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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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최근연재일 :
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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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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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DUMMY

라온은 빈민가에서 유명한 아이였다.



아리아 왕국의 수도. 아리안나 바로 옆에 있는 대도시. 아슈빌에도 밑바닥 인생들이 모여드는 빈민가는 존재했다.


버려진 자, 부랑자, 사업이 망하고 흘러들어온 사람 등 불운하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자들과 말 그대로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곳.


여러 인간이 뒤섞이며 싸우고, 화해하고, 죽고 죽이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 라온이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다.


“라온은?”

“천막에서 쉬고 있을 거야.”


라온이 유명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선 라온은 15살이라는 나이와 빈민가라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똑똑했다. 정확하게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에서 생존했다는 것만으로 라온은 높게 평가받을만하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유명해질 수 없는 곳이 바로 빈민가란 장소였다.


“참 안타까워, 빈민만 아니었다면 신분 상승을 노려봐도 되었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라온이 유명한 두 번째 이유로는 잘생긴 외모가 있었다.


흔치 않은 검은 머리카락이라는 게 흠이었지만, 그 흠을 가릴 정도로 라온의 외모는 특출났다.


귀족이었다면 수많은 영애의 가슴에 불을 지폈을 것이고, 왕족이었다면 만백성의 인기를 끌었을 것이며, 여자였다면 나라를 무너트렸을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라온을 유명하게 만들어주었지만, 빈민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막에서 쉬고 있다고 했나? 약은 먹은 거겠지?”

“일단 싼 거 구해와서 먹었다고는 하는데, 언제 괜찮아질지는 모르겠군.”

“어떻게든 회복해야 할 텐데······ 라온이 없으면 지금의 질서가 무너질 거야. 빈민가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나도 그게 걱정이다······”


라온이 유명해질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가 점점 죽어가는 시한부이자 빈민가에서 상대할 자가 없는 절대자였기 때문이다.




*




대도시 아슈빌. 수도 바로 옆에 있는 이곳은 온갖 부호들이 몰려오는 거대한 상업 도시이자 노름의 온상이었다.


귀족들이 도박, 인신매매 등 수도에서 하기 눈치 보이거나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불법적인 것들을 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발전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른 도시다.


그렇기에 명과 암이 뚜렷하다.


거지, 범죄자, 소매치기범, 버려진 아이, 삶의 의욕을 잃은 실패자 등이 이곳에 몰려왔다.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도시에는 커다란 타격이었다.


치안은 안 좋아졌고, 도시의 분위기는 흐려졌으며, 부호와 귀족들의 발길이 끊겼다. 세수가 점점 줄어들자 도시가 직접 벌레들을 모아둘 쓰레기통, 일명 빈민가를 형성했다.


빈민가는 어디에나 있으나, 유독 아슈빌의 빈민가가 취급이 안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라온은 그런 빈민가에서 자란 어린 소년이었다.

그리고 범죄의 소굴이었던 빈민가를, 완전히 뒤바꾼 소년이기도 했다.







“여기 물.”

“잘 먹을게요.”


빈민가의 천막에서 쉬고 있던 라온은 아찔한 두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주위 사람이 건넨 물을 마시며 한숨을 크게 뱉었다.


라온은 종종 발작이나 그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라온의 몸은 약해져만 갔고, 발작의 빈도와 심각성은 올라갔으며, 주위 사람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빈민가에서 라온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타고나길 거대한 재능. 숨만 쉬어도 마나가 늘어나는 덕에 라온은 빈민가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라온은 그 힘을 바탕으로 항상 일어나던 살인을 억눌렀고, 먹을 게 없어 일어나던 식인 또한 멈추었다.

범죄 조직을 한 구획에 모아 관리하기 시작했고, 고통에 신음하던 사람들에게 편한 최후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라온은 빈민가의 왕이자 황제였고, 수호자이자 심판자였다.


그의 존재만으로 여러 갈등이 억제되고, 범죄 조직은 제 영향력을 줄여만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빈민가 주민들은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 행복은 몇 년 전에 산산조각이 되어 버렸다.


시발점은 라온의 첫 번째 발짝이었다.


“몸은 어때.”

“잠깐만 더 쉬면,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단전은.”

“깨지기 직전이네요. 마나를 배출해야 해요······.”


빈민가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라온의 발작이 그가 가진 거대한 재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란 걸.


그들은 실제 마법사나 기사를 본 적이 없기에 라온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몰랐으나, 마나가 너무 과하면 좋지 못하다는 건 라온을 통해 알게 되었다.


라온은 단순히 살아가기만 해도 마나가 늘어난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큰 도움이 되었으나, 그것이 과해진 나머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마나 제어 실력이 규격을 넘어섰기에 겨우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어가 잠깐이라고 풀리는 순간, 압도적인 고통과 함께 의식이 끊겨 버린다. 이것이 발작의 과정이었다.


기절 상태에서 깨어난 지금도 라온은 여전히 큰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통증에 퍽 익숙해진 상황임에도, 종종 겪는 발작에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다.


라온은 잠시 호흡을 고른 뒤, 옆에 서 있던 어른. 찰리에게 나직이 말했다.


“마나초 좀 주세요.”

“여기.”

“감사합니다.”


마나초는 일조의 독초다. 주위 마나를 빨아들여 인체의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식물.

빨아들이는 마나에는 한계가 거의 없다. 따라서 함부로 손에 쥐면 안 되는 독초였지만, 라온에게는 조금 달랐다.


커다란 집게에 집힌 마나초를 건네받은 순간, 라온은 빠르게 줄어드는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단전 속에 웅크리고 있던 방대한 마나가 기지개를 켜며 마나초에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


그와 동시에 마나초가 독을 생성하기 시작했지만, 라온의 마나는 그 독마저 억눌렀다.


