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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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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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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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각자의 선택(2)

DUMMY

 3군단장과의 싸움이 승리로 끝나고 용사들은 저번 승리와는 다른 기분을 느꼈다.


 군인들의 희생.

 보지 않고 감았던 눈.

 막지 못했던 자신들.


 죽은 군인들을 추모하며 자신들에 대해 생각했다.


 용사란 무엇인가.

 사람을 구하는 게 용사인가.

 세계를 구하는 게 용사인가.

 애초에 용사가 구할 것을 나눠도 되는가.


 용사들은 각자 깊은 생각에 잠겼고, 그로 인해 또다시 신우의 손이 더럽혀지기 시작했다.


 “또다시 이시간이 왔네.”


 3군단장을 쓰러트리고 200번의 회귀를 했을 때 용사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얻은 승리라서 그런 건지 자신들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는 용사들이 있었고, 그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마음을 다잡고 사람을, 세계를 구하는 용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형태.

 신우가 바라는 것이었고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건 두 번째.

 바로 보상을 바라는 형태가 나타난 용사들이었다.


 처음엔 용사로서 사람과 세계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세계는 구했지만, 자신이 사는 세계를 구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많은 용사가 죽고, 구해야 할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얻은 승리는 용사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들은 결국 용사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보상을 바라기 시작했다.

 이유는 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보상을 원하는 용사들은 훈련은 하지 않고 각 나라가 지원한 돈으로 사치를 부리거나 남자, 여자와 문란한 생활을 보냈다.


 이것까진 괜찮았다.

 싸울 땐 싸우니까.

 그래서 신우는 건들지 않았다.

 애초에 신우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였다.


 계속된 싸움에 보상을 바라던 이들은 결국 폭주해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그다음 싸움에서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전쟁터에 가기를 거부했다.


 하나의 세계를 구하고 왔는데 왜 또 자신은 전쟁터에서 살아야 하냐고 물으며 폭주한 용사는 자신을 설득하러 오는 용사와 사람들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마왕군과 싸우기도 전에 인류의 전력은 크게 깎이고 말았다.


 신우는 이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그중에는 용사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 3군단장과의 싸움에서 군인들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결국 끝을 보지 못하고 폐기됐다.


 무슨 짓을 해도 군인들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3군단장을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신우는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폭주할 용사들을 미리 죽이는 것.

 그리고 이 방법은 대성공이었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신우는 그 뒤로 이 방법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는데 방해가 되는 용사들을 죽인다고 죄책감이 생기거나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심플해서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다 죽이는 게 낫겠지···.”


 문제는 항상 같은 용사가 폭주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

 수백번의 회귀로 이제 어떤 용사들이 폭주하는지 전부 알게 됐지만 그중에서 폭주하는 용사는 매번 달랐다.


 용사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폭주했다.

 하지만 신우의 몸은 한 개였고, 결국 폭주하는 용사들을 막다가 죽는 용사들이 생겼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신우는 한 번이라도 폭주했던 용사는 전부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잔인한 방법일 수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죄를 짓지 않는 용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걸 기대하기에 신우는 너무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몇천번의 회귀는 신우에게 기적을 바라지 않게 했고, 오직 데이터를 믿게 만들었다.


 신우는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믿고 그대로 행동했다.

 그건 이번 회차도 똑같았다.


 ***


 “에반, 할 말이 있어.”


 신화의 용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에반을 찾아왔다.


 “하아··· 하아···.”


 훈련을 하던 에반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신화의 용사에게 다가왔다.

 표정에서는 아직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게 보였다.


 “이대로 있을 거야?”

 “···.”


 에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우가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이건··· 용사라는 걸 떠나서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되는 행동이잖아.”


 신화의 용사의 말에 에반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건 다른 문제였다.


 “우리가 신우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어. 신우는 승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그걸 막아야지. 그런 승리에 영광은 없어!”


 영광.

 영광 있는 승리와 없는 승리.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어떻게 막을 건데?”

 “그건···.”


 신우의 능력은 인류에게 꼭 필요했다.

 반면 자신들은 아니었다.


 인류가 보기에는 일반 용사보다는 신우가 더 필요했고, 그것이 신우를 막을 수 없는 이유였다.


 만약 용사들이 모여 힘으로 누르면 신우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인류가 죽게 된다.


 신우의 능력은 자신을 지키는 방패이며 용사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였다.


 “넌 아무렇지 않아?”


 신화의 용사의 말에서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는 게 느껴졌다.


 “나도 신우의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데···.”


 에반은 자신이 신우에게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말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유? 사람을 희생시키는데 이유가 어딨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신우를 보고 있으면 승리에 너무 집착한다고 해야 할까. 우리랑은 다른 걸 보고 있는 거 같아.”


 에반의 말에 신화의 용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걸 보고 있다고 해서 희생시켜도 되는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나는 신우를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래서 신우를 나쁘게 대할 수가 없어.”


 에반도 지금 자신이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실제로 신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이 기분은 신우에게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나는 언젠가 신우가 말해줄 거라고 생각해. 그때까지 기다리자.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는 건 아니야. 막을 수 있는 건 우리끼리 최대한 막아보자.”


 에반이 손을 뻗었다.

