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구벨
그림/삽화
구벨
작품등록일 :
2024.08.26 20:02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89
추천수 :
0
글자수 :
115,167

작성
24.09.01 19:20
조회
10
추천
0
글자
13쪽

6. 해야 할 일(2)

DUMMY

 민준이 대통령을 찾아간 뒤 뉴질랜드에는 용사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마왕군에 맞설 군대에 대한 얘기가 각국 정상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아, 덥다.”


 세계가 처음으로 힘을 합치기 시작했을 때 신우는 파푸아뉴기니에 있었다.


 파푸아뉴기니.

 아직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은 나라.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


 사람이 숨어있기 좋은 특징을 갖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이곳에 숨어있는 용사가 있었다.


 “이번에도 같으려나.”


 이곳에서 만날 용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구를 위해 싸운다고 한 적이 없었고 결국 신우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살려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우는 그러지 못했다.


 “관광객이오?”


 과학의 용사가 주고 간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가 들려왔다.

 옆을 보니 웬 노인이 있었다.


 “네, 관광객입니다.”

 “이런 곳엔 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데 여기까진 어쩐 일이오?”

 “볼일이 있어서요.”


 지금 신우는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사람이 잘 살지 않는 곳을 걷고 있었다.


 “저쪽으로는 가지 마시오. 저곳으로 가면 강도들이 많으니.”

 “···감사합니다.”


 위험을 알려주다니 얼마나 착한 노인인가.

 신우는 노인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왔던 길을 돌아가던 신우는 노인이 보이지 않자 허벅지에 힘을 주어 땅을 박찼다.

 하늘을 지나가는 신우.

 이 모습을 다른 사람이 봤으면 날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엄청난 높이를 뛰어오른 신우는 그대로 노인이 있는 곳을 지나쳐 원래 향하던 목적지가 있는 숲으로 착지했다.


 “저 노인이 있는 걸 보니 있구나. 말만 용사일 뿐인 쓰레기가.”


 위험을 알린 노인은 진심으로 신우를 걱정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곳에 숨어있는 용사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저 노인은 숨어있는 용사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러니 신우에게 말을 걸었다는 건 이번 회차에 이곳에 숨은 용사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곳에 있는 용사를 몇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죽일 때마다 항상 저 노인은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노인의 행동이 이곳에 용사가 숨어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됐다.


 “이번에도 너는 같은 대답을 하겠지.”


 숲속을 걷는 신우의 눈은 이미 답을 정한 거 같았다.

 일말의 기대감도 없이 그저 상대를 죽이려는 눈.


 원래 이렇지 않았다.

 몇 번 살려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몇천번이고 반복된 회귀에서 신우는 자신이 미치지 않기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어야만 했다.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다.

 바로 너 같은 쓰레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 너를 죽이는 건 저번 회차의 복수다···.


 마음속으로는 숨어있는 용사들의 문제가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댈 곳이 없는 신우는 무너질 거 같았기에 죽였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걸 알 수 없게.


 “누구냐.”


 숲속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오두막집에 가까워져 오자 안에서 남성의 소리가 들렸다.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

 “용사인가···.”


 오두막집의 문이 열리고 면도를 하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한 남성이 한 손에 봉을 들고나왔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네.”

 “···.”


 신우의 말에 남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혼자 왔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왜 찾아온 거지.”


 혼자 왔다는 말에 안심하면서도 신우에 대한 경계는 풀지 않았는지 남성은 봉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지구에 벌어진 일에 대해 알고 있나?”

 “···.”


 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성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번 회차에서도 결국 자신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신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용사로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

 “···.”


 계속된 침묵.

 신우는 역시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너의 대답은 항상 그랬지.”

 “그게 무슨 소리···!”


 팍!

 주먹과 봉이 부딪히고 충격파가 퍼지며 숲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냐니··· 용사이길 포기한 사람에게 벌을 내리는 중이다.”

 “뭐?”

 “너 같은 녀석들 때문에 실패했던 거야··· 단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던 너 같은 녀석들 때문에!”


 봉과 주먹, 발이 부딪히며 굉음과 충격파가 숲속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진 몰라도 지금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다!”


