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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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최근연재일 :
20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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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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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눈빛이 불손하다.

DUMMY

라온은 슈페르테 대공이 건넨 책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총 3권의 책 중 1권의 책만 읽은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고, 느껴지며, 세상이 달리 보인다.


분명 책의 내용은 똑같을 터인데, 확실하게 달랐다.


그것인 묘한 감상을 자아냈고, 책을 읽을 때 흥미로움과 더불어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왜 이 책을 줬는지 알 것 같아.’


본래, 스승이란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자다.


라온이 기대한 것도 그가 직접 여러 가르침을 주고 마법을 시연하는 것이었지만, 조금 달랐다.


슈페르테 대공이 한 것은 책을 건넨 것뿐.


누가 보면 자율 학습에 맡기고 탱자탱자 노는 스승의 모습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라온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 바로 이것이었다.


라온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책을 모두 독파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깨닫고 느낄 것이며, 경지가 달라질 때마다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보일 것이라고.


‘모든 건 기본으로 귀결된다 이건가···.’


이 세상 근원의 에너지가 바로 마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다.


“마법 체계와 마법에 대한 책은 아직 읽어서는 안 되겠네.”


아직 마법의 정석에서 얻을 깨달음도 많이 남아 있는데, 다른 욕심을 부리면 이도 저도 안 되게 될 것이다.


욕심이라는 것은 때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대부분은 과욕으로 번져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까.

라온은 다시금 마법의 정석을 읽고 또 읽은 다음, 어느새 통이 트기 시작한 하늘을 보며 책을 덮었다.


슈페르테 대공에게 책을 건네받은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빈민을 제외한 모든 아슈빌 시민이 고대하던 축제 날이 다가왔다.


도시는 시끌벅적해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이며, 경비부대는 바삐 움직일 것이다.


그런 곳에 끼어들지 못하는 빈민은 그저 손가락만 빨며 추레한 빈민가에 있어야 했지만, 책에 집중하고 싶은 라온에게는 조금 반가운 일이었다.


그렇게 라온은, 침대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일어나셨습니까.”

“좋은 아침. 내가 시킨 건 전부 끝냈어?”

“네.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해 창고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잘했어.”


천막 밖에는 고든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보좌에 열중하는 모습.


사무엘의 말에 따라 얼떨결에 부하로 들인 고든이었지만, 몰락 귀족이라서 그런지 꽤 유능했다. 아니, ‘꽤’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로 매우 유능했다.


지난 며칠간 고든은 라온의 심부름을 수행했으며, 작년과는 다른 축제로 인해 발생한 혼란을 억누르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덕분에 경비부대에 잡혀간 빈민이나, 상업지구 사람들에게 피해를 받는 빈민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니, 라온에게는 고든이 이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유능한 부하를 보는 눈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느새 축제 이른 아침을 넘어 오전이 되었고, 아슈빌은 축제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거대한 아슈빌의 성문.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선 라온은, 조금씩 열리는 성문 너머로 보이는 마차를 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저기에 왕녀가 있단 말이지.’


성문 안팎으로 수많은 기사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백마가 이끄는 휘황찬란한 마차가 천천히 들어온다.


그렇게 마차가 아슈빌의 중심, 귀족 구획과 행정구획, 상업지구와 경비부대의 사이.

아슈빌의 크게 4개의 구역으로 나누는 길 중간에 들어선 순간, 마차가 멈추며 문이 활짝 열렸고, 화려한 복장의 왕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왕녀 보다 높은 곳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왕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기에, 감히 그녀의 용안을 보지 않도록 깊게 수그리는 것이다.


라온은 그러한 광경을 옥상에서 내려다보았지만, 고개를 숙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왕녀와 빈민. 신분의 차이가 극심하다고 하더라도, 그녀와 자신은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라는 신분으로 묶인 사이.


라온이 왕녀에 비해 꿀릴 게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저 정신 승리이자, 빈민의 입장에서 왕족이 곱게 보이지 않기에 한 생각이었지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왕녀가 모습을 드러내며 길 중심에 설치된 마도구의 버튼을 누른 순간.


─────!!

일순 하늘이 어둡게 물들며 밤이 찾아왔고, 칠흑의 하늘을 밝히는 폭죽이 연신 터졌다.


성대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었다.




*




어둡게 물든 하늘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은 후,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었다.


상업지구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찼으며, 곳곳에서는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넘쳐났다.


평소의 거리와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먹거리를 팔거나 인형극이나 연극 등을 하는 상인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인형극은 아이들이, 연극은 손을 잡은 연인들이, 다 같이 거리로 나온 가족들을 먹거리를 먹으며 즐기는 축제.


여기에 빈민이 낄 수 없다는 게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라온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먹거리를 구매해 빈민가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왕녀가 오며 경비가 삼엄해진 지금, 빈민이 거리에 나선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소매치기라도 하고 싶은 라온이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빈민가에서 쫄쫄 굶고 있는 빈민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주며 간접적으로 축제를 즐기길 몇 시간.

라온은 햇볕이 뜨거워지며 거리의 인파가 줄어들었을 무렵. 그곳을 내려다보며 고든과 대화를 나누었다.


“용병단은?”

