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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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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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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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문의 도시, 페르미.

DUMMY

004. 문의 도시, 페르미.






*



다음날.


모녀가 만들어 준 식사를 하고 6명은 여관 문을 열고 나갔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배웅하는 여자를 보니, 어젯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예상이 되었다.


그나마 딸은 온전히 걷는 모습이 왠지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눈도 그쳤다.


저벅저벅


쌓인 눈을 걷을 때마다 발목까지 빠지는 게 답답했지만, 앞에서 걷고 있는 혜영의 실룩거리는 엉덩이를 구경하는 것으로 무마되었다.


조금 걷자 불탄 집 한 채가 보였다.


전날에 탔는지 아직도 검게 그을린 목재에서 나는 연기가 내 뺨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그리고. 구수한 고기 냄새에 내심 입맛을 다셨다.


고개를 돌려 마력을 눈에 집중하자 집안이 뚜렷하게 보였다.


성인 남자와 여자, 아이 두 명이 노릿하다 못해 시커멓게 구워진 모습이.


‘탔지만 맛있겠다.’


잠시 멈춰서 냄새를 듬뿍 빨아들였다.


그러자 혜영이 고개를 돌리며 나를 보았다.


“빨리 따라와.”

“저거 뭐지?”

“내 아내 식구들.”


대답은 혜영 앞에 걷던 할프킨에게서 나왔다.


그는 지그시 집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제 들었지? 돌아와 보니까 아내가 딴 놈하고 살림을 차렸더군. 그동안 내가 보내준 돈으로 아이도 낳고 즐겁게 살았어.”


할프킨은 아내 가족들을 두들겨 패고는 문에 못질하고 불을 질렀다.


용병질을 하면서 하도 많이 해온 짓이기에 기계적으로 학살이 이루어졌다.


그 잔인함에 막으려는 마을 사람들도 있었지만, 광전사 같은 할프킨의 모습과 다른 용병단의 무력에 입을 다물고 지켜만 보았다.


나는 그의 말을 한 귀에 흘리고 냄새에 집중했다.


‘구수한 냄새가 좋군. 탄 인간은 닭고기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군.’


사지를 뽑은 날것 그대로의 인간 냄새와 불에 구운 냄새는 확실히 달랐다.


나는 내심 입맛을 다시며 시체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혜영의 엉덩이에 시선이 꽂혔다.


그렇게 일행은 다시금 남쪽으로 이동했다.


실룩실룩.


옷은 재미있다.


두 발로 걷는 짐승은 엉덩이가 발달한다.


걸을 때 뒷다리 엉덩이 밑에는 언제나 가로 주름이 생기다가, 앞으로 뻗는 순간 주름이 펴지고, 또 다시금 주름이 만들어진다.


혜영의 바지는 옷 속의 실체에 어떤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저 좋고 싫은 냄새가 나는 고깃덩어리일 뿐인데, 바지로 감추자 속에 어떤 최고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일리아가 들려준 이데아(idea) 어쩌고 했던 게 기억났다.


베르반은 지구의 철학이나 종교 책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그르누이. 정신을 성장시키려면 두 가지 방법뿐이야. 여러 지식과 그것을 사색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거나, 목숨을 건 생사투로 찰나에 깨달음을 얻는 거야. 불교로 따지면 교종과 선종의 차이지. 그중에서 위험하지만 생사투가 성장 속도가 빨라. 하지만 대마법사 수준이 되려면 두 개를 다 아울러야 해.」


베르만은 귀를 후비며 듣는 나를 보며 작게 한숨 쉬며, 억지로라도 외우라고 여러 지식들을 전했다.


지구의 철학과 종교 덕분에 마법사는 전보다 강해졌다.


‘시발. 병신같은 베르만. 일리아. 더럽게 못 가르쳤어. 이렇게 엉덩이를 보니까 이데아가 뭔지 확실하게 알 것 같잖아.’


나는 내심 죽은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홀리듯이 엉덩이를 보았다.


바지는 엉덩이 부분이 도드라지게 박음질 되어 있어서 가슴을 후끈거리게 했다.


얇아 보이는데 보온이 좋은지, 혜영은 조금도 몸을 떨지 않았다.


상체에 두른 털로 된 옷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았다.


둥근 한손방패와 한손검.


몸의 비율도 괜찮았고, 어제 하루 종일 감시했는데 찝쩍거리는 용병들도 없었다.


그렇게 황홀하듯 엉덩이의 이데아를 느끼며 계속 걸었다.


예쁜 몸에 예쁜 옷과 움직임의 조화.


나는 이데아가 무엇인지 점점 더 깨달았다.


이데아는 엉덩이다.


그렇게 하루를 계속 걸었다.






검은색 문.


모노리스라고 불리는 문은 아주 거대해서 멀리서도 보였다.


우리들은 그 덕분에 방향을 헤매지 않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내려갈수록 날씨는 점점 따스해지더니 일행들은 털옷을 벗었다.


문의 도시. 페르미.


