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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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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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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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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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일.

DUMMY

슈페르테 대공의 집무실.


카르바할이 슈페르테 대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죽인 놈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렇게 태연한 걸 보니,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요.”

“···············.”

“아버지가 아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어릴 때부터 학대했다니. 참 기구한 유년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슈페르테 대공이 카르바할을 바라보았다.


라온은 카르바할을 수많은 형체와, 수많은 목소리가 집합된 무언가로 보았지만, 대공은 달랐다.


대공은 카르바할의 본모습을 보고 있었다.


분명 의자에 앉아 있기에, 성인 남성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야 하는 대공이었다. 하지만 대공의 고개과 시선은 아래를 향했고, 앞에 선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있다.


카르바할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작은 꼬맹이였다.


눈빛과 표정, 풍기는 분위기가 아이라는 것을 가려줄 뿐이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가 본다면 아이인 줄 알고 먹거리를 나눠주었을 정도.


그런 꼬맹이의 몸에 방대한 마나가 깃들어 있었고, 그것은 신호탄이 쏘아진 순간 언제든지 공간을 가득 채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스웠던 슈페르테 대공은 픽, 실소를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카르바할. 그리 긴장할 거 없네. 자네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카르바할의 작은 몸이 흠칫 떨렸다.


같은 7성급 마법사라고 해도, 환영 마법의 대가와 모든 마법에 우위에 설 수 있는 마법사는 격이 다른 법이다.

대공이 분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차이가 너무나 현격했기에 카르바할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티를 낼 수는 없기에, 카르바할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공을 바라보았다.


“죽이려고 마음먹는다면, 죽일 수는 있는 겁니까?”

“그건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환영 마법에 먹혀 영원히 꿈속을 헤매는 아이야.”

“·········”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본질을 꿰뚫는 대공의 말에 카르바할의 눈두덩이가 흔들렸다.


그렇게, 정적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것이 깨진 순간은 카르바할이 저택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아이에 대해 떠올렸을 때였다.


“그 아이는 누구입니까?”

“내 제자라네.”

“당신의 제자는 왕녀밖에 없지 않습니까. 설마 왕녀가 남장에 취미를 들인 게 아니고서야, 그 꼴로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왜 새로운 제자를 들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거지?”


슈페르테 대공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순간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찻잔 하나가 둥실 날아왔다.


손님에게 차를 내주지도 않은 채 홀로 차를 마시고 있는 대공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카르바할이 말을 이었다.


“그 제자는 어느 가문의 자제인 겁니까? 부모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귀족이 아니야.”


카르바할을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가 본 아이의 모습은 영락없는 귀족이었다. 그것도 상류층 가문의 귀한 자제.


복장과 착용한 장신구는 모두 고급이었고, 그 외모는 귀족 중에서도 드문 것이다.


그런데 귀족이 아니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귀족이 아니라는 말에 근본적인 의심을 가지진 않았다.


환영을 보고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법.

대륙에서 가장 환영 마법을 잘 다루는 카르바할은 현실을 알고 있었다.


마법사의 성취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재능뿐이다.

신분, 혈통, 타고난 가문, 이까짓 요소는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벽을 넘게 해주진 않는다.

마법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타고난 자들이 독점하는 지식을 베풀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일 뿐, 마법계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시금 정적이 맴돈다.


명백한 강자를 앞에 두고 있던 카르바할은, 정적이 불편한 나머지 화제를 돌리고자 했다.


슬슬 이곳에 온 본론을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카르바할은 자신의 대답에 대공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되었지만, 결국에는 말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곤 입을 열었다.


“당신이 했던 제안은 광범위했지만, 핵심만 이야기하자면 이러했죠. 7성급 마법사를 견제하기 위한, 마법사들의 기구를 성립하자.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요?”

“잘 이해했군.”

“허.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니. 당신, 제정신인 건가요?”


그 누가 자신의 앞에 놓인 금덩이를 걷어차겠는가. 심지어 그 금덩이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이 직접 걷어차고자 한다.


