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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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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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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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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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권의 책.

DUMMY

긴 꿈을 꾼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눈을 뜬 라온이 본 것은 자신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마법과 그 앞에 서 있는 슈페르테 대공이었다.


분명 시간이 늦은 밤일 터인데, 세상이 밝다 못해 눈부시다. 그것이 어찌나 찬란해 보이던지, 라온은 자신이 있는 곳이 일순 빈민가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 착각이 깨진 순간은 조금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에드와 용병단의 두목을 본 이후였다.


라온은 그들은 본 순간, 몽롱했던 정신이 또렷해지며 지금의 상황을 똑바로 지켜볼 수 있었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것 같은 거대한 마법은 신체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어떠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어렴풋이 느끼기에도 방대한 걸 넘어선 아득한 마나였고, 마법의 경지는 까마득하게만 보였다.


슈페르테 대공이 지금 무얼 하는지는 몰랐으나, 라온은 절대 본인에게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체감으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지금이 지나, 마법이 제 크기를 줄이며 라온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라온은 자신의 몸에 여러 개의 마법이 새겨지는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단전 속 마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며, 이 마법을 상시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확인했다.


무언가 제약이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제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몸이 가벼워졌고, 단전과 회로의 부담도 사라졌으며, 몰려오던 자연의 기운 역시 차단되었다.


“·········.”


그렇게, 서서히 마법과 함께 빛이 가라앉는다.

일대는 다시금 어둠을 되찾았고, 거리를 가득 채웠던 마나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라온은 자유를 되찾았다. 그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마나를 끄집어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나가 적어진 상태였지만, 그렇기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약이 걸렸기에, 발전하고 강해진 것.

라온은 한 몸처럼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마나를 느끼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그때, 앞에 서 있던 슈페르테 대공의 입이 열렸다.


“내가 누군지는 알겠지? 이걸로 두 번째 만남이구나.”

“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온은 그제야 슈페르테 대공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대공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미소를 지었고, 근처에 수그린 채 벌벌 떨고 있던 고든과 쓰러져 있는 두 명의 용병을 흘깃 바라보았다.


“헌데. 저들은 누구지?”

“빈민 아이 여섯을 아무 이유 없이 참혹하게 패 죽인 놈들입니다.”

“복수하다가 그렇게 된 건가······.”


라온은 저 말에 긍정한 순간, 슈페르테 대공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슈페르테 대공은, 아무 말 없이 라온의 두 눈을 응시하다 성호를 그으며 작게 중얼댔다.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마.”

“·········감사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지만, 이 말로 인해 슈페르테 대공의 인간성을 알 수 있었다.

라온은 슈페르테 대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꽤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감상과 함께 작게 한숨을 뱉었다.


이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에드와 용병단의 두목을 보며, 마나를 방출, 딱딱한 막을 형성해 그들을 가두었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제어 방식이었지만, 왜인지 가능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방금 있었던 슈페르테 대공의 거대한 마법. 그로 인해 걸린 제약 덕분인 것 같았다.


해야 할 것은 모두 끝났다. 이제는, 슈페르테 대공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라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슈페르테 대공의 두 눈을 바라보았고, 대공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스태프를 놓았다.


찰나의 순간, 공중에 떠 있는 스태프가 빛을 발하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증발하듯이 사라졌고, 대공의 손목에는 못 보던 팔찌가 생겨났다.


그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자, 대공이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따라오거라.”

“예.”


슈페르테 대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라온이 그의 뒤를 따르자, 뜬금없이 사무엘이 입을 열었다.


“전하. 저 용병. 몰락 귀족입니다.”


사무엘이 가리킨 대상은 고든이었다.


고든은 사무엘의 말에 움찔 떨었고, 라온은 두 눈을 끔뻑였으며, 슈페르테 대공은 나직이 그에게 되물었다.


“몰락 귀족이라고?”

“예.”


사무엘은 슈페르테 대공의 부관이다.

