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의 제자가 미쳐 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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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짱조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20:23
최근연재일 :
2024.09.11 22:2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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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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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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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DUMMY

라온은 언제부턴가, 타인의 감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빈민의 특성상, 타인의 악의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라온은 그걸 넘어선 수준이었다.


노인이 죽고 난 이후부터였을까, 빈민가의 절대자로 군림하며 모두를 신경 쓰고 나서부터일까.


상업지구의 활기참을 보고 동경의 감정을 품는 아이들의 감정을, 지친 표정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빈민들의 감정을, 악의를 품고 빈민을 박해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라온은 쉽사리 알아차리고, 그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라온이 보기에, 왕녀 주위에 서 있는 십수 명의 호위 중 서넛이 그녀에게 불손한 악의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그저 왕녀라는 권력 아래에 부당한 것을 당하며 생긴 개인적인 감정인지, 조직적인 악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저것에 엮이면 귀찮아질 것이 명확해 보였다.


짧은 순간, 이러한 생각을 모두 정리한 라온은 자신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 왕녀에게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에 관해서는 들으셨는지······.”

“들었어. 스승님이 새로운 제자를 들일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왕녀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기분일 좋을 정도로 청아했지만, 그 속에 깃든 감정은 나빠 보였다.

그것이 진한 악의가 아닌, 투정과 불만에 가까운 것이 그리 나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았다.


빈민은 항상 박해받는 존재다.


최근 있었던 빈민 아이 여섯이 죽은 일도, 빈민이라서 당한 것이다.


평민과 용병이 빈민을 그리 대하는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귀족은 어떻고, 그런 귀족조차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왕족은 어떠할까.


같은 공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채찍질을 당하는 걸 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라온이 왕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녀가 직접 빈민가로 행차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이유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날 보거나, 내가 생활한 곳을 보기 위해 왔겠지.’


왕족으로서 대단한 스승을 모시고 있는데, 그 스승이 빈민을 새로운 제자로 들인다고 한다. 얼마나 짜증이 나고,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싶은 건 모두 가질 수 있는 왕족이기에, 더욱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왕녀의 사정일 뿐, 라온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가 되기로 했으니, 왕녀라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큰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다.


라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왕녀를 살폈다.


그녀의 복장은 축제가 시작됐을 때와 상당히 달라졌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복장이었지만, 왕녀라기보다는 귀족 집의 귀한 딸내미와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라온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왕녀님. 이런 곳에는 함부로 오시는 게 아닙니다.”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여긴. 빈민가입니다. 왕녀님이 보셔도, 오셔도 안 되는 곳이지요.”


라온은 몸을 돌려 자신의 옆에 있는 천막의 입구를 열었다. 천막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난생처음 맡아보는 지독한 냄새에 왕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마나를 흩뿌렸고, 작은 돌풍이 불며 냄새가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냄새는 다시 풍겨왔고, 왕녀의 옆에 있던 호위가 냄새의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라온에게 다가왔다.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옷이군. 이걸 왜 여기에 둔 거지?”

“빈민들이 입을 옷입니다.”


자그마한 말이었지만, 왕녀와 호위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라온은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사고로 죽은 빈민의 옷. 빈민을 습격했다가 역으로 살해당한 누군가의 옷. 쓰레기 처리장에서 가져온 옷 등 빈민은 이렇게라도 옷을 구해 입어야 하는 법입니다.”

“·········.”

“물론 세탁을 하지 않았기에 당장 입지는 않겠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해지면 저 옷의 천을 뜯어 붙이거나, 강변에서 대충 세탁해 입어야 하는 게 현실이지요.”


라온은 왕녀와 그녀의 호의 및 사용인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왕녀라는 고귀한 신분을 모시는 자들이라 그런지, 별것 아닌 광경에도 충격을 받은 게 눈에 보였다.


그들이 우습게 느껴진 라온이었지만, 사는 세계가 다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제가 오지 않으셨다면, 빈민가 안쪽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셨죠? 그렇다면, 이 옷가지를 보는 게 아닌 엉망이 된 시체를 봤을 수도 있겠군요.”

“·········.”

“왕녀님의 정서에 좋지 못합니다. 빨리 나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라온은 그렇게 말하며 왕녀에게 불손한 눈빛을 보낸 호위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왕녀는 코를 찌르는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라온을 자세히 살폈다.


슈페르테 대공이 새로운 제자로 들이겠다고 한 사람이다. 아니, 그걸 넘어 대공이 자신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왕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했다. 아니, 미천했다.


‘스승님은 저놈에게 뭘 본 거지?’


느껴지는 마나는 미약하고 보잘것없다. 마법을 배운 흔적도 없었고, 별을 품고 있지도 않다.


15살의 3개의 별을 품은 왕녀가 보이게, 라온이 가진 자질은 너무나 부족했다.

그녀는 라온이 높게 평가받은 이유도,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헤아릴 수 없었다.


헌데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유는······


‘······저 눈빛.’


분명 경지가 낮은 빈민인데,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바라본다.

그 시선이 무언가 마음에 걸렸기에, 왕녀는 빈민가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라온을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왕녀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 때, 왕녀는 살포시 발을 떼며 입을 열었다.


“라온이라고 했지?”

“예. 왕녀님.”

“몇 살이야?”

“열다섯입니다.”

“흐음······나보다 작은데?”


순간, 라온은 이마에 혈관이 서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약간의 분노를 느꼈지만, 왕녀였기에 꾹 억눌렀다.

키가 작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대로 먹은 게 없는 게 제때 성장을 할 수 있겠는가.


설마 왕녀가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말을 했을 리가 없을 테니, 그냥 신경을 건드리고 싶었던 것이 분명했다.