카르바할은 어이가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제안입니다. 당신의 제안은, 제 환영보다 더 꿈 같은 거죠.”

“꿈속에 사는 아이가 꿈같은 제안이라고 하다니. 현실성이 부족했나 보군.”

“부족한 걸 넘어 현실성이 없습니다. 위대한 별 그놈들로 인해 아무리 기존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고 해도, 당신의 제안은 영 아닙니다.”


고개를 내저은 카르바할이 슈페르테 대공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직접 찾아와서 답을 하라고 했기에, 이렇게 왔으니. 전 이제 다시 돌아갑니다.”


직후, 세상이 일그러지더니 카르바할의 모습이 사라졌다.


“꿈속으로 돌아갔군.”


남겨진 슈페르테 대공은 카르바할의 빈자리를 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고, 응접실에서 대기 중이던 라온을 불렀다.




*




라온을 집무실로 부른 슈페르테 대공은 그를 자세히 살폈다.


3권의 책을 준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난 상황. 책을 성실히 읽었다면 나름의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라온은 그저 그런 아이가 아닌, 자신 이상의 재능을 지닌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슈페르테 대공의 생각은 기분이 좋게 깨져 벼렸다. 나름의 성과가 아닌, 최선의 성과.


급격하게 줄어든 마나량과 몸속의 마법으로 인해 균형을 찾고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한 라온이었는데, 적응은 진작해 해버렸고 나아갈 길도 찾은 상태였다.


그것을 라온 본인이 깨달았는지, 무의식적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뭐가 됐든 라온과 슈페르테 대공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기질 자체가 달라졌어.’


라온은 풍기는 기운과 기질은 완숙한 마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그가 가진 재능과 미래가 아닌, 현재만 보아도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던 그때, 라온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조금 전에 보았던 마법사. 그 사람, 제가 아는 그분이 맞을까요?”


스승이라는 기분 좋은 호칭으로 시작된 질문에, 슈페르테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그분이 여기에 오신 건지·········.”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온 거야.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 말에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냉정하게 들리는 말에 기분이 상할 법도 했지만,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게 애정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7성급 마법사가 대화를 나눈 어른들의 사정.


필시 심각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이겠지만, 그렇기에 라온이 끼어들 수 없다.


라온은 카르바할에 대한 생각을 접은 후, 왕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악의를 품은 호위. 그의 대화 내용. 왕녀에 눈에 깃들어 있는 세뇌 마법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용병 길드에 찾아간 것까지.


자신이 느끼고 본 사실. 그리고 이상한 점과 위화감이 드는 점.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을 추론한 결론까지.


라온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내려진 일방적인 결론이 슈페르테 대공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조심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모든 설명을 들은 슈페르테 대공이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라면 왕녀가 위험할 수도 있겠군. 그러나, 난 나서지 못하겠어.”

“예·········?”

“걱정할 거 없네. 모두 잘 풀릴 테니까.”


슈페르테 대공은 라온의 말이 사실일 거라 생각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놀랄 정도의 재능을 가진 아이가 느낀 일이다. 설령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실의 근접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고 싶었지만, 상대는 왕녀다.

제아무리 슈페르테 대공이 왕녀의 스승이자 북부의 절대자라 하더라도, 직접 나설 수가 없었다.


왕녀의 곁에는 왕 이상의 호위가 숨어 있다.


왕녀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아슈빌을 지워버릴 수 있는 기사단이 나설 것이고, 그들의 무력은 대공에 버금갈 정도.


왕녀에게 위험이 된다면 그들을 죽일 것이고, 판단의 방해가 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 또한 죽일 것이다.


도시 전체가 왕녀를 불편하게 한다면 도시를 지울 것이고, 설령 왕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은 칼을 겨눈다.


