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구벨
그림/삽화
구벨
작품등록일 :
2024.08.26 20:02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8
추천수 :
0
글자수 :
115,167

작성
24.09.02 22:20
조회
8
추천
0
글자
13쪽

7. 인간의 군대(1)

DUMMY

 2주가 지나고 민준을 통해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신우는 한달음에 강원도로 향했다.


 “완성됐어요?!”


 강원도 어딘가의 산속 지하에 있는 연구실.

 신우는 연구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소리치며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보며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웃음을 지었다.


 “그런 표정도 갖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러게요. 저번에 만났을 때는 웃고 있어도 냉철함이 보였는데.”


 지금 신우는 자신도 웬만해서는 보지 못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하···.”


 흥분과 기대가 보이는 표정.

 이런 표정을 언제 지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신우가 정말 오랜만에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눈앞의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 덕분이었다.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는 신우가 바라던 무기의 성능을 한 차례 더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던 게 지금으로부터 712전의 회차.

 712번의 죽음을 겪고 난 뒤에 들린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지금 보여줄 테니까 따라와.”


 신우는 두 용사를 따라가며 이번 회차는 느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안내한 방에는 처음 보는 무기가 있었다.


 “신우 씨가 준 종이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 종이로 인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어떻게 하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가닥을 잡을 수 있었거든요.”


 처음 보는 모양의 무기.

 대장장이 용사는 총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모를 무기를 들고 과녁을 향해 발사했다.

 그러자 불꽃이 튀며 과녁이 그대로 뚫려 버렸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건 과학의 용사가 했고, 나는 모양과 여러 가지 능력을 불어넣었어. 이 정도면 일반인도 마왕군과 싸울 수 있을 거야.”


 신우는 무기를 보며 만족해했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강한 파괴력을 가졌으니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방어구는요?”


 신우의 물음에 두 용사는 미소를 지으며 옆방으로 안내했다.

 옆방에는 평범해 보이는 옷이 있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걸 입으면 얇은 배리어가 생깁니다. 움직임에 문제가 없고 얇아도 엄청난 방어력을 갖고 있어요.”

 “정말 대단해요!”


 바랐지만 실망하기 싫어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무기와 방어구의 성능이 향상된 걸 눈으로 확인한 신우.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울어요···?”

 “사내새끼가 왜 이런 거로 울어.”


 두 용사는 당황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신우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과학의 용사는 눈물을 닦을 휴지를 줬고, 대장장이 용사는 엄마처럼 안아주었다.


 “아하하··· 그냥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네요.”


 신우도 당황했는지 눈물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보는 희망에 울컥한 게 아닐까.


 “대량 생산 가능한 거죠?”


 신우는 주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얘기를 꺼냈다.


 “이미 하고 있어.”

 “벌써요?”

 “네, 마왕군과 싸울 군대의 규모에 맞게 생산하고 있어요.”


 신우는 아까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번엔 왠지 느낌이 좋다.


 ***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는 단 2주 만에 모든 군인이 착용할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었고, 인간의 군대는 빠르게 무장을 시작했다.


 무장이 끝나고 3일 뒤.

 신우는 칠레에서 게이트가 열릴 거라고 말했고, 사람들을 주변국으로 피난시키며 용사와 인간의 군대는 칠레에 자리를 잡았다.


 “당신이 신우?”


 멀리서 인간의 군대를 바라보던 신우를 향해 한 용사가 다가왔다.


 “나는 에반이야.”


 신우는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잡았다.


 처음 보는 용사.

 신우가 모든 용사를 기억하는 건 아니다.


 회귀를 하면서 나타나는 용사들은 매번 바뀌었고, 눈에 띄는 용사들은 이미 신우가 전부 알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눈에 띈 용사들은 회귀를 할 때마다 매번 나타났고, 신우는 그들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처음 보는 용사가 가끔 있었다.


 “반가워.”

 “네, 반가워요.”


 맞잡은 손을 흔드는 에반을 보며 신우는 금방 죽을 용사1 정도로 생각했다.


 “네 덕분에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신우는 적당히 웃으며 대답했지만 에반의 말은 끝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점점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게이트가 언제, 어디에 생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니! 정말 이 세계에 필요한 용사야!”

 “하하하···.”


 이 세계에 필요한 용사··· 그냥 한 말이겠지만 에반의 말은 신우의 가슴에 박혔다.