라온은 그 사실을 해아리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제가 먹지 못해 그렇습니다. 그럼 이만 전 가보겠습니다. 축제 기간인 만큼, 즐길 것이 많으실 테니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그렇게 라온은 왕녀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그녀가 제 갈 길을 갈 수 있게 거리 끝으로 몸을 옮겼다.


그럼에도 왕녀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왔기에, 라온은 그녀의 옆에 서 있는 호위를 흘깃 보며 말을 이었다.


“왕녀님. 세상은 거칠고, 어떤 악한이 있을지 모릅니다. 며칠 전, 빈민 아이 여섯을 아무 이유 없이 패 죽은 악한도 있었지요. 그 악한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바로 옆에 서 있을 수도 있으니, 언제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 정도만 말해주어도 충분할 것이다. 악의를 품은 것처럼 보이는 호위가 옆에 있다고 해도 상대는 왕녀다.

보호 마도구를 착용하고 있을 게 분명했고, 지금 여기에 있는 자들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 멀리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빈민가를 가득 채운 마나의 실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건 경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터.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고, 생긴다고 해도 굳이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


라온은 빈민이다. 슈페르테 대공의 제자가 될 몸이라고 해도, 빈민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목이 떨어지기 가장 좋은 것이다.


그렇게 라온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왕녀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왕녀는 그런 라온의 정수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에 안 들어.’


왕녀는 너무나 여유로워 보이는 라온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호위도, 사용인도, 세실리아 궁에서 지내는 모두도, 왕국의 절대자인 아버지와 슈페르테 대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신을 어려워한다.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라온은 그러지 않았다. 어려워하기보다는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왕녀의 자존심에 묘한 상처를 냈다.


그랬기에, 왕녀는 저 빈민치고는 잘생긴 얼굴을 가진 라온의 표정이 곤란과 긴장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왕녀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호위와 사용인을 흘깃 본 다음, 라온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야. 따라와.”

“······예?”

“따라오라고. 같은 스승을 모시는 제자잖아. 여기 안내 좀 부탁할게.”


왕녀는 감히 빈민 따위가 자신의 옆에 서 있게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라온이 곤란함을 느끼고, 자신의 대단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같은 스승을 모시고 있음에도, 왕녀는 왕족이었으니, 그 격을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왕녀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온을 보며, 입술을 삐뚜름하게 올렸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사용인을 보고 입을 열었다.


“적당히 꾸며놔. 내 옆에 있을 건데, 볼품없으면 내 체면이 상하잖아.”


그렇게, 라온은 강제로 사용인에게 이끌려 귀족 구획의 살롱에 가야만 했다. 왕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금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렸다.


‘최고급 실크로 만든 옷을 강제로 입히면, 곤란한 표정을 짓겠지. 마도구도 줘볼까? 눈이 커지겠지? 후후. 볼만하겠네.’


왕녀는 감히 자신의 대단함을 몰라본 라온에게 왕족의 대단함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던 그때, 호위의 말이 들려왔다.


“왕녀님······.”

“왜 그래?”

“화······.”

“화 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쯧. 너 계속 그렇게 할 거야? 호위로 들어온 지 이제 두 달 됐잖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앞으로도 그러면 징계야.”

“감사합니다.”


왕녀는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호위를 흘겨보며 보내주었다.


그리곤 사용인과 살롱 직원의 손에 의해 강제로 꾸며지는 라온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름 곤란해 보이는 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




“예. 예정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보고를 올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왕녀가 불편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족 구획의 어딘가.


왕녀를 지키고 있어야 할 호위가 은밀한 곳에 숨어든 채 수정구슬 너머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호우의 표정은 싸늘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고저가 없었다.


얼핏 냉혹하게도 들리고, 감정이 안 실린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목소리로 호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왕녀가 빈민 하나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저 장난감이 장식품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

“얼굴만 반반하고, 마나량은 미천하다 못해 메마른 수준이니, 변수가 되진 않을 겁니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작전 게시일을 축제 마지막 날. 폭죽이 터져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을 때.”


호위는 수정구슬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콰직───!


직후, 악력으로 인해 수정구슬이 산산조각이 났다.


사방으로 튄 파편은 마나로 화하며 증발했고, 그곳에 서 있던 호위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그런 호위의 어깨에 작은 마나의 실이 연결되어 있었으니.


‘축제 마지막 날이라······. 이거 잘만 하면, 꽤 많은 보상을 받아낼 수도 있겠어.’


귀족 구획의 살롱.


사용인과 살롱의 직원들로 인해 강제로 꾸며지던 라온은 실을 통해 들려온 목소리를 상기하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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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절대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24.09.11 22 1 11쪽
18 기묘한 일. 24.09.10 16 1 13쪽
17 또 다른 7성급 마법사. 24.09.09 24 0 13쪽
»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위해. 24.09.08 23 0 12쪽
15 눈빛이 불손하다. 24.09.07 27 0 12쪽
14 격이 다르다. 24.09.06 26 0 12쪽
13 3권의 책. 24.09.05 26 0 13쪽
12 밤하늘이 추락했다. 24.09.04 25 0 12쪽
11 직접 행차하다. 24.09.03 26 0 12쪽
10 믿어 의심치 않았다. 24.09.02 34 0 15쪽
9 시체를 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24.09.01 34 0 14쪽
8 빈민가 아이들. 24.08.31 39 1 13쪽
7 상상 이상의 괴물. 24.08.30 43 1 15쪽
6 큰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24.08.29 46 1 16쪽
5 나 이상의 재능이다. 24.08.28 55 1 12쪽
4 북부 대공. 24.08.27 49 1 12쪽
3 다섯 살의 나이에 행한 일. 24.08.26 47 1 14쪽
2 빈민의 현실. 24.08.26 54 1 12쪽
1 빈민가의 어린 절대자. 24.08.26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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