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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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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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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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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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각자의 선택(1)

DUMMY

 “뭐 하는 거야!”


 신화의 용사가 다가와 소리쳤지만, 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사람들이 죽어가잖아!”


 계속 소리치던 신화의 용사는 결국 신우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직 안 돼요.”

 “뭐?!”

 “군단장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신우가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 행동 중에 하나가 3군단장과 싸울 때 군인들을 희생시키는 거였다.


 선박의 수는 정해져 있다.

 지금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선박을 사용하면 3군단장과 싸울 때는 선박이 별로 남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발판이 없는 용사는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되고 결국 진다.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에 인간의 감정은 없었다.


 군인은 죽은 만큼 다시 채우면 된다.

 인류가 멸망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용사는 그럴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을 한 개의 생명으로 보지 않고 등급을 매긴 판단.

 이것이 신우의 선택이었다.


 “당신 미쳤어요?!”


 신화의 용사 외에도 다른 용사들이 신우에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어요.”

 “어쩔 수 없다니··· 당신은 미쳤어!”


 소환의 용사가 소환수를 타고 날아가려 하자 신우가 소환수를 제압했다.


 “뭐 하는 거예요!”

 “다들 가만히 있어요. 당신들이 나섰다가 죽으면 3군단장을 죽일 수 없어요.”


 그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경멸을, 누군가는 안타까움을, 누군가는 실망을 담고 신우를 쳐다봤다.


 “살려줘!”


 계속해서 죽어가는 군인들.

 용사들은 이내 눈을 돌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어가는 것을 바라봐야만 한다는 건 용사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모든 용사가 시선을 돌릴 때 신우는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용사는 그래도 자신이 희생시킨 사람들의 죽음은 끝까지 바라본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신우는 그저 전황을 보며 3군단장이 언제 나타날지를 생각할 뿐이었다.


 수많은 군인이 죽고 바닷속에서 거대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타났다.”


 바닷속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일으키며 나타나는 선박보다 커다란 존재.

 악어 같은 얼굴, 문어 다리와 물고기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과 비슷한 두 손, 관절마다 달려있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입.


 “모두 준비해!”


 신우의 말에 선박들이 움직였고, 저 괴물을 죽이기 위해 용사들은 싸울 준비를 했다.


 “바닷속으로 가지 마! 가면 무조건 죽는다!”


 신우가 먼저 3군단장을 향해 달려들자 그 뒤를 따라 모든 용사가 3군단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용사들을 덮치고, 거대한 입이 용사를 씹어먹었다.


 “샤아악!”


 3군단장이 손을 휘두르면 선박이 부서졌고, 포효하면 거대한 파도가 일렁거렸다.


 “토마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신우를 보며 토마스는 능력을 사용했다.


 훈련을 한 보람이 있었다.

 처음 토마스에게 버프를 받을 때보다 더 강한 힘이 느껴졌다.


 “샤아아아!”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걸 느낀 3군단장이 물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막아!”


 용사들은 3군단장이 물속으로 들어가려 하는걸 막지 못했고, 결국 3군단장은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젠장!”


 그렇게 거대했던 몸이 한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용사들은 물속을 주시했다.


 “크아악!”

 “꺄악!”


 그때 물이 사방으로 튀며 순식간에 물 밖으로 나온 3군단장이 수많은 입으로 용사들을 씹어먹은 후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토마스, 지금!”


 신우의 외침에 토마스는 모든 능력을 마법의 용사와 리네아에게 집중했다.


 마법의 용사는 넘치는 힘을 느끼며 마법을 사용해 바다를 갈랐고, 리네아는 그 바다를 얼려버렸다.

 그로 인해 바닷속에 숨어있던 3군단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이야!”


 다시 모든 버프를 용사에게 돌리면서 용사들이 3군단장을 향해 모든 공격을 쏟아부었다.


 “샤아아아!”


