀야 하는 동지가 되니까.


그것은 심종우도 마찬가지였다.


왜냐면.

극장을 부흥시킬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좋으니까.

그게 자신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참, 심 감독님은요?”

“저도, 뭐, 천천히 기획중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제 건 타이트하게 찍을 생각이라.”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는 심종우가 작게 답하며 물로 목을 축였다.


인자하게 눈을 늘어뜨린 임원태가 싱긋 웃었다.


“같이 잘해보시지요. 심 감독님.”

“예... 예예.”


.

.

.


임원태가 범죄물에 빠진 이유는 그가 영화를 하게 된 이유와 같았다.

학창 시절부터 지나친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임원태는 폭력의 범죄를 깨부실 수 있는 ‘힘’을 원했다.

이를 상상 속에서 키웠고, 범죄물이라는 영화로 실현시켰다.


범죄물을 하면서 연신 되새김질하는 인생의 물음.

이 지독한 폭력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이 인간적인 삶을 표현하는가.

고찰했다.


매번 작품을 함에도, 깨우쳐야 할 것이 많다.

한 장르만 파고 파도 부족했다.

범죄물을 주로 하지만, 그 정점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것 같달까.


그러나.


극장이 점점 쇠퇴하자, 어느 순간 다른 문제를 느꼈다.

고찰의 노선이 다른 방향으로 꺾였다.


‘신선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야겠다’고,

‘그래야 극장을 살릴 수 있겠다’고.

본래의 초심을 놓고 신선함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로만 범죄물을 채우려고 했었다.


그런데 도민준을 얻고,

함께 작업하며,

초심을 되찾은 것 같다.


그래, 원래 내가 추구하려고 했던 것은 신선함이 아니다.

본래 의도에 집중해야 한다.


도민준의 습작물이 그랬다.

영화를 만들어서 얻을 결과보다, 본질을 중요시 여기는 스토리의 흐름.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힘.

그것이 도민준이 갖춘 능력이었다.


확실해졌다.

목표는 신선함을 추구하며 이목을 끄는 게 주가 아니다.

뚝심 있는 스토리를 다지는 것이 유일무이한 방법이었다.


“내가 한 수 배웠네.”


빅필메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던 임원태가 피식 웃으며 혼잣말했다.


차창 너머, 도시의 네온사인들이 흘러 지나갔다.



* * *



<검은 손> 4고 집필 중,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글을 집필하며 느낀 점.

앞으로 마약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다.

미리 글로 삶의 간접 체험을 해버렸달까.

내 글에 내가 과몰입했다.


어후, 목이랑 허리가 뻐근하네.


쉬는 참에 묵혀놨던 <감시의 비밀> 평가들을 보기 위해 누워서 핸드폰을 들었다.

댓글과 기사들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 또한 해야 할 일.


또 8부작 드라마를 언제 할지 모르니...

보완할 점을 숙지하고 싶었다.


베개에 고개를 장착한 뒤, 기사를 검색했다.


마침 비도 오니 딱 좋다.

음습한 분위기가 안개처럼 방안을 휘감은 듯 풍긴다.

푸른 번개까지 번쩍거리며 bgm은 천둥으로 마무리.

쏴아아 – 세차게 창문을 폭격하는 빗방울까지.


낮게 심호흡을 했다.


읽어볼까.


툭툭, 화면 위로 손가락을 두드렸다.


대문짝처럼 나온 기사들부터.


[<감시의 비밀> 디팡 드라마 1위 갱신, 최다 시청 시간 보유]

[가뭄이었던 디팡을 살린 <감시의 비밀>, 가입자 수 급증]

[한국의 SF 드라마가 성공적인 이유, <감시의 비밀>이 시작]

[치열해진 OTT 국내 전쟁, SF물의 선두는?]


드라마 자체에 대한 여파를 훑었고,


[나보영과 차예경, 드라마 속 치열한 연기 접전]

[지하 세계의 여왕이 된 나보영 스틸컷 화제, ‘화보급’]

[킹아트 엔터 이적재, <감시의 비밀> 이후 할리우드 제의 와]

[악역의 대명사, 설정주 연기 극찬 “좋은 대본 써주신 작가님 덕분”]


이런 얘기도 했었구나.

연예계 쪽 배우에 대한 기사들도 봤다.


다음은 평론가 언급.


[SF에서도 결국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탄탄한 서사와 현실감 있는 캐릭터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한국식 SF]

[새로운 맛인데, 씹다 보면 아는 맛이라 좋은 드라마]

[사회가 주목해야 할 개인의 복수극, 8화까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연세호 감독님께도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정말 호평이 많다.


드라마 리뷰 사이트, 댓글이 786개나 달렸나.

침을 크게 삼키며 마우스 휠을 내리는데...


└ 아시아 핫 콘텐츠 어워즈 상 싹쓸이할 듯?

└ 이게 절대 미래가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잘 만들었다.

└ 단순히 재미를 위한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 이 드라마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진실’ 아닐까. 사회의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큰일이다. 8화밖에 없다.

└ 제 시간이 없어졌어요... 시즌2도 만들어주세요!

└ 시즌2 무조건 나와야 함.


.

.

.


시즌2 요청이 쇄도한다.


힘이 나는데?

매 맞을 준비를 했더니,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고단함이 싹 풀린다.


쭉쭉 댓글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댓글 창을 나가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칼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디팡 마저 <감시의 비밀> 드라마로 고공행진, 과연 영화 시장의 전망은?]


이런 전망을 우려하는 기사도 있었다.


뭔가, <검은 손> 수정에 더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화도 좋아하니까, 영화 시장이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거기에 내가 힘이 되면 더 좋고.


묘하게 간질간질한 마음으로 손을 풀었다.


자, 다시 가볼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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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콘티가 살아난다 (1) +11 24.09.06 8,188 205 13쪽
» 박차를 가하다 (2) +8 24.09.05 8,468 213 12쪽
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8,655 221 13쪽
29 신선함을 넘어서 (4) +10 24.09.03 8,903 2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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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9,378 227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9,542 228 12쪽
25 좋은 선택지 (2) +12 24.08.30 9,462 237 13쪽
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9,738 2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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