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다 씹어 먹는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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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2:28
최근연재일 :
2024.09.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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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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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형사 (4)

DUMMY

지운과 준혁은 말 없이 소주만 들이켰다.

중간 중간 탁탁 튀는 껍데기의 소리가 아니었다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참다 못한 준혁이 소주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뜸을 드려?”

“······.”


지운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준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한껏 엉킨 실타래 마냥 복잡했다.

현성과 술자리를 하며 연기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사실, 사람을 써서 대본 리딩에 못나오게 한 것도 접니다. 정말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었기에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규민이가 그 사람들을 소개시켜줬습니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제 손을 빌어 지운씨를 처리하고 싶었던 거죠.]


그 인간 어쩐지 느낌이 싸하더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규민이는 신인이 치고 올라오는 걸 절대 못봅니다. 지금까지 몇 명이나 이런 식으로 처리했어요.]


에이 설마, 그건 배우가 아니라 깡패잖아?

믿지 못하는 지운에게 현성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지금까지 규민이 출현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일어난 사고를 모아둔 자료였다.


[규민이가 출현한 작품마다 이렇게 사고가 일어나는 게 우연이라고 보십니까?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자기가 처리했다고!]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이건 연기를 모독하는 거다.


[혹시 이번처럼 같이 동참했습니까?]

[아, 아닙니다.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왜 그동안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까?]


지운의 이야기에 현성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규민이에게 붙어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무서웠습니다. 규민이 뒤를 봐주는 조직이 있는데 사람을 죽이는데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현성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의 상황도 이해는 되었다.

그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악당이 아니다.


[이렇게 다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이제 깨달았으니까요···그리고 지운씨는 다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될까?

이미 사고로 결론 내린 일을 다시 끄집어 낸들 관심을 가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오’ 다.


그래서 준혁을 만났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행여나 이번 일로 다시 준혁이 그런 길을 걷게 될까 두려움이 앞섰다.


“딱 보니 뭐 부탁할 게 있구만.”

“어?”

“너 고등학교 때 나한테 부탁할 때도 말 꺼내기 한 3일 정도는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면서 딱 지금 그 표정을 짓고 다녔어.”


지운은 쓴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녀석도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지.

그런데 나는 과연 이 녀석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매번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녀석에게 낙인을 찍고 있는 것 아닌가? 정작 녀석은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지운은 마음에 결심이 섰다.

지금까지의 일과 현성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준혁에게 이야기 했다.


“흐음, 대충 어떤 놈들인지는 감이 잡히네.”


준혁은 지운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 이새끼, 내가 네 이야기 듣고 앞뒤 구분 못하고 일을 저지를 거라 걱정했냐!”

“그래, 조금 많이 했다. 새끼야!”

“그런데 왜 이야기 했는데? 이거 아쉬우면 막 자기 말도 뒤집는 그런 인간이었네.”


내용과는 다르게 전혀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말투에 지운도 웃으며 이야기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네가 그럴 놈이 아니라서, 친구 좋은 게 뭐냐 이럴 때 써먹어야지.”

“지랄하네, 돈 썼다고 난리를 쳤으면서!”

“아직도 꿍해있었네, 야 삐졌냐?”


장난으로 삐진 척하는 준혁에게 지운은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10년만에 깨어나서 내가 좀 많이 변했어···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예전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오직 부모님이랑 너 뿐이라서 내가 조바심을 가졌나 보다.”

“야, 장난이었는데 이러면 내가 뭐가 되냐.”


어서 앉으라고 손짓하는 준혁도 느끼고 있었다.

지운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연기를 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뭔가 차갑고 냉철해졌다.

그리고 자신과 부모님 앞에서 예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 10년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준혁은 지운과 눈이 마주쳤다.

날카로운 눈매 속에 담긴 따스함이 느껴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저놈이 살인마 건 미친 놈이건 뭐가 중요하냐, 내 소중한 친구 지운이면 됐지.’


지금까지 괜히 지운 때문에 맘을 졸였던 것에 열이 받아 준혁은 지운의 머리를 후려쳤다.


-따악!


“야!”

“이걸로 그동안 네가 지랄 한 거 퉁치는 거다.”

“알았어.”

“걱정 마, 난 진짜 나쁜 놈들만 조져!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는 지원, 군소리 말고 받아드려”


준혁은 윙크를 했고 지운은 윙크를 보며 참 역겹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인지 웃음이 계속 새어나왔다.




* * *




열혈 형사 촬영 현장.