“어제, 용병 길드에 서류를 제출에 정식으로 해체했습니다.”

“해체 사유는 뭐라고 했는데.”

“두목과 핵심 용병의 실종으로 했습니다.”

“뭐, 맞는 말이긴 하네.”


고든이 라온을 제대로 보좌하기 위해서는 용병단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환영할만한 소식이었다.


워낙에 많은 용병단이 있고, 그걸 모두 관리해야 하는 용병 길드였기에,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승인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용병단의 두목이 실종되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아,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았을 터.


‘이러니 용병 길드가 욕을 먹고 있는 거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라온은 용병 길드의 평판이 안 좋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기존 용병단에 속한 용병들은 어떻게 됐어?”

“두목과 에드의 재산은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가졌고, 각자 원하는 걸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공평하게 나눴다기에는 고든. 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 않아?”

“고작 잡부에게 재산을 나눠줄 용병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고든을 보며 라온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고든에 대해 알게 된 지 며칠이 되지 않은 라온도 그의 유능함에 놀랄 정도인데, 같이 지낸 용병단이 그걸 몰랐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걸 보면, 용병들의 두뇌 존재 유무를 의심해봐야 하거나, 고든이 처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고, 생색을 낼 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주위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고든은··· 멍청하기보다는, 절박한 것 같군.’


지난 며칠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덕에 고든의 사정은 전부 알고 있는 라온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섬긴다고 하는 것은 조금 찝찝했기에, 라온이 추궁 끝에 알아낸 것.


여동생이 아프다고 한 것이 조금 신경 쓰이는 이유는, 아마 라온 본인도 몸이 아팠기 때문일 터.


라온은 자신이 직접적으로 고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간접적으로는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든이 자신을 열심히 보좌하면 보좌할수록, 슈페르테 대공에게 흘러가듯이 이야기를 해볼 수는 있겠지.


북부의 절대자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으니까. 라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두 눈을 감고 마나를 끌어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론을 알았으면, 체득하는 과정도 필요한 법인 것이다.


라온은 전과 비교해서 확연하게 줄어든 마나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고, 그걸 특정한 형태로 빚었다.


최근, 에드와 용병단 두목을 상대하며 터득하게 된 마나 활용법.


그것은 마치 빈민가를 굽어살피는 듯한 감상을 자아냈지만, 꽤 많은 마나를 소모해야만 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책을 몇 번이나 읽으며 마나를 바라보는 눈에 변화를 겪은 라온은, 조금 다른 활용 방법을 깨달은 상태였다.


무작정 넓게 퍼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도를 알고, 그것의 최선을 끌어내는 것.


‘거미줄처럼. 얇게. 그리고 길게.’


라온은 마나를 실처럼 얇게 뽑아 곳곳에 퍼트렸고, 그렇기 거리를 채운 마나의 실에서 나뭇가지가 자라나듯 더 얇은 마나가 뽑혀 나왔다.


그렇게, 기존보다 확연히 줄어든 마나의 소모로, 전보다 훨씬 강력한 감지 범위를 구축한 라온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빈민가 전체를 굽어살폈고.


“고든. 북쪽 최외곽으로. 범죄 조직에 속한 한 놈이 말썽이네.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전해.”


빈민가 북쪽. 범죄 조직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난리를 피우는 빈민 하나를 느낄 수 있었다.


왜 저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시기에 빈민 하나가 난동을 피우면 빈민 열이 죽을 수도 있다.


그것만큼은 도저히 지켜볼 생각이 없는 라온이었기에, 이제는 빈민 모두가 자신의 부하로 알고 있는 고든을 보낸 것이다.


만약 고든의 얼굴을 보았음에도 난동을 피운다면, 라온은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라온에게 빈민가는 집이었고, 빈민은 가족이었지만, 범죄 조직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으니까.


그러던 그때. 라온은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상업지구와 연결된 빈민가 초입.


강력한 마나를 지닌 여러 명의 누군가와 비교적 약하지만, 농도 높은 마나를 지닌 한 명이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


라온은 그들을 살폈고, 옅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가서 인사라도 하는 게 맞겠지.”


그렇게, 라온은 빈민가 초입으로 향했다.




*





“여기가 빈민가야?”

“그렇습니다.”

“정말 이런 더러운 곳에서 사람이 산다는 거야?”

“사람이 살긴 하지만, 왕녀님과는 다르게 태생이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이라, 신경 쓰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빈민과 외곽. 그곳에 십수 명의 인파 중심에 서 있는 금발의 소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댔다.


‘스승님은 진심으로 내가 이딴 곳에 사는 놈에게 밀릴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 거야?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아리아 왕국의 3 왕녀. 루나 이그노어 발베르데.


왕국 제일의 재능이라 평가받는 그녀는 자신이 지내는 세실리아 궁과 비교해 너무 더러운, 아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빈민가를 보며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그 순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왕녀의 옆에 서 있던 호위의 사용인은 그것을 보며 경계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라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그들이 바라본 곳과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감을 속인 라온은 왕녀를 보며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와 동시에 라온은 생각했다.


‘저 호위, 눈빛이 불손한데.’


왕녀의 호위 중에, 안 좋은 의도를 가진 자가 있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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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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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2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16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3 0 12쪽
»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8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6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4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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