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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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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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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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야 할 일(1)

DUMMY

 신우의 말은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시작된 것은 UN의 주도로 가입국들의 정상이 모여 신우가 말한 문제에 대해 논의 하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구의 위기라는 같은 문제에 직면함과 각 나라의 용사들이 신우의 얘기에 동조한 것이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빠르게 여러 문제가 해결되고 있었다.

 신우가 원하던 것도.


 “신우 씨! 됐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흥분한 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협회장으로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목소리만으로 뭐가 됐다는지 알 수 있었고, 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게 느껴졌다.


 “노르웨이랑 독일에서 연락이 왔나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신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준은 역시 예리하다고 생각했다.


 “아, 네! 신우 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협회장님, 고생했어요.”


 민준은 드디어 신우에게 도움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며 다시금 열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역시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된다는 생각과 함께.


 “최대한 빨리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네! 최대한 빠른 날짜로 조율해보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신우는 종이에 글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종이에는 여러 가지 무기와 설명들이 빼곡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벌써 많이도 만들었구나.”


 몇천번의 회귀 동안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한 일은 항상 똑같았다.

 마왕군과 싸우기 위한 무기와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드는 것.


 앞으로도 검은색 게이트는 생기고 군단장이 나오는 게이트에서도 마왕군이 나온다.

 그 수는 용사들보다 많기 때문에 용사들만으로 마왕군과 싸운다는 건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군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군대를 하나로 모아 같이 싸운다는 생각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군단장은 당연히 용사들이 싸워야 하지만 인간의 군대가 일반 마왕군과 싸워주기만 해도 용사들은 체력을 아낄 수 있었고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무기다.

 인간들이 만든 무기로는 마왕군을 죽일 수 없다.

 그래서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필요했다.

 인간의 군대가 마왕군과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이번엔 좀 더 좋은 무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회귀하면서 신우는 전의 회차에서 만들었던 무기를 전부 기억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그 내용을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에게 전달하면 매번은 아니지만, 무기의 성능이 좋아지는 회차가 있었고,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랐다.


 “쓰읍, 후.”


 담배를 피우며 자신이 빠트린 게 없는지 종이를 확인하는 신우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다.


 ***


 “신우 씨, 가시죠.”


 아침 일찍 협회 직원이 신우의 집으로 찾아왔다.


 오늘은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를 만나기로 한 날.

 그들은 민준의 예상과는 다르게 흔쾌히 한국의 용사 협회에서 만나자고 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우 씨.”


 협회에 도착하자 어김없이 신우를 기다리고 있는 민준이 보였다.


 “아직 도착 안 했죠?”

 “네. 아직 안 왔어요.”

 “다행이네요. 저는 또 협회장님이 손님을 버리고 저를 기다리신 줄 알았잖아요.”


 지금 신우의 말은 더 이상 이런 행동은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민준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높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저자세로 나가면 협상이 엎어지거나 아니면 불리해지고 아예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함이지만···.


 “아하하···.”


 민준은 신우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머쓱한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기만 할 뿐이었다.


 “···협회장님인데 협회장으로서의 품위도 챙기라는 소리예요.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저자세는 품위도 떨어지고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 거예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러는 건 신우 씨 한정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신우는 더 이상 말하기를 포기하고 협회장실로 향했다.


 협회장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조금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4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두 명의 용사와 두 명의 수행원.

 그중 한 용사가 들고 있던 기계를 건들자 그들의 말이 한국어로 들리기 시작했다.


 “저희를 만나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말끔하게 생긴 인상.

 먼저 말을 건 사람은 과학의 용사였다.


 과학의 용사는 뛰어난 두뇌와 이세계에서 배운 지식으로 지구보다 훨씬 뛰어나고 선진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용사답게 뭔가를 만들 때 평범한 사람들처럼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보조하는 로봇이 나와 평범한 사람들보다 수십 배 이상 빨리 뭔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게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번역기였다.


 “과학의 용사시죠? 반갑습니다.”


 신우는 과학의 용사와 악수를 한 뒤 대장장이 용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신우라고 합니다.”


 대장장이 용사는 신우를 위아래로 훑더니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평범한 여성의 손과는 다르게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그 속에서 강인함이 느껴졌다.

 망치를 두들기며 무기와 방어구를 만드는 장인의 느낌이랄까.


 대장장이 용사도 용사답게 뭔가를 만들 때 능력을 사용한다.

 바로 화로와 망치.


 능력을 사용하면 화로와 망치가 생기며 대장장이 용사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그곳에서 녹이고 망치로 두들기며 만드는 것들은 특별한 능력이 생겼고, 사용한 사람들은 장인의 물건이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우리를 왜 만나자고 한 거야?”


 투박하게 묻는 대장장이 용사를 보며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바로 용건을 말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신우는 준비했던 종이를 꺼내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에게 보여줬다.


 “무기를 만들어 주세요. 앞으로의 인류에게 필요합니다.”


 종이를 확인하던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의심하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경계하기 시작했다.


 “너, 뭐야?”

 “이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이들이 경계하는 건 당연했다.

