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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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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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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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선택받은 용사들(3)

DUMMY

 “버프나 디버프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해요?”


 신우는 계속해서 법칙의 용사의 능력을 파고들었다.


 “어느 정도라뇨···?”

 “얼마나 강한 버프와 디버프를 줄 수 있는지 묻는 거예요.”

 “어···. 그건 이 세계의 법칙에 따라 달라요.”


 듣다 보니 법칙의 용사의 능력은 심오하면서도 까다로웠다.


 “이 세계가 허락하는 만큼만 버프와 디버프를 줄 수 있어요.”

 “복잡하네요. 만약에 허락한 양을 넘기면 어떻게 돼요?”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 몸에 이상이 생겨요.”


 신우는 일단 가능하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그때도 이 세계가 허락한 양을 넘긴 거에요?”

 “아, 그건 아니에요. 그건 그냥 오래 사용해서 그런 거예요.”

 “흠. 그럼 훈련 방향을 능력을 오래 사용하는 쪽으로 해야겠네요.”

 “그, 그건 몸이 너무 아픈데···.”


 신우가 법칙의 용사의 두 손을 잡았다.


 “제가 도와줄게요. 당신의 능력은 인류를 구하는 데 정말 필요해요.”

 “아, 알았어요···.”


 유약하지만 역시 용사였다.

 법칙의 용사는 인류를 위해 라는 말에 약했고, 결국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 뒤로 법칙의 용사는 신우에게 능력을 사용하며 능력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신우는 법칙의 용사의 능력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능력은 용사들이 군단장과 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용사들의 생존율도 높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우.”


 훈련이 끝나고 늦은 저녁 에반이 신우를 찾아왔다.


 “왜요?”

 “토마스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토마스.

 미국에서 흔한 이름 중 하나이며 법칙의 용사의 이름이었다.


 “토마스를 훈련 시키는 건 좋은데 조금 쉬엄쉬엄하는 게 어때? 볼 때마다 토마스의 얼굴이 안 좋아지는 거 같아.”

 “···쉬엄쉬엄하고 있어요. 몸도 체크 중이고.”


 토마스의 능력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무리가 갔다.


 몸은 이상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했지만, 정신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훈련은 육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몸에는 이상이 없지만, 토마스의 얼굴은 점점 지쳐가는 게 보였다.


 “용사잖아요. 그 정도는 감당해야죠. 이 모든 게 이 세계를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건 그렇지만··· 적당히 해줘. 토마스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알았어요.”


 신우는 조금 짜증이 났다.


 신우가 토마스와 훈련을 시작하고 나서 에반이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몇번이고 찾아와서 훈련의 강도를 낮춰달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알았다고는 했지만, 신우는 그러지 않았다.


 토마스도 성인이고 용사다.

 자신이 죽을 거 같으면 직접 말해야 하고 용사라면 어느 정도의 고통은 참아야 한다.

 그런데 에반은 마치 자신이 보호자인 마냥 찾아와서 말하니 신우의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에반, 토마스에게 뭐 잘못했어요? 왜 이렇게 보호해요?”

 “토마스는 약하니까. 그럼 보호해야지.”

 “토마스도 용사잖아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나보다 약하다면 전부 내가 구해야 할 사람이야.”


 에반은 강하다.

 그 강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면을 보여줘서 이곳으로 불렀다.

 하지만 신우는 가끔 에반이 지금의 자신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킬 줄 아는 마음.


 ‘아닌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강한 건가.’


 “에반,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뭔데?”

 “인류와 당신보다 약한 용사. 둘 중에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할 거예요?”


 에반은 깊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둘 다 구할 거야.”

 “그게 불가능하다면요?”

 “그 불가능을 부숴야지.”


 그래. 이게 신념의 용사다.


 신우는 에반이 아직 세상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저렇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거라고.


 “전 아니에요. 전 선택을 할 거예요. 그때 저한테 뭐라 하실 건가요?”

 “음··· 내가 아는 신우는 좋은 용사야. 나는 모르는 뭔가가 있어서 선택을 했겠지. 그리고 신우라면 그중에서도 좋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믿어. 하지만.”


