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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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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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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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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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군단장(2)

DUMMY

 오른손에는 초록빛을 왼손에는 검붉은 빛을 내며 2군단장과 용사들을 향해 뻗은 손.


 자세히 보니 그제야 보이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동그라미.

 2군단장과 용사들은 반은 검붉은 빛을 반은 초록빛을 내는 원안에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신우는 이게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저 용사가 만든 것이라는 것을.


 “신우! 이 상황이 오래가진 않을 거야! 최대한 빨리 끝내야 돼!”


 에반은 가만히 멈춰선 신우를 향해 소리쳤다.

 그 소리에 신우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2군단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다.

 무슨 능력인지는 몰라도 무려 군단장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런 능력을 무한정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을 놓치지 마!”


 전세는 점점 용사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슈아아악!”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걸 깨달은 2군단장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냉기를 사방으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용사들이 갑자기 방출된 냉기를 피해 한순간 빈틈이 생겼을 때 싸늘한 눈동자가 한 존재를 찾았다.


 “막아!”


 신우의 외침과 함께 2군단장이 유약한 용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2군단장의 발길이 닿는 곳은 모든 게 얼어붙었고, 그로 인해 얼어붙은 길이 생기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 저 용사가 죽으면 안 돼!”


 용사들은 유약한 용사를 지키기 위해 2군단장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2군단장은 냉기를 방출하며 그대로 돌진했고, 용사들과 충돌했다.


 콰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연기가 눈을 가렸다.


 “슈에에엑!”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나온 2군단장은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그 뒤에는 얼어붙어 부서진 용사들의 파편이 보였다.


 “젠장, 에반!”


 신우는 에반에게로 달려갔다.


 “에반, 저 용사를 데리고 여기서 벗어나요! 여긴 제가 막아볼게요!”

 “그건 안돼. 움직이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어!”


 저 유약한 용사가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움직이면 안 된다.

 만약에 움직이게 되면 다시 능력을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여기서 어떻게든 막아야 돼!”


 에반의 말을 듣고 신우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2군단장을 멈출 수 있을까.


 신우는 계속해서 생각하다 얼어붙은 용사를 보고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에반, 용사들을 강하게 만든 저 능력을 한명에게 몰아줄 수 있어요?”

 “가능할 거야. 왜?”

 “그럼 저에게 몰아달라고 말해주세요. 제가 2군단장을 막아볼게요.”


 지금 2군단장을 막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냉기다.

 방출하는 냉기를 용사들이 버티지 못해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다 보니 원거리 공격이나 아주 잠깐 다가가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괜찮겠어?”


 에반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신우를 바라봤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저라면 괜찮을 거예요.”


 신우는 용사들도 혀를 내두를 신체 능력을 갖고 있다.

 다른 용사들보다 냉기에서 조금 더 오래 버틸수 있다.


 여기서 유약한 용사의 능력으로 2군단장이 약해지고 자신이 강해진다면 어떻게든 2군단장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박을 하는 건 오랜만이네.’


 신우에게 초반 빼고는 도박이란 없었다.

 수많은 회귀를 했으니 안전한 길을 가는 게 당연했다.


 오랜만의 도박으로 인해 신우는 떨림과 긴장을 느끼는 상태로 2군단장의 앞을 가로막았다.


 “슈에엑!”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단 한명의 용사를 보며 비웃듯이 입인지도 모를 뭔가가 찢어지며 달려오는 2군단장.

 그 모습을 보며 신우는 지금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진 않았다.


 “후우···.”


 신우는 심호흡을 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 의식을 구석구석으로 보내고 있을 때 몸에서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점점 커지더니 신우의 온몸을 감쌌다.


 신우가 자세를 잡자 온몸을 감쌌던 힘이 초록빛을 내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신우는 허벅지에 온 힘을 집중시킨 후 바닥을 박찼다.

 그러자 바닥은 충격으로 움푹 파였고, 신우는 엄청난 속도로 2군단장에게 날아갔다.


 콰아앙.

 2군단장과 신우의 충돌로 인해 귀를 찢을듯한 소리와 충격파가 발생했다.

 충돌한 곳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그 안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야!!!”


 신우의 외침이었다.

 그 소리와 함께 용사들은 모든 화력을 구멍 속으로 쏟아부었다.


 “으아아!”


 신우는 구멍 속에서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용사들의 공격을 무시하며 연속으로 주먹을 내질러 2군단장을 공격했다.

 여기서 끝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죽어!”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손이 점점 얼어갔다.

 하지만 신우는 멈추지 않았다.


 3군단장이랑 싸울 때 조금이라도 유리하기 위해선 지금 2군단장을 끝내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 생각이 고통 속에서도 신우를 움직이게 했다.


 콰과광.

 용사들의 공격으로 인해 구멍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2군단장의 숨통을 끊기 위해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빠지직.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가 자신의 주먹에서 나는 건지 2군단장에게서 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우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신우는 얼어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주먹을 내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쿠웅.

 구멍이 무너지며 바위들이 떨어졌고, 커다랗던 구멍은 점점 메꿔지며 구덩이를 만들었다.


 ‘몸이···.’


 어둠 속에서 신우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느끼며 아쉽다고 생각했다.


 ‘이번 회차만큼 출발이 좋았던 적이 없는데··· 다음 회차에서도 에반을 만날 수 있을까. 유약한 용사도 만나면 좋겠는데···.’


 신우가 다음 회차를 준비하려 할 때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그만 구멍을 통해 에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깄어!”


