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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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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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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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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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7성급 마법사.

DUMMY

마나는 이 세상을 형성하는 근원의 기운이다.


그리고 그 기운을 보다 뛰어나고, 편리하게 다루기 위해 탄생한 것이 마법이었다.


이러한 고등 지식은 가진 자들과 타고 난 자들이 독식했지만, 마나라는 것은 꼭 가진 자들의 의도로 돌아가진 않았다.


뛰어난 혈통의 존재들보다는 미천할지언정, 세상 사람 모두는 단전과 회로를 가지고 있고, 그걸 통해 마나를 다룰 수 있다. 그걸 활용해 생계를 이어가려고 했던 존재가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용병이다.


미숙하고, 투박하게나마 검이나 도끼 등 무구에 마나를 두르고, 여러 의뢰를 수행하며 돈을 번다.


그들은 기사와 마법사에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수요는 꽤 많이 존재한다.


꽤 많은 자본이 흘러들어왔고, 미천한 신분임에도 가진 재능이 남달라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다.


아슈빌의 행정 구획.


그곳에 있는 아리아 왕국 용병 길드 아슈빌 지부의 우두머리. 칼슨.


그는 준수한 재능과 타고난 육체 능력 덕에 몸에 마나를 두르고 근육에 마나를 주입하는 것만으로 4성급 마법사와 비슷한 전투력을 지닌 남자다.


따로 용병단을 꾸리지 않고 혼자서 여러 의뢰를 수행하던 그는 용병 길드 수뇌부의 눈에 들어갔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왕국에서 수도 다음으로 큰 대도시의 권력자가 되었다.


칼슨은 무서울 게 없었다.


이 용병 길드의 왕은 칼슨 자신이었고, 길드에 속한 여러 용병단은 좋은 의뢰를 받기 위해 설설 기고 있었으니까.


가끔 용병 길드를 찾아오는 귀족의 사용인이 그나마 무섭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귀찮은 것에 더 가까웠다.


그렇게 용병 길드라는 자신만의 왕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채 방탕한 삶을 이어가던 칼슨은 지금.


“어, 어서 오십시오!”


일렬로 서 있는 용병 길드의 직원들 가장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은 채 왕녀를 반기고 있었다.

어찌나 긴장되고 겁이 나는지 목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바닥으로 떨어질 지경이다.


그 상태 그대로, 칼슨은 자신의 몸을 고정해 왕녀의 말을 기다렸다.


아무리 칼슨이 용병 길드 아슈빌 지부의 우두머리가 해도, 왕녀의 말 한마디면 목이 떨어지는 것이다.


긴장해야 했고,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되었으며, 눈에 띄는 것도 그리 좋지 못하다.

그저 유령처럼, 훗날 회상을 해도 떠올리기 힘든 정도의 사람으로 남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데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혼을 불태울 기세로 충성을 다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야 했으니.


칼슨은 허리를 직각으로 숙인 채 왕녀에게 뒤통수를 보일 뿐이었다.


‘왜, 왜 온 거지?’


그는 왕녀가 도대체 왜 용병 길드에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타지의 용병단이나, 잡다한 심부름을 맡기려는 1성에서 2급 마법사, 혹은 축제를 대비하기 위한 상인이 아니고서야 지금 시기에 용병 길드에 올 이유가 없다.


그런 왕녀가 나타난 것이다. 심상치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간다.


칼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굽힌 허리를 더 아래로 굽혔다. 허리에 통증이 느껴질 지경이었지만, 그의 허리는 부동이 없었다.


라온은 그런 칼슨의 모습을 보며 왕녀를 흘깃 쳐다보았다.


‘언제까지 저렇게 둘 생각인 거지?’


빈민가에서 반쯤 강제로 살롱에 끌려간 라온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귀족답게 보였다.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성장이 더딘 육체는 병약미를 뽐내었고, 허약한 육체로 인해 창백한 피부는 고울 뿐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건물 몇 채 이상의 가격이 될 법한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으니, 여느 가문의 영식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뭐, 그 덕에 칼슨이 날 몰라보는 거겠지.’


