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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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최근연재일 :
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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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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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북부 대공.

DUMMY

“마법에, 관심이 있나?”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에 울려 퍼진 목소리. 그것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했고, 어색할 정도로 가까웠다.

주위를 둘러본 라온은, 일렁거리는 칠흑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푸른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은, 뭐랄까 묘했다.


흥미로운 무언가를 지켜보는 것 같기도 했고, 아득히 높은 존재가 미물을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했으며, 전신을 하나하나 분해하여 분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시선 앞에 놓인 라온은, 자신의 모든 것이 파헤쳐지는 것 같은 느낌에 불쾌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천막에서 질러가 나왔다.


“어라? 형님 거기서 뭐 하십니까?”

“잠깐······ 밤하늘 좀 보고 있었어.”

“아, 한창 하늘을 보며 심취할 나이긴 하죠.”

“뭐?”

“15살은 ‘나는 특별한 존재야’ 병에 걸릴 나이 아닙니까.”

“한 대 맞을래?”

“아닙니다. 그럼 형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밤은 추우니, 감기 조심하십시오.”

“잘 가라.”


질러는 라온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자리를 떠났다.

라온은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흘깃 고개를 돌려 허공이 일렁이던 곳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일렁거림과 푸른색 눈동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라온은 그것을 환각이나 자신의 착각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분명, 라온은 시선 속에 섞인 묘한 호의를, 일렁거림을 유지하던 마나의 궤적과 흐름을 느꼈다.

그것이 너무나 선명히 라온의 감각을 자극했기에, 문득 마나의 흐름을 따라 해보고 싶어졌다.


따라 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가능성은 느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비슷하게나마 모방할 수 있다는 느낌이 충만한 것이다.


라온은 잠시 그 느낌에 푹 젖은 후,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다 발을 재촉했다.

시간이 늦었다. 빈민가의 아침은 빠르고, 밤은 위험천만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 필요가 있었다.


라온은 그렇게 빈민가의 북쪽. 범죄 조직으로 가득 차 있는 험악한 곳을 빠져나와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그렇게 라온이 떠나간 후.


칠흑처럼 어두운 거리가 다시금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별을 품지 않았음에도 4성급 마법을 분석했다라······ 본능적으로 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거 상상 이상의 괴물이군.”


사무엘 엘리트리.


자신이 직접 보고를 올린 존재가, 자신의 분석보다 훨씬 더 대단한 아이였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혀를 내두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마법에는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 데리고 가는 건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던 몸. 단전과 회로에 잔뜩 끼어 있는 독성.

내일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건강 상태.


“우선, 그 몸부터 해결할 방도를 찾고 전하께 데리고 가는 게 서로에게 좋겠군.”


사무엘은 라온의 빈자리를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슈페르테 대공이 북부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짧지만, 고작 빈민의 호의를 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무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




빈민가의 북쪽에서 묘한 눈동자와 시선을 교환한 지도 어느덧 3일이 흐른 날.


라온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푸른색 눈동자를 떨쳐내며 생활을 이어갔다.

상업지구에 나가 소매치기를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빵을 구매한 뒤 굶는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빈민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우연한 사고인 척 큰일에 휘말리게 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면 강에 몸을 푹 담근 후 마나를 방출한다.


지금까지 이어왔던 일상이자, 앞으로도 이어갈 일상이었지만, 그 일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것의 시작은 상업지구의 변화로부터 찾아왔다.


이제는 일주일도 남지 않은 아슈빌의 축제.

왕의 막내딸이 온다는 소문과 함께 빈민을 찾는 장소가 줄어들고 있었다.


아무리 인력이 값싸다고 해도, 왕족이 돌아다닐 거리에 빈민의 흔적을 남길 수는 없는 노릇.

거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빈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점점 빈민가의 공기는 축 처지기 시작했다.


라온은 멍하니 널브러져 있는 빈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여기서 이럴 거면 저 좀 도와주시죠.”

“······도와 달라고?”


빈민들은 흔치 않은 라온의 부탁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지만,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모두 라온의 어린 시절과 그를 키웠던 노인의 존재, 그리고 상실의 분노한 라온의 모습을 기억한다.


이제는 익숙해졌기에 공포에 떨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부탁을 들어주고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들은 라온의 부탁을 열심히 수행했고, 라온은 그들에게 약간의 보수를 주며 배를 굶지 않게 해주었다.


그렇게, 라온의 임시 수행처가 완성되었다.


라온은 떠나간 어른들의 빈자리를 보다, 완성된 수행처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랗게 세워진 천막, 그 내부에 겹겹이 쌓여 있는 여러 장해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자그마한 의자까지.

이곳은 3일 전, 라온이 보고 느꼈던 칠흑 속 일렁이던 마나의 흐름을 따라 하기 최적화된 장소였다.


장해물들은 거리에 가득했던 시체가 되어줄 것이고, 천막은 빛을 차단해 내부를 어둡게 물들일 것이다.


라온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마나의 궤적과 흐름을 따라 할 생각이었다. 흥미가 동했으니, 해보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먹은 라온은 두 눈을 감고, 여전히 독성이 가득한 회로를 거쳐 단전 속에서 마나를 꺼내 기억을 회상했다.

마나는 라온의 의지에 너무나 쉽게 화답을 해주었지만, 단전과 회로는 아니었다.


독성으로 인해 회로의 기능이 떨어진 만큼, 순환하는 마나는 적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육체에 부담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아니, 회복이 불가한 만큼 마나가 자체적으로 농도를 높였다. 이전보다 사용되는 마나는 줄어들었지만, 그 파급력이 강해진 것이다.