 무너진 바위를 치워 신우를 꺼낸 용사들은 깜짝 놀랐다.

 이미 온몸은 얼어있었고,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으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인류를 위해 이런 몸이 될 때까지 싸웠다니··· 존경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빨리 치료해야 돼!”


 에반이 치료를 위해 신우를 들려고 하자 빠직 소리와 함께 금이 가는 게 보였다.

 이미 냉기에 너무 오래 노출된 신우의 몸은 살짝의 충격으로도 금이 가고 있었다.


 에반은 유약한 용사를 쳐다봤다.

 유약한 용사가 다시 신우에게 힘을 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유약한 용사는 너무 강한 힘을 사용해 코피를 흘린 채 힘들어하고 있었다.


 에반을 포함해 그곳에 있던 용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심통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을 구한 용사가 죽어가는 걸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니.

 그때 은발의 새하얀 피부를 가진 용사가 유약한 용사를 부축하며 다가왔다.


 “힘들겠지만 저에게 힘을 주세요. 괴물이 죽은 지금이라면 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유약한 용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마지막 힘을 쥐어짜 은발의 용사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초록빛이 은발의 용사를 감싸고 신우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자 얼어있던 신우의 몸이 점점 녹기 시작하더니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윽···.”


 따뜻하면서 시원한 손을 느끼며 신우가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함성이 퍼져나갔다.


 “우와아!”


 또 한 번의 승리와 영웅이 죽지 않은 것에 대한 환호였다.


 이번 전쟁에서 신우는 누가 봐도 영웅이었다.

 사람들은 허구에만 존재하던 영웅이 이곳에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


 일주일이라는 시간.


 시간은 주체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전쟁에 일주일이 걸렸다면 어떨까?

 보통은 금방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2군단장과 용사들의 싸움이 금방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과 다르게 피해는 엄청났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전쟁터가 된 알래스카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땅이 됐다.


 모든 곳이 얼어붙었으며 그 얼음은 인간의 기술로는 절대 깨지도, 녹이지도 못했다.

 용사들이 도우면 가능하겠지만 그조차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여론에 미국은 결국 알래스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큰 피해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작은 피해이기에 사람들은 알래스카에 대한 건 잊고 지금의 승리만을 생각했다.


 “영웅이었어요!”


 전쟁에서 살아남은 군인들과 용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신우에 대한 얘기가 퍼져나갔다.


 신우는 어느새 누구나 아는 용사가 됐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용사가 됐다.


 “신우 씨! 얼른 타세요!”


 공항을 통해 들어온 신우를 수많은 기자가 맞이했고 민준은 매니저가 연예인을 챙기는 것처럼 신우를 챙겨 차에 태웠다.


 “신우 씨, 고생했어요!”


 민준의 표정이 밝았다.

 단순히 밝기만 한 게 아니고 다른 게 섞여 있었다.

 바로 존경.


 신우의 활약을 전해 들은 민준은 존경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그만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 자랑하지도, 뭔가를 원하지도 않고 그저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몰두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자로서 당연하게 갖게 되는 감정이었다.


 “협회장님.”

 “네!”

 “오스틴과 얘기 할 수 있을까요?”


 이걸 보라.

 전쟁이 끝나고 오늘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쉬는 것보다 용사 협회장을 만나게 해달라니.

 이런 사람을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금 쉬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오스틴과 얘기하고 강원도에 갔다가 쉴게요.”

 “정말··· 세상이 신우 씨를 영웅이라고 부르는데 딱 맞는 말이네요!”


 신우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을 영웅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그런 건 상관없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적은 용사가 죽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마음가짐도 다시 해야겠어.’


 신우는 2군단장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칫하면 죽고 이런 기회를 날릴뻔한 경솔한 행동.


 ‘내가 희생하는 건 안돼. 나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더 멀리 가야 돼.’


 한 번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 할 말이지만 신우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어차피 회귀를 하는데 뭣 하러 희생을 해서 일찍 죽는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서 미래를 보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현재로 만드는 게 이득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잖아. 이제 와서 괜히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자.’


 신우는 에반으로 인해 잠깐 자신이 미쳐있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을 희생시켜놓고 이제 와서 자신을 희생해 영웅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필요 없다.


 신우에게 필요한 건 영웅이 아니라 이 세계의 끝을 보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용사도 죽일 수 있다.


 “신우 씨, 협회장실로 가죠. 그곳에서 오스틴과 얘기할 수 있을 거예요.”

 “네, 협회장님 감사합니다.”

 “아, 미리 말하지만 오스틴 앞에서는 지부장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차는 달려 협회에 도착했고, 협회장실로 들어가니 화면이 세팅돼 있었다.


 신우는 의자에 앉아 화면을 바라봤고, 옆자리에 앉은 민준이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켜지며 한 남성이 보였다.


 “이제야 보는군. 나는 용사 협회장이네.”


 50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흑인.

 모든 용사 협회에 대한 최종 권한을 지닌 자.

 앞으로 신우가 부탁할 일은 이 남자를 거쳐야 한다.


 “만나고 싶었네.”

 “저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스틴은 모든 걸 파헤치려는 눈초리를 하고 신우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건 내 힘이 필요하다는 말 같은데 맞나?”

 “맞습니다.”

 “흠··· 자네의 부탁을 듣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나?”

 “네.”

 “자네는 무엇을 위해 이세계를 구했나.”


 오스틴은 알까.

 이미 이 질문을 수도 없이 해왔다는 것을.

 그리고 신우는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저는··· 이 세계를 위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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