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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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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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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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용사(2)

DUMMY

 신우가 이 세계의 용사란걸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세계를 구한 용사의 공통점은 전부 이세계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


 눈앞에 보이는 파란 창의 메시지.

 선택되었다는 글자.

 이것들은 신우가 이 세계의 용사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이 세계를 구할 수 있어.”


 몇천번의 회귀 끝에 신우가 내린 결론이다.


 만약 이세계에서 돌아온 용사들만으로 충분하다면 굳이 신우를 선택할 필요 없다.

 이런 사실은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었지만, 신우는 또 다른 용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자신만으로는 너무 힘들었기에.


 몇천번이나 회귀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신우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었다.


 “내일부터 다시 바빠질 테니까 일찍 자야겠다.”


 신우는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했다.

 수없이 반복한 일들.

 지겹지만 이 세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


 아침에 눈을 뜬 신우는 샤워를 하고 빵에 잼을 발라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밖으로 나갔다.


 “저기봐.”

 “용사인가?”


 신우가 밖으로 나가자 주위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왼쪽 눈의 표식.

 몇 명의 용사가 돌아오고 나서 용사들은 몸 어딘가에 고유의 표식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우의 표식은 왼쪽 눈이라서 너무 눈에 띄었고, 용사라는 모두가 신기해하는 이슈가 있는 시대라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신우는 익숙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시청으로 가주세요.”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한 신우는 창밖을 바라봤다.

 평범한 모습들.

 그 안에서 오는 평화로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광경이지만, 신우는 매번 이 광경을 눈에 담았다.

 이번에는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며.


 “용사 협회에 가나 보네요?”


 룸미러로 승호의 왼쪽 눈을 확인한 택시 기사가 호의를 가지며 말을 걸었다.


 “아, 네.”

 “내 나이가 72살이에요. 그중에 택시 운전을 40년을 했는데 용사님을 태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영광이에요. 하하하!”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흰머리를 한 노년의 택시 기사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내며 아이처럼 신나 했다.


 “용사님도 세계를 구하신 거죠?”

 “···.”


 신우는 몇천번째 저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직 자신은 단 한 번도 세상을 구한 적이 없기에.


 신우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택시 기사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세계에 대해서 말하면 안되나 봐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소설을 많이 봐서 용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거든요. 비밀 유지사항 같은 게 있는 거죠?”

 “···네.”

 “역시!”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택시 기사는 그 후로도 시청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이 아는 용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했다.


 어렸을 적 꿈이 용사였다.

 용사를 보니 자신이 어려진 거 같다.

 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용사가 되고 싶다.


 택시 기사의 말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신우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택시 기사의 입이 다물어질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도 있었다.


 이 택시에서 내리고 나면 신우의 인생은 따뜻함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는 따뜻함이었다.

 그래서 신우는 몇천번이고 이 똑같은 말을 들으면서 시청으로 향했다.


 “도착했습니다. 돈은 안 받을게요. 내가 사는 세상은 아니지만 다른 세상을 구한 용사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지!”


 그 말에 신우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서울 시청.

 얼마 전에 생긴 용사 협회가 있는 곳이다.


 지금 시기는 각 국가가 용사들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였다.


 모든 용사가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발로 직접 협회를 찾아오는 용사도 있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조용히 사는 용사도 존재했다.


 용사는 그 자체로도 무기.

 용사를 많이 가진 국가일수록 이후의 세계에 더 강한 힘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 국가는 조용히 사는 용사들을 찾아다녔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신우는 시청에 들아가지 않고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31번째 회귀를 했을 때쯤 이 시간에 여기를 지나가면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앞으로 신우에게 큰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저기 혹시··· 용사 협회에 찾아오신 건가요?”


 신우의 왼쪽 눈을 보고 말을 거는 남자.


 “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싱글벙글 웃으며 신우를 안내하는 남자의 정체는 대한민국 용사 협회의 강민준 협회장이었다.

 곧 있으면 한국 지부장이 되겠지만.


 강민준은 일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그 열정은 신우가 앞으로 할 일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여기 앉으세요!”


 협회장실로 신우를 데려온 민준은 직원에게 커피 두 잔을 부탁한 뒤 문을 닫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한신우.”

 “언제 돌아오셨죠?”

 “···2주 전이요.”


 초반에는 자신이 이 세계의 용사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리고 마왕군이 침략할 거라는 것도.

 결과는 여태까지 중에 가장 최악.


 신우는 몇번이고 지구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렸지만 똑같은 결과를 맞이했다.


 공통의 위기를 겪으면 인간은 협력한다.

 이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전제조건이 붙으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바로 커다란 혼란.


 공통의 위기를 겪기 전 말로서 그 위기를 먼저 알게 된 인류는 협력하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이 발생했고, 게이트가 나오는 곳에서는 피난 행렬이 줄을 지었다.


 한 번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피난을 가자 피난민을 받은 나라들의 국가 시스템이 무너졌고 인류는 분열하기 시작했다.


 위기가 오기도 전에 인류는 위기를 스스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마왕군을 막지 못했다.

 신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보다도 더 빨리 죽을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용사 협회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돼서 용사라는 증거만 보여주면 신우 씨는 대한민국 소속 용사가 됩니다.”


 민준은 국가에 소속되면 받는 혜택을 말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원하시면 집도 드리고요. 또···”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신우는 민준의 말을 끊으며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협회장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부탁이요?”

