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다 씹어 먹는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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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2:28
최근연재일 :
2024.09.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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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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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열혈 형사 (2)

DUMMY

“김 감독, 아까 시끌시끌 하더니 정리 다 되었나보네.”

“예, 선배 이제는 그런 일 능숙하게 처리할 짬밥이 되었잖아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며 말하는 김태훈 감독을 보며 최윤석은 너털웃음을 쳤다.


“푸하하하, 요 며칠 간 아주 날카로웠다면서 여유 있는 척은!”

“아이고, 벌써 선배 귀에도 들어갔어요? 끄나풀이 도대체 누구야!”

“엎드리면 코닿는 곳이 영화판 아닌가.”


최윤석은 얼굴에 웃음끼를 싹 빼고 이야기 했다.


“연기는 비교를 하면 안돼.”

“예?”

“잘하는 놈이 분명 있지, 하지만 그건 촬영 전에 고민해야 되는 거고 캐스팅이 완료되면 연기에 한해서는 감독은 믿고 가야 되는 거야.”

“알죠,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굴렀기에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강렬한 지운의 연기 덕분이다.


“최 선배, 그날 오디션에서 지운씨 연기를 못봐서 그래요, 딱 그 차이에요. 그걸 본 저는 이성적일 수가 없고 그걸 못본 선배는 이성적일 수 있는 거죠.”

“정말, 지운 녀석의 연기가 궁금해 미치겠구만.”


김태훈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선배 뿐만 아니라 모두 궁금해 하는 거겠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 촬영이 없는 배우들이 모두 나와,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강규민까지 말이다.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구만 그런데 말이지 빈 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말도 있어, 그녀석 연기가 제법이라는 건 알지만 너무 띄우진 말라고.”


평소 같았다면 최 선배의 이야기에 수긍을 했지만 이번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빈 수레가 요란할지 빙산의 일각인지는 한번 두고 보자구요. 선배.”


슬레이트를 든 AD가 카메라 앞에 섰다.


“집중하시구요 4에 1에 1”


-딱!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촬영은 시작되었다.




* * *




제성 그룹의 로고를 단 탑차들이 줄줄이 보육원으로 들어왔다.


“박건우 상무님, 저희 보육원에 이렇게 후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보육원장이 고개를 숙이자 박건우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정면을 바라 보았다.


“저희 제성 그룹을 대표해, 이렇게 좋은 일에 참석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우리 그룹이 보육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박건우의 목소리에서는 신념과 힘이 느껴졌다.


“기업의 성공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신뢰, 직원들의 헌신, 그리고 지역 사회의 협조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성 그룹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역 사회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싱긋 미소를 짓는 건우.


“물론 우리 미래의 고객님들에게 잘보이겠다는 것이 가장 크지만요.”


기자들의 웃음과 함께 카메라에서 연신 플레시가 터졌다.


지켜보고 있던 김석우 비서는 조용히 손목에 부착된 무전기에 말했다.


“애들 보내.”


잠시 후 보육원의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등장했다.


“자, 차례대로 줄서서 선물을 받자.”

“와아아!”


선물이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건우의 앞에 줄을 섰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건 아저씨가 특별히 주는 용돈.”


건우는 두툼한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아이들에게 선물과 함께 건냈다.

훈훈한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기자들은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벌써 마지막 친구네.”


건우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목소리에 여자 아이는 우물쭈물 거리더니 까치발을 들어 건우의 볼에 뽀뽀를 했다.


그 순간 건우의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찰나의 순간이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어, 그래.”


후원 행사는 마무리 되었고 각자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방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던 보육원장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건우에게 다가갔다.


“어휴, 번거롭게 이렇게 안하셔도 되는데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시나봐요.”


건우는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는 기자들 앞에서의 미소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도 알아야죠, 누가 자신들에게 돈을 주는 지, 누구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예?”

“어차피 크면 누군가를 위해 살아갈 도구들 아닙니까. 미리 아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보육원장은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건우를 쳐다보았다.




* * *




“오케이, 컷! 아주 좋았어.”


김태훈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김혜은 작가와 골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던 박건우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었다.


‘역시, 배역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


본성을 감춘 채 대중 앞에서는 바른 기업인을 연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번 씬의 목표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본성을 감췄다는 것.

그걸 드러내는 것이 마지막 대사였다.

하지만 지운은 대본에도 없는 한가지 포인트를 더 줬다.


“지운씨 중간에 아이가 뽀뽀했을 때 인상 구겨지는 거 에드리브였어?”


모니터링을 하던 지운은 김태훈 감독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건우에게 더러운 건 진짜 더러운 것이 아니니까요.”