 ‘그래. 나는 이 세계의 용사야. 나만이 이 세계를 구할 수 있어.’


 신우가 다시 한번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옆에서 시끄럽게 조잘거리던 에반이 입을 닫고 흐뭇한 미소로 조용히 신우를 보고 있었다.


 “···왜요?”

 “아니 그냥. 좋은 용사란 생각이 들어서.”


 신우가 머쓱해하자 에반은 나중에 보자는 말을 끝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뭐야···.”


 용사1과 대화를 하고 신우는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분명 시답잖은 대화였는데 말이다.


 “···앞으로는 회귀하면 다른 사람하고도 대화 좀 해볼까.”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화를 했다는 것이 머리에 박혀버린 신우는 다음을 생각하다 자신의 양 볼을 때렸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다음을 생각하면 안 되지. 어쩌면 이번엔 진짜 끝낼 수도 있는데.”


 신우는 잡생각을 버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PM 02:33.

 이제 곧이다.

 앞으로 5분 뒤 게이트가 열린다.


 칙

 신우는 남은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쓰읍 후.”


 이번 싸움에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신우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무기가 안 좋을 때도 검은 게이트는 쉽게 해결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검은 게이트는 신우에게 아무 자극을 주지 못한다.

 용사가 없어도 인간의 군대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이트인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후.”


 신우가 마지막으로 들이마신 담배를 내뿜으며 꽁초를 손으로 짓이겼다.

 그러자 그에 맞춰서 게이트가 생겼다.


 “키에엑!”


 게이트가 열리자 엄청난 수의 마왕군이 쏟아져 나왔다.


 마왕군과 처음 싸우는 인간의 군대는 긴장과 초조함, 두려움이 보였지만 같이 있는 용사들로 인해 다행히 도망치지는 않고 있었다.


 “여러분!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세요!”


 달려오는 마왕군을 뒤로 하고 아까 신우와 대화를 나눴던 용사1이 앞으로 나서 군인들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충분히 마왕군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뒤에는 저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직 인류의 승리만을 생각하세요! 오늘 우리는 승리해서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용사1의 외침에 군인들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소중한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싸우자!”

 “가족을 지키자!”

 “이 땅을 지키자!”


 신우는 그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용사1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나대다가 빨리 죽었나 보네.”


 그래도 군인들의 마음을 바꾼 것은 맘에 들었다.


 “넌 용사1이니 그 정도만 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군인들은 싸울 의지를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10초, 20초, 30초.

 1분이 흘렀을 때 마침내 마왕군은 사거리에 닿았고, 인간의 군대가 먼저 공격하면서 이번 회차 최초로 인간의 군대와 마왕군의 싸움이 시작됐다.


 “흠··· 역시 지금까지 중에 가장 낫네.”


 용사들이 보조하고 있긴 했지만 강화된 무기와 방어구의 성능이 뛰어난걸 알 수 있었다.


 더 길어진 사거리와 파괴력으로 인해 마왕군은 다가오지도 못했고, 간신히 다가와 공격해도 방어구로 인해 한 번에 죽이지 못하니 그대로 다가온 마왕군이 죽을 뿐이었다.


 “이번 싸움이면 자신감은 충분히 붙겠어.”


 인간의 군대가 자신감만 붙으면 그때부터는 용사들이 검은 게이트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검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왕군은 약하다.

 하지만 가장 귀찮은 게이트다.


 검은 게이트가 귀찮은 이유는 너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것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다 보니 이 모든 걸 용사가 처리하면 생각보다 피로가 많이 쌓인다.

 그리고 피로가 쌓인 몸은 군단장과의 싸움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


 회귀 초반만 해도 신우는 인간의 군대를 만들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어떤 만화나 소설에서도 일반인의 도움을 받는 용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신우는 자신을 보며 현실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수든 쓰기로 했다.

 그중의 하나가 지금 싸우고 있는 인간의 군대였다.


 “군대를 만든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인 거 같단 말이야.”


 앞전의 실패한 회차들로 인해 인간의 군대 없이 마왕군과 싸운다는 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깨달았다.


 “무기가 좋아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결국 인간의 군대와 마왕군의 싸움은 인간의 승리로 끝났고,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


 전 세계로 퍼진 이번 승리로 인해 모든 곳이 축제 분위기가 됐고, 사람들은 용사의 힘과 자신들의 힘을 합치면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신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곧 희망이 깨지는 모습을 봤지만.