개인적으로, 라온은 용병 길드와 악연이 제법 있었다.


라온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사람인지라 가난한 사람보단 부유한 사람의 품속을 터는 걸 선호한다.


용병은 그런 라온의 딱 좋은 소매치기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라온에게 데인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에, 야슈빌 용병들 사이에서는 빈민가 근처에 가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빈민 아이들이 죽었을 때, 라온이 아슈빌 용병들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것들은 제쳐두고, 라온은 자신에게 항상 사나운 눈빛을 보내는 용병들이 기가 팍 죽어 있는 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권력이라는 게 꽤 좋은 것 같았다.


왕녀가 어째서 자신을 데리고 다니며,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지는 몰랐지만, 어린 과시욕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저 과시욕 덕분에 여러모로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한테 고개 숙인 귀족이, 내가 빈민이란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문득 등허리가 오싹해진 라온이었지만, 자꾸만 자신을 곁눈질하는 왕녀의 눈치가 보였기에, 태연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왕녀가 칼슨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고개 들어.”


칼슨은 그 즉시 몸을 일으켰다.

한때 4성급 마법사와 비견되는 경지를 가졌던 사람이라 그런지, 그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


포동포동하게 부풀어 오른 뱃살이 출렁거리는 게 그 빠름의 멋을 퇴색시켰지만 말이다.


그렇게 몸을 일으킨 칼슨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왕녀의 말을 기다렸고, 왕녀는 그런 칼슨의 상태를 알아차리곤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축제 마지막 날에 재밌는 일을 벌일 계획이야.”

“재, 재밌는 일 말씀입니까.”


왕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슈빌의 축제는 왕녀도 기대하고 있던 것이다. 항상 왕성 바로 옆에 있는 세실리아 궁에 갇혀 살다시피 하던 그녀다.


왕성과 수도를 벗어나, 왕국에서 수도 다음으로 큰 아슈빌에 축제를 즐기러 온 것은 제법 귀중한 경험이었다.


왕녀는 그런 경험을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라온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보여주며, 곤란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과는 별개의 감정이었다.


“아마 인력이 많이 필요할 거야.”

“어느 정도면 되겠습니까?”

“음······ 50명은 넘게 필요할 것 같은데?”


칼슨는 감히 자신이 질문해도 될지 의심스러웠지만, 왕녀의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매우 타당한 질문이자, 왕녀가 세운 계획의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다.


“그 정도 수라면, 왕실 사람을 동원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재미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왕녀의 눈빛에는 어떠한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이 매우 미약했고,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였지만, 왕녀와 함께하며 더욱 마나의 실 제어에 열중하던 라온의 감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왕녀가 가진 마나랑 조금 달랐는데······.’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왕녀에게 깃들어 있었다. 그것을 본 라온은, 문득 슈페르테 대공의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렸다.


인간의 눈에 마나가 깃드는 대표적인 경우는 본인이 직접 기운을 방출하거나, 마안(魔眼)을 가지고 있거나, 정신 세뇌를 당해 뇌에 마법이 새겨진 경우였다.


왕녀는 마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안의 소유자는 외형에서부터 남다른 것이다.


또한, 왕녀는 기운을 방출하고 있지 않다. 방출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방출한다고 해도 저렇게 나약하게 방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장 최악의 경우.


‘세뇌 마법인가······’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었지만, 악의를 품고 있던 호위의 말도 있었으니 의심해볼 법했다. 하지만 세뇌 마법이 걸렸다기에는, 슈페르테 대공의 존재가 걸린다.


‘대공······ 스승은 7성급 마법사야.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걸 못 알아볼 리가 없어.’


그렇다면, 왕녀가 세뇌 마법에 걸린 시기는 대공과 만난 이후. 대공과 언제 만났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최소 일주일 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 누구에게 당했던 마나를 추적하면 알 수 있다.


‘지금 해야 할 건, 어떤 세뇌이고, 세뇌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건가.’


단서는 있다.


호위의 대화 왕녀의 말에서 나온 공통점.


‘축제 마지막 날.’


