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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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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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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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을 넘어서 (4)

DUMMY

* * *



도시의 변두리에 자리한 작은 별채.


평화로운 클래식을 틀어놓은 임원태가 차를 끓인다.

차분히 흔들리는 찻물 위에 얹어진 백색의 꽃잎.

모락모락 퍼지는 김.


임원태와 연세호는 취향이 같다.

차를 마시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좋아했다.

둘 다 극적이며 스펙타클한 작품을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정적인 취미를 즐겼다.


마음을 어느 정도 가다듬은 후, 도민준이 보낸 자료 조사 파일을 열었다.

책을 우려 넣은 듯 정성스러운 자료조사에 임원태가 감동했다.


“보조작가가 없어도 혼자 다 해 버리는구만. 핵심만 쏙 뽑아 정리해 놨네. 참고 문헌 정리까지... 뭘 맡겨놔도 잘할 스타일이야.”


작가가 아니었으면, 자신의 연출팀이라도 섭외했을 것 같다.

도민준이 여럿이었으면 좋겠다는 웃긴 생각도 해봤다.

지금껏 지켜본 바로는, 성실하고 착실하며 뛰어남과 동시에 가능성마저 무궁무진하다.


그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작업이 끝나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은 존재랄까.


이쯤 걸려 온 인더무비 대표의 전화.

찻잔을 내려놓은 임원태가 핸드폰을 들었다.


“임 감독님. 저 도민준 작가님이 보내주신 <검은 손> 기획서 읽었어요.”

“어떠셨어요?”


5초간 뜸을 들이던 지경환이 말했다.


“이대로... 꼭 이대로만 가면 좋겠는데요.”


역시나, 좋은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

임원태의 입꼬리가 젠틀하게 올라갔다.

전화기 너머 지경환의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목표하던 방향성이 ‘신선한 범죄물’이었잖아요. 어쩌면 이 목표를 의식하지 않고 가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선함에 매여있다가 중요한 걸 놓칠 뻔했어요. 그런데 핵심을 잘 잡아주셨고요.”

“대표님께서 괜찮았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도민준 작가에게 전달하도록 하죠. 말씀드렸던 것처럼 도민준 작가님에게 전적으로 맡겨보겠습니다.”


대답하며, 임원태가 따뜻한 차를 홀짝 들이켰다.



* * *



너튜브 예술양파 촬영을 하는 지하실 스튜디오.

예술양파와 피디가 지난 한 달간의 정산 내역을 확인하고 있었다.


“잠시만. 이번 주는 왜 이렇게 후원액이 높지?”


예술양파가 의아하게 물고, 피디가 답했다.


“기억 안 나? <감시의 비밀> 때 춤도 췄으면서. 도작팬이 50만 원 질렀잖아. 그것뿐만 아니라 이번 주가 유독 후원이 많았지.”

“아... 맞다. 정신이 없어서 잊을 뻔. 도작팬... 아이디 참 특이하네.”


이어서, 피디와 예술 양파가 조회수를 확인했다.

<감시의 비밀> 평가 조회수는 공개된 지 3일 만에 95만 회를 찍었다.

이들의 평균 조회수가 60만 회라는 것을 감안 했을 때, 굉장히 높은 지수였다.


“반응 꽤 크네. 아후 – 좀 쉬자.”

“뭘 쉬어. 한창 노 젓고 있는데.”

“노는 24시간 저어? 반나절만 좀 쉰다 이거지~”

“어이쿠. 그럼 나도.”


둘은 잠시 각자 자리에서 비스듬히 누웠다.

얼핏 보면 자유롭게 쉬는 것 같으나, 사실 이들은 편집과 콘텐츠 회의로 4시간밖에 못 잤다.

너튜버라는 직업, 여간 바쁜 게 아니다.

널널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어 너튜브의 길을 갔더니만.

어디나 빡센 건 똑같다.


쉴 겸, 짧은 힐링이나 해 볼까.


이야기를 보고 입을 터는 것이 업무지만,

이야기를 보고 음미하는 것이 또 힐링이라는 모순적인 일상.

예술양파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디팡 앱을 눌렀다.


무심결에 <감시의 비밀>을 틀고...


엥. 나 왜 또 눌렀지.


예술양파가 흠칫하며 자신의 행동을 자각했다.


보통 작품을 두 번, 세 번 보는 일이 드물다.

다작을 해야 할 말이 많아지니까.


그런데 <감시의 비밀>은...

