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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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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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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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몰아 (2)

DUMMY

‘권선징악’

‘세상에 필요한 영웅을 그리다’

‘사회의 정의 실현’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와 컨셉을 잊지 않으려 메모지에 써서 컴퓨터 옆에 붙였다.


핵심.

언제나 핵심을 놓치면 안된다.


타다닥...

타다다닥...


경쾌한 자판 소리에 맞춰,

상상하던 <블루 아이즈>의 장면들이 글자로 피어나고, 곧 생동감을 머금는다.


한적한 도심 외곽의 4차선 도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나온 수상한 정장의 남자를 발견한 장한경.


“저 새끼 잡아야 해.”

“뭐?”


장한경은 무언가에 꽂힌 듯 정장 남자를 따라간다.

동료 형사 이태성이 이상하다는 듯이 장한경을 붙잡는다.


“너 요즘 왜 그래. 관상이라도 공부하냐? 어떻게 사람 얼굴만 보고 쫓냐고. 머리 다친 뒤로 귀신이라도 보여?”

“관상 그딴 게 아니라...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너 요즘 정신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무슨 생전 안 하던 기 따위 소릴...”


잠깐.

장한경이 동료 형사 이태성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바닥을 편다.


“뭐가 들려? 암말도 안하고 있구만.”


아니.

보인다.

눈동자의 색깔이.


분명...

붉은 빛이 돌아.


눈동자에 붉은 빛이 어린다는 건,

‘살인을 했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인간이라는 표시.


“보여, 보인다고...”

“참나. 그럼 내 얼굴은 어떠냐. 어때 보이는데?”

“이 새끼야... 장난치는 게 아니라. 하... 말해도 뭘 알겠냐.”


눈동자 색깔이 보인다고.


이걸 누가 믿겠냐만은.


정장 남자는 차를 탔고, 장한경은 홀린 듯이 그 남자를 추격한다.

장한경이 탄 차를 견제하듯 정장 남자가 엔진을 짓밟는다.

곧이어, 차를 타고 벌어지는 숨 막히는 액션 씬.


끼익 -


속도가 더 붙기 전,

장한경의 차가 정장 남자의 차를 들이받는다.


우지끈!


찌그러진 범퍼.

날벼락 맞은 듯 이태성이 목을 쥐어 잡는다.


“장한경! 뭐해 이 새끼야! 정신 나갔어?”

“가만 있어봐.”


얼른 차에서 빠져나온 장한경이 그 차에 다가가면...

조수석에는 겁에 질린 여자가 덜덜 떨고 있다.

얼마 전 실종 신고가 됐던 여자다.


운전석, 선명한 빨간빛의 눈동자가 장한경을 노려본다.


“찾았다. 빨간 눈.”


.

.

.


“조금 더 영감이 될 만한 소스가 필요한데.”


나는 형사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차대성에게 연락해 실제 형사 인터뷰도 요청했다.


차대성이 드라마 니즈에 맞춰 자문을 구할 형사를 찾았고,

그렇게 강태식이라는 형사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강태식 형사가 근무하는 경찰서 근처 카페였다.


짤랑 -


종을 단 문이 열렸다.


얼굴에 피곤함이 묻은 강태식 형사가 맞은 편에 앉았다.

귀 아래로 기다란 흉터가 져 있었다.

들어올 때부터 날이 서 있는 분위기 때문에 차대성이 당황을 숨기는 게 티가 났다.


“제가 한가하지 않습니다. 지금 골치 아픈 사건들도 힘겹구요. 몇 가지만 빠르게 말씀드릴게요. 좋은 드라마 만들고 싶다고 피디님이 하도 사정을 하시니까 시간 빼서 오긴 온 겁니다.”


이해했다.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가 현실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들,

드라마는 유흥에 가깝고, 실전은 다르니까.

작가라고 해서 그 직업군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옆에서는 회사에서 구해준 보조작가가 내용을 기록했다.


“형사로서 가장 곤란할 때가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사건은요?”

“범인을 색출할 때 주로 어떤 관점으로 대하시는지...”


몇 가지를 질문해보니, 그가 지쳐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렇게 대화하다간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내용밖에 뽑아내지 못할 것 같네.


그래서 질문의 방향성을 바꿔, 그가 살아온 길과 가치관에 대해 물었다.

그의 인생에서 개인적인 것을 파고들었다.


“형사님께서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인가요?”

“휴식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가장 힘이 되는 건 뭔가요?”


