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속 (여자)악마와 동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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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암스테르담
작품등록일 :
2024.08.21 00:43
최근연재일 :
2024.09.0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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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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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열려라 참깨

DUMMY

‘잔말 말고 지장 찍어.’


종이에 적힌 계약 내용을 확인하던 그녀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


저렇게 화가 많아서야. 수명이 걱정된다. 마족이 화병 나서 죽진 않겠지? 갑자기 죽어버리면 나는 대번에 무능력자가 되는데.


-지금 그걸 생각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 들렸어? 쏘리.’

-윽, 악. 후······.


뒷목을 움켜쥔 그녀가 쓰러지려 했다.


다급히 그녀의 등을 받쳤다. 품에 안긴 모양새가 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씩 웃었다.


‘악마 레이디, 쓰러질 거면 지장 찍고 해.’

-하하하하! 꺄하하핫! 악마 아니라고!


그녀는 악마라는 단어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


긁히는 포인트가 그건가. 뭐, 누구에게나 하나씩 콤플렉스는 있으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악마가 아니라고. 악마는 월트 그 새끼지! 제멋대로 우리를 악마라고 불렀던 것뿐이야! 너는 월트의 세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 나한테 왜 악마라고 해?!

‘그거야······.’


누명이 씌어서 억울하다는 거였다. 이유는 잘 알겠다.


하지만 말이다.


‘네가 나를 담그려고 몇 번이나 덤볐는데, 순순히 어울려 줄 것 같아? 나를 얼마나 호구로 봤던 거야. 너는 이제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등을 받쳐주던 손을 뺐다.




엉덩이를 바닥에 찍은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코가 핑 도는 모양이다. 잘 알지. 꼬리뼈 찍으면 엄청 아프다.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러니까 닥치고 도장찍어. 입 닫고 계약하라고.’


바뀐 분위기에 깜짝 놀란 그녀가 딸꾹질을 삼켰다.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뇌에서 엄청난 열감이 느껴졌다. 어지럽고 속이 울렁인다. 토하고 싶다. 혐오스럽다. 저 간사한 여인을 찢어 죽이고 싶다.


나는 강력한 충동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진짜 너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




그녀는 침울한 상태로 사인을 마쳤다.


펜을 빼앗아 그 밑에 내 사인을 그려 넣었다.


‘이러면 됐나?’

-응······.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한 그녀가 내 눈치를 봤다.


나는 펜과 계약서를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것들은 시커먼 공간으로 사라졌다.


잠시 시야에서 가려진 게 아니라, 이 일대에서 완전히 없어졌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라면, 심상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건 언제든지 만들고 없애거나 보관하고 꺼낼 수 있다. 현실의 물건은 보관하지 못해 아쉽지만, 작은 의미의 아공간인 셈이다.


보관한 걸 찾는 감각을 익힐 겸 사라진 계약서를 어두운 공간 너머에서 꺼냈다.


‘이런 느낌이구나.’


계약서를 팔랑이며 하단에 작성된 그녀의 사인을 읽었다. 이곳의 글자는 영어와 매우 유사했다.


‘이름이··· 루시아?’

-응. 루시아야. 너는?


은근히 삐친 티를 내는 루시아의 모습이 웃겼다. 방금까지 머리를 잠식했던 열기가 빠져나갔다.


‘악마한테 이름을 말해도 되나?’


루시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싫으면 하지 마. 나는 악마니까 이름 들을 자격도 없네. 악마인 내 탓이지.

‘그래. 네 탓 해.’

-아! 진짜 너무하네. 너, 여자애들한테 인기 없었지.

‘어떻게 알았대. 너도 지구에서 왔니?’

-아오!


답답해 미치겠는지 혼자 발을 구르는 그녀를 두고, 지나치듯 말했다.


‘급발진은 미안하게 됐어.’

-급발진?

‘아까 화낸 거. 네가 어지간히 거짓말했어야지.’

-잠깐. 사과하는 뉘앙스가 아닌데.

‘화해한 걸로 치고,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며. 함께 살 궁리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거든, 한 달 동안.’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어?


기절하고 두들겨 맞느라 바빠서 시간을 인지하지 못했나 보다.


루시아가 밖을 살펴보더니 기겁했다.