 “네.”


 민준은 탐탁지 않는 눈으로 신우를 쳐다봤다.

 아직 용사로 협회에 소속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부탁이라니··· 뭔가 골치 아픈 사람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럼 그 전에 용사라는 증거부터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용사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건 힘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표식이 용사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어떤 힘을 가졌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민준은 신우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보고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무조건 부탁을 들어주면 협회가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협회장은 그걸 막아야 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러죠.”


 민준은 신우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여기서 좀 가야 되니까 피곤하면 주무세요.”


 민준은 특별히 차를 두 대 준비했다.

 한대는 자신이, 다른 한대는 신우가 타고 갈 차였다.


 “쓸데없이 말 걸지 마.”


 신우가 차에 타자 운전할 직원에게 주의를 준 뒤 민준은 자신의 차에 탔다.

 차는 주차장을 나온 뒤 서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협회가 생긴 지 별로 안돼서 용사의 힘을 확인하려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안 그러면 용사의 힘에 의해 사람이 사는 도시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국가가 아직 용사를 통제할 수단을 찾지 못해서였기도 했다.


 사람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허구의 얘기지만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는 나쁜 용사가 나오기도 한다.

 애초에 허구가 현실이 됐는데 그런 용사가 없으리란 법이 어딨겠는가.


 국가는 혹시 모를 사태로 인해 국민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용사의 힘을 확인할 때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전혀 효과 없는 방법이었지만 현시점에서는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신우 씨.”


 깜빡 잠이 들었던 신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도착했어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의 명파해수욕장.

 차에서 내린 신우는 바람을 맞으며 바다 쪽으로 향했다.


 “신우 씨?”

 “시간 끌 거 없잖아요. 바로 시작하죠.”

 “아, 네.”


 민준은 신우에게 주의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북한 쪽으로 사용하시면 안 되고요. 웬만하면 바다와 하늘 중간 그쯤에 사용해주세요. 어떤 나라에도 피해가 없게.”


 신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바다를 보고 섰다.


 ‘어떤 능력일까.’


 민준은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본다는 게 어디 쉬운가.

 그걸 위해서라면 몇시간이든 며칠이든 사용할 수 있다.


 꿀꺽


 민준이 침을 삼키자 신우가 자세를 잡았다.

 자세라고 해봐야 두 다리를 앞뒤로 살짝 벌렸을 뿐이었지만.

 그 상태에서 주먹을 내지르는 신우.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민준과 두 운전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굉음과 함께 바다와 구름이 곡선을 그리며 갈라졌기 때문에.


 회귀 말고 신우의 또 다른 능력은 신체 능력의 강화였다.

 말만 들으면 별거 아닐 거 같지만 실제로 보면 누구나 깜짝 놀랐다.


 신우의 신체 능력은 같은 용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했고, 그 힘으로 군단장과 싸워 왔다.


 “됐나요?”


 신우의 물음에 입을 벌리고 있던 민준이 흐르는 침을 닦으며 박수를 쳤다.


 “아, 네! 굉장하네요! 우리나라에 신우 씨 같은 용사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민준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자신의 나라가 앞으로의 세계에서 더 높은 위치로 가기 위한 빛을 발견한 거 같았기 때문에.


 “그럼 협회장님, 제 부탁은.”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무슨 부탁이든 말만 하세요!”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은데.”


 그 말을 듣자 민준은 심상치 않은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우를 차로 안내했다.


 “이 차는 내가 운전할 테니까 너희는 저 차를 타고 따라와.”


 민준은 차를 운전하며 룸미러로 신우를 주시했다.


 “부탁이 뭔가요?”

 “아, 별거 아니에요. 제가 원하면 해외로 보내달라는 것과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예요.”


 민준은 신우의 얘기 중 뒷얘기보다 앞에 한 얘기가 신경 쓰였다.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를 만나는 건 독일과 노르웨이 협회에 협조를 요청해야 해서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해외는 왜···”


 용사를 무기로 생각하는 지금 시기에 용사가 다른 나라로 가는 건 예민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귀화라는 문제 때문이었다.


 강한 용사를 귀화시켜 더 강한 국가를 만든다는 생각은 모든 나라가 하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 물밑에서는 서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연히 신우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민준을 안심시키려 했다.

 어떻게 해서든 러시아에 가야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귀화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니까.”


 신우의 말을 듣고 민준은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의심을 놓진 못했다.


 “그러면 왜 해외에 가시려는 건가요? 신우 씨는 용사이기 때문에 이유를 모르면 해외로 갈 수 없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이상한 기분이요···?”


 용사는 선택받은 존재.

 그러니 이상한 능력이 있어도 의심받지 않는다.


 가령 게이트가 생기는 걸 알고 있는 신우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그럴 때마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고 지어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미래를 위한 빌드업이었다.


 “제가 이세계에 있을 때 가끔 멀리서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곳은 항상 문제가 생겼고요. 명색이 용산데 지구에서 그런 기분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면 제가 가야죠.”


 신우의 말에 민준은 감동하면서도 불안함이 공존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해외로 갈 수 있게 노력해보겠습니다. 대신에 용사란 게 드러나지 않게 저희가 만든 신분을 사용해야 될 거예요.”

 “네, 그건 당연한 거죠.”


 세상을 구하기 위해.

 군단장을 죽이기 위해.

 마왕을 죽이기 위해 신우는 언제 끝날지 모를 용사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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