 에반이 신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택을 내리기 전에 그 선택이 맞는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다른 방법은 없는지.”

 “전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에요.”


 신우는 자신의 어깨에 올린 에반의 손을 치우며 자리를 벗어났다.


 “하···.”


 밖으로 나온 신우는 담배를 피우며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에반을 만난 게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겠어.”


 에반을 만나고 새로운 희망을 봤다.

 한동안 진심으로 기뻤다.

 그래서 답지 않게 자신을 희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좋지 많은 않았다.


 에반의 말은 너무 꿈같은 얘기일 때가 많다.

 모두를 구하자.

 희생시키지 말자.

 우린 할 수 있다···.


 신우도 모두를 구하고 싶었다.

 희생시키기 싫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되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혼란하다.

 에반의 말에 동조하면서도 안되는 걸 알고.

 저렇게 하자고 생각했으면서도 이내 곧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에반에 휩쓸리면 안 돼···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나잖아.”


 에반보다 신우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더 잘 안다.

 마왕군이랑 더 많이 싸워봤다.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썼다.

 그렇게 해서 얻은 최선의 방법들을 신우가 사용하고 있다.


 에반에게 휩쓸린다면 이 몇천번의 삶을 통해 얻은 방법을 버려야 한다.

 그러니 휩쓸리면 안 된다.

 에반의 말은 너무 꿈같은 말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에반도 알겠지. 모든 걸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신우는 에반도 곧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


 용사들이 훈련을 시작한 지 3달이 흘렀다.


 그동안 몇 개의 검은색 게이트가 나타났지만, 인류는 큰 문제 없이 마왕군을 쓰러트렸고, 한동안 평화가 지속됐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제 게이트는 더 이상 없는 거 아니냐는 희망을 가졌고, 그 생각은 신우에게 전해졌다.


 “3개월 뒤 태평양에 보라색 게이트가 생깁니다.”


 하지만 신우는 희망을 짓밟듯 3개월 뒤에 보라색 게이트가 생긴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또다시 보라색 게이트가 생긴다는 말에 불안해하면서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태평양은 바다였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신우!”


 협회에서 돌아온 신우를 신화의 용사가 찾아왔다.


 “에반이랑 싸웠어?”

 “아니에요.”

 “요새 좀 어색해 보여서.”

 “애초에 어색하고 그럴 사이가 아니에요.”


 물어볼 게 남았는지 신화의 용사가 캔 음료를 가져와 신우의 옆에 앉았다.


 “이번엔 태평양에 생긴다고 했지? 방법은 있어?”

 “네. 그것 때문에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다른 곳에 가 있는 거예요.”

 “가끔 보면 신기하다니까.”


 신화의 용사는 신기한 듯 신우를 바라봤다.


 “뭐가요?”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준비를 하잖아.”


 신우는 미소를 짓다가 한가지 질문을 했다.


 “만약 미래를 알고 대비했지만 계속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

 “질문이 심오한데? 음···.”


 신화의 용사는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신우는 장난스럽게 질문한 거였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는 신화의 용사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밖에 안 떠오르는데.”

 “뭔데요?”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지. 실패하면 성공할 때까지. 우리는 용사잖아.”


 신우는 캔 음료를 한입 마시고 다른 걸 물었다.


 “만약에 그 과정에서 변한다면요?”

 “자기 자신이?”

 “네.”

 “음··· 변해도 상관없이 않을까? 그게 올바른 길이라면.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용사잖아. 용사라면 결국 올바른 길을 선택해야지.”

 “···그렇죠.”


 신우는 괜한 걸 물었다고 생각했다.


 에반과 신화의 용사는 결이 같은 사람.

 그들의 대답이 비슷할 건 뻔했는데, 신우는 왜 이런 질문을 한 걸까.


 항상 용사 같은 생각과 말을 하는 에반과 신화의 용사.

 그들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면이 나오길 바란 걸까.


 “신우, 표정이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신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좀 쉴게요.”


