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다 씹어 먹는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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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2:28
최근연재일 :
2024.09.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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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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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와 시기

DUMMY

신당동에 위치한 제작사 밝음의 사무실.


제작사 대표 최준환과 김태훈 감독은 맞은 편에 앉은 지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계약서에는 문제 없죠? 우리 김 감독이 하도 이야기해서 나름 신경 좀 섰습니다.”

“감사합니다.”

“10년간 큰일도 겪으시고 아마 돈이 많이 필요하실 거라 생각해, 출연료는 더 신경썼습니다. 특히 송 대표가 신경을 많이 썼어요.”


꿈속의 세계에서 변호사와 검사의 삶을 경험했던 지운은 법적으로도 기본적인 지식은 있었기에 계약서를 검토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굳이 기억의 서고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끌어올 필요도 없을 만큼 계약서는 깔끔했다.


“예, 마음에 드네요. 특히 금액이.”


어찌 마음에 들지 않겠는가.

무려 5천만원이다.

지운이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며 번 돈보다 많은 금액이다.


계약을 하기 위해 오기 전 미리 출연료를 검색했던 지운은 지금 자신이 받은 금액이 일반적인 기준보다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삭막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이렇게 자신의 가치를 측정한 이유는 더 뽑아먹을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어찌 됐건 자신의 가치를 높게 측정해줬다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가치를 높게 쳐준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하자.’


각오를 다진 지운은 괜히 돈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최대한 덤덤한 척을 했다.


“그런데 놀라지 않으시네요?”


지운이 돈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것이 최준환 대표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신인에게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액임에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김 감독 말대로 물건은 물건이네.’


보통 배짱이 아니다.


지운이 계약서에 싸인을 마치자 김태훈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핵심 배역의 캐스팅이 마무리되었네요.”

“저 말고 신인 배우가 또 있나요?”


지운의 이야기에 김태훈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단역은 있긴 하지만 주, 조연은 모두 기성 배우들이죠.”

“우리 김 감독이 이번 작품에 사활을 걸었어요, 나름 연기력을 보고 엄선해서 뽑은 배우들 뿐이라 현장이 제법 치열 할 겁니다.”


최준환 대표의 이야기에 김태훈 감독은 작게 읆조렸다.


“몇 명 빼고···.”


비록 전작은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이바닥에서 13년 차인 김태훈 감독의 안목은 꽤나 정평이 나있었다.

그런 김 감독이 엄선해서 선별했다는 건 인지도는 부족할 지언정 연기력 만큼은 확실하다는 뜻이다.


최준환 대표는 지운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최윤석 선배가 합류하기로 했으니 배우분들은 긴장을 좀 해야 할 겁니다.”

“최대표, 알죠 제가 윤석 선배 모시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다마다, 윤석 선배가 오케이 했다는 이야기 듣고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니까.”

“윤석 선배는 주, 조연 따지지 않고 시나리오만 좋으면 승낙하시니까요.”


최윤석 예찬을 펼치는 최 대표와 김 감독을 보며 지운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윤석?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누구지?

사고 전에도 이지은 말고는 관심이 없었고 깨어난 뒤에도 오디션 관련 정보만 검색했던 지운은 몇몇 얼굴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름과 얼굴이 매칭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에서 누구? 라는 말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기에 최대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하하하, 그렇죠. 최윤석 선배님은 그런 분이시죠.”

“역시 지운씨도 아는군요. 윤석 선배의 디테일한 연기는 정말 일품이죠. 같이 작업을 하는 경험만으로 큰 도움이 될겁니다.”

“젊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약간 꼰대 같은 기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좋으신 분이에요.”


최준환 대표의 이야기에 김태훈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최 대표, 우리 지운씨가 보기에는 이래도 37살이라고.”

“이런, 외모만 보면 한참 어린 친구인 것 같아서 착각했네요.”

“아닙니다. 어리게 봐주시면 좋죠.”

“그나저나, 우리 윤석 선배의 연기 디테일이 얼마나 뛰어나나면···.”


최준환 대표와 김태훈 감독의 최윤석 예찬은 한참이나 계속 이어졌다.




* * *




지운의 어머니 박임순은 한창 바쁠 시간이었지만 가게 문을 닫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지운아!”


어머니가 뛰어온 이유를 아는 지운은 실실 웃으면서 방에서 나왔다.


“천천히 와도 되는데 왜 이렇게 뛰어왔어요.”


지운은 어머니를 일단 앉히고 냉수 한잔을 가지고 와 내밀었다.


“일단 드시고 천천히 이야기 해요.”


냉수를 쭉 들이켜고 숨을 한번 크게 내쉬자 헐떡이던 호흡이 진정되었다.


“이제 이야기 해보세요.”


