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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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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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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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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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빈민가 아이들.

DUMMY

“그만.”


라온의 마법을 본 사무엘은 그를 말렸다.

사무엘은 대공의 마법을 보여주고 싶었고, 라온의 재능을 확인해보고도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과했다.


라온은 아직 환자다. 그것도 언제 몸 상태가 무너질지 모르는 심각한 상태의 환자.

임시방편으로 몸 상태가 괜찮아졌지만, 너무 과도하게 마나를 사용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


천막에서 보았던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들과는 별개로, 사무엘은 라온에게 놀라움을 넘어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라온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은 슈페르테 대공의 인정으로 알 수 있었지만, 이건 대단하다는 말로 전부 설명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드는 것이다.


‘태생적 배경이 문제군.’


사무엘은, 라온이 빈민이라는 것이 그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느낌은, 일종의 확신에 가까운 것이었다.




*





마법사란 대게 자존심이 높고, 자아가 비대하며, 특권의식과 선민의식, 그리고 우월감에 푹 젖어 있는 족속이다.


그 자존심과 자아가 마법과도 같은 고등 지식을 하찮은 존재에게 허락하지 못하게 한다.

마법을 익히고 배울 수 있는 건 오로지 귀족과 그에 버금가는 고귀한 자들뿐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사무엘을 포함한 극히 일부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는 벌써 라온이 받을 취급이 선명히 보이는 것 같았다.

심지어 빈민이 마법을 익히는 것도 모자라 뛰어난 재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마법사들의 심기를 단단히도 거스를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라온은 눈엣가시와도 같아질 것이며, 라온은 재능이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온은 빈민이라는 점 때문에 평가 절하를 당할 것이고, 무시와 멸시, 배척을 당할 것이다.


이건 슈페르테 대공이라고 해도 어찌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7성급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계 전체를 상대로는 한 수 접어줘야 하는 법이었다.


심지어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이기에, 더 교묘하고 악질적인 취급을 받을 것이고, 항상 대공이 옆에 붙어 있을 수 없기에 더 고생하게 될 것이다.


사무엘은 이러한 광경을 너무나 쉽게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었다.


물론, 라온의 재능이라면 그 모든 걸 가볍게 이겨낼 수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이 일을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아무리 빈민가에서 험하게 자랐다고 해도, 라온은 아직 주위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다.

그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르고 제대로 자라지 못한, 같은 나잇대 아이들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안쓰러운 소년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전하게 안 계실 때는, 내가 옆에서 보살펴야겠군.’


사무엘은 이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자네를 제자로 들이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네.”

“······예?”


뜬금없이 들려온 말에 라온은 놀라움을 느꼈다. 상황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장, 라온은 다른 생각으로 사고의 폭을 넓혔다.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가 되다는 것은, 방금 보았던 대공의 마법 체계를 배울 수도 있다는 소리가 아니던가.


라온은 욕심을 느꼈다. 흥미도 느꼈고, 기대 또한 느꼈다.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도 된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었다면, 라온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빈민가는 남들의 악의와 호의를 빨리 파악하고, 적이 될 것 같은 존재를 먼저 공격해야 하는 곳이니까.


라온은 타인의 악의에 민감했고, 사무엘은 그런 악의를 품고 있지 않았다.


그때, 사무엘이 말을 이었다.


“11일 뒤. 전하는 북부에 가신다네. 그 전까지, 여기에 머물면서 살을 올리고 빈민의 태를 벗는 게 좋을 거야.”

“빈민의 태를 벗으라고요?”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아리아 왕국을 포함한 대륙 마법계의 이목을 끌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이목을 받을 사람이, 삐쩍 말라 있으면 라온에게도 좋지 않고, 슈페르테 대공에게도 좋지 않다.

심지어 라온은 빈민인 만큼, 외형이 특출나지 않으면 더 많은 무시를 당할 것이다.