 신우는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나 자신의 방으로 갔다.


 에반과 신화의 용사와 대화를 하고 나면 자신이 잘못한 거 같은 느낌을 받는 신우는 마음을 다독이며 생각했다.

 한 번의 인생을 살기 때문에 저렇게 말 할 수 있는 거라고.


 ***


 시간이 흘러 보라색 게이트가 열릴 때가 다가왔다.

 신우와 용사들은 차를 타고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있는 울산으로 향했다.


 “고생했어요.”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는 신우가 원하던 그대로의 선박을 만들었다.

 선박은 딱 보기에도 엄청 컸고, 단단해 보였다.


 “너희가 탈것 빼고 몇 개는 세계 각지로 보냈고, 나머지는 먼저 태평양 근처로 출발했어.”

 “이제 좀 쉬어야겠어요.”


 살이 빠진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를 보고 그들이 이곳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머지는 맡기고 연구소에 가서 푹 쉬세요.”

 “그래야지.”

 “돌아오면 승리의 축하주를 마셔요.”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떠나고 신우와 용사들은 선박에 올랐다.


 선박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태평양으로 출발했다.


 “당신의 표정은 항상 좋지 않네요.”


 바닷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는 신우 옆으로 리네아가 다가왔다.


 “항상 웃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웃고 있을 필요는 없어도 화를 낼 필요도 없죠.”


 날이 선 듯한 신우의 말에도 리네아는 웃으며 말했다.

 신우는 속으로 제발 그 웃음을 보여주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


 “어디 가요?”


 신우가 자리를 피하자 리네아가 팔을 붙잡았다.


 “좀 쉬려고요.”


 팔을 내치며 안으로 들어가는 신우를 리네아는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봤다.


 “왜 이렇게 관심을 가져요? 정말 별로인 사람인데.”


 어느새 리네아의 옆에는 마법의 용사가 있었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그냥··· 느낌이 그래요.”

 “우엑.”


 마법의 용사가 토를 하는 시늉을 했다.


 “사랑에 빠졌어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빠질 게 있나? 아니면 우리 몰래 둘이 따로 만났어요?”

 “하···.”


 리네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못하겠어요.”

 “그게 뭐야.”


 마법의 용사는 리네아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어떻게 저런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생각이랑은 다른 사람일 걸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딱 보면 알죠. 숨기는 게 있잖아요. 숨긴다는 건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는 건데 대부분 그런 건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마법의 용사의 말이 맞지만 리네아는 이상하게 그런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 못 할 비밀로 인해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죠.”

 “하··· 맘대로 생각해요. 난 저 사람의 비밀을 파헤칠 거니까.”


 리네아는 신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태평양에 모인 수많은 선박.

 그 위에 줄을 맞춰 서 있는 군인들과 용사들.

 그들은 보라색 게이트를 보고 있었다.


 “열렸다!”


 보라색 게이트가 열리고 3번째 분기점이 시작됐다.


 “키엑!”


 이번 마왕군은 바닷속으로 떨어져 헤엄치며 다가왔고 군인들은 선박 위에서 마왕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키에엑!”


 쉬웠다.

 그저 선박 위에서 마왕군을 향해 공격하기만 하면 마왕군이 죽어 나갔다.


 “이번엔 쉬울 거 같은데요?”

 “선박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용사들은 이번엔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하며 안도했지만, 신우의 표정은 달랐다.


 콰앙!

 그때 선박 근처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연쇄적으로 폭발음이 들렸다.


 쾅 콰앙.

 그로 인해 선박이 부서지며 그 위에 있던 군인들은 바다로 빠져 마왕군에 의 먹잇감이 됐다.


 “저게 뭐야?!”


 마왕군들 사이에 조금 다르게 생긴 마왕군이 있었고, 그 마왕군은 선박에 붙어 자신의 몸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선박을 더 보내! 이러다 군인들이 다 죽겠어!”


 하지만 선박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선박의 최종 결정자는 신우.

 신우는 선박을 보내지 않고 군인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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