임순은 능글맞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지운을 보자 우려했던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지운아 엄마한테 입금한 5천만원, 그거 뭐야?”

“계약금이요.”

“계약금?”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머니를 향해 지운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영화 출연 계약했어요!”


계약서를 작성한 건 일주일 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에 출연료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함구했었다.

괜히 설레발 쳤다가 실망할 부모님을 생각한 지운의 배려였다.


“진짜?”

“엄마, 아들 이제 배우라고!”


그동안 오디션을 본 지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내심 떨어졌다고 생각했었다.

괜히 부담을 주기 싫어 내색을 하지 않았던 임순은 생각지도 못한 계약 소식에 지운을 덥석 안았다.


“우리 지운이 축하해!”


임순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마웠다.

늘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오랜 기간 잠을 잤던 지운이었다.

세상은 냉혹했고 지운은 늘 스스로를 탓했다.

그런 지운이 깨어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매사 자신감이 넘쳤고 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지운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아마 죽을 때까지 오늘 일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인석아, 그 귀한 돈을 엄마한테 다 보내면 어떡해···.”

“전 용돈 받아 쓰면 되요. 그게 편해요.”

“알겠어, 대신 엄마가 네가 버는 돈은 안쓰고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너 결혼할 때 목돈으로 줄게.”

“그러지 말고 엄마, 아빠 맛있는 거 드시고 하시고 싶으신 것 있으면 다 하세요. 제가 돈을 버는 이유는 우리 엄마, 아빠 호강 시켜드리려고 하는 거니까.”


임순은 한동안 지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걸까?


‘아니네.’


원래 이랬다

힘든 상황에도 주위 사람들에게는 끔찍했던 지운이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집에서는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그게 지운이 부모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도였던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운은 똑같다. 단지 방식만 달라졌을 뿐.


임순은 지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고마워.”




* * *




한강의 전경이 훤히 보이는 고급 아파트. 한 사내가 씩씩거리며 실내로 들어섰다.


“규민아, 이게 어찌 된거야!”

“어, 현성이형 왔어.”


태평스럽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규민을 보며 현성은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야, 지금 그렇게 태평스럽게 이야기 할때야? 내 배역이 왠 낙하산 새끼한테 넘어갔다고!”

“일단 진정하고 앉아.”


나긋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날카로운 눈빛을 쏟아낸 규민의 기세에 눌린 현성은 꼴사납게 자리에 앉았다.


‘씨발. 나이도 한참 어린 새끼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친분을 쌓은 뒤로 현성은 규민의 마음에 들기 위해 지극 정성을 다했다.

당시 조, 단역을 하며 근근히 연기 생활을 이어가던 자신과는 달리 규민은 탑스타였으니까.

야밤에 불려가 대리를 한적도 있고 술집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을 덮기 위해 미친 개마냥 뛰어다니기도 했다.

물론 그덕에 TG까지 들어갔지만.


“이번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김 감독 측에서 워낙 강력하게 이야기 어쩔 수 있나 바꿔줘야지.”

“규민아 나 진짜 이번에 건우 역 목숨 걸고 준비했어 그런데 나보고 김비서 역을 해라니 이건 진짜 아니잖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덕에 패키지로 들어간 주제에 무슨 목숨 타령이야.”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한참 어린 후배 앞에게 이러는 건 치욕적이었지만 배역만 되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었다.


“규민아, 넌 힘이 있잖아. 진짜 부탁한다. 내가 그동안 널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잖아.”


절절하게 이야기하는 현성의 이야기에 규민은 속으로 비웃었다.


‘노력 좋아하시네. 좋다고 같이 술처먹고 계집질이나 한 주제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까닥했으면 자신의 배역도 넘어갈 뻔 했지 않은가.


‘하지만 천하의 강규민이 제 밥그릇 뺏으려고 덤빈 놈을 그냥 넘어가는 것도 아니지.’


갑자기 등장한 낙하산 녀석을 이대로 넘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워낙 사고를 많이 쳤기에 자신이 또 나설 순 없다.

가슴과 머리가 따로 노는 상황에 다행히도 좋은 심부름꾼이 등장했다.


“현성이형, 내가 아무 것도 안했겠어? 나도 갑자기 배역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에 좀 알아봤는데 그 낙하산 새끼가 송 대표가 직접 컨택한 녀석이라는 소문이 돌더라고.”


현성에게 비빌 언덕으로 비춰져야 하기에 규민은 자신의 배역 이야기는 쏙 빼놓고 이야기를 했다.

그걸 떠나서 깜냥도 안되는 인간들에게 약한 소리 하는 것도 싫었다.


“송 대표 라인이라고?”

“어, 그래서 방법이 없어.”

