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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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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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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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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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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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상의 재능이다.

DUMMY

“일단 상황이 일단락되었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겠지.”


죽은 듯이 잠에 빠진 라온을 보며, 슈페르테 대공이 입을 열었다. 그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런 슈페르테 대공의 눈동자를 보던 사무엘이 얼굴을 못 들겠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사무엘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다.

대공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자신인데, 명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는커녕 실망하게 했다.


그 감정을 읽은 것일까. 슈페르테 대공은 조용히 사무엘의 어깨를 두드려 준 다음 입을 열었다.


“내 물음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일의 경위를 알고자 하는 거네. 그러니, 내가 명령한 날을 시작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군.”


무심한 듯 다정한 말에 사무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설명의 시작은 3일 전. 슈페르테 대공의 명을 받은 이후부터였다.


“전하께 보고한 이후, 전 다시 소년을 보러 갔습니다.”


사무엘은 그때 본 라온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

칠흑과도 같은 빈민가 거리였지만, 어린 소년의 재능은 그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하늘 위로 손을 뻗어 별을 쥐는 모습에서는 향상심을, 꽉 쥔 주먹을 가슴팍에 가져가는 모습에서는 가능성을 느꼈다.


심지어, 별을 품지 않은 그저 가능성과 재능만 충만한 소년이 시야를 왜곡하는 4성급 마법의 핵심을 분석하려고 했다.

그것은 가히 경악스러웠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몸 상태가 꽤 심각해 보였던 게 경악을 묻어버렸다.


사무엘은 그 몸 상태를 개선할 방법을 찾고자, 슈페르테 대공의 이름을 팔기 시작했다. 모두 보고를 올릴 당시 허락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허락을 제대로 활용해보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런저런 전문가와 대면을 하며 방법을 찾고 있던 도중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이다.


“자연의 기운이 특정한 장소로 몰리고 있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속도였고, 무지막지한 양이었죠.”


그곳은 다름 아닌 빈민가였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굳이 생각하지도 않았을 장소였겠지만, 그때는 달랐다.

머릿속에 라온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사무엘은 곧장 공간을 전이해 기운이 몰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쓰러져 있던 라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무엘을 이러한 사실을 담담히 보고했고, 슈페르테 대공은 그 보고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공간 전이를 사용했다고 했나?”

“······예.”

“소년에게 갈 때 한 번, 약방에 갈 때 두 번, 이곳에 올 때 세 번. 최소한 세 번은 넘게 사용했겠군. 내 말이 맞나?”

“·········맞습니다.”

“북부에 돌아가는 대로, 엘릭서를 줄 테니 바로 마시도록.”


엘릭서라는 말에 사무엘이 기겁했다.


“엘릭서는 비상용으로 남겨 둬야──.”

“사무엘.”


일순 방 내부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갔다. 공기는 깊게 가라앉았고,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사무엘은 싸늘하다고 해도 부족한 슈페르테 대공의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슈페르테 대공은 분노한 것이다. 그것도 감정이 주위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게.


사무엘은 침을 꿀꺽 삼키며 슈페르테 대공을 바라보았고, 슈페르테 대공은 그런 사무엘을 보며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사무엘. 네 경지로는 공간 전이를 사용할 수 없어. 분명, 수명을 소모해서 사용한 거겠지.”

“·········”

“내가 내린 명령이, 자네가 수명을 희생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건가?”

“·········”

“엘릭서를 거부하는 순간, 너의 목을 칠 생각이니 헛된 생각은 하지 말고 마시길 바라마.”


거스를 수 없는 말에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릭서를 소모한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엘릭서는 왕조차 구하기 힘든 영약이다. 돈이 썩어 넘치도록 많다고 해도 구경조차 못 하는 것이 바로 엘릭서였다.


그런 사무엘의 생각을 눈치챈 슈페르테 대공은 분위기 환기를 위해 장난 반, 진심 반을 섞은 너스레를 떨었다.


“너무 아까워할 거 없네. 엘릭서는 폐하의 보고에서 훔쳐오면 되니까.”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넉넉하게 서너 개만 훔쳐오시는 게 어떠신가요.”

“그거 나쁘지 않군. 폐하도 날 책잡지는 못하시겠지.”


그렇게 무거웠던 분위기가 해소되었다. 하지만 곧장 이어진 발언으로 인해, 해소되었던 분위기가 다시 무거워졌다.


“사무엘. 이 소년의 재능은 나 이상으로 보이는군.”

“······정말입니까?”


사무엘은 그 말을 믿기 어려웠다. 대공이 누구던가.

불과 여섯 살에 1성급 마법사가 되었고, 그로부터 다섯 달 뒤에 2성급 마법사가 된 규격 외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마법사와 관련된 기록이란 기록은 모두 갈아치웠고, 왕국을 넘어 대륙을 진동케 했다.


최연소 7성급 마법사이자, 7성급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마법사 베라르트 질링거 슈페르테.

그런 사람이, 현시대 최강의 마법사가 소년을 보며 자신 이상의 재능이라 말한 것이다.


놀란 표정의 사무엘이 라온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 순간, 슈페르테 대공의 말이 이어졌다.


“너무 놀랄 거 없네. 나 이상의 재능인 건 확실해 보이지만, 이대로는 그것을 만개할 수 없어 보이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무런 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소년은 조만간 죽을 거야. 과도한 재능에 몸이 무너져 내리든, 재능에 먹히든. 죽는다는 건 확실해.”


사무엘은 전신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라온을 흘깃 본 다음 슈페르테 대공에게 물었다.


