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20화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뭐가 설치돼 있었다고요......?”
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온 윤경아에게 두 사람은 곧장 사실을 알렸다.
발견한 카메라의 위치를 가리키며 정우가 말했다.
“여기에 카메라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불을 켜고 유심히 보지 않으면 웬만해선 발견하기 힘든 위치죠.”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거기에 카메라가...... 전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럴 수밖에요. 보통은 불빛이 나오거나 카메라 렌즈가 클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실제로 유튜버들이 많이 쓰는 카메라 종류이기도 하고요.”
유튜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컨텐츠 중 하나가 바로 몰카 컨텐츠다.
리얼리티를 위해 아주 작은 카메라 렌즈를 가방 안에 숨겨두는 형태로 촬영을 하는데, 정말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절대 알아차리기 힘들게 되어있다.
가방을 뚫거나 지퍼 부근에 새끼손톱만 한 카메라 렌즈를 박아두는데 그걸 알아보기란 쉽지가 않으니까.
지금 이 밀실 안에 숨겨있던 카메라도 어떻게 보면 그런 형태의 것이었다.
“여기 이 충전기를 보시면 작은 렌즈 하나가 붙어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C타입 충전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몰래 카메라였던 거죠. 실제로 충전 기능 또한 내재돼 있고요.”
“하.”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를 검색해 보니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숙박 공유 플랫폼에선 수차례 발생했던 사건이더군요. 집주인에게 충전기를 빌렸는데 실수로 집까지 들고 갔다가 그게 카메라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피해자만 무려 30명이 넘었고요.”
“30명이요......?”
“네. 한 사건에서만 그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일이죠. 그 안엔 알몸이나 성관계 장면들이 다수 찍혀 있었고, 그게 수년간 이어져 왔던 겁니다. 결국 숙박객의 실수에 의해 발견이 된 거고요.”
사실 정우도 카메라를 발견하고 많이 놀랐다.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며 여기저기 카메라를 찾고 있었는데, 손에 쥔 충전기의 촉감이 어딘가 이상하단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에 플래시를 비추니 정말 콩알만 한 렌즈 하나가 끝부분에 박혀있었던 것.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애초에 제작 자체가 그렇게 되어 나온 제품이라는 뜻이었다.
은은한 조명만 있는 이곳에선 육안만으론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위치.
아니 애초에, 충전기 안에 카메라가 붙어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도 하지 못했겠지만.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이 공간 안에 그런 끔찍한 물건이 있을 수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마는 윤경아.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당연히 다른 사람이 놓고 간 충전기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저 외에도 이곳을 쓰는 선배님들이 계시니까. 그런데 그게 몰래카메라였을 줄이야......”
“혹시 짐작 가는 사람은 있나요?”
“아뇨. 그렇지만 선배님들은 절대 아닐 거예요. 다들 여성분들이시고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오늘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 중엔 의심이 가는 사람이라도.”
이번에도 윤경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전혀요. 애초에 여긴 저밖에 모르는 공간이니까...... 연출님을 제외하곤.”
“연출님요?”
“네. 하지만 그분도 여성이에요. 그분이 제가 쉬고 있는 걸 찍어서 뭐 하겠어요...... 그럴 이유가 없는데.”
확실히 그쪽은 아닐 듯싶었다.
이런 사건의 대부분은 목적이 분명하니까.
‘그럼 역시 그쪽을 의심해 봐야 하는 건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의심이었지만, 지금으로썬 한 사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윤경아와 함께 있을 때부터 그에게서 검은빛을 보았었으니까.
게다가, 몇 달 전 비슷한 사건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했었고.
충격에 휩싸인 윤경아와 그런 윤경아를 달래는 최지아를 바라보며 정우가 말했다.
“어쨌든 범인은 잡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바로 움직이시죠. 일단 이 공연장에 있는 사람들부터 불러 모아야 할 것 같은데.”
*
잠시 뒤, <위대한 티베리>의 연출 총괄 장수지에 의해 공연장 사람들이 모두 대기실로 모였다.
상황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에 휩싸인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공연장 안에서 그런 일이.”
“설마 이 안에 범인이 있다는 거야?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인데?”
“연출님, 이건 말도 안 되지 않아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하루 이틀 보는 사이도 아니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몇 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인데. 대체 누가 그런 몹쓸 짓을 했다는 겁니까?”
“혹시 그냥 장난감인 거 아닙니까? 실제로 녹화는 안 되고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
다들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게, 이 바닥은 워낙 좁은 데다가 다들 수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이니까.
그런 팀원들에게 장수지가 입을 열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휴대폰부터 다 걷은 거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나중에라도 다른 문제가 안 생기니까. 다들 놀랐겠지만 일단은 협조 좀 해줘.”
그런 뒤 그녀가 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여긴 한정우 씨라고, 이 카메라를 처음으로 발견하신 분이야. 일단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하실 말씀이 있다니까 들어보자고.”
정우에게 자리를 내주며 옆으로 이동하는 장수지.