대답을 듣는 순간 김태훈 감독은 만세 삼창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절묘한 연기였다.

찰나의 순간 일그러지는 표정은 언제 그랬다는 듯이 온화하게 돌아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키야, 어떻게 그 찰나의 순간 혐오스러운 표정을 다 담아낼 수 있는 거지?’


단순하게 인상을 쓴 것이 아니었다.

눈빛과 표정이 마치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본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오는 표정이야 말로 핵심 포인트였다.


“혹시 별로였나요?”

“아냐, 아냐 건우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딱 좋았어.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을 건우가 연기하고 있는다는 것이 표현이 되잖아.”


김태훈 감독은 지운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음 촬영까지 시간 좀 남았으니까 가서 쉬고 있어.”


지운이 인사를 꾸벅하고 걸어가자 김태훈 감독은 옆에 있던 최윤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내 말이 맞죠?”

“흐음, 확실히 잘하네.”

“연기가 흠잡을 게 없다니까요.”


최윤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김 감독, 신인 배우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뭔지 알아?”

“카메라 동선?”

“물론 그것도 맞지만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절제를 못하는 거지.”


의욕이 앞서는 신인 배우는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돋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동작을 크게 하거나 과장된 연기를 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건 지금은 명품 배우라 불리는 최윤석 또한 겪었던 일이었다.


“저 녀석은 조금 더 표현해도 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절제를 해버리네?”


김태훈 감독은 대번에 어떤 씬을 이야기하는지 알아 챘다.

마지막에 건우가 보육원장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대사 말하는 거죠?”

“어, 나도 대본을 봤지만 저 장면에서는 조금 더 감정을 드러내는 걸 떠올렸거든? 그게 맞잖아?”

“뭐, 그것도 나쁘지 않죠.”


뭔가 찝찝하게 동의하는 김태훈 감독을 흘겨본 최윤석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물며 신인 배우 입장에서 막 격하게 표현 하고 싶을 것 아냐? 그런데 저 녀석은 더 눌러서 담담하게 쳐버리네? 그리고 그게 약간 소시오패스 느낌도 나면서 캐릭터의 섬뜩한 면이 더 부각되어 버리네?”

“그쵸.”

“이게 신인 배우가 할 수 있는 거냐?”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최윤석을 보며 김태훈 감독은 내심 웃음이 나왔다.


‘최 선배, 내가 말했잖아요.’


지운을 신인 배우라고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다.

자신도 오디션장에서 처음 지운의 연기를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가.

기준을 높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냥 지운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면 만사형통이다.


“지운이 지인에게 연기를 배운 것이 다라며? 김 감독 혹시 그 지인이 누군지 알아? 나도 좀 배워야겠다.”




* * *




한편 강규민과 김현성은 신이 나서 열변을 토하는 김태훈 감독과 최윤석을 보며 혀를 찼다.


“별거 없던데 왜 저리 호들갑이야.”

“낙하산이니 송 대표 위신 때문에라도 저러는 거겠지.”

“진짜 규민이 네가 백 배 천 배는 더 잘해.”


규민에게 잘보이기 위한 아부가 아니었다. 김석우 비서를 연기하며 바로 옆에서 지운의 연기를 감상한 현성의 진심이 담긴 평이다.


“신인 새끼가 겁대가리 없이 에드리브나 치고 감독은 그걸 좋다고 히히덕 거리고 잘돌아가네.”


규민은 말을 하면서도 눈은 의자에 앉자 쉬고 있는 지운을 향해 있었다.


“현성이형 이번에 준비한 것 확실하게 해.”

“어, 걱정 마. 오늘 저 새끼 제대로 흔들어 준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현성, 하지만 규민의 눈에는 여전히 못미더웠다.


“신인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으면 대응 못하고 그대로 어버버거리게 되어있어.”

“뒷말 나올 것 까지 다 생각 해뒀지?”

“난 소품팀에서 챙겨 준 손소독제를 썼을 뿐이야.”

“그래, 그렇게 뻔뻔하게 나가면 돼.”


규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주인공은 자신이어야 했다.

사람들의 칭찬도 기대도 모두 자신에게 쏟아져야 할 몫이었다.

지운은 그저 오르지 못할 나무인 자신을 보고 감탄을 하며 옆에서 아부나 떨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자신은 연기를 못하는 배우로 낙인이 찍혔고 저놈은 승승장구 중이다.


‘빽으로 들어온 새끼 때문에 이게 뭐냐고!’


감독의 NG컷을 하도 들었더니 자다 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처음에는 자신을 위로하던 스태프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원망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래 최윤석 급 정도 되면 뭐 이해 할 수 있다.

