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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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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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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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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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새로 찾은 희망(2)

DUMMY

 “지켜!”

 “용사는 한명이 아니야!”

 “우리도 용사란걸 보여주자!”


 모든 용사가 힘을 합쳐 신우에게 다가오는 군단장을 저지하고 있었다.


 “대체 넌 뭐야?”


 가장 앞에서 용사들을 이끌고 군단장을 막고 있는 용사1.

 신우의 눈에는 용사1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뭘까.

 저 용사는 뭐길래 자꾸 다른 장면을 만드는 걸까.


 왜 지금에서야 나타난 걸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보지 않았던 걸까.


 신우는 이번 회차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건 없었다.

 다른 건 저 용사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


 “괜찮아?”


 어느새 다가와 신우의 몸 상태를 묻는 용사1··· 에반.

 신우는 그저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싸울 수 있겠어?”

 “···네. 싸울 수 있어요.”

 “역시 좋은 용사야.”


 에반은 신우의 왼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작전은 있지?”


 신우의 머릿속에 작전은 있었다.

 누군가 혹은 많은 용사가 희생해야 될 수도 있는 작전이지만.


 “···네.”


 1군단장의 뿔은 단순한 뿔이 아니다.

 머리에 달려있을 때는 엄청난 방어력을, 손에 달려있을 때는 엄청난 공격력을 갖게 해주는 방어구이면서 무기였다.


 뿔을 무기로 사용한 지금이 1군단장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떻게 해야 돼?”

 “강한 한방을 갖고 있는 용사들이 필요해요. 그들과 함께 한곳을 공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쉬운 게 아니었다.

 1군단장도 바보가 아니다.

 뭔가를 하려는 걸 눈치챌 거고 절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흠··· 저 괴물을 붙잡아두고 시간을 끌 사람들이 필요하겠네.”

 “맞아요.”

 “오케이!”


 에반이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이곳으로 용사들을 보낼 테니까 너는 그들과 저 괴물을 쓰러트릴 공격을 준비해. 나는 그 준비가 끝날 때까지 다른 용사들과 저 괴물을 묶어둘 테니까.”


 왜일까.

 별거 아닌 말에 왜 믿음이 생기는 걸까.


 원래라면 반대했을 신우였다.

 분명 많은 용사가 죽을테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에반이라면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용사잖아. 나만 믿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1군단장에게로 향하는 에반.

 등이 보였다.

 기댈 수 있어 보이는 넓은 등이.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몇몇의 용사들이 신우가 있는 곳으로 왔다.


 “저 괴물을 쓰러트릴 방법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그 몸으로 괜찮겠어요?”


 모인 용사들을 보니 신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용사들이 몇 보였다.


 “네. 괜찮아요.”

 “방법이 뭐예요?”

 “간단합니다.”


 신우는 손으로 1군단장을 가리켰다.


 “각자가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동시에 꽂아 넣으면 돼요. 서로 다른 곳을 공격하면 안 되니까 머리로 하죠.”


 용사들의 표정에서 의문이 보였다.


 “저 괴물이 가만히 있을까요?”

 “믿어야죠. 다른 용사들을.”


 믿는다.

 신우는 이 말을 정말 오랜만에 말했다.


 생각해보라.

 살아온 시간만 따지면 몇백년을 훌쩍 넘은 사람이 과연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사람과 무시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꼭 당해봐야 아는 사람 등 정말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런 사람이 과연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다.

 사람에게 당한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으니까.


 신우가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지금 신우는 에반을 믿고 싶었다.


 지친 걸까.

 지쳐서 지금까지와 다른 상황을 만드는 에반을 믿고 싶은 걸까.


 상관없다.

 지쳤든 뭐든 이유는 필요 없다.

 그저 이전과 다른 장면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런 믿음이었다.


 “좋아요. 다른 용사들을 믿고 저희는 저 괴물을 쓰러트릴 준비를 하죠!”


 ***


 “크어어!”

 “확실히 아까보다 약해졌어! 이 상태로 계속 공격하면서 구속해!”


