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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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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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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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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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새로 찾은 희망(1)

DUMMY

 처음 보는 보라색 게이트에 약간의 동요가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신우는 필리핀에 게이트가 생길 거라고 말할 때 분명히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라고.

 하지만 계속된 승리로 인해 모인 군인들과 용사들은 신우의 말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많이 죽어 나가겠네.”


 그 모습을 보며 화가 날 만도 했지만, 신우는 평온했다.

 이미 이런 모습은 수도 없이 봐왔고, 이러나 저라나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수천번의 회귀로 인간은 당해봐야 바뀐다는 걸 배웠다.

 이번에도 똑같다.

 사람이 죽어야 태도가 바뀔 것이다.


 “많은 용사가 죽는 건 막아야 하지만.”


 신우의 이번 목표는 군단장과의 싸움에서 용사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었다.


 군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용사의 생존이다.

 둘 다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신우는 망설임 없이 용사를 구할 것이다.


 신우는 주위를 보며 이번 싸움에서 절대 죽으면 안 될 용사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구해야 하는 최우선 순위.


 용사가 용사를 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그들은 이런 곳에서 죽으면 안 된다.

 여기서 죽는다면 이번 회차는 포기하는 게 맞다.

 그 정도로 귀중한 전력들이다.


 “열렸다!”


 신우가 용사들의 위치를 확인했을 때 보라색 게이트가 열렸다.


 “끼에에엑!”


 검은색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왕군과는 다르게 더 크고 기괴하게 생긴 마왕군이 게이트를 통해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꿀꺽.”


 그 모습을 보고 군인들은 그제야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저번과 같이 용사1이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 겁먹지 마세요! 지금 나오는 마왕군이 강할 수 있습니다.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용사1의 말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한다.


 “친구를 위해, 연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들이 살아갈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는 그런 신념이 있습니다!”


 용사1의 말이 끝나자 군인들과 용사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신우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설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

 이번엔 진짜 다른가?


 “이 세계를 위해 싸우자!”


 용사1의 말과 함께 군인들과 용사들은 마왕군과 부딪혔다.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폭발음과 생명이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현실에서는 보지 못했던 온갖 능력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얼음이 나오기도 하고, 마법으로 불이 만들어지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장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광경이었다.


 “뭐지···?”


 전투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신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다시 회귀해서 여기까지 오는데 크게 다른 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번 회차는 다른 걸까.


 “왜 이렇게 조금 죽는 거지?”


 이상한 말이지만 신우의 입장에서는 딱 맞는 말이었다.

 아직 군단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다.


 지금까지 보라색 게이트가 열리고 초반에 정말 많은 군인이 죽었다.


 더 강해진 마왕군과 기괴한 모습에 위축된 군인들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다가 용사가 시간을 번 뒤에야 전열을 재정비했고, 그때부터 제대로 싸웠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너무 잘 싸우고 있었다.


 신우는 지금 이 상황이 좋으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

 뭐가 다른 걸까.

 ···지금까지 달랐던 건 딱 하나.


 신우의 시선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용사1로 향했다.


 “쟨 뭐야? 왜 지금까지 내가 몰랐지?”


 신우는 과거의 기억을 헤집으며 용사1에 대한 것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몇천번의 회귀 동안 이번에 처음 나타난 용사인가?”


 신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몇천번의 회귀 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나타난 용사라니.

 이건 너무 말이 안 된다.


 “그냥 이번 회차에서는 저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 다른 용사들처럼.”


 회차마다 용사들이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신우도 이번 회차에서는 용사1이 지금까지랑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크악!”


 게이트를 향해 나아가던 용사 한명이 갑자기 반으로 갈라졌다.


 “나타났구나.”


 신우는 주먹을 쥐었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뭔가를 반으로 쪼개는 기분 나쁜 쩍 소리와 온몸의 털을 통해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

 1군단장이다.


 “저, 저게 뭐야!”


 해골 같은 얼굴.

 양쪽에 달린 커다란 뿔.

 커다란 도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두 발로 걸으며 게이트에서 나오는 기괴한 생명체.


 건물 4층 높이의 크기를 가진 괴생명체를 보고 군인들과 용사들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습과 기운으로 싸울 의지를 꺾어버리는 존재.

 그것이 군단장이었다.


 1군단장이 오른손을 높이 들어 도끼를 내려찍었고, 신우는 빠르게 달려가 도끼 옆면을 처서 방향을 틀었다.

 틀어진 방향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반으로 쪼개졌고, 그걸 보며 군인들은 벌벌 떨었고, 용사들은 의지를 잃어가는 거 같았다.


 “포기하지 마!”


 그때 또다시 용사1이 나섰다.


 지금까지는 신우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용사들이 나서서 다시 싸울 의지를 심어줬는데 이번엔 달랐다.


 “저걸 쓰러트리면 게이트는 닫힌다! 저것만 쓰러트리면 우리의 승리야!”


 별거 아닌 말인데도 이상하게 용사1의 말에선 힘이 느껴졌다.

 그로 인해 벌벌 떨던 군인들과 의지를 잃어가던 용사들이 다시 싸울 의지를 가졌다.


 “싸우자! 인류를 위해!”

 “인류를 위해!”


 용사들과 군인들은 용사1의 말을 후창하며 마왕군과 1군단장을 향해 나아갔다.


 신우는 용사1이 신기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온 신경을 1군단장에게 집중했다.


 “크어어!”


 귀가 찢어질 거 같은 포효.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만들어준 방어구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군인들은 듣는 것만으로 전부 기절했을 거다.


 “혼자서 너무 앞으로 나서지마!”


 신우는 용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흥분해 혼자서 1군단장에게 달려드는 용사들을 막았다.


