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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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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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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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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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게이트(2)

DUMMY

 “$%#&#!”


 무표정한 표정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던 신우는 자신이 생각한 만큼의 사람이 죽자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키에엑!”


 무수히 많은 마왕군.

 그 모습은 인간과는 다른, 지구의 상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계의 생물.

 몇천번을 보며 신우가 생각한 마왕군에 어울리는 가장 적합한 말.

 그런 생물이 지금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신우는 도망치는 사람들 그 한가운데서 숨을 내뱉으며 강민준에게 처음 능력을 보여줄 때와 같이 자세를 잡았다.


 “후우.”


 어느덧 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뒤로 가자 신우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쾅!

 굉음과 함께 건물이 부서져 날아갔고, 마왕군들의 상체가 터지며 피를 흩뿌렸다.


 그 순간 마왕군과 도망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신우에게로 집중됐다.


 “아직 안 끝났어! 도망쳐!”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신우의 외침에 본능적으로 멈췄던 다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왕군 또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건 아까와는 다르게 신우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것.


 콰앙!

 굉음이 들리고 그때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마왕군이 피를 뿌렸다.

 하지만 마왕군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신우를 향해 달려왔다.


 또다시 굉음이 들렸다.

 굉음의 주인공은 무표정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몸짓에서는 아무런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주먹을 내지르고 발로 궤적을 그릴뿐.


 이 모든 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신우는 지금 이 순간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 회차의 시작인 이곳에서 이번 회차는 제발 세상을 구할 수 있기를.


 “키, 키엑···?”


 신우의 무쌍에 마왕군이 점점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군단장과 수도 없이 싸워본 신우다.

 검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왕군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때마침 신우를 도와 마왕군을 처리할 사람들이 나타났다.


 멀리서 날아오는 전투기에서 뛰어 내려 신우의 옆으로 착지한 사람들.


 “&$&&**%$&&.”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신우는 이들이 누군지 알고 있다.


 “&&&#&#&**.”


 손으로 마왕군을 가리키면서 같이 싸우자는 제스쳐를 하는 사람들.

 러시아에 있는 용사들이었다.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마왕군을 겨누기 시작했다.


 “키엑!”


 그다음부터는 용사의 시간이었다.

 신우와 러시아의 용사들은 마왕군을 죽여가며 이 땅을 다시 인간들의 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고, 용사들은 그 환호를 받으며 마왕군과의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제 됐나.’


 상황을 지켜보던 신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미 자신이 이곳에서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다 보여줬다.

 그리고 그날 SNS에는 마왕군과 싸우는 러시아 용사들의 영상이 수도 없이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마왕군과 싸우는 용사의 영상.

 조회수로 이걸 이길 영상은 없었다.

 단 한 가지.

 제일 먼저 싸운 신우의 영상을 제외하면.


 ***


 “으···.”


 신우가 인상을 쓰며 일어났다.

 몇 분 전부터 무시해도 계속 울리는 핸드폰 때문이었다.


 “여보세.”

 “신우 씨!”


 핸드폰에서 다급한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지금 어디세요?! 비행기 보낼 테니까 위치만 말해주세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지금 강민준이 이러는 이유는 SNS에 나온 신우의 영상 때문이었다.


 그 영상을 보고 러시아 정부에서 신우를 숨어있던 러시아의 용사란 듯이 말했는데 이게 문제였다.


 러시아 정부는 신우를 어떻게든 찾으려 할거고 민준은 그전에 어떻게든 신우를 한국으로 데려와 한국의 용사란 것을 먼저 말해야 했다.


 “지금 당장 비행기를 보낼 테니까 빨리 위치를 말해주세요!”

 “너무 억지 아니에요···? 그러다 외교 문제로 번지면 어떡하려고.”

 “그런 것보다 신우 씨가 더 중요해요!”


 민준의 말에 신우는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일에는 무대포로 나서는 열정.

 이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몇천번의 회귀를 하면서도 항상 민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알았어요. 지금 있는 위치 말할게요.”

 “네!”

 “광진구 xx동 xxx로 xx길 xx-x이요.”

 “지금 당장 광진구 xx동으로 전투기를··· 네?!”


 핸드폰으로도 민준이 놀랐다는걸 알 수 있었고 그걸 들으며 신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전투기를 보낼 생각이었어요? 이 사람 진짜 큰일 날 사람이네.”

 “아니··· 저··· 신우 씨. 진짜 한국에 있어요?”

 “믿기 힘들죠? 그럼 지금 당장 차를 준비해주세요. 할 말도 있으니까 협회로 갈게요.”


 협회로 온다는 신우의 말에 민준은 그제야 믿을 수 있었고 바로 차를 준비했다.

 용사니까 특별한 능력이 있겠지란 생각을 하며.


 저번과 똑같이 1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문을 열자 다행히 이번에는 사복 차림이 아닌 정장을 입은 협회 직원이 서 있었다.


 “신우 씨, 가시죠.”

 “네.”


 차는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강민준 협회장이 빨리 신우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신우 씨!”


 이번에도 민준은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우는 그 모습을 보며 협회장의 품위란 건 갖다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서 올라가시죠!”


 신우를 데리고 협회장실로 들어온 민준은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다.

 그리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하며 신우를 바라봤다.


 “신우 씨, 할 말이 있다고 하셨죠? 궁금한 건 많지만 신우 씨의 말을 먼저 들을게요.”


 이 부분 또한 신우가 강민준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쓸데없이 묻기 전에 자신의 말을 먼저 듣는 자세.