 에반은 신우와의 말을 지키기 위해 용사들과 1군단장을 계속해서 공격해나갔다.


 칼자루만 있는 검.

 에반이 잡는 순간 칼자루에서 솟아나는 붉은 빛.

 그것이 에반의 검이었다.

 에반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붉은 궤적이 생겼다.


 “하압!”


 붉은 궤적을 그리는 검과 흔들리지 않는 눈.

 용사였다.

 이곳에 많은 용사가 있었지만 에반은 인간이 만든 허구 속 그대로의 용사였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용사들은 그런 에반을 따랐다.

 자신들이 용사라는 걸 잊고 눈앞에 보이는 용사를 따라갔다.


 “크으··· 우어어!”


 계속 공격당하던 1군단장은 멀리서 뭔가를 준비하는 신우를 보고 포효하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막아! 절대 저곳으로 못 가게 해!”


 용사들은 모든 힘을 다해 1군단장을 막았다.

 달려가던 1군단장은 에반에게 다리를 공격당해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직 안 끝났어! 구속해!”


 용사들이 1군단장을 구속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칠 대로 지친 용사들은 1군단장의 힘을 누를 수 없었다.


 “포기하지 마!”


 그때 에반이 1군단장에게 달려들었고 그로 인해 용사들은 1군단장을 잠깐이지만 억누를 수 있었다.

 그리고 신우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과 어둠이 생길 틈이 없는 가지각색의 빛들.

 1군단장을 죽이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그 모습을 확인한 에반은 용사들과 함께 1군단장에게서 떨어졌고, 신우는 앞으로 나서 자세를 잡았다.

 이번 주먹에 담긴 마음은 살의가 아닌 새롭게 발견한 희망.


 신우는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고, 그와 맞춰 용사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했다.

 가지각색의 빛이 합쳐져 1군단장의 머리를 향했다.


 퍼엉!

 폭발음과 함께 땅과 하늘에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땅은 이무기가 지나간 듯 일자로 움푹 파였고, 하늘은 용이 날아간 듯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구름만이 뚫려있었다.


 쿠웅

 땅이 울리는 진동과 함께 머리가 사라진 1군단장이 쓰러졌다.


 “으아아!”


 용사들과 군인들이 소리를 질렀다.


 지옥에서 벗어난 안도, 승리했다는 기쁨, 세계를 구했다는 벅참.

 여러 감정이 뒤섞인 소리는 인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걸 알렸다.


 “이겼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우.

 신우는 기쁘면서도 착잡했다.


 너무 많이 살아남은 군인과 용사.

 처음 겪는 일이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착잡했던 마음은 어느 순간 두려움으로 바뀌어 버렸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좋은 회차인데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럼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

 회귀해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런 생각들이 승리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어이 용사!”


 신우가 두려운 마음으로 복잡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에반이 다가왔다.


 “왜 그래?”


 에반이 복잡한 표정을 짓는 신우의 왼쪽 어깨를 두드렸다.


 “승리의 주역이 그런 표정을 지어서야 되겠어?”

 “네?”

 “주위를 봐. 다 너를 보고 있잖아.”


 에반의 말대로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여 전부 신우를 보고 있었다.


 이번 싸움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신우가 없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걸.


 “그러니까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웃는 게 어때? 안 그러면 사람들이 불안해 할 거야.”


 에반이 신우의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들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복잡했던 생각이 사라지고 후련함을 느끼며 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우와아!”


 그러자 승리의 함성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13시간에 걸친 싸움이 끝나고 돌아온 군인들과 용사들.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이 세계를 구한 영웅.


 전 세계는 축제 분위기와 함께 이번 싸움에서 죽어간 자들에 대한 장례 또한 함께 진행했다.


 용사들이 장례에 참여했고, 수많은 기자가 그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그곳엔 신우도 있었다.


 신우는 죽은 자들의 장례에 항상 참여했다.

 이유는 별거 없다.

 고생했다는 의미.


 ‘장례를 계속 치를 것도 아니고.’