“씨발···.”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사 빽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잘쳐줘야 B급인 자신이 소리를 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결국 김 비서 역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일단 형 일어나, 나도 형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규민아, 신경 써줘서 고맙다.”


자리에 앉은 현성은 답답한 현실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형,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그 낙하산 새끼 들어오는 건 못막아. 그럼 그 새끼를 데리고 온 걸 후회하게 만들면 되잖아.”

“응?”

“새로 뽑은 패가 똥패라는 걸 알게 되면 예전에 쥐었던 패가 그립지 않겠어?”


표정부터 안좋은 것이 뭔가 꾸미는 것이 느껴졌다.

나쁜 짓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규민이다.

그런 규민이 저렇게 이야기 한다는 건 백프로 상대를 조진다는 이야기.


“무슨 수가 있어?”


규민은 종이에 휴대폰 번호를 적어서 현성의 앞으로 밀었다.


“가끔 부탁할 일 있을 때 연락하는 새끼들인데 원하는 걸 이야기하면 기가 막히게 처리해줘.”

“부탁?”

“에이, 왜 알면서 순진한 척을 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되는 일 같은 거 있잖아.”

“아···.”


몇 번 본적이 있다.

워낙 치는 사고의 스케일이 큰 규민 답게 자신이 커버 못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 마다 왔던 조폭 같은 사람들.

분명 그때 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설마, 사람을 시켜서 두들겨 패라는 거야?”


규민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형 미쳤어? 요즘 그러면 큰일 나. 그런 것 말고 딱 평판 떨어뜨릴 정도만 괴롭히는 거지.”

“그걸 그러니까 어떻게?”

“형, 씨발 내가 밥상 차려줬으면 됐지 친히 입에까지 처넣어줘야해?”

“아, 미안. 그건 내가 생각해볼게.”


개새끼.

그냥 알려주면 되지, 꼭 이렇게 무안을 줘야 되냐!

속으로 함성을 지른 현성은 겉으로는 태연하게 행동했다.


“그런데 이런 건 비용이 들지 않아?”

“아이씨 우리 사이에 내가 그 정도도 생각 안했을까!”

“역시 규민아 고맙···.”

“내가 싸게 해달라고 말 좀 해놓을게.”


그냥 다 때려 칠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성이었다.




* * *




“지운씨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어요?”

“예, 저번에 주신 컨셉 아트보고 열심히 분석 중이에요.”

“이거, 너무 기대되는데.”


휴대폰 넘어 들려오는 김태훈 감독의 목소리는 한껏 격양되어 있었다.


“내가 이 소식을 듣자 말자 최윤석 선배랑 지운씨에게는 직접 전화를 했어요.”

“예?”

“다음 주 금요일 열혈 형사 대본 리딩 합니다.”


대본 리딩이라.

지운은 심장이 콩닥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완벽한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동료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연기를 선보인다는 건 처음이기에 흥분이 되었다.


“드디어 진짜 시작을 하네요.”

“예, 아무래도 분노의 형사 측보다 일찍 개봉하기 위해서 송 대표가 엄청 서두르고 있거든요.”

“송 대표님 바쁘시겠네요.”

“뭐, 그게 자기 일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빨리 대본 리딩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배우들이 지운씨 연기를 보고 얼마나 자극을 받을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네요.”

“저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예, 그럼 장소하고 시간은 따로 문자가 갈겁니다. 그럼 그날 뵙죠.”


전화를 끊고 나서 지운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하아.”


지금까지가 예고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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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열혈 형사 (4) 24.09.11 64 6 12쪽
17 열혈 형사 (3) 24.09.10 61 5 14쪽
16 열혈 형사 (2) 24.09.09 62 5 13쪽
15 열혈 형사 24.09.08 68 4 13쪽
14 흐름을 주도하는 자 24.09.07 70 4 13쪽
13 방해꾼 24.09.06 72 3 13쪽
» 질투와 시기 24.09.05 79 3 13쪽
11 배역 24.09.04 81 5 13쪽
10 첫 오디션 (3) 24.09.03 82 4 13쪽
9 첫 오디션 (2) 24.09.02 82 4 13쪽
8 첫 오디션 24.09.01 91 3 13쪽
7 그래 넌 꼭 배우해라 24.08.31 101 4 13쪽
6 나 배우 할 거다 24.08.30 105 3 12쪽
5 남겨진 자들 그리고 (2) 24.08.29 108 5 13쪽
4 남겨진 자들 그리고 24.08.28 116 4 12쪽
3 아메리카 액팅 스쿨 (2) 24.08.27 130 4 15쪽
2 아메리카 액팅 스쿨 24.08.26 145 2 13쪽
1 톱스타를 품에 안았다. 24.08.26 18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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