그렇게 몇 분.


마나초는 가련하게 시들어버렸다.

빨아들이는 마나에는 한계가 없지만, 생성할 수 있는 독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라온은 시들어버린 마나초를 바닥에 버리며 찰리에게 작은 그릇을 요구했고, 그곳에 마나초의 독을 담았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독이 아니라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주진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라온은 한결 편안해진 몸을 느끼며 어른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고, 그릇을 챙겨 어디론가 이동했다.


천막에 남겨진 어른들은 점점 멀어지는 라온의 등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에, 라온을 향해 다가가는 용병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런. 라온에게 당할 피해자가 한 명 늘겠군.”

“그러게 말이다.”




*




라온은 타고나길 가진 재주가 많은 소년이었다.


그중 외모도 재주라고 한다면, 라온이 가장 크게 타고난 것은 바로 얼굴과 마나를 다루는 재주였다.

하지만 가장 열심히 갉고 닦은 재주라고 한다면 단연코 소매치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가진 힘이 강하다고 해도, 그걸 빈민가 밖에서 보일 수는 없었다.


빈민은 죽어도,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존재.

법적으로는 평민과 동일 신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평민보다 아래인 것이 바로 빈민이었다.


라온은 그런 빈민이다. 가진 힘이 얼마나 강하던, 빈민가를 벗어난 곳에서 힘을 사용하면 곧장 경비대에 체포될 것이다.


체포된 이후에 일어날 일은 명확했다. 운이 좋다면 채찍질을, 운이 나쁘다면 극형을 당한다.


그리고 이 운은 결정하는 요소는 오로지 돈이다.


그렇기에 빈민은 돈에 목말라 있지만, 돈이 없기에 빈민일 수밖에 없다.

라온은 돈을 모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았고, 그 결과 소매치기에 제법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


라온은 소매치기를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지에 올랐고, 그 결과 걷는 거리에 비례해 수입이 늘어났다.

간혹, 라온이 범행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빈민가로 돌아온 이후였다.


“네놈이냐?”


물론 지금처럼 빈민가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건 극소수였으며 라온에게는 문제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응. 난데?”


라온은 빈민가의 절대자. 빈민가 바깥만 아니라면, 거리낄 것이 없었다.


라온은 빈민가를 찾아온 존재. 아마 자신에게 소매치기를 당했을 거라 생각되는 용병을 보며 생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미소에는 도발과 약 올림, 그리고 내려다보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기에, 용병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곧장 애원과 후회로 바뀌었다.


“으윽······.”

“어디 보자. 이건 나름 쓸만하겠네.”


단 몇 초.


라온은 그저 기운을 내보이는 것으로 상대의 마나를 역류시켰다. 용병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라온은 그의 품속을 뒤지며 돈이 될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른 뒤.


라온은 기절한 용병을 대충 빈민가 외곽에 버려둔 다음 상업지구로 향했다.


지금의 일은 딱히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용병이 자존심 상하게 빈민에게 맞았다고 하소연을 하고 다니겠는가. 가슴 속에 묻어둘 게 분명했다.


이후 용병에 관한 생각을 접은 라온은 소매치기를 이어가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도착한 곳은 상업지구 외곽에 있는 작고 허름한 약방이었다. 라온은 그곳의 주인인 노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할배. 나왔어.”

“·········”


아무 대답이 없는 노인의 앞에 마나초의 독을 올려둔 라온은 자연스럽게 진통약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챙겨 약방을 나서려고 했다.


탁─!


그러던 그때,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통증이 느껴졌다.


“악! 왜 때려!”


노인이 지팡이로 무언갈 가리켰다.


“저거 가져가라고?”


노인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약초야?”


노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뭔데?”


뻐억──!


노인이 강하게 라온의 뒤통수를 쳤다.

라온은 절로 눈물이 나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노인을 바라보았고, 노인은 라온의 아랫배를 가리켰다.


“아, 마나 회복을 억제하는 독초라고?”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성이 빠져나가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는데?”


노인이 손가락 일곱 개를 폈다. 최소 일주일. 몸 상태에 따라 그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면, 당분간은 도움이 되겠네. 고마워. 잘 쓸게.”


라온은 노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다음 독초를 챙겨 약방을 나섰다.


남겨진 노인은 조용히 라온이 가지고 온 마나초의 독을 용기에 옮겨 담았고, 그것을 가지런히 정리해 약방 구석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유심히 마나초의 독을 보다 헛웃음을 지었다.

무언가 어이가 없어 보이기도 했고, 믿기 어려운 사실을 목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품질 좋은 마나초의 독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건 품질이 좋은 걸 넘어 극상품이군요.”

“·········”

“마나가 깨끗하다 못해, 순수하군요. 자연의 기운과 버금가는 순도입니다.”


남자는 아무 말 없는 노인을 보며 물었다.


“어르신. 방금 그 아이. 정체가 뭡니까?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마나를 갈무리한 비범한 소년이었습니다.”

“·········”

“그 누구도 아닌, 제가 못 느낀 겁니다. 절대 평범한 일은 아니지요. 심지어, 어르신께서 독을 권하셨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권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흥미가 동하는군요.”


노인은 아무 말 없이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라······ 제가 모시는 분께 보고하란 뜻이군요.”

“·········”


스륵─!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노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 누구도 아닌 어르신의 의지니까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약방을 나서려다, 몸을 돌려 노인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때의 일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후 약방을 나선 남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던 화려한 마차에 올라탔다.


남자의 이름은 사무엘 엘리트리.


그는 북부의 절대자이자 대륙에 7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7성급 마법사. 슈페르테 대공의 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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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1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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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격이 다르다. 24.09.06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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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3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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