촬영을 끝낸 지운이 모니터링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운씨, SJ엔터 김태만 실장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와 같이 연기의 꿈을 펼쳐 보시는 것이···.”

“우리 푸른컴퍼니에 오시면 지운씨의 연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 할 것이며···”

“우리브라더스에는 쟁쟁한 배우님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지운씨가 오신다면 그분들과 협력하며···.”

“저희 솜엔터는 규모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며 지운씨와 함께 성장을 하고···.”


지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명함을 일일 다 받았다.

한 장, 한 장, 그냥 받는 것이 아닌 얼굴과 이름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저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촬영이 끝나면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속사 관계자들은 정중한 지운의 태도에 더욱 관심이 갔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매너도 좋네, 연기력에 인성까지 무조건 잡아야 해!’


모두의 머릿속 공통된 생각이었다.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지운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흐뭇하게 지켜봤지만 이글거리는 눈으로 째려보는 사람도 있었다.


“씨발, 저 새끼 입이 귀에 걸렸네!”


규민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물병을 던졌다.

분명 자신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모두 관심과 신경은 저 망할 인간에게 쏠려있다.


‘내가 저딴 새끼한테 밀린다고? 천하의 강규민이!’


지금까지 기어오르는 새끼들이 몇몇 있었지만 이토록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인간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저 인간이 자신보다 뭐가 낫단 말인가.

굳이 따진다면 그 알량한 연기 하나뿐이다.

외모도 학벌도 소속사도 전부 자신의 우위였다.


가뜩이나 끓어오르는 규민을 더 열받게 만든 건.


“지운씨 방금 연기 좋았어요. 다음 씬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발정난 개 마냥 지운의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현성이었다.

물론 전조가 있었다.

며칠 전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서는,


[이제 네 아랫사람 노릇은 그만두련다.]


자신 덕에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주제에 감히 그만 두니 마니 하는 현성에게 협박도 하고 윽박도 질러 보았지만,


[그래, 차라리 다 밝혀서 같이 죄값 받자. 그게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


누구보다 겁 많고 쩔쩔 매던 인간이 갑자기 돌변했다.

그 뒤로 지운의 곁에 찰싹 들러붙어 있는 현성.

뻔했다.


‘개새끼, 지운이 쪽으로 갈아탔다 이거지?’


규민은 현성까지 싸잡아서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일단은 지운의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 좀 풀고.


“저런 근본도 없는 새끼가 뭐가 좋다고 저 난리야.”


신경질을 내는 규민에게 TG의 실장 최형석은 덤덤하게 말했다.


“근본이야 넘치지 배우에게 연기력이야 말로 근본이니까.”


규민은 형석을 노려봤다.

감히 내 앞에서 저 새끼 편을 들어?


매니저라면 규민의 눈빛에 쩔쩔매었겠지만 최형석 실장은 급이 달랐다.


“잰 무조건 성공해, 스토리부터 확실하거든.”

“어이고, 최 실장님 꽤나 관심이 가나 보네요. 벌써 조사까지 다 한 것 보니. 아주 영입까지 하시지 그래요.”


형석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가 대놓고 적개심을 표출하는데 그럴 수가 있나.”

“씨발, 그럼 내가 없었다면 저기서 명함을 줬다는 소리네?”

“당연하지, 저런 인재를 보고도 놓친다면 실장 자리 내놔야지. 그리고 규민아 난 니 매니저 아니다. 말 가려서 해라.”


차마 반박 할 수 없던 규민은 괜히 짜증을 내며 자리를 떠났다.


“씨발.”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읊조린 욕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런 규민을 보며 코웃음을 친 형석은 스타일리스트 지연을 불렀다.


“지연아 지운씨랑 친하다고 했지?”

“친하다기 보다는 그냥 촬영장에서 농담하고 한번 씩 커피나 먹고 하는 사이에요.”


말하고 보니 지연은 이상했다.


‘어? 친한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생각은 형석도 마찬가지 였다.


“그럼 친한 거지 뭐, 그럼 내가 부탁하나 좀 할까?”

“예, 말씀하세요.”

“지운씨가 소속사도 없어서 그런지 매번 의상팀에서 메이크업 받고 하던데 네가 좀 도와주면서 친밀감도 더 쌓고 그래.”

“에? 그래도 되요?”


지연은 형석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규민이 지운을 대놓고 싫어하는데 도와주라니.

당장 인사만 해도 난리를 치는 것이 규민이다.


“규민이가 많이 싫어 할텐데요···.”

