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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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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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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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새로 찾은 희망(3)

DUMMY

 “고생했어.”

 “고생했어요.”


 연구실에 들어서자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반갑게 신우를 맞아주었다.

 고생했다는 말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구해줘서 고맙다는 게 느껴졌다.


 “두 분이 만들어준 무기와 방어구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살았어요.”


 신우의 말에 두 용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뻐하는 게 보였다.


 능력의 특성상 싸움과는 맞지 않는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무기와 방어구를 만드는 것.


 일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용사란 사람이 싸우지 않고 뒤에만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미안한지.

 하지만 신우의 말로 자신들도 같이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두 분이 아니었으면 이번 싸움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신우의 계속된 칭찬에 두 용사는 결국 얼굴이 빨개졌다.


 “에이 그만해!”

 “저희보단 직접 싸운 사람들이 더 힘들었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둘은 항상 자신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인간의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이 둘의 능력 덕분이다.

 애초에 두 용사가 없으면 인간의 군대는 만들 수 없다.

 이걸 분명히 알 텐데 겸손한 건지 진심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자신들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왜 왔어?”


 부끄러운지 대장장이 용사가 주제를 돌렸다.


 “제가 그냥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네요.”

 “오래 본건 아니지만 네가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일 사람이 아니란 건 알지.”

 “몇 번 말해보면 다들 알 걸요?”

 “그 정돈가···.”


 앞으로는 아무 의미 없더라도 조금쯤은 그런 곳에 시간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신우였다.


 “다름이 아니라 게이트가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미리 대비를 하는 게 어떨까 해서 왔어요.”

 “대비요?”

 “네.”


 신우는 지금 군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어구를 들었다.


 “정말 좋은 방어구지만, 혹독한 환경에서도 괜찮을까요?”


 뼈가 시릴 정도의 추위나 몸이 녹아버릴 거 같은 더위.

 그런 곳에서 사람은 힘을 낼 수 없다.


 “그런 곳에서도 평소랑 다름없이 행동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방어구에 이미 추위와 더위에 관한 건 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그건 단기간의 대비였다.

 만약 그런 곳에서 장기간 싸우게 된다면 결국 군대는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전멸할지도 모른다.


 “하···.”


 과학의 용사는 한숨을 쉬고 대장장이 용사는 신우를 째려봤다.


 지금 신우의 부탁은 방어구를 개량해 달라는 것.

 아무리 용사라도 새로 뭔가를 만들고 개량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밤낮으로 연구하고 만들며 시험해봐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힘든 거 알아요.”

 “힘든 걸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

 “어떡해요. 이런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두 분밖에 없는데.”


 두 용사는 한숨을 쉬며 신우를 째려보다 옆방의 문을 열었다.


 “어디 가세요?”

 “어디 가긴 뭘 어디가! 빨리 만들어야지!”

 “다음에 이런 거 부탁할 때는 뭐 좀 사 오고 말해요!”


 투덜대면서도 부탁을 들어주는 둘을 보며 신우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 만들면 연락주세요!”

 “방해되니까 빨리 가!”

 “다음에 올 때는 한국의 맛있는 것 좀 사와요!”


 ***


 강원도에서 돌아온 신우는 바로 냉장고를 열었다.


 “오늘은 좀 쉴까···.”


 물을 마시려던 신우는 소주를 보더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자연스럽게 배달 앱을 터치했다.


 “뭐랑 마셔야 소주가 맛있을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핸드폰의 화면을 보던 신우는 한 가게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삼겹살··· 삼겹살은 직접 구워 먹어야 맛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우의 손은 어느새 삼겹살 가게를 터치해 주문을 하고 있었다.


 주문한 후 샤워를 하고 나오니 문 앞에 놓고 간다는 문자가 와있다.


 “역시 빨라.”


 문을 열자 플라스틱 용기를 뚫고 나오는 삼겹살 냄새를 맡으며 봉투를 챙긴 뒤 식탁으로 와 소주를 옆에 놓고 봉투를 풀었다.


 “냄새 너무 좋다.”


 싸 먹을 상추와 깻잎, 그 위에 올릴 김치와 마늘, 쌈장 그리고 삼겹살과 목살.

 배달이지만 식탁에 세팅을 하니 정말 맛있어 보였다.

 신우는 곧바로 소주를 한잔 마시고 바로 쌈을 싸 먹었다.


 “아, 미쳤는데?”


 원래 신우는 삼겹살을 배달시켜 먹지 않는다.

 무조건 가게에 가서 구워 먹는걸 선호했고, 회귀하면서 오랜 시간 혼자가 된 뒤에는 아예 먹지 않았다.

 그런 신우가 오늘은 왜 삼겹살을 배달시켜서 먹는 걸까.


 “에반이 언제까지 살 수 있으려나. 끝까지 살아서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이유는 에반이었다.

 에반으로 인해 신우는 요새 들어 조금은 들뜬 기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발견한 희망.

 신우는 에반을 누군가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너도 내가 세계를 구하기를 원하는 거구나.”


 자신을 용사로 선택한 존재가 이 세계를 구하기를 원하는 거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드니 왠지 자신이 세계를 구하는 건 당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끝의 끝에는 세계를 구한 자신이 있을 거만 같았다.


 “크으··· 소주도 맛있네.”


 오늘은 소주조차 맛있었다.

 그래서 신우는 한 병을 다 마시자 곧바로 한 병을 꺼내와 병을 땄다.


 “역시 고기에 소주는 미친 궁합이야.”


 신우는 배가 부르고 취기가 올라왔지만 억지로 더 먹고 더 마셨다.

 이런 좋은 기분을 느낀 게 오랜만이라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누리고 싶어서 그런 걸까.


 그날 신우는 소주만 3병 반을 마셨고, 고기는 3인분을 먹었다.