 마치 도와달라는 거 같았다.


 “하··· 알았어. 어차피 나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신화의 용사는 다음에는 희생이 없길 바라며 에반의 손을 잡았다.


 ***


 -오늘로 벌써 3명의 용사가 죽었습니다. 용사들과 협회는 최선을 다해서 용사를 죽인 인류의 적을 추적 중이지만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요새 뉴스에서는 하루 종일 똑같은 내용만 나온다.

 바로 용사 살인사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용사를 죽인 살인범에 대해 온 인류가 분노했고, 인류의 적을 빨리 잡기를 바랐다.


 용사들과 협회는 전담팀을 만들어 용사를 죽인 살인범을 추적했지만 이런 노력에도 살인범은 잡히지 않았다.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살인범은 신우이니까.


 “스읍, 후우.”


 샤워를 하고 나온 신우는 담배를 피우며 맥주를 한 캔 꺼냈다.


 치익.

 맥주를 마시며 지도를 보던 신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밤이구나.”


 지도에는 무수히 많은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었고 이것들이 신우를 잡지 못하는 이유였다.

 지도에 적힌 건 몇백번에 걸쳐 신우가 만든 절대 걸리지 않는 루트.


 폭주하는 용사를 발견하고 죽이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많이 잡혔었다.

 그때마다 비난의 소리를 들으며 회귀를 위해 자살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잡히지 않게 됐다.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야겠어.”


 잡히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신우는 공식적으로 한국에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있는 용사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 나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신우는 한국에 있는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우가 바다를 통해 몰래 다른 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용사라도 헤엄쳐서 다른 나라로 가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신우라서 가능한 방법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해 평범한 인간이 만든 레이더로는 포착할 수 없었고, 절대 잡히지 않았다.


 “후우.”


 신우는 맥주를 다 마시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가볼까.”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자 신우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조그맣고 오래된 호텔을 나왔다.


 신우는 곧바로 목적지로 향했는데 그곳은 클럽이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음악과 술에 취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춤추는 사람들.

 그곳에서 여러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용사랑 잠자리를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러니 성의를 보여봐. 하하하!”


 여자들은 그 남자의 앞에서 자신을 선택해달라는 듯 온갖 아양을 부리고 있었다.


 신우는 그 모습을 보며 저 용사는 폭주하지 않는다고 해도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용사가 화장실로 향하자 신우가 그 뒤로 따라붙었다.


 “흠··· 오늘은 몇 명이랑 자볼까.”


 신우는 화장실의 문을 잠가 볼일을 보는 용사의 뒤로 갔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훈련하는 용사들이 있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엥? 뭐야?”


 볼일을 다 본 용사는 그대로 뒤를 돌아 신우를 쳐다봤다.


 “퉷. 술 취했으면 그냥 가라.”


 용사는 침을 뱉으며 신우를 지나쳤다.

 신우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묻은 침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대답해. 용사들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용사는 뒤돌아 신우를 훑었다.


 “너 용사야?”

 “···.”

 “아무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맞는 거 같네. 그냥 즐겨.”


 용사는 손을 씻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린 다른 세계를 구하고 왔잖아. 그런데 왜 돌아와서도 빡빡하게 살아야 돼? 우리가 안 싸우는 것도 아니고 목숨 걸고 싸우는데 아닐 때는 즐길 수 있잖아. 안 그래?”


 용사는 다가와 신우의 옷에 손을 닦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냥 편하게 살자고. 처음엔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금방 괜찮아져. 아, 기분이다. 오늘 내가 노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따라와.”


 신우는 뒤를 돈 용사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역시 들을 필요 없는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어.”


 푸욱.


 “커헉···.”


 신우의 오른쪽 팔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뭐···!”


 용사는 거울을 통해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복부를 뚫고 나온 손.

 느껴지는 고통과 흐르는 피.


 촤악.

 신우가 손을 뽑자 용사의 피가 화장실에 흩뿌려졌다.


 “너··· 너 뭐야! 설마··· 네가 용사들을 죽인 살인마냐···!”


 용사는 반격하려고 했지만 방금 공격이 너무 치명상이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신우는 다가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용사의 입을 막고 다리를 밟았다.

 빠직 소리와 함께 용사는 고통으로 신음하며 두 손으로 신우의 다리를 잡았다.


 “살고 싶어?”


 용사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돼. 넌 악이야. 용사가 아닌 악.”


 용사의 눈에 비친 신우는 손을 뻗어 가슴팍을 뚫고 심장을 잡은 다음 터트렸다.


 사방으로 흩뿌려진 피.

 고개를 떨군 채 죽어있는 용사.

 신우는 한동안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낡은 호텔로 돌아갔다.


 ***


 -아직 용사 살인마를 잡진 못했지만 오랜 시간 죽는 용사가 발견되지 않자 협회에서는 용사를 죽이다 큰 상처를 입은 거 같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가 살인마를 막았으면 좋겠네요. 더 이상 용사들이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총 13명의 용사를 죽이고 나서야 신우는 용사를 죽이는 것을 멈췄다.


 “좀 자야겠다.”


 신우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하···.”


 이제 곧 해야 할 일 때문일까.

 신우는 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은 몇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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