 종이에는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의 기술이 적혀져 있었으니까.


 “저기···.”


 갑자기 이상하게 변해버린 분위기를 느꼈는지 민준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옆에서 조심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순간 모든 시선이 민준에게 집중됐다.


 “이, 일단 앉아서 차라도 마시면서 대화하면 어떨까요···?”


 경계하고 있지만 신우에게 흥미가 생긴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는 민준의 제안대로 일단 앉아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면서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신우를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마치 이 종이에 대해서 말하라는 듯이.


 “종이를 보고 많이 놀라신 거 같은데 다 설명해 드릴게요.”


 신우의 말에 그제야 두 용사의 경계하는 눈빛이 조금 사라졌다.


 “티비를 봤으면 아시겠지만 제게는 초감각이라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능력으로 게이트 같은 걸 찾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게 있어요.”


 신우는 종이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손을 따라 종이로 향했다.


 “여기 적혀있는 글과 그림처럼 제가 모르는 것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건 항상 저에게 도움이 됐고요.”


 이 말을 듣고 민준은 용사란 사람을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니···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를 보며 확신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용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걸.


 “그런 유의 능력이라면 설명이 되긴 하는데···.”

 “약간의 미래 예지가 섞인 걸 수도 있겠네요.”


 신우의 말을 이해하는 두 용사.


 신우는 매번 이 상황이 신기했다.

 왜냐면 지금 하는 얘기는 이들의 경계를 푸는 걸 몇번이고 실패해서 결국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치밀하게 생각했던 모든 생각들은 두 용사의 경계를 풀지 못했는데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 오히려 경계를 풀게 하다니··· 사람은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게 맞다.


 “저는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옮기고 확신을 느꼈습니다. 이것들은 전부 당신들이 인류를 위해 만들 무기의 초석이라는걸.”


 신우의 말을 들은 두 용사는 다시 한번 종이를 바라봤다.


 “이걸 용사들이 사용하게 하려는 건 아니지?”


 두 용사는 단번에 이 무기들이 용사들을 위한 무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봤다.


 용사는 이미 자신들만의 무기나 능력이 있다.

 시너지가 잘 맞으면 모르겠지만 맞지 않다면 무기는 오히려 독이 된다.


 “네, 맞아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무기입니다. 저는 이 무기로 사람들이 용사들과 같이 싸우길 바라요.”


 신우의 말을 듣고 민준을 포함해 두 용사의 수행원으로 온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신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협회장님, 용사들만으로는 힘들 거에요. 혹시 모르니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민준은 신우의 얘기를 듣고 앞으로 자신이 엄청 바빠질 거라는걸 알았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 세계를 위한 것인데.

 오히려 자신이 바빠짐으로 세계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우는 싱긋 웃으며 두 용사를 쳐다봤다.


 “흠···.”


 표정을 보니 두 용사는 이미 흥미가 생긴 거 같았다.


 두 용사의 공통점은 뭔가를 만든다는 것.

 그런 그들에게 새로운걸 만든다는 건 꽤나 흥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신우는 이미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두 분. 인류를 위해 힘을 빌려주시겠어요?”


 신우의 말에 두 용사가 서로를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용사로서 인류를 위해 힘을 빌려주는 거야 당연한 거니까.”

 “저도 좋습니다. 인류를 위해서 능력을 사용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이 종이에 적혀있는 것들이 흥미롭기도 하네요.”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의 표시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주길 바라며.


 ***


 두 용사가 돌아갔지만, 신우는 아직 협회장실에 남아있었다.


 “협회장님.”

 “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대충 감이 오죠?”

 “하···.”


 민준이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

 이 둘과 얘기를 통해 무기를 만들 장소를 섭외하는 것.


 이건 어렵지 않다.

 3개의 나라가 나서면 이 정도는 금방 구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두 번째였다.

 바로 무기를 사용할 군대를 만드는 것.


 이건 자신의 권한이 아니었다.

 각 국가의 정상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대통령께 먼저 가야겠네요.”

 “제가 같이 가드릴까요?”

 “아니에요! 이런 건 제가 할 일이잖아요! 신우 씨는 다른 일을 하세요.”


 한숨을 쉬면서도 열정을 보이는 민준을 보니 신우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협회장님을 위해 선물을 하나 줄게요. 이거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게 좀 더 쉬울 거예요.”

 “선물이요?!”


 민준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필요했으니까.


 “뉴질랜드. 그곳에서 게이트가 열릴 거예요.”


 빛을 내던 민준의 눈에서 빛이 식기 시작했다.

 아마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이라서 그런걸까.


 “신우 씨, 이번에도 가실 건가요?”

 “아니요.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어차피 대통령이 알게 되면 전 세계, 특히 뉴질랜드에는 말할 거예요. 그러면 다른 용사들이 갈 거고요.”

 “그렇군요··· 다른 할 일은 뭐에요? 제가 돕겠습니다.”


 민준의 말에 신우가 멈칫거렸다.


 “아니에요. 이 일은 제가 할게요.”


 도움을 받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제부터 할 일은 손에 사람의 피를 묻혀야 될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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