-진짜네. 어쩐지 힘이 슬슬 빠져나가더니만! 네가 기생충처럼 마나를 빨아먹고 있었구나!

‘심장에 기생하는 건 그쪽 아닌가?’

-미친놈··· 너는 한 달이 흐르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잖아.

‘그렇지.’

-왜 진작에 얘기 안 했어?

‘배가 안 고프던데.’

-···배가 안 고픈 건 착각이야. 마나가 네 근육과 장기들을 억지로 쥐어짜서 멀쩡한 것처럼 움직이는 거지, 네 상태는 지금 시체에 가까워. 마나 공급만 중단되면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이라고!


그건 몰랐네. 그렇지만 나도 바빴다고, 널 교육하느라.


루시아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이렇게 태연해. 넌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야!

‘그런 것 같아.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그렇고. 딱히 긴급하게 안 느껴지는 것도 이상해.’

-제발 남의 일 얘기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줄래.

‘인생은 새옹지마란다.’

-또 무슨 소리야. 그게 뭔데?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는 교훈이지. 위급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해 위기를 모면한 좋은 일이 있으면, 내 일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느끼는 건 나쁜 일인 셈이야.’

-말을 관두자.


벌써 마법사가 지하실에 들르지 않은 지 한 달이 흘렀다. 매일 찾아와서 실험을 해대던 그가 한 달 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생겼다는 뜻.


다행히 루시아의 마나를 훔쳐 쓰고 있어서 3일 만에 탈수로 죽어버리는 참사는 막았다.


최대한 움직임을 삼가고 심상에 머무르면서 에너지를 아꼈지만, 인간이 물과 음식 없이 살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어? 그러네. 3주 넘었으니까 원래대로면 죽었겠다.


-인간은 물 없다고 3일 만에 안 죽어. 너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거면 열흘은 족히 버틸걸.

‘그래? 물 없으면 3일이 한계라 들었는데.’

-그건 격하게 육체 활동을 했을 경우의 기준이야. 너는 인간치고 이상하게 지식이 많긴 한데, 대부분이 어설퍼.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옳은 지적이다. 그녀 말대로 내 머리에 든 다양한 정보들은 대부분 지나가다 주워들은 말이거든. 출처도 모르는 게 대다수다. 굳이 출처라고 하면 나무위키?


‘맞는 말인데, 너는 인간도 아니면서 그 한계를 어떻게 알아? 열흘은 물을 안 마시고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넘어가.


나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인간한테 실험했네.’

-······아니야.

‘했네.’

-아니──

‘했어.’

-······.


링크된 감정으로 다 알 수 있단다.


-으윽.

‘넌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다면서 별걸 다 해봤다.’

-그건 마족 기준이고, 인간이 세는 햇수로 70살은 먹었어.

‘충격이야. 할머니였어.’

-우리 중엔 새파랗게 어린 편이야.

‘아하.’

-아하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방법을 생각해 봐! 너 이러다가 남은 마나가 다 고갈되면 죽어! 마족은 마나가 음식이라서 마나 없어지면 나도 죽는다니까!

‘넌 어차피 내가 죽으면 같이 죽잖아.’

-그게 지금 중요해?


맞는 말이다.


‘이 상태로면 며칠 더 버틸 수 있어?’

-고작해야 4일.


아슬아슬했다. 시간이 나흘만 더 지체됐으면 사이좋게 아사했겠다.


-미친 인간아!

‘4일밖에 안 남은 줄 내가 어떻게 알아.’

-이상하게 배가 안 고플 때 미리 말했어야지!

‘너를 어떻게 믿고? 그때는 네가 바락바락 대들 때였어. 나는 말 안 듣는 아이랑 협상 안 해.’


루시아가 입꼬리를 한쪽만 부자연스럽게 치켜올렸다.


-완전히 미쳤네.

‘너도 힘이 슬슬 빠지니까 본능적으로 계약에 응한 거 아닐까. 그렇게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던 거지. 위기감을 느껴서 계약했다는 뜻이니.’

-······미친 소리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러면 슬슬 이 감옥에서 탈출해야 해.’


그녀가 어이없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너도 몰라? 넌 마족이잖아.’

