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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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최근연재일 :
2024.09.11 22:2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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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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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밤하늘이 추락했다.

DUMMY

고든은 달리고 또 달렸다.


상업지구와 다르게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빈민가였지만, 에드와 두목을 말리기 위해서 넘어져도 곧장 일어나서 달렸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몸은 지쳐갔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또렷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저 멀리서 희미한 신음이 들려왔다.


-으윽······.


고통에 힘겨워하는 듯한 소리. 그것은 매우 작았지만,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고든은 곧장 신음이 들려온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피투성이의 두목과 에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에드와 두목이 누구던가. 용병단에서 가장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고자 발악하고 있다.


고든은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저들이 곧 죽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고, 고든······!”


그러던 그때, 처절한 에드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퍼뜩 정신을 차린 고든은 저도 모르게 그를 향해 달려갔다.

용병단의 두목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에드 역시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고든은 자신이 무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상식적으로, 자신이 속한 용병단의 두목과 형님이 죽어가고 있다면 살리는 것이 당연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사람을 저 꼴로 만들 정도면 큰 원한을 가지고 있거나, 미치광이라는 뜻이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휘말려 죽을 것이다.


심지어, 고든은 저들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에드는 고든을 잡부라고 항상 무시했으며, 그건 두목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한, 에드는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것을 보고한 고든을 사정없이 패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긍정하고, 같이 하자고 이곳에 온 사람이 바로 용병단의 두목이었다.


그냥, 이렇게 죽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고든이었지만,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고든에게는 병상에 누워 있는 여동생이 있다.

뛰어난 재능에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여동생이었기에,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아이였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변방 영지에서도 최외곽 지역에 몰락 귀족. 사실상 평민이나 다름없는 그들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 바로 고든의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의 치료를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돈을 벌 방법은 용병이 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고든은 이렇게 보여도 몰락 귀족. 몸을 쓸 줄 몰랐고, 싸울 줄도 몰랐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잡부로 용병단에 가입해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하는 것 정도.


다행히 잡부로서의 재능이 제법 뛰어나 쏠쏠한 활약을 했고, 그 덕에 심기를 거슬러도 퇴출당하지는 않게 되었다.


에드의 행적에 반발하고, 두목에게 보고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아무튼,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에드와 두목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저들이 죽으면 용병단이 망할 것이고, 실력이 뛰어난 용병이 아니라면 괜히 불길함이 옮는다고 다른 용병단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


즉, 고든은 그대로 백수가 된다는 것이다.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에드와 두목이 살아남아야 했기에, 고든은 그들을 벽이 있는 곳으로 옮긴 후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피를 지혈하고, 품에 있는 응급약을 상처에 바른 후, 진통 효과가 뛰어난 약초를 입에 물렸다.

처지를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흘러내리는 피의 양이 줄었고, 에드와 두목의 호흡이 편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형님과 두목은 누구에게 이렇게 당한 걸까?’


잡부라고 해도,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고든도 제법 용병들이 익히는 잡기에는 능숙한 편이었다.

그런 고든이 보았을 때, 에드와 두목의 몸이나 그 주위에는 다른 인물의 흔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며 처치를 모두 완료한 순간, 고든을 떨게 만드는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고든은 에드와 두목을 이렇게 만든 범인을 확신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 하지.”

“·········.”


움찔 몸을 떤 고든은 뒤로 돌며 천천히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런 그가 본 사람은, 어린 소년이었다. 흔치 않은 흑발에, 푹 가라앉는 눈빛의 남자아이. 겉으로 보기에는 최소 12살에서 많아도 14살로 보이는 삐쩍 마른 아이.


복장은 고급스러웠지만, 고든은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소년은 빈민이었다. 그것도, 며칠 전 에드가 죽였을 빈민 아이들과 연이 있는 빈민.


고든은, 개인적으로 저 소년의 원한이 얼마나 큰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해도, 타인일 뿐이다.

완전히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괜히 공감하려고 하면 분노만 사게 될 뿐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만 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눌──.”


그렇게 고든이 입을 연 순간, 라온이 아무 말 없이 팔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아찔한 물리력이 고든을 뒤로 튕겨냈다.


고든은 벽에 부딪히며 기절했고, 라온은 그 모습을 흘깃 본 다음 죽어가는 남자 둘을 바라보았다.


“응급처치는 괜찮게 된 것 같군. 힘 조절에 실수해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야.”


저들은 쉽게 죽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라온의 손에서만 죽어서도 안 된다.


저들은 빈민의 공통된 적이다. 저들이 죽기 위해서는 모두의 분노를 해소해줘야 했고, 죽은 아이들의 넋을 충분히 풀어줘야 했다.


3시간, 혹은 4시간 후에는 아침 해가 뜰 것이다. 빈민가의 밤이 빠른 만큼, 아침도 빠르다.

해가 뜨면 모두가 일어날 것이니, 그때가 될 때까지 저들이 살아있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에는 몸이 근질거렸다.


왜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어느 순간 때보다 몸이 가벼웠다. 마나의 제어는 편했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저들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고통을 주는 건 쉬울 터였다. 라온은 두 눈을 감으며 날숨을 뱉었고, 두 눈을 뜨며 들숨을 마셨다.