최선을 다해 대공을 섬기고 보좌하기 위해, 그는 대공이 할 수 없는 모든 걸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의 일환으로, 사무엘은 아리아 왕국의 모든 귀족의 신상을 외우고 있었다.


귀족이란 족속은 자아가 비대하고, 자의식이 강하며,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가득한 만큼 체면을 중요시한다.


죽어도 체면과 자존심을 치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안면을 몰수한 채, 도움을 받아도 모른 척하는 존재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정치적으로 여러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귀족의 상황을 잘 살피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하는 법이었다.

이것은 7성급 마법사이자 북부의 절대자인 슈페르테 대공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런 사무엘이 가장 주의 깊게 살피는 존재가 바로 몰락 귀족이다.


우군이나, 일시적으로 이용할 사람이 필요할 때, 몰락 귀족은 선심 쓰듯이 가벼운 걸 베푸는 것으로 그 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은 고든의 가문과 그들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물론 최근 정보가 아니었기에, 다시 확인할 필요는 있었지만, 크게 다른 틀리거나 잘못된 건 없을 것이다.


즉, 이용할 수 있다.


‘라온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


몰락 귀족의 신분. 귀족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빈민인 라온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을 내린 사무엘은 슈페르테 대공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속삭였고, 모든 설명을 들은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후, 대공은 라온을 보며 말했다.


“라온. 슬슬 이동하지.”

“예.”


고개를 끄덕인 라온은 슈페르테 대공의 뒤를 따랐다.


지난 며칠 동안 사무엘과는 제법 안면을 트고 친해졌기에 그가 있을 때는 크게 긴장을 하지 않았지만, 사무엘이 없으니 점점 긴장이 차올랐다.


슈페르테 대공이 누구던가. 원래였다면 감히 한 공간에 있지도 못했을 위대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름을 불러주고, 따라오라고 하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으니, 몸이 굳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너무 굳어, 팔다리가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 것만 같았다.


‘잠깐······ 진짜 감각이······!’


실제로 팔다리가 굳은 것이 맞았다.


두 눈을 크게 뜬 라온은 문득 일그러지는 주위 광경을 보았고, 정신을 차리며 굳은 몸이 풀린 순간, 자신이 전혀 다른 공간에 서 있는 걸 인지했다.


라온은 주위를 살피지 않았음에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사방에서 풍겨오는 책내음. 은은한 빛을 발하는 마법등. 책이 가득한 이곳은 대공의 저택에 있는, 고즈넉한 서재였다.


그러던 그때, 슈페르테 대공이 서재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글은 읽을 줄 아나?”

“······독학이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읽을 줄은 압니다.”

“대단하군. 그 환경에서는 독학조차 힘들었을 텐데.”


슈페르테 대공의 칭찬에 라온이 머리를 긁적이던 그때, 책장에서 책 몇 권이 둥실 떠올랐다.


보라색 표지의 얇은 책 한 권. 푸른색 표지의 두꺼운 책 한 권. 검정색 표지의 손바닥만 한 작은 책 한 권. 3권의 책이 대공의 앞으로 날아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대공은 그것을 훑어본 다음, 라온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혹시. 마법 지대라는 걸 아나?”


마법 지대.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마법적 현상을 띠고 있는 장소.


뜨거운 태양과 칠흑의 먹구름이 공존하고, 설원과 사막이 붙어 있으며, 비바람이 내리는 것과 동시에 말라비틀어진 땅이 존재하는 모순된 지형.


대륙의 중심에 있는 그곳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곳이다.


“알고는 있습니다.”

“그럼, 마법 지대가 왜 만들어지는지는 알고 있나?”


라온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자 슈페르테 대공이 옅게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나의 충돌 때문이야.”


마법 지대가 나타나는 곳은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이 된 오래된 유적지거나 대규모 전쟁이 있었던 장소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마나가 과하게 몰려 있다는 것.


오래된 유적지는 마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응집된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마나의 순도가 극도로 높아지며, 바깥에 존재하는 자연의 기운과 충돌하게 된다.