-너 무슨 마족한테 환상이라도 있어? 아니면 악감정? 치사하게 뭐만 하면 마족이니까, 그래도 마족인데 이러는 게 어딨어. 더군다나 마족인 내가 항마 술식이 걸린 철창을 어떻게 빠져나가!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한 달 전, 마법사가 짐승 소리를 낼 때 루시아는 숨이 넘어가듯 괴로워했다. 그만큼 항마 술식이 마족에게 치명적인 모양.


마땅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꿉꿉한 지하 감옥에서 굶어 죽을 생각은 없었기에, 심상에서 빠져나와 눈을 떴다.


철창은 여전히 나를 막아서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철창 틈새에 팔을 집어넣어 봤다. 삐쩍 마른 팔이 여유롭게 통과했다. 몸이 지나갈 넓이는 아니었지만.


‘흠. 신체 구조상 머리부터 넣으면 통과할 수 있다는 걸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이 무식한 계약자야. 저기로 네 머리가 어떻게 들어가. 토끼 머리나 겨우 들어가겠네.

‘어유, 나 마른 것 좀 봐. 이 세상에 오면 다이어트 하나는 확실히 보장이다. 여긴 먹을 음식이 없어. 아니면 마법사가 이상한 음식만 준 건가? 자기만 맛있는 거 먹고?’

-또, 또! 또 헛소리! 집중 좀 해!

‘집중하면 뭐 해. 이게 수능이야? 집중한다고 풀 수 있게.’


루시아가 자기 이마를 탁 때리는 소리가 울렸다.


나는 꽤 자란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내 고향에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명언이 있어. 초조할수록 오히려 답이 안 보일 때가 많아.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살필 때 비로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법.’

-잘~ 나셨습니다. 예, 그럼 잘 나신 계약자께서 어디 여유롭게 찾아보세요.

‘비아냥거릴 게 아니라 너도 찾아야지. 나 죽으면 너도 죽어.’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 매 순간이 죽을 맛이야.

‘하하.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루시아는 제법 불안한 듯 얌전히 있지를 못했다.


-항마 술식만 아니었어도······. 월트 그 새끼는 마음에 드는 게 없네! ‘은총’ 같은 걸 만들어서 이딴 항마 술식에나 이용되고. 으으으! 술식만 없으면 낡은 철창 정도는 한 방인데!


술식만 없으면?


‘일반 철창은 부술 수 있어?’

-휘어버리고 나가면 되지! 일도 아니야.

‘그 항마 술식이란 건 어떻게 없애?’


루시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못 없애. 교회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지 없어질걸. 월트에게 부여받은 은총을 걸어두는 거니까, 사람들이 월트를 숭배하지 않으면 은총도 사라지겠네. 하··· 절망적이야. 하루아침에 교회가 사라지겠냐고······.


울적하게 중얼거리는 음성을 무시하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마법사가 걸었으니까, 마법사가 해제할 수는 없어?’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가능성 없어.

'어째서?'

-술자가 죽기 전에 술식을 해제하면 사라지긴 해. 그렇지만 노인네가 그럴 리 없잖아. 교회법을 어기면서까지 마족을 실험하려고 눈에 안광이 켜진 인간인데. 너만큼은 아니지만 그 노인도 단단히 미친 인간이야.


써먹을 만한 힌트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어느새 나타나, 옆에 쭈그려 앉은 루시아가 한숨을 푹푹 내뱉었다.


-어휴, 네가 뭘 알겠니. 작령술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작령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우리 쪽에도 마법 개념은 있었어.’


그녀가 귀를 쫑긋했다.


-진짜?

‘응.’

-근데 왜 넌 마법을 못 써?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거니까. 실제로 있다는 게 아니야.’


루시아는 이제 화낼 힘도 없는지 작게 웃었다.


-나는 화병으로 먼저 죽을게. 잘 있어, 계약자님. 계약자님은 굶어 뒤지면 따라와. 사후세계는 어떤지 둘러보고 있을게.

‘이곳의 마법도 개념은 비슷한 거 같은데? 주문을 건 주술사가 본인 주문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까지.’

-그래. 그래. 근데 그럴 일이 없다는 게 문제야.

‘만약 해제했다면?’

-······너 이 자식, 내 말 하나도 안 들었지.


철창을 잡았다. 차가운 감촉이 시원하고 좋다.