그리곤 주먹을 쥐며 마나를 일으켰고, 그것을 저들에게 주입했다.


하고자 하는 것은 과도한 마나로 인해 육체가 무너져 내릴 때의 격통을 재현하는 것이다.

몇 년간 시달렸던 고통과 발작. 그것의 작용과 결과가 너무나 익숙했기에, 비슷하게나마 따라 하는 건 가능하다.


또한, 라온의 마나 순도는 자연의 기운을 넘어설 정도였으니, 큰 반발 현상도 없을 것이다.


“으······으아아악!!”


그렇게, 끔찍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라온의 표정은 싸늘하다 못해 무감해 보일 뿐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에드와 용병단의 두목은 기절하지도 못한 채 비명만 계속 내질렀다.


옆에 떨어져 있던 고든은 어느새 깨어나 몸을 떨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라온은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 마나를 계속 방출했다.


라온은 그 과정에 있어 자신의 재능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의 마나는 숨만 쉬어도 늘어났지만, 소모된 직후에는 곧장 회복되었다. 마나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회로는 활성화되었고, 마나초의 독은 줄어들었다.


마나초는 극독이다. 지금까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몇 시간 동안 저들에게 고통을 주며 생각해본 결과, 이런 극독을 버티는 회로가 비정상적이라는 결론에 닿을 수 있었다.


헌데, 그런 회로에서 일그러짐이 느껴졌다.


‘너무 흥분했어.’


마나초의 독이 줄어들며 회로에 점점 더 활성화되었고, 소실되는 마나가 줄어들며 부담이 가중되었다.


단전 속 마나는 언제나 방대했기에, 이것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회로의 기능이 활성화되며 점점 몸속에 흐르는 마나량이 늘어났다.


신체가 사무엘을 만나기 전으로 회귀하고 있었다. 아니, 걸 넘어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나와 단전, 회로와 정신의 불균형을 낳았고, 마음대로 마나를 다룰 수 있음에도 몸이 버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나를 방출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의 행위를 멈추는 순간, 모든 반발력이 회로와 육체를 강타할 것이다.


사람이 전력으로 달린 후에, 갑작스럽게 정지하면 무릎이나 발목 등의 관절에 부담이 가는 것처럼, 마나를 다루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라온이 하는 행위는 고작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멈추는 순간, 육체가 무너진다. 그런 확신이 듦과 동시에, 라온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일단, 천천히 마나를 갈무리하는 것이다. 급정거하는 것이 아닌, 잔발을 뛰며 천천히 달리는 속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렇게, 라온은 아주 미세하게 방출하는 마나량을 줄였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성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에야 육체에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라온은 문제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연의 기운이 몰려온다.

일전, 천막을 세워 보았던 마나의 궤적과 흐름을 따라 하려고 했을 때 있었던 일이 다시 일어난다.


이미 한 번 겪어 보았던 일이었기에, 라온은 본능적으로 전력으로 마나를 방출. 자연의 기운에 반발했지만, 그로 인해 큰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점점 더 의식이 아득해지려던 순간, 어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엘. 준비는 모두 끝났지?”

“예.”


익숙한 목소리와 처음··· 아니. 두 번째로 듣는 목소리. 순백의 피부와 머리칼. 보랏빛 눈동자가 특징인 북부의 절대자.


7성급 마법사 베라르트 질링거 슈페르테. 라온의 스승이 되기로 한 그가 빈민가에 나타났다.


라온은 흐릿한 시야로 슈페르테 대공을 바라보았고, 대공은 열심히 버티고 있는 라온의 머리를 푹 누르며 입을 열었다.


“내 예상을 뛰어넘었구나. 편히 쉬도록. 조금만 있으면, 모든 게 끝나 있을 테니.”


그와 동시에 라온은 눈앞에 떠오르는 어떠한 마법을 보았고, 그것을 본 순간 그의 의식이 아득해졌다.




*




“시작하지.”

“예.”


늦은 밤. 환하게 빛나는 빈민가 골목.


슈페르테 대공은 빈민가 바닥 전체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과 사무엘이 들고 있는 여러 마도구를 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런 대공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정오가 찾아온 듯이 환하게 빛나는 밤하늘이었다.

무수히 많은 별이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빛나고 있다. 그 별들이 이어져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고 있다.


대마법(大魔法)을 넘어선 거대마법(巨大魔法).


슈페르테 대공 본인의 마법체계. 앱솔루트 카운터(Absolute counter) 이상의 무언가.


모든 깨달음을 총망라하여 구상한 일종의 봉인술이자 미완의 마법. 대도시인 아슈빌의 면적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것의 중심에, 바닥에 쓰러진 라온의 위치한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미완의 마법이지만, 라온이 존재하는 것으로 마법이 완성되었다.


이것으로 무너진 라온의 균형을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며, 과도한 재능은 처음으로 돌아가 만개의 가능성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슈페르테 대공은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미소를 지었고, 스태프를 바닥에 내리찍으며 마나를 방출했다.


──────!


그와 동시에, 밤하늘이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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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1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3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2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7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5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5 0 13쪽
»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3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3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2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3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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