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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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최근연재일 :
2024.09.11 22: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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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15

작성
24.08.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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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빈민의 현실.

DUMMY

아리아 왕국 수도 아리안나 바로 옆 대도시 아슈빌.

여긴 동문과 서문, 북문과 남문을 잇는 십(十)자 형태의 길을 경계로 크게 4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평민들이 거주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상업지구와 그 곁다리로 껴 있는 빈민가.


용병 길드, 마탑 등 다양한 조직이나 조합, 여러 행정 기관이 모여 있는 행정 구획.


귀족, 혹은 그에 상응하는 신분이나 명성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저택이 즐비한 귀족 구획.


왕국과 도시에 속한 병사나 마법사, 기사 등이 모여 꾸준히 훈련받고 도시를 지키는 아슈빌 경비 부대.


이중 상업지구는 손을 잡고 길을 거니는 연인들, 삼삼오오 모여 뛰노는 아이들, 거리의 노점상과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로 인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상업지구는 1년 365일 항상 이런 모습이지만,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축제 기간은 이보다 더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니, 상업지구의 평민들에게는 좋아도 빈민들에게는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활기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자들은 평민들뿐이었다.


어느새 축제가 가깝게 다가온 지금, 약방에서 나온 라온의 눈에는 곳곳에서 맞아가며 일하는 빈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쩌억──!


“으윽······”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움직여!”

“죄, 죄송─.”

“대답할 시간에 어서 움직이란 말이야!”


상인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빈민을 때린 후 주위 사람들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하하. 죄송합니다. 이놈이 요령을 부리길래 한소리를 해야겠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걸 매우 당연하게 여겼다. 귀족에게 차별을 받는 평민들이 빈민을 차별하며 우월감을 만끽하는 것이다.


이것이 빈민의 일상이자 실상이다.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고, 돈을 받는다 해도 그 과정에서 차별과 고통이 만연하다.

자칫 잘못하면 경비대에 신고가 들어가 잡혀갈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돈이 또 필요하다.


늘 고통받고, 고생하며, 박해받는 빈민들.

분명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색의 피가 흐름에도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 같은 느낌이 여실하다.


라온은 활기찬 거리 속 홀로 동떨어진 듯한 감정을 떨쳐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빵집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빵집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고, 라온은 먼저 들어왔음에도 마지막으로 빵을 받았다. 심지어 같은 돈을 주고 구매했음에도 라온이 받은 빵에는 곰팡이가 있었다.


“하나 더 주세요.”

“······쯧. 귀찮게.”


빵집 주인은 라온의 말에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차며 빵을 던져주었다. 딱딱하게 굳은 빵은 마치 돌덩이가 바닥에 떨어진 듯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을 울렸다.


라온은 아무 불평 없이 그 빵을 든 채 빵집을 나섰다.


‘그나마 빵은 받아서 다행이네.’


이 정도면 양반이다. 가끔······ 아니, 가끔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빈민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구매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업장에서 출입을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빵집 주인 정도면 나름 착한 것이고, 약방의 노인이 특이한 것이다.


이런 대우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곰팡이가 핀 빵이라도 받은 게 어딘가.


라온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길을 가로질렀고, 자신을 보고 거리를 벌리는 행인의 틈을 뚫으며 품을 가득 채웠다.


늘 해오던 일이라, 이제는 하지 않으면 불편한 것이 바로 소매치기였다.




*




빈민가 초입에 들어가기 전에 품속에 있던 지갑을 모두 정리한 라온은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야! 피하지 마! 가만히 있어!”

“피하면 어때! 피해야지 때리는 맛이 있잖아!”

“그런가?”

“당연하지!”


빈민가와 상업지구의 경계. 명확하게 구역이 나뉘지 않은 곳에서 상업지구의 양아치들이 빈민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


아무리 잃을 게 없는 빈민이라고 해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가 있는 법이다.


왕족과 귀족은 당연하고, 부호도 마찬가지였고, 지금처럼 굳이 빈민가에 들어와 아이들을 괴롭히는 양아치들도 이런 유형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경비대의 주급은 그리 높지 않다.

혼자 산다면 그럭저럭 편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가정이 있거나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수준이다.


그랬기에, 뒷돈을 받는 자들이 많고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상업지구의 상인들인 것이다.


저 양아치들은 필시 뒷돈을 찌르는 상인의 자제일 터였다.


즉, 저놈들이 신고하는 순간 이곳에 경비대가 몰려올 것이고, 경비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아이들을 잡아갈 것이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이자, 당장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미 그렇게 희생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니 가만히 맞고 있을 수밖에 없다.


라온은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다스렸고, 양아치들은 놀이가 질렸는지 재미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상업지구로 향했다.


라온은 이것을 기다렸다.


두 눈을 감고 세상을 느끼며 마나를 널리 퍼트린다.

단전의 한계 이상으로 마나가 가득 차 있었기에, 자칫 잘못 했다가는 몸이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그렇게 놈들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적당히 빈민가와 거리가 떨어졌을 무렵.


────!


‘죽이지 못하는 게 아쉽군.’


축제를 대비해 임시로 지어지던 가건물 중, 빈민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을 무너트려 놈들의 위로 떨어트렸다.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죽이는 순간 경비대가 출동해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애꿎은 빈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참아야 했다.


푹 한숨을 내쉰 라온은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이들은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울지도 않았고, 고통에 신음하지도 않았다.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지금 저 아이들이 느끼고 있을 감정과 무력감을 알고 있기에, 라온은 별말 없이 손에 든 빵을 찢어 멀쩡한 부분을 건넸다. 아이들은 딱딱하게 굳은 빵을 씹으며 말했다.