성벽이라고는 하기 힘든 3미터 돌담으로 둘러싼 도시.


원래 이곳은 페르미 왕국이 자리했지만, 미친 여왕이 등극하고 10년도 되지 않아 왕국이 망했다.


왕국이 멸망한 후, 여러 왕국이 쟁투에 나섰지만, 누구하나 온전히 얻지를 못하다가, 100년 전에 문이 만들어지고서는 마법사들이 관리했다.


“와아. 크다.”


도시 가운데에는 모노리스가 보이고 몇 킬로 떨어진 옆에는 커다란 탑이 보였다.


마탑.


문이 생기고 10년 후에 대륙의 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건물이다.


마법사들의 단체인 마탑은 도시의 주인이지만, 몰려드는 각국의 군대와 상단, 용병들, 부랑자들을 다 감시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구역마다 신용 있는 용병단이 관리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세금으로 받게 했다.


돌담 사이의 길을 따라 들어가자 경비원으로 보이는 무장한 남자 둘이 우리를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자 도시라는 문명이 나를 맞았다.


도착하자 폴리드는 질린 듯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달랑 맨몸에 바지와 갑옷 하나 입고. 너는 춥지도 않아?”

“뭐. 괜찮아.”

“후훗. 젊음이 좋기는 좋군. 자아. 우리 거기에 가자.”

“거기?”


물음에 폴리드는 음흉하게 웃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어디긴 어디야. 사창가 말이지. 여기 사창가에는 다른 왕국보다 지구인이 많이 있어. 대장! 그 여관에 묵을 거지?”


토르켈이 폴리드의 들뜬 목소리에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 미리 한 달 치 내놨으니까.”

“그러면 저녁에 봐. 자아. 가자. 친구.”

“으음.”


힐끔 혜영을 보았다.


그녀는 별다른 시선을 주지 않고 토르켈을 따라 왼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무심함이 이상하게 서운하고 답답해서, 보복이라도 하듯이 폴리드의 뒤를 따라 시장 쪽으로 걸었다.


“과일 사세요! 달달하고 맛있습니다.”

“식칼이에요. 지구에서 수입한 거라서 웬만한 칼보다 튼튼해요.”


시장에는 가게 주인들이 웃으며 물건을 팔아댔다.


이런 번화한 인간 도시의 모습에 살짝 설렜다.


주변을 훑어보니 여러 문장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보였다.


지구에서 전투를 치를 부대인 모양이다.


모두 영지를 얻어 귀족이 되던가 왕이 될 거라는 희망찬 얼굴을 비쳤다.


폴리드가 기사들을 구경하는 내 어깨를 잡아끌었다.


“그르누이. 일단은 술부터 마시고 가자. 아직 문을 열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어.”


해가 머리 위에 있다.


폴리드가 익숙한 듯이 골목 몇 개를 더 꺾어 들어가자 제법 그럴듯한 주점이 보였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쾅!


문을 열기도 전에 한 남자가 문밖으로 내쳐졌다.


얼굴에 피멍이 든 게 술값을 내지 않아서 두들겨 맞은 모양이다.


“씨발! 다시는 안 온다! 이 좆같은 가게!”


일어난 남자는 분한지 연신 소리 지르다가, 덩치 큰 남자가 나오자 히익 거리며 개처럼 도망쳤다.


킁킁.


놈의 옷에서 시궁창 냄새와 특유의 병든 고기 냄새가 났다.


수컷보다 암컷이 야들하고 맛있고, 병든 고기는 웬만해서는 먹지 않는다.


새끼는 먹을 게 별로 없다.


‘저놈이 여자라도 엉덩이의 이데아는 없겠어.’


“자아. 들어가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빈 테이블 하나가 보여 거기에 앉았다.


조금 있으니 검정 머리의 덧니가 있는 여자가 다가왔다.


피부색이 혜영과 같았다.


“뭐. 뭐로 주. 주문할까요?”


발음이 어린아이보다 어색하고 낯설었다.


“곤니치와(こんにちは).”

“!”


알 수 없는 말에 여자는 살짝 웃으며 폴리드를 보았다.


“아아. 폴리드씨. 오. 오랜만이네요.”

“하하. 미치코도 말이 많이 늘었어.”

“헤헤. 항상 먹는 거로 가져올게요.”

“그래.”


미치코가 주방으로 들어가 주문했다.


폴리드는 그런 미치코를 감상하더니 내 등을 살짝 쳤다.


“어때? 처음 보는 일본 여자가?”

“일본 여자? 피부나 생김새가 혜영과 비슷하네.”

“응. 한국은 일본 옆에 있는 나라니까.”


나는 미치코라는 고기를 가만히 살폈다.


고기가 적게 나올 몸이다.


“키가 작아. 혜영이보다 예쁘지도 않고. 일본 여자는 다 저렇게 작아?”

“응. 대부분 저렇지. 누구한테 들었는데, 천년 넘게 제대로 고기를 못 먹어서 저렇게 됐다더군.”

“으음.”

“그래도 160cm 정도는 될 거야.”