 “다 같이 싸워야 돼! 그리고 도끼를 막으려고 하지 마! 피하거나 옆면을 쳐서 방향을 틀어!”


 이게 그나마 1군단장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1군단장의 도끼질은 막지 않는 게 좋다.

 막을 수 있는 용사도 드물뿐더러 막는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손의 후속타가 날아와 죽음을 맞이하기 쉽다.


 신우의 말을 들은 용사들은 온 화력을 집중해 1군단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어어!!!!”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자 화가 났는지 1군단장이 두 개의 도끼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쪼개지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용사들만 공격하고 전부 물러나!”


 신우의 말에 용사들이 물러섰다.

 어느 순간부터 용사들은 신우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용사란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 자.

 그 신비로운 능력이 본능적으로 지금 신우의 말을 듣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구속이나 속박 능력이 있는 용사는 양발을 묶어!”


 얼음, 사슬, 마법진 등 온갖 것들이 나와 군단장의 발을 공격했다.

 그러자 군단장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이야!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용사는 앞을! 나머지는 뒤를 공격해!”


 군더더기 없는 지시로 인해 1군단장의 발과 공격이 모두 멈췄고 용사들의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언제지?’


 분명히 용사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건 생각도 안 하고 1군단장의 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빠직.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신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떨어져!!!”


 지금까지 신우의 말대로 움직이던 용사들이 일방적인 공격으로 흥분해서 그런지 몇몇은 신우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때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1군단장의 뿔에 금이 가고 있었다.


 “젠장! 저것들은 버리고 나머지는 군단장에게서 떨어져!”


 신우의 말이 끝나자 금이 간 1군단장의 뿔이 부서지며 붉은빛이 눈을 가렸다.


 “크윽.”


 붉게 빛나던 빛이 사라지고 눈을 뜨니 1군단장의 뿔은 사라지고 양손에 붉은빛이 나는 도끼가 보였다.


 “그러게 멀어지라니까···.”


 붉은빛이 나는 도끼를 들고 있는 1군단장 주위는 마치 녹은 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신우의 말을 듣지 않던 용사들도 함께.


 1군단장의 손에 달린 붉은빛이 나는 도끼는 머리에 달려있던 뿔이다.

 위기의 순간에 뿔을 뽑아 자신의 무기로 쓰는데 뽑을 때 엄청난 속도로 뿔을 휘둘러 주위의 모든 것을 잘게 다진다.


 어느 정도냐면 잘게 다진 게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아 녹아서 사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거의 다 왔어!”


 1군단장이 뿔을 뽑았다는 건 위기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하면 1군단장을 죽일 수 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이번엔 뿔을 구속해! 저 뿔을 무기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


 얼음이 뿔을 얼리고 그걸 사슬로 감은 다음 커다란 손이 짓눌렀다.


 “크어어어!!!”


 1군단장이 포효하며 뿔을 집어 들려 하자 신우를 따라 용사들은 손을 공격해 뿔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용사는 계속해서 군단장을 공격해! 나머지는 나와 같이 군단장의 손을 막는다!”


 평범한 사람이 지금의 광경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거다.


 살면서 허구로만 보고, 듣던 능력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들이 휘두르는 검은 평범한 검이 아니었고, 창과 주먹 또한 상식을 초월했으며 멀리서는 인간이 알고 있는 활과는 전혀 다른 활과 마법, 용의 브레스, 벼락, 불 등 인간의 땅에서 벌어졌으면 재앙이라고 불릴 것들이 한 존재를 공격하고 있다.


 “크아아아!”


 1군단장이 아까와는 다른 포효를 지르며 무작정 앞으로 달려갔다.

 그 자체만으로 군인들과 용사들이 죽었지만, 신우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무기를 포기했어! 지금을 놓치지 마!”


 처음이다.

 이렇게 빨리 뿔을 사용하게 한 것도, 무기를 포기하게 만든 것도.

 신우는 지금을 놓칠 수 없었다.


 용사들을 피해 건물을 부수며 군인에게 돌진하는 1군단장의 뒤를 계속 공격했다.


 앞으로 나서면 군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용사가 위험하기에 신우는 군인들을 희생시키고 용사들이 안전하게 군단장을 공격하는 걸 택했다.


 ‘군인은 다시 채우면 돼!’


 어차피 전장이다.

 신우가 이런 생각을 갖고 군인들을 희생시키는 걸 아무도 모른다.


 “제가 막을 테니 어서 도망쳐요!”


 그때 한 용사가 군인들을 지키기 위해 군단장의 앞을 막았다.


 신우는 가끔 용사들의 능력이 싫었다.

 지금 저 용사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신우의 예상을 깨고 행동할 때가 있기 때문에.


 “젠장!!!”


 신우는 다리에 모든 힘을 주고 땅을 박찼다.


 죽게 만들면 안 된다.

 저 용사는 신우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1군단장이 주먹을 휘둘러 용사를 공격했다.

 용사는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죽음을 생각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비켜!”


 날아온 신우가 그대로 용사와 부딪혀 용사를 다른 곳으로 날렸고 1군단장의 주먹을 대신 맞았다.


 “커헉!”


 그대로 땅에 처박힌 신우.

 그나마 다행인 건 신우의 육체가 용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신우는 자신에게 다가와 걱정하는 용사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 능력에 맞게 행동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뒤에서 공격이나 하란 말이야!”


 걱정하던 용사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신우는 우는 용사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젠장···.”


 오른쪽 팔에 감각이 없다.

 아직 싸워야 하는데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신우는 결국 똑같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용사가 많이 죽겠구나.

 그런데.


 “어···?”


 신우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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