“딸 아이가 있어요. 딸 생각하면서 살죠. 제 딸 같은 친구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살았으면 하고요. 진짜 나쁜 놈들 세상에 많아요. 그놈들 잡으려고 삽니다.”


그의 삶에 집중하면서 얘기를 경청했다.


갈수록 시큰둥함이 풀어졌다.


“자녀분 몇 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2학년... 정말 귀여울 나이겠네요.”


처음에는 경계하는 기색을 내뿜던 강태식의 말이 갈수록 많아졌다.


“그래서 그 범인이 어쨌는 줄 압니까? 내가 원 참 어이가 없어서. 자기는 스파이를 잡은 거래요!”

“정신이 나갔군요.”

“완전히 나갔죠. 하지만 정신이 나갔다고 해서 그걸 참작해주고 형량을 줄인다면... 그건...”

“더러운 세상이네요.”

“예, 또 그 미성년자 놈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랍니다. 어쩌라고? 했죠! 시팔! 내가 부모 직위까지 살펴 가면서 잡아야 하냐고!”


.

.

.


초반엔 빨리 인터뷰를 끝내려고 하던 형사가 갑자기 흥분해서 테이블을 탁 쳤다.


눈치껏 소주 한 잔이라도 앞에 놔야 할 것 같다.

카페라서 애석할 일이었다.


“작가님! 이 현실이... 네!? 이게 맞습니까!?”

“안되죠.”


적당한 리액션을 했을 뿐인데.

마음의 문을 열어버린 것 같다.

도민준을 보는 차대성의 속이 다소 편안해졌다.


“드라마랑 달라요. 현실은... 너무 척박하다고... 아, 조금 전에 계속 욕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좋은 의견 많이 들려주신 대로, 좋은 드라마 만들어서 말씀 주신 의미들을 넣고 싶네요.”


어느 순간부터는 형사의 동공에 신뢰가 어렸다.

아니, 어쩌면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도민준이 하는 건 ‘경청’이었다.

별건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일 뿐.


결국 1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인터뷰가 2시간을 넘겼다.


‘대화법 좋네. 내가 배워야 할 정도야.’


도민준은 사람의 얘기를 끌어낼 줄 안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역시 천만 작가는 다른 건가.’


자료조사를 위해 부른 형사의 협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보조작가의 손이 나 살려라 키보드를 두들겨댔다.

강태식 형사가 녹음은 거부했기에, 직접 기록을 해야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강태식 형사는 앞에 놓인 음료를 원샷하며 칼칼해진 목을 적셨다.


“제가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닌데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편하게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꼭 좋은 작품 만드시길 바랍니다, 작가님.”


강태식 형사의 인상은 호의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작가님, 나중에 밥 한 끼 먹게요!”

“하하, 좋습니다. 형사님.”


호혜적인 수확이었다.




도민준, 차대성, 보조작가가 정리를 마치고 카페를 나왔다.


“어떠셨어요? 작가님.”

“큰 도움이 되네요. 섭외해주셔서 감사해요. 피디님.”


도민준에게 천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후 차대성의 마음은 나풀거리면서도 묵직해졌다.

더 잘 보필해야겠다 싶은 중압감도 생겼다.


“식사하러 가시죠.”


차대성이 차량으로 이끌었다.


“보조작가님 드시고 싶은 거 드시게요. 오늘 제일 고생하셨어요.”


도민준이 노트북을 든 보조작가를 쳐다봤고,


“아, 아닙니다...!”


손가락이 뻐근한 만큼 보람을 느낀 보조작가는 수줍게 대답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차대성은 꼭 얘기해야 했던, 캐스팅 관련 건에 대해 말을 꺼냈다.


“작가님, 캐스팅 리스트에 있던 임예솔 역 1순위 배우요.”

“네네.”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소속사도 없구요. 전 작품 독립영화가 엎어졌었나 봐요. 이후로 잠수를 타시는 것 같은데.”

“엎어져요?”

“네. 감독이랑도 한바탕 갈등이 있었다는데...”


흠. 싸운 건가.


“그 감독이 스탭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답니다. 배우가 화나서 나서다가 싸움이 커졌다네요. 독립영화가 엎어진 이유는 지원이 끊겨서고 배우 때문은 아니랍니다.”


그럼 큰 문제는 없겠네.


“그 배우가 꼭 나타나는 곳이 있다고 해서요. 작가님과 동행하면 좋을 듯 합니다.”