“그러니까 티 안나게 해야지.”

“왜 그래야 하는 건가요?”


형석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그러면서 덤으로 우리 TG에 대해서 이야기도 조금 하면 좋고.”


형석은 지운을 다른 소속사에 넘길 생각이 없었다.


‘딱 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딴 놈들에게 줄 수 없지.’


어차피 계약금도 없는 신인 아닌가, 일단 계약만 하면 남는 장사다.

당장 저판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본인도 촬영 끝날 때까진 계약 의사가 없다고 했고 당장 규민 때문에 직접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라 호감작만 해놓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


‘TG가 손을 내밀면 누가 거절하겠어.’


형석은 TG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소속사 3곳 중 한 곳 아니던가.


“규민이에게는 스타일리스트 한명 더 투입할 테니 눈치 껏 잘 부탁해.”


지연의 어깨를 두드린 형석은 동기부여를 위한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지운씨가 우리와 계약하게 되면 너한테도 꽤나 많은 혜택이 갈거야. 알지? 내가 공은 확실하게 챙기는 거.”


이 정도 말했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목숨 걸고 하겠지.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없고 인정 받는 것 싫어하는 사람 없으니까.

형석의 마음 속에는 이미 지운은 TG의 식구였다.




* * *




분장 순서를 기다리는 지운의 손을 지연이 잡아 끌었다.


“어어, 스타일리스트가 배우 납치한다!”

“아이씨, 좀 조용히 해봐요.”


소품 사이 으슥한 곳으로 지운을 끌고 온 지연은 준비한 의자에 지운을 앉혔다.


“저기 전 연기에 집중해야 돼서 고백은 못 받아주거든요.”

“아, 그거 아니래도요.”


뻔히 알면서 능글맞게 구는 지운을 째려 본 지연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메이크업 해줄께요.”

“지연씨가 왜요?”


지연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위에서 도와주래요.”


살짝 거리를 벌리는 지운.


“저 안 미쳤거든요.”

“다행이네요. 대낮부터 헛소리 하시길래 살짝 가신 줄 알았네요.”

“참 뭐 같은 말도 곱게 하시네요.”

“그게 제 매력 아니겠어요.”

“푸흐흐흐흐.”


두 사람은 매번 이랬다.

실없는 농담을 수시로 주고 받았기에 익숙했다.


“그럼 고수의 손길을 한번 느껴볼까요.”

“아, 앞으로 매번 메이크업 해달라고 쫓아다니면 곤란한데.”


최형석 실장이 원하는 대로 두 사람은 더욱 친해졌다.


다만.


“TG, 여기가 아주 좆 같은 회사에요.”

“돈도 쥐꼬리 만큼 주면서 부려먹기는 얼마나 부려먹는지.”

“강규민 개새끼! 개새끼!”

“회사에 최 실장이라고 있는데 내가 볼 땐 싸이코야 싸이코 사람이 이상해.”


지연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솔직함이 장점인 여자 김지연, 최형석 실장의 비전을 송두리 채 짓밟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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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열혈 형사 (7) 24.09.14 35 3 13쪽
20 열혈 형사 (6) 24.09.13 44 4 13쪽
19 열혈 형사 (5) 24.09.12 55 5 13쪽
» 열혈 형사 (4) 24.09.11 64 6 12쪽
17 열혈 형사 (3) 24.09.10 61 5 14쪽
16 열혈 형사 (2) 24.09.09 62 5 13쪽
15 열혈 형사 24.09.08 68 4 13쪽
14 흐름을 주도하는 자 24.09.07 70 4 13쪽
13 방해꾼 24.09.06 72 3 13쪽
12 질투와 시기 24.09.05 78 3 13쪽
11 배역 24.09.04 81 5 13쪽
10 첫 오디션 (3) 24.09.03 82 4 13쪽
9 첫 오디션 (2) 24.09.02 82 4 13쪽
8 첫 오디션 24.09.01 91 3 13쪽
7 그래 넌 꼭 배우해라 24.08.31 101 4 13쪽
6 나 배우 할 거다 24.08.30 105 3 12쪽
5 남겨진 자들 그리고 (2) 24.08.29 108 5 13쪽
4 남겨진 자들 그리고 24.08.28 116 4 12쪽
3 아메리카 액팅 스쿨 (2) 24.08.27 130 4 15쪽
2 아메리카 액팅 스쿨 24.08.26 144 2 13쪽
1 톱스타를 품에 안았다. 24.08.26 18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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