길이. 무게 같은 모든 도량형이 70년 전에 지구의 것으로 통일되었다.


지구의 숫자와 알파벳. 한자··· 특히나 한글이라는 건 너무 쉬워서 평민이나 용병들이 산수와 함께 무조건 배운다.


글을 익히면 약해진다는 전사들도 있지만, 계약 한번 잘못해서 몇 번씩 손해 보게 되면 대부분 마음을 바꾼다.


특히나 며칠이면 금방 배우는 글자라서, 아주 무식쟁이가 아닌 이상에야 모두 한글을 쓸 수 있다.


물론. 귀족들은 고풍스러운 룬어를 쓰지만.


‘내가 배운 글자가 한글이었군. 룬어는 너무 따분해해서 일리아도 포기했지.’


폴리드는 연신 미치코를 훑어보며 비밀을 말한다는 듯 작게 말했다.


“미치코는 내 단골 여자였어. 돈을 모아서 빚을 갚고 창녀를 그만두었지. 뭐. 나도 얼마 정도 보태주었고. 창녀촌에서 나온 후부터 여기서 서빙으로 먹고살아. 그냥. 자유 창녀로 돈을 버는 게 좋을 텐데. 여기서 얼마나 번다고.”


문득 드는 의문에 폴리드에게 물었다.


“혜영도 창녀 출신이야?”

“아니. 그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개좆같다고 자진해서 투항한 경우야. 투항한 사람은 노예가 아니야. 어떻게 다른 용병단에 들어갔다가 우리 쪽으로 흘러왔지.”


조금 수다를 떨면서 이곳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멀리서 쟁반에 술과 안주를 가져오는 미치코가 보였다.


그렇게 미치코가 빠르지만 능숙한 걸음으로 다가올 때였다.


슬쩍.


발 하나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 넘어뜨렸다.


쨍그랑. 콰앙.


음식 물이 쏟아지고 술잔이 깨졌다.


발을 건 남자 둘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치마가 뒤집어진 미치코를 핥듯이 보았다.


“후훗. 이 시발년. 이제 겨우 찾았다.”

“아. 아아!”


고개를 든 미치코는 뚱뚱한 두 남자를 보더니 하얗게 질렸다.






두 남자 중에 대머리 뚱보가 미치코의 멱살을 잡고는 들어 올렸다.


몸이 허공에 뜨자 그 압력에 미치코는 캑캑거리며 두 손으로 남자의 팔을 잡고 바동거렸다.


“켁켁켁! 제. 제발.”


남자는 흐뭇하게 자신의 힘을 감상하며 다시 화냈다.


“이 시발년아! 갑자기 그렇게 그만두면 나는 어쩌라고. 내가 얼마나 너를 이뻐했는데! 이 시발년아. 잘못했어? 안 했어?”

“제. 제발. 자. 잘못.”


덩치들의 행패에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며 몸을 움츠렸다.


아까 주정뱅이를 쫓아낸, 주인으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도 살짝 망설이다가 이내 다른 사람처럼 시선을 내렸다.


폴리드도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흑견 용병단 놈이군. 여자를 강간하고 꼬챙이로 꽂는 걸 좋아하는 용병단이야. 시발.”


폴리드가 소리를 죽이며 설명했다.


흑견 용병단은 마법사가 대장인 용병단이다.


보통의 마법사는 치료나 아티팩트로 돈을 벌고, 그걸로 온갖 쾌락을 탐닉한다.


깨달음으로 레벨을 올리는 마법사는 드물고, 있어도 대부분 전투 후방에서 마법 지원만 한다.


하지만. 흑견 용병단의 와이얼드는 직접 치고 부딪히는 싸움을 즐긴다.


치료 마법 같은 건 할 줄도 모르고, 오직 거대 원숭이로 변해서 상대를 공격하는데, 그 파괴력이 대단하다.


“그냥 가자.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 다른 주점에서 한잔하자. 빌어먹을.”


폴리드는 조금 미안한 눈빛으로 미치코를 보더니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는 하지만 목숨을 걸 정도의 여자는 아니라는 듯이.


“그래.”


나도 그를 따라서 일어났다.


하지만.


찌이익.


미치코의 윗옷을 찢고 드러난 양 가슴을 번갈아 주물럭거리던 대머리의 시선이 그르누이에게 머물렀다.


정확하게는 그의 검.


“오오.”


대머리의 눈에서 탐욕이 일렁거리며 그르누이를 살폈다.


흉갑이 있지만 옆에 있는 익숙한 놈도 그렇고, 기사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소리쳤다.


“야! 너!”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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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2. 베일 백작의 결혼식 NEW 19시간 전 7 0 12쪽
41 041. 복수 24.09.18 9 0 13쪽
40 040. 최초의 백성 24.09.17 10 0 12쪽
39 039. 대통령의 고민 24.09.16 11 0 12쪽
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10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3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3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9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20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7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20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9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21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21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5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4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24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26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9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9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33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31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31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32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34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41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41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7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4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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