 이 사람은 처음 겪는 일이라서 여러 가지를 물을 수 있지만 그걸 설명하는 신우는 몇천번이나 똑같을 말을 되풀이 하는 것과 같다.


 앞으로 그런 일을 해야 하지만 민준만은 조금이라도 그 지루한 일을 없애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지금 제 얘기를 들으면 모든 궁금증이 풀릴 거예요.”


 신우는 게이트와 마왕군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도 처음 본다는 듯이 이상한 기분이 향한 곳에 게이트가 생겼고, 그곳에서 지구의 생물이 아닌 이계의 생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용사들은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협회장님, 게이트는 이게 끝이 아닐 거예요.”


 신우의 말에 민준은 자신의 이마를 만지다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말은 어디에서든 게이트가 또 생길 거고 용사들이 막아야 한다는 거죠?”

 “네.”

 “하···. 지금까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었네요.”


 민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조국을 위해, 패권을 갖기 위해서만 용사를 이용했다.

 하지만 용사를 사용해야 하는 곳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인간의 욕심이 아닌 인간의 존속을 위해서.


 “지금은 각 나라가 용사로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에요.”

 “후, 신우 씨의 말이 맞네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네요.”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탁이요?”


 신우는 민준에게 인터뷰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나라가 볼 수 있도록 최대한 크게.


 “한 가지 더 있어요.”

 “네! 말만 하세요!”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를 만나야겠어요.”


 신우의 말에 민준의 표정이 다시 씁쓸해졌다.


 “미안해요··· 그건 저희가 아직···.”


 노르웨이와 독일에선 아직 연락이 없었다.

 이 정도로 연락이 없다는 건 자신들의 용사를 만나게 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고 민준 또한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우의 부탁이어서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진척은커녕 처음과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었다.


 “걱정 마세요. SNS에 올라온 제 영상과 이번에 할 인터뷰를 본다면 그쪽에서도 만나자는 연락이 올 거예요. 그러니까 협회장님은 포기만 하지 말아주세요.”

 “신우 씨···.”


 용사를 신경 써줘야 하는 사람은 협회장인 자신이다.

 하지만 반대로 신우가 자신을 신경 써주는걸 보며 민준은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게요! 신우 씨의 힘이 되겠습니다.”

 “훗. 항상 늘 고마워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하하!”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민준이었지만 지금까지 신우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었다.

 자신이 모를 뿐.


 ***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민준이 들어왔다.


 “신우 씨, 준비됐죠?”


 그곳에는 슈트를 입은 신우가 앉아있었다.


 “네.”

 “기자들이 엄청 많이 왔어요. 한국 기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민준의 말에 신우는 미소로 대답했다.


 긴장 따위는 되지 않는다.

 이미 수도 없이 겪어본 상황이고, 똑같은 말을 내뱉을 뿐이니까.


 문이 열리고 신우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카메라가 일제히 신우를 향하기 시작했다.


 “아아.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민국 용사 협회에 속해있는 용사이자 지금 SNS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의 주인공입니다.”


 뜻하지도 않게 민준은 걱정거리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 신우의 말은 영상에 나온 대단한 용사가 대한민국 소속이고, 이미 협회에 등록된 용사란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그 누구도 신우를 함부로 데려갈 수 없고, 지금까지처럼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신우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민준에 대한 보답이었다.

 앞으로 받을 도움과 지금까지 받아온 도움의 보답.

 뭐, 이제 소속 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는 세계가 되겠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영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댓글이 달렸다.


 멋있다는 댓글과 환호하는 댓글 등등 용사의 활약에 대한 댓글들이 많았지만, 그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묻는 댓글들도 있었다.

 그 댓글들은 하나같이 전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가 왜 러시아에 있었는지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용사의 힘 때문입니다.”


 신우의 말에 기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용사의 힘 때문이라니.

 그런 식의 설명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이상한 내용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이건 신우도 알고 있었다.


 “제 능력 중에 초감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능력은 특정 장소를 향해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기분이 드는 곳은 항상 여러 사건이 터졌죠. 이번 게이트처럼 말입니다.”


 신우의 말을 듣고 처음에 멍하던 기자들이 시간이 흐르자 갑자기 미친 듯이 손을 들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 또 있나요?”

 “게이트는 또 생기는 겁니까?”


 무수히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신우는 대답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제 곧 이 모든 질문들의 답을 해줄 질문이 나올테니까.


 “용사들이 마왕을 죽이고 이세계를 구한 것처럼 지구에도 그런 일이 생긴 건가요?”


 순간 조용해지며 모든 기자가 질문한 기자를 쳐다봤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

 이 게이트는 단발성인가 아니면 또다시 나타나는가.

 나타난다면 언제까지 나타나는가.

 막을 수 있는가.


 “마왕이라···.”


 질문한 사람을 쳐다봤던 수십 개의 눈이 일제히 신우에게로 향했다.

 서로 다른 감정을 담고 있는 수십 개의 눈에는 언제나 그렇듯 공통으로 공포라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이런 말을 드려 죄송하지만, 맞습니다. 게이트는 더 생길 것이고 그곳에서 나온 마왕군은 인류를, 지구를 부숴나갈 겁니다.”


 신우는 힘이 빠진 기자들을 보고 이걸 보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억지로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지구에는 다른 세계를 구하고 돌아온 용사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이 세계를 지켜나갈 겁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부디 저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마왕을 무찌르고 이 세계를 구해내겠습니다.”


 신우의 말은 티비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몇천번째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위해, 지치지 않기 위해,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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