 오랜만의 과음과 폭식이었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았다.

 괜히 웃음이 나왔고,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평화로울 거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다.


 “2군단장을 죽이면 에반을 한국으로 초대해야지···.”


 그때를 생각하며 신우의 눈은 감겼고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


 “신우 씨, 괜찮아요?”


 늦은 점심.

 신우는 죽어가는 몰골로 협회장실에 앉아 있었다.


 “신우 씨, 많이 안 좋아요? 아프면 병원으로 갈까요?”


 자신을 걱정하는 민준을 보며 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못하는 거지만.


 ‘용사인데 숙취는 왜 있는 거야··· 아, 토할 거 같아.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다.’


 어제 과음으로 인해 신우는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럴 때 마다 신우는 군단장보다 사실은 소주가 더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협회장님, 저 잠깐 화장실 좀···!”


 화장실로 달려간 신우는 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에엑!”


 토를 하며 속을 비워낸 신우는 입을 닦으며 거울을 쳐다봤다.


 “이제부터 이런 식으로 술을 마시면 내가 개다. 개”


 개가 되어버릴 약속을 하고는 협회장실로 돌아가는 신우.


 숙취로 인해 힘든 몸을 이끌고 신우는 왜 협회로 왔을까.

 이유는 단 하나.

 게이트 때문이었다.


 신우가 게이트를 느낄 수 있음이 밝혀지고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많다는 게 증명됐다.

 바로 자신도 게이트를 느낄 수 있다는 장난 전화.


 모든 용사 협회가 합쳐지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이 장난 전화를 확인해 보는 거였다.


 세상엔 혹시와 만약이란 게 있다.

 만약 이 장난 전화가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게이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혹시 일반 사람도 용사처럼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게만 된다면 인류는 마왕군과의 싸움에서 더욱더 유리해진다.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지만.


 장난 전화를 확인하다 보면 간혹가다 게이트가 언제, 어디에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협회는 이걸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 말을 믿고 세상에 말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전부 피난시켜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그렇다고 말을 안 했다가 진짜로 생긴다면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협회는 신우의 능력으로 게이트의 위치를 알게 되면 혼선이 생기는걸 막기 위해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걸 부탁했다.


 별 효과는 없을 거 같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신우는 승낙했고, 지금 협회장실에 있는 이유였다.

 머리가 깨질 거 같은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신우 씨, 이번엔 어디에요?”


 민준의 물음에 신우는 왼손으로 이마를 짚고 오른손을 뻗어 지도에 검지 손가락으로 세 군데를 가리켰다.


 “이곳들에 검은 게이트가 생길 거예요. 그리고.”


 신우가 마지막으로 가리킨 곳은 알래스카였다.


 “2달 뒤 여기엔 보라색 게이트가 생길 거예요. 그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야 해요.”


 보라색 게이트라는 말에 민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번에 괴물이 나타났던 게이트가 또 생긴다는 거죠?”

 “네.”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왕군은 다 괴물처럼 생겼지만 민준이 말하는 괴물이 군단장을 가리킨다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필리핀처럼 될까요?”

 “아마도요.”


 1군단장과의 싸움은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필리핀의 수도는 개박살이 났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수도는 물론이고 근처 도시에도 피해가 있었고, 그로 인해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아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미국이 난리가 나겠군요.”

 “그러겠죠. 그나마 다행인 건 인구수가 적다는 것과 미국 본토와 떨어져 있다는 것. 오히려 캐나다에서 더 불안해 할 수도 있어요. 물론 미국도 알래스카에 있는 자원을 잃겠지만.”

 “그나마 알래스카라서 다행이네요.”


 민준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국은 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

 그런 나라가 필리핀과 같은 피해를 입으면 세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게이트 같은 건 생기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민준은 특히 미국 본토에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생길 거라면 인구수도 적고 아무 영향력이 없는 나라에 생기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혐오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민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편이 인류의 피해가 적으니까.


 “얼른 이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네요.”


 민준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차를 마시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감정 없는 생각들만이 존재해서 그런 걸까.


 사람은 참 간사하다.

 자신의 국가가,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자마자 그 피해가 사라지길 바라는 것보다 나 말고 다른 곳에 일어나길 바라다니.


 “···그러게요. 그래야 저도 편해질 텐데.”


 신우는 그런 민준을 이해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다.

 용사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 전 가볼게요.”

 “네, 신우 씨. 나중에 봐요.”


 신우가 돌아가고 다음 날.

 한국 지부장의 말에 의해 미국과 캐나다가 발칵 뒤집혔다.


 뉴스는 검은색 게이트에 대한 건 말하지 않고 오직 보라색 게이트에 대한 것만이 나왔다.

 마닐라가 개박살이 났으니 당연했지만, 그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불안감을 가졌다.


 미국은 곧바로 알래스카에 있는 사람들을 피난시킬 준비와 그 땅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열중했다.

 그리고 캐나다는 알래스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사람들을 안정시키며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


 용사 협회는 검은색 게이트에 소수의 용사만 보내고 나머지는 알래스카에 나타날 보라색 게이트에 대해서 회의를 했다.

 그 회의는 밤낮없이 며칠 동안 진행됐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보라색 게이트에서 어떤 괴물이 나올지 모르는데 작전을 세운들 효과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용사 협회는 말도 안 되는 작전을 세웠다.

 무조건 이긴다는 작전 같지도 않은 작전.

 하지만 사람들은 믿었다.

 그것이 용사이니까.


 ***


 2달이 지났다.

 인류는 그동안 3개의 검은색 게이트를 큰 피해 없이 해결했고, 이제 가장 중요한 게이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파지직.

 하늘이 우중충해지며 전기 튀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게이트가 생겼고, 그곳에 지구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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