꼴에 명품 배우라고 들먹이니 그 정도는 받아줘야지.

하지만 급도 안되는 인간들이 설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못오른다면 저놈을 내리면 되지.’


날고 기는 신인 배우들 다 후려친 것이 자신이다.

야생과도 같은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 *




“지운씨 바뀐 대본은 다 숙지 했지요?”

“예.”


시원하게 대답하는 지운을 보며 김태훈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아까 지운씨 에드리브에 맞춰서 물티슈로 얼굴 빡빡 닦는 거 잊지 마시고 손소독제도 빡빡 알죠?”

“감독님이 하도 강조하셔서 꿈에서도 나오겠네요.”

“하하하, 내가 노파심이 좀 많습니다. 자 그러면 준비합시다.”


지운과 현성이 자리를 잡자 김선우 AD가 소리쳤다.


“시작합니다. 6에 1에 1”


-딱!


건우 역의 지운은 차에 타자 말자 욕을 내뱉었다.


“씨발, 버러지 같은 새끼들, 존나 앵기네!”

“상무님 수고하셨습니다.”

“물티슈!”


김 비서역의 현성이 물티슈를 내밀자 지운은 여자 아이가 뽀뽀한 부위를 닦기 시작했다.

어찌나 피부가 문드러질 정도로 거칠게 닦는지 진짜 오물이 묻은 것 같았다.


“버러지 새끼들, 주제도 모르고···야 보육원 후원 다른 곳으로 바꿔.”

“예.”

“이거 무슨 바이러스 이런 거 감염 되는 것 아냐?”

“겨우 아이들입니다. 그런 걱정까지는···.”

“야이, 개새끼야 네가 의사야? 그냥 확!”


지운은 현성을 때릴 듯이 손을 들었지만 이내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렸다.


“병신 같은 새끼 때려봤자 내 손만 아프지. 어휴.”


말과 함께 현성의 얼굴로 날아드는 물티슈.


“손소독제!”


현성은 손소독제를 꺼내 지운의 손에 짜냈다.


“하아, 시원한 이 감각, 이제야 살 것···.”


지운은 돌연 대사를 멈추고 끈적해 진 손을 바라보며 두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현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때, 설탕물을 바르니 당황스럽지?’


현성이 보기에 지운은 티가 나게 굳어졌다.

이건 백 프로 NG다.

베테랑들도 연기 도중 발생한 갑작스러운 변수에 대처를 하기 힘들다. 이건 연기력을 떠나 타고난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물며 신인이라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설탕물이지만 이미 상황을 상정하고 연기를 준비한 신인에게는 천지개벽과도 같은 일이터.


이제 감독의 NG 싸인만 남았다.


“······.”


지운의 고개가 서서히 돌아가더니 현성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오 눈빛 살벌한데,

그래 이제 상황을 파악했니?

하지만 네가 어쩌겠냐 깔끔하게···.


“야이, 개새끼야 내가 국산 손소독제 안쓴다고 했지!”


지운의 고함에 이번에는 현성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갑자기 이게 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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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다 씹어 먹는 괴물 배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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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열혈 형사 (7) 24.09.14 35 3 13쪽
20 열혈 형사 (6) 24.09.13 44 4 13쪽
19 열혈 형사 (5) 24.09.12 55 5 13쪽
18 열혈 형사 (4) 24.09.11 63 6 12쪽
17 열혈 형사 (3) 24.09.10 60 5 14쪽
» 열혈 형사 (2) 24.09.09 62 5 13쪽
15 열혈 형사 24.09.08 67 4 13쪽
14 흐름을 주도하는 자 24.09.07 69 4 13쪽
13 방해꾼 24.09.06 72 3 13쪽
12 질투와 시기 24.09.05 78 3 13쪽
11 배역 24.09.04 80 5 13쪽
10 첫 오디션 (3) 24.09.03 81 4 13쪽
9 첫 오디션 (2) 24.09.02 82 4 13쪽
8 첫 오디션 24.09.01 90 3 13쪽
7 그래 넌 꼭 배우해라 24.08.31 101 4 13쪽
6 나 배우 할 거다 24.08.30 104 3 12쪽
5 남겨진 자들 그리고 (2) 24.08.29 108 5 13쪽
4 남겨진 자들 그리고 24.08.28 116 4 12쪽
3 아메리카 액팅 스쿨 (2) 24.08.27 129 4 15쪽
2 아메리카 액팅 스쿨 24.08.26 144 2 13쪽
1 톱스타를 품에 안았다. 24.08.26 18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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