모두를 위해서라도, 라온은 귀족과도 같은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사무엘은 이것을 라온에게 설명했고, 라온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그때, 라온은 문득 든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사무엘 님. 제가 북부에 따라가면, 계속 거기서 머물러야 하는 건가요?”


라온은 빈민가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부터 빈민의 태를 벗어 던져야 한다고 해도, 라온은 자신을 빈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빈민가라는 장소는 여전 냄새나고 더러우며 추레한 곳이었지만, 라온은 자신의 집으로 여긴다. 출가하더라도, 가끔 정도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빈민가는 라온이 없으면 언제든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먹을 게 부족해 식인이 성행할 수도 있고, 살인은 서너 건이나 일어날 것이며, 범죄 조직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어릴 적, 라온이 보기 싫어 귀를 틀어막고 몸을 웅크렸던 그 일을, 지금의 아이들이 겪게 될 거란 뜻이다.


미소 없이 자란 라온이었기에, 자신과 같은 경험을 다른 아이들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빈민가를 떠나더라도 주기적으로 가야 했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야 했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자, 라온 본인도 딴생각 없이 마법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이었다.


그런 라온의 생각을 눈치챈 걸까. 사무엘이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라온이 기대하던 것과 일치했다.


“북부에 처음 가면 최소 몇 주는 머물러야 하겠지만, 원하면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다네.”

“정말인가요?”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게 새로운 제자를 들이게 됐을 경우, 대공가 내부적으로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식솔들에게 자네를 소개해야 하니 오래 걸리는 거라네.”


이 과정이 라온에게는 꽤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사무엘은 어쩔 수 없이 이겨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이후에는 라온이 어디에 있든 가르침에는 문제가 없었다. 왕녀도 수도에 지내면서, 슈페르테 대공의 가르침을 잘만 받는 것이다.


사무엘은 이에 관해 설명했고, 라온은 왕녀의 존재를 떠올렸다.


‘왕녀라······’


라온은 왕녀라는 존재에 대해 거북함을 느꼈다.

가장 미천한 빈민이, 가장 고귀한 존재와 같은 스승을 두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거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왕녀도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거북하거나, 불쾌하거나, 어이없어하거나, 셋 중 하나이거나, 셋 모두이거나, 뭐가 됐든 자신과 비슷할 것이다.


라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훈련장을 뇌리 쬐고 있었다.


“시간이 늦었군. 목욕물과 식사 준비를 명할테니, 잠깐만 기다리게.”

“예.”

“빈민가에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말하면 된다네. 마차는 항상 대기 중이니,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내 만년필은 돌려주면 좋겠군.”


사무엘의 말에 라온이 우뚝 굳어버렸다.


라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만년필을 꺼냈고, 얼룩이 묻지 않은 걸 확인한 다음 사무엘에게 건넸다.


“죄송합니다. 제가 손버릇이 안 좋아서······”

“그렇건 같았네. 기절하던 와중에도, 소매치기를 한 걸 보면, 그건 몸에 배었다고 봐야겠지.”

“하하······”

“다른 물건이었다면, 자네에게 주었을 테지만, 이건 전하께서 하사하신 물품이라, 주긴 어렵군. 스태프로 만족하게.”

“죄송합니다.”


라온은, 다음부터 소매치기 상대를 잘 골라야겠다고 생각하며 저택으로 이동했다.

저택은 매우 넓었지만, 사용인의 수는 적어서 그런지, 무언가 쓸쓸하면서도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방에서 쉬고 있길 십수 분.


라온은 목욕물이 준비되었다는 말에 깨끗이 씻었고, 사용인이 건넨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샹들리에와 갖가지 장신구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연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을 보며, 라온이 두 눈을 바쁘게 움직였다.


‘저거 하나 훔치면, 빈민가 사람들 모두를 배부르게 할 수 있겠어. 최소 한 달 정도는 못 먹을 걱정은 내려놓을 수 있겠군.’