 어차피 너무 많은 사람이 죽기 시작한 순간 장례는 치러지지 않는다.

 그냥 ‘많은 사람이 죽었다.’ 라는 글로 끝날뿐.


 이해는 한다.

 너무나 많은 슬픔을 다시 새길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신우는 슬픔을 글로 끝내기 전까지는 항상 참여했다.


 “신우 씨!”


 장례가 끝나고 돌아가려는 신우를 기자가 불렀다.

 그러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수많은 기자가 신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싸움은 끝난 건가요?”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말이었다.


 “···아직 마왕을 쓰러트리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게이트가 또 생긴다는 말인가요?”

 “네. 제 직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신우의 말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떨궜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있으니까!”


 그때 에반이 다가와 신우의 어깨를 잡으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에 승리했으니 앞으로도 승리하겠죠?”

 “당연하죠! 저희 용사들을 믿으세요!”


 따뜻하다.

 신우는 에반의 옆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에반과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그래서 신우는 한가지 목표가 생겼다.


 이번 회차는 끝까지 가보자.

 포기하지 말고 다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가서 더 많은 것을 보자.


 기자들이 돌아가고 둘만 남게 되자 에반이 손을 내밀었다.


 “신우, 넌 정말 좋은 용사야!”


 신우는 멋쩍은 표정을 하며 에반의 손을 잡았다.


 “아니에요. 저보단 에반이 더 좋은 용사예요.”

 “나는 좋은 용사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 좋은 용사는 신우, 너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거야.”


 신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용사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좋은 용사는 같은 거 아닌가요?”


 에반이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전혀 달라. 좋은 용사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든 좋은 용사가 아니게 될 수 있거든.”

 “그럼 제가 보기엔 에반이 저보다 좋은 용사 같은데요.”

 “아니야. 나보단 네가 훨씬 더 좋은 용사야.”


 이해할 수 없었다.

 에반은 왜 저번부터 신우를 보고 좋은 용사라고 하는 걸까.


 “제가 좋은 용사란걸 어떻게 알아요? 저를 잘 모르잖아요.”


 조금은 날이 선듯한 말이었는데도 에반의 표정은 변함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를 잘 모르지만, 표정을 보니까 좋은 용사라는 걸 알겠더라고.”

 “표정이요···?”

 “응. 사람이 죽고, 다칠 때 행동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표정엔 그게 싫다고 쓰여 있더라고.”


 신우는 당황했다.

 자신의 표정이 그랬다고?

 사람의 죽음에 이미 익숙해진 거 아니었나?


 “네가 구한 세계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힘들었다는 건 알 거 같아. 하지만 넌 포기하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그러니 너는 좋은 용사야. 좋은 용사만이 그런 표정을 가질 수 있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일까.

 신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 신우?”


 눈물을 흘리는 신우를 보고 에반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아하하··· 좋아서 그래요. 이번 생이 너무 좋아서···.”


 울며 웃는 신우를 보고 에반이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신우는 생각했다.

 만약에 이번 회차를 실패해서 다시 회귀하게 된다면 에반과 같이 하고 싶다고.


 ***


 장례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신우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신우 씨, 고생했어요!”


 옆에는 강민준 한국 협회장이 앉아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용사 협회가 하나로 합쳐지고 각 나라에 있는 협회가 지부가 됐다는 것과 오스틴이라는 용사 협회장이 신우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


 “신우 씨, 어떻게 하시겠어요?”

 “음··· 나중에 만날게요.”

 “네, 그러면 그렇게 전달할게요.”


 오스틴과는 어차피 만나게 된다.

 그전에 만날 필요는 없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걸 준비해야 한다.


 “협회장님. 집 말고 강원도로 먼저 갈 수 있을까요?”

 “강원도요? 강원도에는 왜요?”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에게 말할 게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신우 씨의 초감각? 그게 또 반짝거렸나 보네요. 그러면 무조건 가야죠!”

 “감사합니다.”


 1군단장과의 싸움은 이제 끝났지만, 신우는 곧바로 2군단장과의 싸움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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