“형. 우리는 상업지구에 가면 안 되는 걸까?”


라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의 눈을 보았다. 부러움, 질시, 한탄 등이 뒤섞인 시선이 상업지구와 닿아 있다.

추레하고 더러운 빈민가와 비교해 활기차고 따사로운 상업지구가 얼마나 좋아 보이겠는가.


아직 아이들은 확실하게 모르는 것이다.

저 눈에 보이는 활기참과 따사로움은 결코 빈민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상업지구는 절대 좋은 곳이 아니고, 빈민에게는 오히려 위험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예전에야 빈민가가 더 위험했지만, 라온이 체질을 바꾸며 빈민가에 군림하기 시작한 이후로부터는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여기가 더 안전했다.


라온은 그 사실을 상기하며 아이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아직은 가지마. 조금 더 자라서, 너희들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때가 되면, 가보자.”


그때가 되면, 조금은 현실을 깨닫고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정도는 구별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라온은 묵묵히 아이들에게 빵을 찢어 건넨 다음, 마나를 일으켰다. 소량의 마나는 아이들의 몸을 간질였고, 그제야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라온은 그 웃음을 보며, 문득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딱 저 아이들만 한 시절. 아니, 그보다 훨씬 어렸던 그 시절.

먹을 게 부족해 식인이 성행했고, 범죄 조직이 빈민가 전체를 잠식해 모두의 얼굴에 절망만이 가득했던 그날.


‘그때, 이 재능을 깨닫지 못했다면, 지금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겠지.’


그때 당시, 라온은 목숨을 걸고 식인을 억누르고 범죄 조직을 북쪽으로 몰아냈었다.


모두, 숨만 쉬어도 늘어나는 마나와 그걸 다룰 수 있는 감각이 뛰어난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재능이 지금의 라온을 죽이고 있다.


“내가 죽으면 빈민가는 예전으로 돌아가겠지.”


라온은 절대 그 꼴은 보기 싫었다.


작게 혀를 찬 라온은 어느새 떠난 아이들의 빈자리를 지나쳐 빈민가 안쪽에 있는 강변으로 향했다.

그렇게 푹, 당장이라도 휩쓸려 떠내려갈 것 같은 강 깊숙한 곳에 몸을 담은 채 조용히 마나를 넓게 퍼트렸다.


방대한 마나는 끝없이 소모되었고, 점점 단전의 부담이 줄며 무너지려던 신체가 안정된 순간.


“하······.”


물 밖으로 나온 라온은 크게 호흡하며 공기를 폐에 불어 넣었고, 젖은 몸을 마나로 식히며 약방 노인이 준 독초를 한입에 삼켰다.


알싸한 독초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다 목울대를 넘어갔고, 이윽고 독이 전신을 찌르르 울리며 회로의 기능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나름 쓸만하네. 주기적으로 먹어야겠어.’


약과 독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라온이 먹은 독초는, 다른 이들에게는 회로에 영구적인 장애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인 독이 되겠지만, 그에게는 무너지려던 몸을 멈추는 명약이 되어주었다.


이로써 마나 회복 속도가 억제되었고, 회로의 기능이 약해지며 당분간은 마나가 과도하게 쌓일 일은 없을 것이다.


최소 일주일, 길면 몇 주 정도의 수명이 늘었을 터였다.


라온은 하루라도 빨리 지금 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향한 곳은 빈민가의 북쪽. 여러 범죄 조직이 모여 있는 빈민도 향하지 않는 험악한 곳이었다.




*




“사무엘. 이 독을 어르신에게 건넨 사람이 누구라고?”

“많아도 14살. 적으면 12살로 보이는 빈민이었습니다.”

“빈민이라······ 그렇다면 실제 나이는 더 많겠군.”


아리아 왕국의 수도. 아리안나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


그곳의 주인. 북부의 절대자 슈페르테 대공은 테이블에 놓인 마나초의 독을 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어떡하는 게 좋을까······ 욕심이 나. 욕심이.”

“전하를 제지할 수 있는 건 폐하뿐이니, 하고 싶으신 걸 하시면 됩니다. 전 그걸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이 독은···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지. 개인적으로 관상용으로 둘 만한 가치를 가진 독이야.”


드륵─!


자리에서 일어난 슈페르테 대공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붉게 물들인 세상은 마치 불이 붙은 초의 심지를 보는 것 같았다.


새하얀 북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에 슈페르테 대공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주일. 내가 수도를 떠나기 전에, 그 아이를 내 눈앞에 데리고 오도록.”

“예.”

“명심하게. 강제로 끌고 와서는 안 되네. 모시고 오는 거야. 돈을 원하면 돈을 주고, 신분을 원하면 신분을 줘. 내 이름을 팔아도 되니 꼭.”

“명 받들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사무엘은 귀에 건 마석을 누른 채 무언갈 말한 후 떠나갔다.

홀로 남겨진 슈페르테 대공은 사무엘의 빈자리를 보다, 흘깃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 있는 스태프를 바라보았다.


‘마나의 순도는······ 나와 버금가거나 그 이상인가. 아슈빌에 괴물이 숨어 있었군. 어쩌면, 저 까다로운 스태프가 감응할 수도 있겠어.’


감응하든, 안 하든, 기대 이상의 아이가 맞든 아니든, 일상의 즐거움을 깃들게 해줄 일이 될 것은 분명했다.


슈페르테`대공은 얼굴도 모르는 빈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무료했던 일상이, 조금은 변화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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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1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3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2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7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5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5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3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3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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