라온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배를 채웠고, 이후에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맡겼다.


빈민가의 나무 침대와는 다르게, 지금 라온이 누운 침대는 매우 푹신푹신했고, 부드러웠다. 가히 황홀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느낌에, 오히려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문득 거울이 보였던 라온은 그곳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씻은 후 사용인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칼과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모습은 너무 어색했다.


그 누구라고 대호, 지금의 모습만 보면 절대 빈민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이 무언가 복잡미묘한 감정을 자아냈기에, 라온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정리된 머리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빈민가 특유의 표독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빈민 같네.’


여전히 깨끗해진 몸 상태와 복장은 빈민답지 않았지만, 최소한 표정과 머리칼만큼은 빈민다웠다.

그것도 잘생긴 얼굴 덕분에 빈민답다고 말하기 어려웠지만, 최소한 라온에게는 만족감을 줄 정도였다.


그렇게 라온은 너무나 좋은 것이기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침대 위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 때문일까. 아니면 마나 폭주의 여파 때문일까. 깊게 잠들지 못한 라온은 다음 날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라온은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사흘을 방에서 갇혀 지내야 했다.




*




라온이 저택에서 지낸 사흘. 그동안 그는 이런저런 보살핌을 받으며 차츰 회복할 수 있었다.

좋은 침대에서 자고, 따뜻하고 깨끗한 물로 씻소,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에는 익숙해졌다.


하지만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던 건, 수많은 사용인의 시선이었다. 어딜 가든 자신을 보고, 어디에 있던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얼핏, 감시하는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한 것이다.


그 시선은 수많은 빈민이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과 너무 달랐기에, 라온은 어색함과 함께 불편함을 느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시선은 계속되고 있었다.


“너무 고급스러운 것 같은데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라온은, 사용인이 준비해준 옷을 입은 채, 거울 속 자신을 살폈다.

귀족이라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빈민이라기에는 너무 좋은 옷을 입은 모습이 선명했다.


라온은 빈민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째선지 북부 대공이 왕성에서 돌아오지 않는 지금, 계속 여기서 지내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또한, 빈민가에 아무런 말도 없이 이곳에 온 것이었기에, 빈민들이 자신을 열열히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라온은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사용인들에게 부탁해 빈민들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챙겨 저택을 나섰다.


먹거리는 사용인 서너 명이 함께 들어야 할 정도로 많았지만, 빈민가 전체에 나누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애들이 맛있게 먹겠네.’


그럼에도 이것을 맛있게 먹을 빈민가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옅게 입꼬리를 올린 라온은 마차에 올랐고, 그렇게 몇 시간 뒤에 아슈빌 상업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가보셔도 돼요.”

“혼자서 이걸 전부 들고 가실 생각인 겁니까?”

“예. 빈민가는 외지인의 출입에 민감해서,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어요. 제가 옆에 있으면 그러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이건 제가 들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라온은 자신을 따라서 온 마부와 사용인들을 배웅한 다음, 한결 편안해진 마나를 이용해 먹거리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라온은 상업지구를 거쳐 빈민가로 이동했고, 어째선지 무겁게 축 내려앉은 공기를 느끼며 불길함을 느꼈다.


‘뭐지?’


평소와는 다른 것 같은 느낌에 라온이 인상을 굳히며 빠르게 빈민가를 가로질렀고, 어째선지 빈민가 북쪽에 있어야 할 질러가 자신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질러는, 등에 보따리를 가득 맨 라온을 보며, 힘없이 중얼댔다.


“형님······.어딜 가셨던 겁니까. 등에 멘 그건 뭐고, 왜 이제 오신 겁니까······”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그리고 오래전 이와 같은 분위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 경험에, 라온은 표정을 굳히곤 질러의 등을 따라 이동했다.


“············”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본 것은, 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 상태로 죽어 있는, 빈민가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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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2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3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8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6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4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 빈민가 아이들. 24.08.31 40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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