본능적으로 끌리듯이,

또 보게 되잖아?



* * *



예술양파의 영상까지 일으킨 화제에 힘입어, <감시의 비밀>은 엄청난 흥행력을 입증했다.


반대로,

넥스트 플렉스의 SF 시도는 처참한 지표를 드리웠다.


<우주 마술사> VS <감시의 비밀>.


스승과 제자 대결 구도를 붙여서 ‘디팡보다 더 높은 스타 작가가 넥플에 있다’고 찍어 누르려는 홍보 전략은 사실상 무산이었다.

쓸데없는 짓에 가까웠다.


어차피 재밌으면 보고, 재미없으면 안 보니까.

전략은 순수 재미의 하위 호환 수법이었다.


큰 주택의 유적한 작업실.

박종찬은 오늘도 혼자 술을 먹게 생겼다.


쪼르르 – 양주를 잔에 따른다.

유난히 쓰고도 어릿한 술맛이 까끌하게 목으로 넘어간다.


도민준...

나가서 독립하더니 순식간에 몸집이 불어났다.

왜 나간 걸까.

내가 못 해준 게 있었나.

그래, 도민준 가치에 비해 돈을 조금 주긴 했어.

안 나갈 이유도 없었지.

내가 작업 양을 지나치게 많이 맡기기는 했다.

마감까지 맡기고 여행이나 가버렸으니.


그래... 못난 스승? 상사?

아니.

난 못난 작가다.


<우주 마술사> 성적이 처참했으니, 나 또한 처참한 작가가 되었다.

까놓고 두면, 내가 처참한 작가이기에 <우주 마술사>도 망한 거다.

이게 인과관계가 맞지.


술에 잠식되는 박종찬의 뇌가 멍해진다.


‘과학과 마술? 거기에 막장이네.’

‘이런 것도 넥스트 플랙스에서 나오는 구나...’

‘억지 감동이라서 보기가 싫어져요.’


혹평들은 술을 부른다.

술은 혹평들을 더 부각시킨다.

그리고 가운데, 도민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아니지.

내가 키운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면 말이야.

신이 잠시 내게 들렀다 갔던 게 아닐까.


잠잠히 고민하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봤다.


그는 아직 <감시의 비밀>을 보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보면, 마음이 더 무거워질 것 같아서.

열등감의 스위치가 더 깊게 눌릴 것 같아서.

자신과 한없이 비교하게 될 것 같아서.

한때 그의 상사 작가였다는 네임드 마저 볼품없어질 것 같아서.


그런데, 술기운이었을까.

용기가 생겼다.


노트북을 켰다.

디팡의 창을 열고 도민준의 드라마를 틀었다.


- 누가 뭐래도 중요한 건 내 사람들이야. 그들은 옆에 없더라도 내가 외롭지 않길 바라거든.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거든. 너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


극 중 한비도의 대사가 처절하면서도 강인하다.

그럼 김주헌은 침묵으로 대답한다.


- 풉. 생각조차 해 본 적 없구나? 누군갈 품어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거... 저주인데.

- 난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

- 그래? 뭐, 상관없어. 있지. 우리가 어떻게 되든, 죽더라도, 실패하더라도, 간신히 살아내더라도, 기계가 되더라도... 아주 아주 먼 끝엔 말이야. 결국 네가 외롭지 않길 바랄게. 나는.


시청하는 박종찬의 눈시울이 젖어간다.

가슴이 울컥거리다가 흥분으로 뒤덮인다.


지금껏 도민준과 했던 작품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게 하다가, 한순간에 잊게 해주는 힘이 있는 드라마였다.

술기운도 집어삼킬 만큼 재미난 이야기였다.


아...

진짜로, 내게 신이 왔다 간 건 아니었을까.


“드라마 좋네. 참...”



* * *



인더무비에서 임원태, 도민준과 기획하는 <검은 손> 최종 시놉이 뽑혔다.

이를 토대로 직원들은 투자자들에게 돌릴 기획서를 만들고 있었다.


챕터는 3가지로 나눈다.


1 – 주인공 고윤재와 친구 신하진의 우정어린 과거.

2 –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신하진, 그의 정체.

3 – 고윤재와 신하진의 연대.


초반에는 정겨웠던 관계가 깨지게 되고,

중반에는 헤어졌던 관계가 다시 붙게 되며,

후반에는 둘이 힘을 합쳐 검은 조직을 무너뜨린다.


회한 섞인 우정의 감성이 진하게 담긴 이야기였다.