-시원하고 좋다, 이러고 있네.

‘휘게 해.’


차갑게 비웃던 루시아의 얼굴이 굳었다. 머리 위에 물음표가 수십 개 정도 뜨는 표정.


-······?

‘휘어버릴 수 있다며.’

-그거 쓰면 나 죽어. 철창이 파랗게 타오르던 거 벌써 까먹었어? 마족의 힘이 닿으면 그 지랄 나! 지금은 마나도 바닥나서 한 대 맞으면, 나 통째로 소멸이야!

‘해.’


진심이란 걸 깨달은 루시아가 내 팔을 붙들고 애원했다.


-계약자! 이건 아니잖아. 그냥 화병으로 죽을게! 아, 제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어!

‘죽이려는 게 아니야. 빨리 해 봐.’

-이유라도 알자!


계약서를 작성한 대로면, 나의 확실한 의지가 담긴 명령이 있을 때 루시아는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


느슨하게 권유하는 느낌으로 말해서는 해당하지 않나 본데. 이것도 불꽃과 비슷한 감각인가?


-아! 알겠어! 이유만 알려줘!


내가 제대로 명령하려 하자, 그녀가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저렇게 애원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무렇지 않은데.’

-어차피 해야 하니까 이유나 알려줘!


뭐, 탈출하고서도 같이 생활해야 하니까 관계를 나쁘게 할 이유는 없으려나. 설득하는 편이 낫겠다.


‘매일 지하실에 내려오던 마법사가 한 달째 나타나지 않고 있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렇다고 우리를 왜 풀어주는데? 술사가 죽어도 술식은 남아. 시간이 오래 흘러서 주입되는 마나가 끊기면 소멸하긴 하는데, 항마 술식은 은총으로 새긴 거라서 사람들이 교회를 믿는 동안 멀쩡하다고! 마법사가 재수 없어서 길 가다 뱀한테 물려 죽었어도 우린 영원히 여기에 갇혀있어야 해!


새로운 지식 추가다.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마족을 실험하는 게 중죄인 거 같던데.’

-교회가 눈에 불을 켜고 색출하는 엄청난 금기지.

‘여기에서 교회의 권위는 어때?’

-어느 왕들도 범접하지 못할 만큼 강력해. 마법학회도 그들의 소유지. 여기저기 일일이 관여하고 훼방 놓는 게 아주 자기네 세상이야.

‘그렇다면 교회가 제일 센 놈이니까 그들이 금하는 행위는 가장 중죄겠지. 그 정도로 큰 범죄를 다 쌩 까고 저지를 담력이면, 다른 범죄는 손도 안 댔을까?’


교회가 지배하는 시대, 최악의 금기를 자행한 인간이 다른 면에서 깨끗할 리 없다.


‘내 생각엔 마법사는 다른 범죄행각에 발목 잡혔어. 그러다가 조사관들이 지하실을 발견하고 우리를 마주하면?’


마법사는 뼈도 못 추린다. 그럴 바엔 아까워도 풀어줘서 물증을 없애야 한다.


그 마법사 양반이 자기 목숨보다 실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싸이코패스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나, 싸패가 아닐 확률이 수학적으로 더 크다. 시도해 볼 만한 도박이다.


말뜻을 알아들은 루시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래도··· 그게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세상엔 확실한 건 없어. 모든 게 확률 놀음일 뿐이지. 과감히 베팅할 때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법이야. 네가 나를 속이려 했을 때 내가 베팅했던 것처럼.’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안 될까? 바빠서 못 온 걸 수도 있잖아. 괜히 했다가 허튼짓이었으면──

‘귀한 실험체를 바쁘다고 한 달 동안 굶기는 연구원이 어디 있어. 미리 조치를 해뒀어야지. 그리고 돌아와도 문제야. 일이 생각보다 잘 해결돼서 돌아왔는데 내가 아직 굶어 죽지 않았다? 다시는 탈출하기 힘들 거야.’

-맞는 말인데······.

‘두려워하지 마. 설령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 운명이니까. 우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 심지어 시간도 나흘밖에 안 남았다며? 시간은 없고, 선택은 해야 해. 그럴 거면 한시라도 빨리 행동하는 게 좋아.’


아직도 망설임을 버리지 못한 루시아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열려라,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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