정우가 손을 들어 보이며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보시다시피 발견된 카메라는 이렇게 일반적인 충전기의 형태로 제작이 되어있었습니다. 타깃은 윤경아 씨 딱 한 사람이었을 걸로 추정이 되고요. 그곳은 오로지 윤경아 씨만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경아 언니를 왜요? 탈의실도 아니고?”
“글쎄요. 아마도 사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굳이 다른 사람들한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던 거죠.”
“하아. 미친 변태 새끼.”
“제가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이유는 여러분의 공연이 코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가 예정돼 있다고 들었는데, 문제를 시끄럽게 해결해선 좋을 게 없으니까요.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는 게 모두에게 있어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 말과 함께 정우는 사람들을 눈으로 천천히 훑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여전히 검은빛 하나가 위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만약 10분 내로 누군가가 자수를 하지 않으면 저는 그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할 겁니다. 그리고 이 몰래카메라를 제출하겠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
“당연히 지문 검사부터 하게 될 거고 그 안엔 범인과 제 지문만이 찍혀 있을 겁니다. 윤경아 씨는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아!”
“과거라면 몰라도 이젠 지문 하나만으로도 바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당연히 누가 나오든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될 거고요.”
그때,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한정우 씨라고 했습니까? 그쪽이 범인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괜히 걸렸다 싶어서 오히려 이런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건 아니냔 말입니다.”
그 말에 정우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 발언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승주였고, 그건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처형을 당할지도 모를 판이니까.
정우가 앞에 있는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제 휴대폰도 이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경찰이 오고 지문 검식으로 유력 용의자가 나오면 바로 포렌식 검사부터 하게 되겠죠. 일단 제 지문은 무조건 나올 테니까 전적으로 협조할 생각입니다.”
“......”
그 말에 입을 꾹 다무는 박승주.
정우도 시선을 거두곤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각자 흩어져서 하실 일들 하셔도 됩니다. 10분 안에 이 카메라를 설치하셨던 분은 설치한 장소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만약 10분에서 1초 만이라도 넘어갈 즉시, 이 증거물은 경찰에 넘어갈 거고 그때가 되면 수습은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겁니다.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잘 판단하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여기저기서 욕이 내뱉어지며 사람들이 흩어졌다.
누구든 잡히면 가만 안 두겠다는 뉘앙스들이었다.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와 연출 장수지가 말했다.
“이런다고 범인이 자수를 하겠어? 그 순간 인생 끝장나는 거나 마찬가진데.”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당연히 지문은 찍혀 있을 거고 범인도 그걸 모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으로썬 경찰을 부르지 않는 게 최선일 수밖엔 없는 상황이죠.”
“그거야 그렇지만......”
“그런데 왜 카메라를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을까요? 언젠간 들킬 수밖에 없었을 텐데.”
“오늘 공연이 끝나면 전국 투어가 시작되니까 아마 공연 도중에 수거를 해 갈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동안은 이곳에서 쭉 연습을 해왔고 범인은 윤경아 씨가 이 장소를 이용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는 듯 최지아가 윤경아를 토닥였다.
“걱정마 경아야. 범인 꼭 잡아서 절대 무슨 일 생기지 않게 할 거니까. 절대 유포되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정우가 가장 먼저 휴대폰 수거를 부탁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쨌든 증거는 반드시 휴대폰에 남아있을 테니까.
그동안 몰래 찍은 영상들을 파일화 시켜서 휴대폰으로 지켜보고 있었을 거고, 최악의 경우엔 그걸 유포할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두가 제출하는 가운데 혼자만 거부하면 이상한 상황이 되니 따를 수밖엔 없었을 거고.
“흑흑...... 그 안에서 옷도 갈아입고 사적인 통화도 많이 했는데. 그걸 다 유포시킨다고 생각하니까 눈앞이 까매지는 것 같아. 나 어떡하지 언니......?”
“아냐, 그럴 일 없을 거야. 정우 씨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했을 거니까. 일단 차분히 기다려보자 경아야.”
어차피 이 사건은 절대 조용히 묻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몰카 범죄인데.
사람들 앞에서 한 얘기들은 그저 회유책이었을 뿐, 이건 반드시 처벌을 받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미 총괄 장수지는 그런 상황을 대비해 공연 일정과 캐스팅 변경까지도 고려하고 있었고.
범인이 이곳에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 너...... 너 뭐야? 네가 왜.”
그때, 그들이 있는 공간으로 누군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그림자만 비추더니 곧 나타나는 누군가의 얼굴에 윤경아는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털썩-
“미안하다...... 진짜, 진짜 미안해. 난 그저 너무 질투가 나서......”
“...... 질투?”
“널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항상 네 옆에 있는 건 난데, 넌 자꾸만 다른 사람을 보니까.”
무릎을 꿇고 윤경아에게 사죄를 하는 남자.
그는 정우의 예상대로 박승주였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윤경아는 충격에 휩싸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박승주를 향해 윤경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설마 그럼...... 지금까지 있던 일들도 다 네가 한 짓들이었니......? 그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던 일들이?”
-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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