“소년의 상태가 왜 이런지, 짐작이 가시는 겁니까?”

“확답할 수는 없지만, 짐작이 가는 게 하나 있군. 사무엘. 난 이 시한부 소년이 안타까움과 동시에 한 명의 마법사로서 흥미를 느낀다네.”


사무엘은 슈페르테 대공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과 기쁨을, 눈빛에서는 동정과 흥미를, 표정에서는 모순되는 두 감정이 겹쳐진 것에 대한 곤란을 확인했다.


“이 소년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여덟 개의 별을 품을 수 있겠다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

“소년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소년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내 제자로 삼을 생각이네.”

“······ 폐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분명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전하의 제자는, 오직 왕녀님뿐이라고요.”


슈페르테 대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약조란 것은 언제든지 파기되거나 변할 수도 있는 법이야.”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전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다시 변하였다.


슈페르테 대공은 충성스러운 사무엘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라온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라온의 몸속에는 개량된 마나초의 독이 스며들어 있었고, 그밖에도 여러 마법이 걸려 있었다.

마나초의 독은 회로를 질주하는 마나를 빨아들이며 소실시켰고, 대공의 마법은 육체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이것이 한계에 다다른 육체를 잠시나마 버티게 해줄 것이다.


‘마나가 줄어든 만큼, 제어가 편해졌겠지. 실질적인 무력도 강해졌을 터야.’


엘릭서가 필요해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지만, 너무나 심각하기에 엘릭서를 사용할 수가 없다.

최우선으로 몸 상태를 호전시켜야 했다. 그리고 슈페르테 대공의 눈에는 그 방법이 어렴풋이 보였다.


‘일단. 왕성에 가야겠군.’


슈페르테 대공은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자리를 떴고, 남겨진 사무엘은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을 불러 라온을 보살피게 했다.


시종에게 할 말은 명확했다.

귀빈이라 생각하고 보살필 것. 군기가 잔뜩 든 표정의 시종을 보며 사무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라온의 인생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


물론, 라온은 아직 그 사실은 몰랐고, 제자가 된다는 것에 동의한 적도 없었지만 말이다.




*




이제는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는 비루하고 더러운 빈민가의 거리. 라온은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둡게 내려앉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별의 길은 아름다웠고,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하늘은 가까워 보인다.


다양한 크기과 밝기를 가진 형형색색의 별들.

그것들은 작은 점 같았지만 무한했고, 어째서인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온은 별을 향해 손을 뻗어 손에 쥐었고, 가슴에 품었다.

하나의 별을 품을 때마다 자신의 모습, 가치관, 형태가 달라졌으며, 중복되는 별을 품을 때마다 그것은 증폭되었다.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을 넘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모두 느끼며 나아가는 자신.


그것이 중첩되다 못해 한계를 벗어나며 육체가 녹아내렸지만,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라온은 빈민가 거리에서 있었다.


그렇게 다시 별을 손에 쥐고, 가슴에 품는다. 무한히 변하는 자신을 느끼고, 녹아내린다.


이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별을 품고, 죽고, 되살아나고, 다시 품고, 한없이 무한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샌가 빈민가 거리는 사라지고 아득한 우주의 중심에 서 있었다.


라온은 멍하니 자신을 감싼 밤하늘을 보았다.

칠흑 속 자그마한 점이었던 별들은 여전히 작고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그 감각이 너무나 중독적인지라 라온은 영원히 이곳에 빠져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영원토록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무한한 흐름에 짓눌려 자기 자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곳에 있다 보면, 커다란 무언가를 얻을 것 같았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라온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내리는 선택이 앞으로의 인생의 지대한 영향을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얼 선택하든, 밤하늘에 떠 있는 무한한 별들은 어디로 향하든 화답해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라온은 그 확신을 유보했다. 정확하게는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예감이 들었다.

지금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때가 되었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금 선택하면 커다란 걸 얻을지언정 가장 소중한 걸 잃을 거라고, 본능이 경종을 울리며 알려주었다.


어느샌가 라온은 빈민가 거리로 되돌아온 자신을 인지했다. 이곳은 여전히 비루하고 더러웠지만,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그만의 공간이었다.


라온은 그 공간을 느끼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전보다 확연하게 늘어났고, 지금도 무한히 늘어나며 무수한 갈림길을 만드는 별이 선명했다.


그것을 보며, 라온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당장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별이었지만, 저걸 손에 쥐고 가슴에 품는 건 지금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조금 더 발전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때가 적당한 시기일 것이다.


라온은 그런 생각과 함께 손바닥을 내렸다.


────!


그 손짓과 함께 세상이 무너졌다.

시야는 점멸했고, 자아는 아득히 깊은 곳으로 침전되었으며, 붕 뜨는 부유감이 몸을 강제했다.


그렇게 라온의 의식이 툭 끊겼다.








“────정신이 드셨군요. 어지러우실 수 있으니, 잠시 누워서 가만히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시 의식을 되찾은 순간, 라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의 보이는 여인도, 몸을 감싼 부드러운 이불도, 모르는 천장과 화려한 방 내부가 눈에 들어왔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뭐지?’



라온의 표정에 공허함과 함께 혼란이 깃들었다.

무언가 아주 중요한 꿈을 꾼 것 같은데, 뿌연 연기가 그 꿈의 기억을 가리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아서, 라온은 잠시 그 느낌에 푹 젖어 있었다.


그렇게 잠시 뒤.


“깨어났군.”


라온은 자신을 구해준 푸른색 눈동자의 주인과 대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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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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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2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7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3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8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6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4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40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6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50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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