그때, 무언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 확신한 라온은, 위대한 별이라는 놈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될 것 같은 용병 길드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왕녀와 엮인 문제가. 최악의 경우, 아슈빌의 용병 길드가 해체될 수도 있을 터.


그렇게 된다면 소매치기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가뜩이나 왕녀가 온다고 경비가 늘고 빈민 차별이 심해져 소매치기 조직도 활동을 중단한 상태.


지금도 굶고 있는 빈민이 널리고 널렸다. 빈민가의 절대자인 라온으로서는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나서기에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 이럴 경우, 남은 방법은 하나다.


‘사무엘 님에게 가야겠네.’


라온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지만.


“어디가? 내 옆에 서 있으라는 말 못 들었어? 빈민이라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거야?”


망할 왕녀가 사무엘에게 갈 틈을 주지 않았다. 왕녀의 옆에는 악의를 품은 호위가 있는 상황.


라온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왕녀에게 줄줄 끌려다녔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마나의 실은 유지한 채, 혹여나 발생할 변수를 대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



왕녀가 정한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왕녀가 정한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왕녀가 정한 일정을 수행하다 보니 어느덧 축제의 절반이 흘렀다.


그동안 라온은 왕녀에게 어울려주며 슈페르테 대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가 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이보다 악의를 품었던 호위와 왕녀에게 걸린 세뇌에 더 집중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라온은 남들 모르게 바삐 움직였고, 그 결과 제법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 폭죽이 터질 때. 상업지구 번화가에서 작전 개시라······’


언제 일을 치를지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장소 또한 알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위대한 별······ 높은 등급의 마법사라고 했어.’


얼핏 들은 호위의 대화.


-이번 일이 성공하신다면, 여덟 번째 7성급 마법사가 세상에 등장하겠군요.


그 대화는 라온이 심상치 않은 일에 엮였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렇기에 라온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왕녀에게 대충 양해를 구했고, 귀족 구획으로 달려가 구획 입구를 막고 있는 경비에게 사무엘이 준 브로치를 보여주었다.


그 순간, 경비가 경례하며 군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나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라온은 구족 구획으로 들어가 기억에 있는 길을 따라 저택으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이동했기에, 정확한 위치는 떠올릴 수 없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


뛰고, 또 뛴 끝에 도착한 슈페르테 대공의 저택.

그곳에 도착한 라온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엉망으로 무너진 저택의 광경이었다.


“이게 무슨─.”


도저히 저택이 무너질 이유에 대해 짐작할 수 없었던 라온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을 무렵, 그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이거 본의 아니게 휘말리게 했군.”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라온은 시야에서 이질감을 느꼈고, 인상을 찌푸리며 안구에 마나를 집중하자마자 원상태로 복구된 저택을 볼 수 있었다.


매우 기묘했던 경험에 라온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는 건, 앳된 꼬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추레한 노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녀린 여자로, 어떨 때는 병약한 소년으로, 어떨 때는 배가 나온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눈을 깜빡인 순간, 모습과 목소리, 형체가 달라진다. 그런 존재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누구니? 내 환상 마법을 꽤 뚫어봤다는 건, 제법 감각이 뛰어나다는 건데. 분명 좋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겠지.”


그 말에, 라온은 무심결에 답해버렸다.


“아버지 없는데요.”

“·········.”

“·········.”

“음. 어머니가 뛰어난──.”

“어머니도 없는데요.”

“·········.”


그러던 그때, 저택의 주인이 나타났다.


“카르바할. 거기까지 하게.”

“예. 물론이죠.”


북부의 절대자. 슈페르테 대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라온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꾸벅 숙여 보였고, 슈페르테한테 대공은 한 손을 올려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라온, 난 카르바할과 먼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잠깐만 기다리렴.”


대공의 말에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슈페르테 대공과 카르바할의 모습을 지켜보던 라온은, 문득 정체 모를 남자의 이름이 묘하게 익숙하다는 사실을 눈치챘고.


이윽고 카르바할이라는 이름의 주인인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환영 마법의 대가. 환상술사 카르바할 데르앙.


그는 슈페르테 대공과 같은 경지에 오른, 대륙에 7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7성급 마법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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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1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2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7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5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5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3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3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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