 3군단장은 거대한 두 팔로 땅을 기며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용사들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샤아··· 아아아악!”


 3군단장은 벗어나는 걸 포기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용사들을 거대한 두 팔로 후려치며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시작했다.


 “녀석이 물로 들어가는 걸 막아!”


 용사들은 최선을 다해 막았지만 결국 3군단장은 얼음을 깼고 다시 바닷속으로 숨어버렸다.


 “토마스!”


 신우는 다시 한번 마법의 용사와 리네아에게 모든 버프를 몰아달라고 하려 했지만, 토마스는 능력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했는지 쓰러진 상태였다.


 “우리도 한계에요···.”


 마법의 용사와 리네아 또한 너무 과한 능력을 사용해서 상당히 지쳐 보였다.


 “젠장··· 후퇴해!”


 용사들과 군인들은 일단 그곳에서 벗어났다.

 다행히 3군단장 또한 용사들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는지 따라오지 않았다.


 “으윽···.”

 “아파!”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퍼졌다.


 선박 위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선박의 보수작업이 이어졌다.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만들어준 선박은 총 56대.

 정말 말도 안 되는 숫자였지만 3군단장과의 싸움으로 부서진 선박이 11대였다.

 그중에 보수 가능한 선박이 3대.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은 48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한 번의 싸움으로 11대가 부서졌어. 3대는 보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다음 싸움 전에 보수가 끝난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신우가 다음 싸움을 생각하고 있을 때 용사들이 다가왔다.


 “···왜요?”


 용사들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다음 싸움도 이럴 거야?”


 신화의 용사가 끓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참으며 물었다.


 “이럴 거라니 어떤 거요?”

 “또 군인들을 희생시킬 건지 묻는 거야.”

 “필요하다면.”


 신화의 용사가 신우의 멱살을 잡았지만 말리는 용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너 이 새끼··· 그게 용사로서 할 행동이냐!”

 “···.”

 “무슨 말이라도 해봐!”


 퍼억.

 신화의 용사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신우를 때렸다.


 한 대 맞았지만, 신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걸 보는 신화의 용사는 더욱더 화를 냈다.


 “넌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 용사면서 일반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에 아무 죄책감도 들지 않는 거냐고!”

 “어이가 없네···.”


 신우가 자신을 때리는 신화의 용사의 손을 잡았다.


 “네 말은 용사라면 희생시켜도 된다는 거야?”

 “뭐?”

 “일반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에 죄책감이 들지 않냐고 물어봤잖아. 그럼 용사를 희생시키는 건 죄책감을 안 가져도 된다는 거 아니야? 그럼 앞으로는 일반 사람들 말고 용사들을 희생시킬게.”

 “내 말은!”


 신우가 신화의 용사의 손을 뿌리쳤다.


 “너희가 구하고 싶은 건 누구지?”

 “당연히 사람들이지!”

 “사람들··· 이곳에서 마왕군과 싸우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집에서 우리만 믿고 이기길 기도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신우의 말에 신화의 용사뿐 아니라 다른 용사들도 입을 다물었다.


 “군인들을 구하려다 너희들이 죽게 되면 인류는 이 싸움에서 지고 멸망하겠지. 그걸 바라는 거야?”

 “···.”

 “나는 구할 것을 고르고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야. 그러니 너희도 선택해.”


 용사들이 시선을 땅으로 떨궜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신우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군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전쟁에 참전했다.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용사들이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용사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용사로서의 마음에 여러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다음 싸움이 올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


 “바다를 얼려!”


 며칠 뒤 인류는 다시 마왕군과 싸우기 시작했다.

 용사들은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3군단장과 싸우며 빨리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젠장! 죽어!”


 신화의 용사가 벼락을 내려치며 3군단장을 공격했다.

 그 마음에는 조급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주위에는 희생된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군인들이 희생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우를 막을 수 없었다.


 암묵적으로 신우의 말에 동의한 용사들도 있었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신우가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용사들도 있었다.