 남성이 자세를 잡자 기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하압!”


 기가 방출된 상태로 휘두른 봉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신우의 발이 땅에 박혀버렸다.


 “끝이다!”


 남성이 뛰어올라 봉을 내려찍으니 12개의 커다란 봉이 하늘에서 신우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숲은 박살이 났고, 남성은 숨을 헐떡이며 12개의 커다란 봉이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


 “헉··· 허억···.”


 바람이 불며 흙먼지를 날리자 땅에 박혀있던 12개의 커다란 봉이 사라지고 쓰러져 있는 신우의 모습이 보였다.


 “쯧··· 이런 일을 벌이지만 않았어도 죽지 않았을 것을.”


 남성이 혀를 차며 뒤를 돌아 그곳을 벗어나려 할 때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약하지도 않으면서 왜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 거지?”


 신우가 몸을 일으키며 분노에 찬 눈으로 남성을 노려봤다.


 “왜 단 한 번도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은 거냐···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순간 신우가 땅을 박차자 순식간에 남성의 앞으로 왔고 그대로 남성의 오른쪽 턱에 주먹을 꽂았다.


 복수와 울분이 담겨있는 주먹을 맞은 남성은 그대로 수십 개의 나무를 부수며 날아갔다.


 “커헉···!”


 날아가다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떨어진 남성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는 몸을 봉으로 지탱해 겨우 일어섰다.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남성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신우를 향해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억울해하지 마라. 너의 업보일 뿐이니까.”


 신우를 피해 도망가려 했지만 남성은 방금 공격으로 인해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큭··· 젠장!!”


 도망을 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남성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엄청난 기를 방출했다.


 “그래··· 끝까지 발버둥 쳐. 그게 너 같은 쓰레기한테 어울리니까.”


 그 모습을 보며 신우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인류를 저버린 용사를 마음 편히 죽일 수 있어서.


 “으아악!”


 남성이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엄청난 기세로 신우에게 다가갔다.

 그 기세는 마치 산만 한 멧돼지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것만 같았다.


 “죽어라!”


 모든 걸 부시며 다가오던 남성이 온 힘을 다해 봉을 휘둘렀다.


 목숨을 걸고 날린 일격.

 이것이 자신이 아닌 마왕군을 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신우는 씁쓸한 눈으로 봉에 맞춰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은 지금까지 와는 다른 주먹이었다.

 명확히 살의를 가진 주먹.


 무언가가 담긴 주먹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괴력을 보여줬고, 엄청난 폭발과 함께 내지른 주먹 앞의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꺽··· 살··· 살려···.”


 오른쪽 어깨와 그 아래로 이어진 허리가 날아간 남성이 피를 토하며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다.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이 세계를 위해 용사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어.”


 피눈물을 흘리는 남성의 눈에서는 억울함이 보였다.

 왜 나는 계속 싸워야만 하는데라는 억울함이.


 신우는 그 눈을 애써 무시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더 이상 보면 안될 거 같았기에.

 그렇게 이번 회차에서도 처음으로 용사를 죽였다.


 ***


 “신우 씨, 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신우를 민준이 반갑게 맞이했다.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길래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요.”


 신우는 요 한 달 반 동안 숨어있는 용사들을 찾아갔다.


 31 한 곳 중 이번 회차에 지구로 돌아온 용사는 23명.

 그중에 설득에 성공해서 지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한 용사는 12명.

 나머지 11명은 모두 신우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좀 일이 있었어요.”


 신우는 전과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신우 씨가 말했던 2가지가 해결됐어요!”


 민준은 칭찬해달라는 듯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문제 중 첫 번째.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가 무기를 만드는 곳은 이곳 한국으로 정해졌다.


 강원도의 산속 어딘가의 지하.

 위치를 함부로 알 수 없게 기밀이었고, 이미 대장장이 용사와 과학의 용사의 지휘를 받으며 무기를 만들 장소를 만들었다.

 지금은 신우가 준 종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한국으로 선택된 이유는 신우의 존재 때문이었다.

 신우의 초감각이라는 능력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언제든 만나 의견을 말하는 게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우 씨, 이따가 위치 보내줄게요. 초감각? 그 능력으로 뭐가 떠오르면 바로 말해달래요.”