대규모 전쟁이 있던 장소도 이와 비슷하다.

수백, 수천, 수만 명의 마나가 뒤섞이고 반발하며, 순도가 높아지고, 그것이 자연의 기운과 충돌한다.


핵심은 자연의 기운과 마나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자연의 기운이 그곳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적지와 전쟁터의 마나를 중화하기 위해서. 자연은 세상에 위험이 될 수도 있는 기운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


세상은 자연의 기운을 투입하고 또 투입해, 중화하고 정화하여 평범한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유적지와 전쟁지는 기존의 관성이 있기에, 그와 반발하고, 이것이 곧 기운과의 충돌로 이어지는 것.


라온에게 일어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라온. 너의 마나는 너무 농밀하고 진해. 처음 너의 마나를 느꼈을 때, 난 유적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당연히, 자연의 기운이 라온의 존재를 허락할 리가 없었다.

라온이 겪은 마나 중독 증상은 자연의 기운이 그의 마나를 중화하기 위해 너무 많이 몰려와서 나타난 것이다.


마나초의 독과 슈페르테 대공의 조치로, 라온의 신체 내부에서 마나가 소실되게 하여 절대적인 양을 줄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계속 기운이 몰려왔을 것이다.


따라서, 라온에게는 마나의 고갈이 필요했다.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까지 마나량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슈페르테 대공이 라온에게 건 마법은 그걸 위한 마법이자, 그의 재능을 만개하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였다.


“몸속에 새겨진 마법은 느끼고 있을 거야.”

“네. 느껴지네요.”

“난 너에게 총 9개의 제약을 걸었어. 마나를 봉인했고, 회로의 성능 또한 봉인했지.”


라온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봉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몸이 가벼웠다. 제약과 봉인이라기보다는, 라온 본인이 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능력을 낮춘 느낌이었다.


실제, 라온은 자신의 재능을 감당하지 못했으니, 이 생각이 맞을 터였다.


라온은 확실하게 느꼈다.

이 봉인은 자신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것이며,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하다 보면 하나둘씩 풀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것을 불편하게 여길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반겨야 한다.


두 눈을 감은 라온은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방대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던 마나는 몸속에 새겨진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마나가 회복되며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 균형은 육체에 부담이 전혀 없으며, 라온이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마나를 꺼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라온은, 이 마법 덕에 항상 걱정하던 죽음에서 벗어났다. 그것에 만족스럽게 웃자, 슈페르테 대공이 떠다니던 책을 라온에게 건넸다.


“피곤할 테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이 책들은 선물이네. 돌아가서 천천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라온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슈페르테 대공이 품속에서 작은 팔찌를 꺼내주었다.


“이건······”

“네가 책을 전부 읽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여기에 마나를 주입해. 만약 그 전에 주입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테니 섣부르게 행동하지는 말아야 할 거야.”

“네.”


라온은 건네받은 팔찌를 손목에 착용했다. 손목보다 훨씬 큰 크기였음에도, 착용한 순간 딱 맞게 변하였다.


그렇게 슈페르테 대공과 이야기를 마친 라온은,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만족스럽게 웃은 슈페르테 대공은 라온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을 이었다.


“저택의 문은 항사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아.”

“네.”

“다음에 만날 때는, 스승이라고 불러주면 좋겠군.”


그 순간, 주위 환경이 일그러졌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뜬 순간 빈민가 거리에 서 있었다.


어느새 새벽의 어스름이 세상을 밝히기 시작했다.


어두우면서도 밝은 빈민가 거리를 바라보던 라온은,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무엘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고든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내려다보았다.


『마나의 정석 – 베라르트 질링거 슈페르테』


『마법의 정석 – 베라르트 질링거 슈페르테』


『마법 체계의 이해 – 베라르트 질링거 슈페르테』


이것은 모두, 7성급 마법사인 슈페르테 대공이 직접 집필한 책이었다. 라온은 그것을 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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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1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2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7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5 0 12쪽
»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3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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