왕에게 그렇게 교육받고, 세뇌당했으며, 그러한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


슈페르테 대공은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더 안 좋은 결과를 불어온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구구절절하게 할 수 없었으니, 슈페르테 대공은 라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단, 네가 옆에서 지켜보는 게 좋겠구나. 난 따로 알아볼 테니, 같은 스승을 둔 동지로서 잘 부탁할게.”


라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저택을 나섰고, 슈페르테 대공은 라온의 빈자리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위대한 별이라········· 그놈들은 마법계를 건드리는 걸 넘어, 왕국까지 뒤흔들 작정인가.”


아까 말했듯이, 왕녀의 걱정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위대한 달을 모시는 그놈들은 위험하고 귀찮은 존재다.


슈페르테 대공은, 일단 왕에게 보고하기보다 먼저 조사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왕은 왕녀 없이는 못 사는 존재.

지금 이 사실을 보고하면 축제를 망치고 아슈빌이라는 도시를 지우려고 할 수도 있었다.


빈민가와 빈민들에게 애착이 있어 보이는 라온에게는, 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

슈페르테 대공은, 부디 자신이 직접 나설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스태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공간을 열어, 아슈빌에 있을 사무엘에게로 향했다.




*




저택을 나선 라온은 대공의 말을 곱씹으며 상업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걱정할 거 없다고 말했으니, 큰 걱정은 가라앉은 라온이었지만, 도대체 위대한 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대한 별이라······ 스승님을 알고 계셨던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린 그때, 문득 시야가 일그러졌다. 아니, 시야가 아닌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직후, 라온은 전혀 다른 세상에 서 있었다.


“다시 보는군.”


그리고 여전히 나이와 성별, 모습과 목소리를 구별할 수 없는 7성급 마법사. 카르바할 데르앙과 마주쳤다.


절로 경계심이 올라오던 찰나, 카르바할의 입이 열렸다.


“너무 경계할 거 없어. 악의를 품은 건 아니니까.”


어째서인지, 카르바할의 형체는 눈앞에 있는데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경계할 거 없다는 말에 경계심이 절로 내려갔다.


이상한 일이다. 사람의 감정을 마음대로 제어하다니.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왜 경계심이 내려갔는지 이해가 안 돼서?”

“·········어떻게 한 거죠?”

“사람의 모든 건 무의식에서 시작돼. 그리고 내 마법은 환영과 현실, 그리고 꿈을 다루지. 꿈은 무의식의 발로이고, 그 꿈을 제어할 수 있다는 건 무의식을 입맛대로 다룬다는 거니.”


문득, 라온은 카르바할이 미소를 지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난 모두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마법사. 상대적으로 나보다 약한 자에게는 절대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야.”

“···············.”

“뭐, 네 스승에게는 쥐뿔도 안 통하지만 말이야. 아까도 다리가 떨려서 죽을 뻔했어. 실제로 선을 넘었다면 불구가 되었겠지.”


라온은 너스레를 떠는 카르바할에게 경계심을 올리고자 했지만, 여전히 감정이 제어되지 않았다.


“너무 그럴 거 없어. 그냥, 대공의 제자에게 관심이 들어서 이렇게 나타난 거니까.”


문득, 라온은 목에서 이물감을 느꼈다.


고개를 내려서 보니 왕녀가 강제로 착용하게 한 목걸이 아래에 새로운 목걸이가 생겨나 있었다.


“위대한 달이 무엇이냐고 물었지? 아직은 알 거 없어. 알면 다치고. 하지만, 대공의 제자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엮이겠지.”

“·········.”

“그건 선물이야. 대공이 없을 때, 적어도 네가 위험한 일에 엮이면 최소 한 번은 목숨을 살려주겠지.”

“············.”

“부디, 그 목걸이의 힘을 빌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그 순간, 세상이 일그러졌다.


라온은 상업지구로 향하는 거리에 서 있었고, 여전히 목에 걸린 목걸이의 이물감은 여전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현실로 돌아온 지금, 분명히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볼 수가 없는 라온이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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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2 1 11쪽
» 기묘한 일. 24.09.10 17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3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8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6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4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40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50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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