도민준이 여자 형사 역으로 탐을 내는 배우가 있었다.

주연으로 뽑았던 하정후 만큼이나.


“네. 가시죠.”


도민준이 답했다.



* * *



저녁 7시. 강남의 3층짜리 갈비집에 현재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는 팀이 예약을 잡았다.

인더무비, 그리고 <검은 손> 투자자들과의 식사 자리였다.

배급사 직원도 몇몇 참석했다.


정식으로 천만을 기념하려는 자리는 아니었는데.

의도치 않게 사람이 점점 불었고, 자리가 커졌다.


착석한 <검은 손> 투자자들은 연이어 흡족함을 드러냈다.


천만, 무려 천만이다.


자다가도 웃음이 나올 숫자 아닌가.


“만족, 그 이상입니다. 인더무비가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지요.”

“천만이 보통 일입니까? 영화에 길이 남을 역사지.”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 기분 좋게 마십시다!”

“크하하, 임원태 감독님께서 극장 부흥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저희도 기쁘구요.”

“믿고 투자한 가치가 충분했죠.”

“솔직히, 저는 시나리오 보고 나서 직감했었습니다.”


모인 시간이 조금 지나고, 한 투자자가 오지 않은 도민준을 찾았다.


“도민준 작가님은요? 오늘 안 오시나? 우리 성공의 주역이신데...”

“일정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바쁘신가?”


무슨 일정인지, 지경환이 대강 설명했다.


“드라마를 새로 들어가시는 것 같아요.”

“오, 어떤?”


새 작품이라니!

또 어떤 재밌는 판이 벌어지는 건가!

호기심 어린 투자자들의 눈이 어둠 속 반딧불이처럼 번쩍 켜졌다.


“음... 강인 제작사와 계약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들썩이는 반응들이 따랐다.


“오? 강인이라면...”

“시원시원한 거 잘 만드는 회사 아닙니까.”

“저번에 학교 폭력 다루는 판사 물 봤는데 사이다라고 하죠? 그거더라구요.”

“강인이라... 강인 나쁘지 않죠.”


말을 쭉 훑던 지경환이 물었다.


“드라마 쪽에도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천만 영화 작가가 붙은 드라마인데,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있나.”

“거기 최태인 대표 꽤 괜찮은 사람이에요. 내가 한번 만나봐서 알지.”


<검은 손> 투자자들이 도민준의 다음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다.

크게 성공하는 작품에 그들의 이름, 회사명이 걸린다는 것은 굉장한 공신력을 과시하기 충분한 것.


술로 목을 축이던 임원태도 투자자들이 향할 곳을 속으로 예측했다.


‘다들 강인으로 꼬이겠는데.’


정말이었다.


식사 자리를 마치고 다음 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강인 제작사에 연락을 걸기 시작했다.


대박이 날 드라마에 이름을 올리는 건 그들의 업무.

그들의 능력을 입증하는 수단.

흥행이 보증된 작가를 알고, 찾고, 따라가는 것.

투자자의 역량과 같은 것 아닌가.


그리고 수소문을 한 몇몇 사람들은 섭외 확정된 배우의 이름도 들었다.


하정후?

정말 그 하정후라고?

하정후를 모르는 투자자가 없었고, 불호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소식을 빨리 접한 사람이 이 바닥의 승자.


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겠다.


이후,

강인 제작사가 눈에 띄게 분주해졌다.

대표 최태인은 놀랄만한 투자 관련 전화들을 마구 받아내야 했다.


“아, 예예. 너무나 감사한 말씀입니다. 사, 삼십억이요?”


강인 제작사 내 직원들 또한 덩달아 바빠졌다.


“최 대표님, 투자하시겠다고 또 연락 오셨어요!”

“차대성 피디님! 전화 받아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방금 심정 제약회사에서 연락 남기셨어요.”


<블루 아이즈>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그것도 잔뜩.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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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강한 혜성 같은 작가 (1) +9 24.09.08 8,585 20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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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콘티가 살아난다 (1) +11 24.09.06 8,857 2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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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9,299 233 13쪽
29 신선함을 넘어서 (4) +10 24.09.03 9,545 226 11쪽
28 신선함을 넘어서 (3) +15 24.09.02 9,671 224 14쪽
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10,006 237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10,162 238 12쪽
25 좋은 선택지 (2) +12 24.08.30 10,071 247 13쪽
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10,349 2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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