 “아직 진짜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신우는 보라색 게이트를 생각했다.

 아무리 무기와 방어구의 성능이 좋아졌어도 인간의 군대는 군단장에게 그저 장난감일 뿐이다.


 “희망을 조금만 갖게 하는 방법은 없나···.”


 신우는 항상 사람들이 희망을 너무 크게 갖는 걸 걱정했다.

 큰 만큼 상실감도 커지기에.


 앞으로는 정말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다.

 물론 용사도.

 그때마다 전 세계에 퍼진 상실감은 다음 싸움에 더욱더 많은 죽음을 불렀고, 결국 아예 희망을 잃고 포기하는 사람들과 용사들이 나타났었다.


 “이번엔 그러면 안 되는데.”


 회차를 거듭하면서 희망을 포기하는 사람들과 용사들은 줄어갔지만, 아직 부족했다.

 그런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선 1군단장과의 싸움에서 최대한 적은 피해를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신우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군단장에게도 약점이란 게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약점이 없는 군단장은 몇천번을 회귀해도 강했다.

 신우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싸울 방법을 찾는 것.


 “이번엔 어떡해야 하나.”


 신우는 1군단장과의 싸움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쓰러트린 방법은 강한 화력.

 무식하게 용사들을 갈아 넣어 힘을 통해 억지로 찍어 눌렀다.

 그러다 보니 항상 많은 용사가 희생됐다.

 물론 인간도.


 “···아니야. 이번엔 다를 거야. 왠지 느낌이 좋았잖아.”


 똑같았지만 사소하게 다른 이번 회차.

 신우는 거기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똑같이 근거 없는 희망을 가졌다.


 “아! 돌아가면 낙곱새에다 소주를 마셔야겠다.”


 신우는 일부러 쓸데없는 생각들을 했다.

 오랜만에 찾은 희망을 조금 더 느끼기 위해서.


 ***


 2번의 검은 게이트가 더 열리고 인간의 군대는 완전히 자신감이 붙었다.

 문제는 조금 과하다는 점.


 용사의 힘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 세계를 구했다는 뽕이 차면서 용사는 없어도 될 거라는 자만심이 생겼다.

 하지만 신우는 그냥 내버려 뒀다.

 어차피 이제 곧 그 자만심은 바로 무너져 내릴 테니까.


 “드디어 이번 회차 첫 번째 분기점이구나.”


 배와 비행기를 통해 모여들고 있는 군대와 용사들.

 필리핀으로 모여든 군대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용사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에도 쉽게 이길 거라는 생각에서 온 틀린 자신감.

 자신들의 힘까지 필요 없는데 굳이 와야 하냐는 잘못된 표정.

 긴장감이라고는 없었다.


 “후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는 신우를 제외하고.


 모든 군대와 용사가 필리핀에 모이고 2시간 뒤.

 하늘에 보라색 게이트가 생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20. 더 중요한 것(1) NEW 17시간 전 1 0 13쪽
19 19. 빈자리(2) 24.09.16 2 0 13쪽
18 18. 빈자리(1) 24.09.15 4 0 12쪽
17 17. 각자의 선택(2) 24.09.13 7 0 13쪽
16 16. 각자의 선택(1) 24.09.12 6 0 13쪽
15 15. 선택받은 용사들(3) 24.09.11 5 0 13쪽
14 14. 선택받은 용사들(2) 24.09.10 7 0 13쪽
13 13. 선택받은 용사들(1) 24.09.09 6 0 13쪽
12 12. 2군단장(2) 24.09.08 5 0 12쪽
11 11. 2군단장(1) 24.09.06 8 0 13쪽
10 10. 새로 찾은 희망(3) 24.09.05 7 0 13쪽
9 9. 새로 찾은 희망(2) 24.09.04 9 0 13쪽
8 8. 새로 찾은 희망(1) 24.09.03 10 0 13쪽
» 7. 인간의 군대(1) 24.09.02 9 0 13쪽
6 6. 해야 할 일(2) 24.09.01 11 0 13쪽
5 5. 해야 할 일(1) 24.08.30 15 0 13쪽
4 4. 게이트(2) 24.08.29 20 0 13쪽
3 3. 게이트(1) 24.08.28 17 0 13쪽
2 2. 용사(2) 24.08.27 22 0 13쪽
1 1. 용사(1) 24.08.26 2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