이것이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마나로 특정한 마법을 따라 하려고 했던 라온은 찰나의 순간, 제어에 실패했다.


그 여파는 가볍게 끝나지 않았다.


농도 높은 마나는 공기 중의 마나와 감응하며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고, 라온의 몸에 아찔한 결과를 선물했다.


자연의 기운이 라온의 몸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격통이 일어났고, 정신이 아찔해진다. 단전에서 마나가 끝없이 빠져나오고, 회로가 삐걱댄다.


마나가,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한 것이다.


“크윽······!”

한 번 제어를 놓친 마나는 라온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종종 있었던 발작과는 너무나 날랐다.


라온은 어떻게든 폭주를 억누르고자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먹었던 독초로 인해 회로에 기능이 떨어지며, 제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그럼에도 라온의 마나 제어 실력은 궤를 달리했고, 의지는 굳건했다.


그렇게 몇십 분.


농도를 극한으로 올리며 순수 마나량을 줄이는 것에 성공한 라온은 마나 중독으로 푸르게 물든 팔다리를 보며 죽은 피를 뱉어냈다.


당장이라도 의식이 끊길 것 같았다. 폭주의 잔재는 온몸에 남아 있었고, 격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긴장을 푼 순간 폭주가 다시금 일어날 것 같았다.

단전은 언제든지 마나를 배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회로는 뒤엉켜 제 기능을 잃기 일보 직전이다.


“·········하아·········하아.”


사실.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가진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별을 품지 않은 라온이 4성급 마법을 따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라온은 자신이 본 것이 4성급 마법이었는지 몰랐고, 독초의 부작용이 이렇게 나타날 거라는 걸 예상하지도 못했으며, 마나 중독 증세를 겪을지도 몰랐다.


천천히, 죽음으로 달려가는 상황이다. 라온은 본능적으로 인지했다. 살아남기 위해 무언갈 포기해야 한다는 걸.


“······어쩔 수 없겠어.”


이대로 가다간 전신이 마나에 중독되어 무너질 것이다.

이 중독 증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몸을 잠식한 마나를 한곳에 모아, 그 신체 부위를 제거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마땅한 부위는 금방 머릿속에 떠올랐다. 심장과 최대한 먼 곳이면서 없어도 가진 힘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곳.

일상에는 약간의 불편함을 겪어야겠지만, 쉬이 이겨낼 수 있는 부위.


다리. 그것도 무릎 아래의 정강이 부위를 잘라내는 게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아프겠군······.”


이것은 끔찍한 과정일 될 게 분명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며, 이미 격통이 온몸을 찌르고 있었기에 고통이 겁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최대한 마나 중독 증세를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도중. 3일 전에 보았던 현상과 비슷한 것이 라온의 눈앞에 나타났다.


─────!!!


아니, 비슷하다기에는 격이 달랐다.

이전에는 마나의 궤적과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아득히 초월적인, 감히 지금의 라온으로는 엿보지도 못할 경지에 오른 무언가.


라온은 멍하니 고통조차 잊은 채 양옆으로 갈라지는 허공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서 조용히 몸을 드러내는 푸른색 눈동자의 누군가의 형체를 눈을 마주쳤다.


푸른색 눈동자. 금발의 머리칼. 단정하지만 고급스러운 복장과 비싸 보이는 장신구.


‘······귀족?’


감히 빈민은 쳐다보지도 못할 고귀한 존재라고 추측되는 누군가가, 갈라진 허공 너머로 건너왔다.


라온은 멍하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존재와 시선을 교환하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상대는 귀족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존재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결례가 되고, 불쾌하게 여기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목을 칠 수 있는 권력자란 뜻이다.


해야 할 행동은 명확했다. 라온은 격통을 참아가며 머리를 조아린 채 몸을 고정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귀족. 사무엘 엘리트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상태가 심각하군. 잠시 실례하지. 너무 불쾌하게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직후, 라온은 자신의 시야가 뒤집힌 걸 인지했다.


“······!”


귀족이, 빈민을 등에 들쳐멨다.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에 라온은 사고가 망가졌고, 멍하니 이어지는 사무엘의 행동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지러울 수 있으니, 조금만 견디게.”


문득, 세상이 흐려졌다. 정신을 차린 라온은 자신과 사무엘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걸 인지했고, 그 공간이 묘하게 익숙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도착한 곳은 상업지구에 있는 자그마한 건물. 평소 라온이 신세를 지던 자그마한 약방의 약제실이었다.

그곳에는 노인이 의자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사무엘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

“············?”


잠에서 깬 노인은 라온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성치 않은 몸으로 다급히 움직이며 사무엘을 지휘했다.


라온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사무엘은 노인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고, 라온은 그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자신의 상식이 망가지는 것을 느꼈다.


귀족이, 빈민을 등에 들쳐멘 것도 모자라 평민의 손짓에 아무 말 없이 따르고 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던 라온은 다시금 일어나는 격통과 함께 두 눈을 질끈 감았고, 드문드문 몸에 찔려 들어오는 무언가를 느끼며 의식의 끈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 순간.


“────깨어났군.”


우두커니 서 있는 사무엘과 그 옆에 선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


순백의 머리칼과 피부, 보랏빛 눈동자가 특징인 사람. 왕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 그 유명한 북부의 절대자.


“안심하고 푹 쉬게.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야.”


북부 대공. 베라르트 질링거 슈페르테.

라온은 아리아 왕국 최강의 마법사와 눈이 마주쳤고, 아득히 쏠려오는 피로에 두 눈을 감았다.


이전과는 다른, 회복을 위한 수마이자 의식의 상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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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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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2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3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8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6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4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40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 북부 대공. 24.08.27 50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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