 그래서 용사들은 눈을 감았다.

 희생당하는 군인들을 보지 않기 위해.


 “으아아!”


 눈을 감았던 자신들에 대한 분노는 그대로 3군단장에게로 향했다.


 “샤아악!”


 하지만 군단장은 분노한다고 이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많은 군인이 죽었듯이 용사들도 죽어 나갔다.

 그렇게 후퇴했다 싸우기를 계속 반복했다.


 1달 동안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는 수많은 이능력들이 보였다.

 이 중에 한 가지만 가져도 세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수십, 수백, 수천개가 모여도 3군단장을 죽이기에는 힘들었다.


 ‘젠장··· 너무 많이 죽고 있어!’


 너무 많은 용사가 죽는 걸 보고 신우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콰앙!

 폭발음이 들리고 선박이 부서졌다.


 ‘선박도 별로 안 남았다··· 어떡해야 하지?’


 용사들이 죽는 것도 문제였지만 선박도 큰 문제였다.

 계속된 싸움으로 선박은 별로 남지 않았고,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토마스! 모든 걸 나에게 집중해!”


 신우는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뤘던 방법.


 ‘어차피 이번에 3군단장을 죽이지 못하면 이번 회차는 끝이야!’


 모든 버프가 신우에게 집중되자 신우는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신우의 신체는 남다르다.

 거기에 토마스의 능력이 더해지면 디버프가 걸린 3군단장의 공격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


 “뭐 하는 거야!”


 용사들이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신우를 향해 소리쳤다.


 바닷속은 3군단장의 영역.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샤아악!”


 역시나 3군단장은 바닷속으로 들어온 신우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고, 커다란 입을 벌려 신우를 물어뜯으려 했다.


 ‘지금이다!’


 신우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헤엄쳐 3군단장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검은색 형체가 조그만 형체를 삼키는 걸 본 용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영웅이 이렇게 쉽게 죽는단 말인가.


 “시이이.”


 3군단장은 바닷속에서 나와 웃으며 용사들을 공격했고, 용사들은 신우의 빈자리를 느끼며 싸웠다.


 “시···? 씨에에엑!”


 그러다 갑자기 3군단장이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신우.

 신우는 3군단장의 몸속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죽어!”


 원래라면 신우는 먹히는 동시에 안에 있는 이빨들로 인해 몸이 찢기며 녹았어야 했다.

 하지만 토마스로 인해 디버프에 걸린 3군단장의 이빨과 위액은 평소보다 약했고, 버프로 강해진 신우는 수많은 상처를 입긴 했어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도박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도박이었다.

 3군단장의 몸속에서 자신이 살 수 있을지는 몇천번의 회귀를 한 신우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최후의 최후까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계속 공격해!”


 에반을 따라 용사들이 3군단장을 공격했다.


 3군단장은 몸 내부와 외부에서 오는 공격에 고통스러워하며 지금까지 랑은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정신이 나갔는지 이상한 곳을 공격하고 허공에다 팔을 휘두르거나 자신의 다른 입을 찢고 복부를 때렸다.


 “샤아아!”


 3군단장이 고통에 소리치니 바다가 일렁이며 거대한 파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파도는 용사들을 향하지 않았다.

 파도는 3군단장에게로 향했고, 커다란 입을 벌려 바닷물을 삼키기 시작했다.


 “크읍.”


 갑자기 들어온 대량의 바닷물로 인해 신우는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멈추지 않고 내부에서 3군단장을 공격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을 놓치지 마!”


 용사들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모든 힘을 끌어모아 3군단장을 공격했다.


 쿠웅!

 결국 3군단장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 이겼다!”


 살아남은 용사들과 군인들이 환호할 때 3군단장의 사체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찌이익.

 신우였다.

 신우는 3군단장의 사체를 찢으며 피범벅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용사들은 그 모습을 보며 신우는 일반적인 용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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