 “네.”

 “그리고 두 번째는.”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군대.

 이건 아직 사람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용사가 있는데 왜 굳이 평범한 사람이 전장에 가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다행히 각국의 정상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자는 말에 동의했다.


 UN의 산하 아래 마왕군과의 싸움을 위한 군대가 만들어졌고, 무기가 만들어지는 대로 용사들의 통제 아래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왕군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단순히 준비만 하는 것도 별론데 마왕군과 싸우게 한다고 하니 여론이 좋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죠. 실용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돈이 많이 드는 군대는 금방 해체될 거예요. 그러니 마왕군과 싸워 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야 해요.”

 “죽는 사람이 나오겠죠···?”


 민준은 말하고 나서 신우의 눈치를 봤다.

 군대를 만들자는 말은 신우가 했고, 그 생각에 사람의 생명은 있었는지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에요. 용사들만으로는 절대 이 세계를 구하지 못할 겁니다.”


 민준은 신우의 얘기를 듣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희생 없이 무언가를 얻는 건 불가능하다.

 조그만 걸 얻기 위해선 조그만 희생을, 큰 걸 얻기 위해선 큰 희생을.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사람의 생명을 희생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였고, 민준은 신우의 말에서 이것을 보았다.


 “신우 씨. 만약에 세상 사람들이 신우 씨를 욕하더라도 자책하지 마세요. 신우 씨는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변함없이 해주는 말.

 몇번이나 듣는 말이지만 신우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협회장님, 고마워요.”

 “아니에요.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하세요! 우리 힘내봅시다!”

 “네.”


 민준과의 얘기를 끝내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신우는 곧장 화장실로 가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 냉장고로 가 소주를 챙겨 그대로 한입 마신 다음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눈을 감았다.


 신우는 머릿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이마에 핏줄이 섰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는지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쓰읍 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또다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이 짓을 반복하다 소주를 거의 다 마셨을 때쯤 생각의 정리가 끝났는지 신우는 눈을 떴다.


 눈앞에는 담배 연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거실이 뿌옇게 보였다.

 그걸 보며 자신의 인생과 같다고 생각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뿌연 안개를 헤치고 걸어가며 어디가 맞는 길인지 직접 찾아야 하는 처지.


 “만화에선 이런 주인공은 엄청 멋있게 나오던데··· 별로 멋있지 않네.”


 신우는 마지막 남은 소주를 한입에 털어 넣고, 담배를 껐다.


 앞으로의 일에 당분간은 뿌연 안개가 없으니까.

 너무나 확실한 일.

 이제 곧 군단장이 나타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N번째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20. 더 중요한 것(1) NEW 17시간 전 1 0 13쪽
19 19. 빈자리(2) 24.09.16 2 0 13쪽
18 18. 빈자리(1) 24.09.15 4 0 12쪽
17 17. 각자의 선택(2) 24.09.13 6 0 13쪽
16 16. 각자의 선택(1) 24.09.12 5 0 13쪽
15 15. 선택받은 용사들(3) 24.09.11 5 0 13쪽
14 14. 선택받은 용사들(2) 24.09.10 6 0 13쪽
13 13. 선택받은 용사들(1) 24.09.09 5 0 13쪽
12 12. 2군단장(2) 24.09.08 5 0 12쪽
11 11. 2군단장(1) 24.09.06 8 0 13쪽
10 10. 새로 찾은 희망(3) 24.09.05 7 0 13쪽
9 9. 새로 찾은 희망(2) 24.09.04 9 0 13쪽
8 8. 새로 찾은 희망(1) 24.09.03 10 0 13쪽
7 7. 인간의 군대(1) 24.09.02 8 0 13쪽
» 6. 해야 할 일(2) 24.09.01 11 0 13쪽
5 5. 해야 할 일(1) 24.08.30 15 0 13쪽
4 4. 게이트(2) 24.08.29 19 0 13쪽
3 3. 게이트(1) 24.08.28 17 0 13쪽
2 2. 용사(2) 24.08.27 21 0 13쪽
1 1. 용사(1) 24.08.26 26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