.

.

.


과거, 깊은 우애를 다지던 주인공 고윤재와 친구 신하진.

그 둘은 가족보다도 서로를 먼저 선택할 만큼 친한 친구였다.


고윤재는 특기 없이 평범한 학생이었고,

신하진은 외모가 출중한 배우 연습생이었다.


어느 날, 신하진이 동네 깡패들에게 물씬 두들겨 맞아 얼굴에 큰 상처가 났고, 배우 생활에 경보가 뜬다.

당장 맡게 된 모델 일도 무산되고 만다.

고윤재가 신하진의 정보를 알려줬다는 의심과 오해로 인해 둘의 사이는 멀어진다.


그리고 실의에 빠진 신하진은 실종된다.

고윤재는 한참이나 신하진을 찾지만...

친구였던 그는 흔적조차 없다.




이후.

고윤재는 정수기 판매 업체 회사원이 된다.

매일 같은 루틴의 일상을 지루하고도 무료하게 살아내고 있다.


뉴스에서는 ‘검은 손’이라는 마약 유통범이 판을 친다는 화제가 나오는데, 이 ‘검은 손’이 바로 예전의 신하진이다.


형사 김대영은 검은 손을 잡기 위해 조사를 벌이다가,

고윤재와 검은 손이 어떠한 관계가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검은 손에게 고윤재의 사진과 연락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사 김대영의 요청으로 고윤재는 마약 조직 수사에 합류하게 된다.

검은손이 남긴 증거들을 본 고윤재의 안면이 일렁거린다.


검은 손은... 오래 전 실종되었던 신하진일 것 같았기에.

그리워하던 친구였기에.


“신하진. 제 친구였습니다.”

“친구? 검은 손의 이름이 신하진이고,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한편.

검은 손 신하진은 피폐한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도망에, 도망에, 또 도망...

좁혀지는 형사들의 조사망, 그리고 몸담던 조직의 칼날에 의해.

하루아침에 믿던 보스에게 배신을 당했고, 치명상을 입었으며, 건강도 악화되어 간다.

어차피 신하진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고윤재와 신하진은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놓쳤다는 후회.

친구라는 관계가 깨졌다는 비탄.

서로를 주시하는 눈동자가 묘연하게 떨린다.


신하진이 해온 큰 범죄들은 그를 가만히 놓아주질 않는다.

되돌릴 수도, 만회할 수도 없는 마약의 검은 그림자는 신하진을 심해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어떤 몸부림을 치든,

끝이 파멸이라면,

신하진이 걸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거대한 검은 조직을 응징하고 죽는 것.

그뿐이었다.


형사 김대영의 지시하에, 둘은 힘을 합쳐 검은 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던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윤재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

.

.


“아... 묵직하다. 소개어 뭘로 시작할까요. 기획안 그대로 써도 되는데 저도 하나 끄적여보고 싶어서...”


여태 만들어졌던 범죄물들의 중심 갈래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뛰어난 주인공을 다룰 것이냐,

비열한 거리를 다룰 것이냐,

조직 내부의 의리를 다룰 것이냐.


<검은 손> 이야기의 특별한 점은.

인간의 욕망,

‘행복한 일상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작은 갈증’을 다룬다는 점이었다.


지독한 예술의 향기가 난다.


“이 이야기에서 마약은 맥거핀이야. 처절한 생존 속에서 관계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그렇네요.”


인더무비 직원들이 논했다.


“마지막에 범죄 조직 소탕할 때 있잖아요... 왜 시원하면서도 슬프고 울컥하죠?”

“주인공들이 파멸하잖아.”

“너무 잔혹한 현실이네요.”

“우리 범죄물이 코미디도 아니고, 미화할 수도 없고, 까다로운 건데 이렇게 잘 푼 거지.”

“과감한 결말이에요. 그래서 시원하고 만족스럽구요.”


.

.

.


슬슬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임원태 감독이 연출하고, 도민준 작가가 시나리오로 붙은 범죄물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정보를 찾던 배우들이 향을 맡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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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8,652 221 13쪽
» 신선함을 넘어서 (4) +10 24.09.03 8,903 215 11쪽
28 신선함을 넘어서 (3) +15 24.09.02 9,028 214 14쪽
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9,376 227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9,540 228 12쪽
25 좋은 선택지 (2) +12 24.08.30 9,461 237 13쪽
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9,736 218 13쪽
23 기막힌 캐스팅 (3) +14 24.08.28 9,852 2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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