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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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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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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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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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22화

DUMMY


“한 서방! 밥 먹어.”

“네, 어머님!”


어느덧 익숙해진 아침 풍경.

식사 시간이 되면 별채에서 넘어와 한 식탁에 둘러 모이는 일이었다.

오늘은 첫 촬영 날이라 평소보다 더 일찍 아침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와, 곰탕이네요?”

“좋아해?”

“그럼요. 없어서 못 먹죠. 직접 끓이신 거예요?”

“응. 밤새도록 고아서 제대로 우려졌을 거야. 든든하게 먹고 힘 많이 써, 한 서방. 알았지?”

“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님.”


곰탕을 반기는 정우와는 달리 덜 마른 머리로 식탁에 앉으며 최지아가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또 곰탕이야? 아주 곰탕 귀신이 붙겠네.”

“평소에도 자주 드시나 봐요?”

“자주 먹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매일 이거예요. 냉동실 열면 한 칸이 전부 곰탕일 정도라니까요? 오죽하면 제가 한식 자격증까지 땄겠어요.”

“아.”

“그냥 내가 해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랬죠. 엄마는 맨날 밖에 나가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삿날부터 지금까지, 유희나의 얼굴을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밤늦게서야 들어와 어쩌다 잠깐씩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고.

곰탕에 쌀밥을 말며 정우가 물었다.


“혹시 취미 생활 같은 거 하세요? 뭐 좋아하시는데요?”

“아냐, 그런 거. 일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지.”

“일이요? 어머님 따로 하시는 일이 있으셨어요?”


최지아가 끼어들며 대신 답했다.


“말도 마세요. 엄마가 얼마나 바쁜 몸인데. 엄마가 가지고 있는 건물만 몇 갠지 모르죠? 저보다 열 배, 아니 스무 배 이상은 부자일걸요?”

“네? 어머니가요?”

“강남부터 시작해서 분당에 각종 신도시들까지. 안 가지고 있는 땅이 없어요. 제가 말했잖아요. 우리 엄마 인생 n회차라고. 장난 아니라니까요?”


꿀꺽.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자꾸만 혼자서 찔리는 기분이다.

가급적 그 말은 좀 삼가줬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이미 제가 연예인 되기 전부터 부자였어요. 남들은 제가 돈 많이 벌어서 효도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이 집도 엄마 명의예요.”

“컥, 이 집도요? 전 당연히 최지아 씨가 구매한 줄 알았는데?”

“정우 씨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니까. 하지만 전 재태크에 ‘재’자도 모르는걸요? 아예 해 본 적조차 없어요.”

“아, 그럼 어머님이 대신 다 해주시나 보네요?”


이번에도 역시나 최지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전혀요. 엄마는 제 돈 한 푼도 안 쓰고 하나도 안 건드리겠다는 주의예요. 이런저런 말 나오는 것조차 싫다고. 오히려 제가 엄마한테 업혀 사는 입장인걸요?”


전혀 몰랐던 사실에 정우도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여배우 중 하나가 최지아인데. 그런 그녀보다도 재산이 훨씬 많으시다니.

자신의 집을 구매했을 때만 해도 그거야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딸이 연예인이고 그 집의 시세는 사실 그렇게 높지는 않았었으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땅 부자라니. 강남부터 각종 신도시들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요새 TV 보면 연예인들 빚투니 뭐니 하면서 말들 많잖아. 돈 때문에 자식 등 처먹고 사기 치고, 그러다 결국 절연까지 하게 되고. 애초에 그런 일을 안 만들려고 하는 거지. 내가 여유가 있으면 딸이 얼마를 벌든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근데 엄마는 내가 연예인 되기 전부터 이미 부자였잖아? 내가 연예인이 될 걸 알고 돈을 모으진 않았을 거 아냐?”

“돈 많아서 안 좋은 게 있어? 돈이야 많을수록 좋은 거지. 그 덕에 네가 이렇게 좋은 집에서 맛있는 밥 먹고 사는 거 아냐. 아니야?”

“참나. 맨날 곰탕 아니면 삼겹살이면서 무슨.”


최지아를 돈으로 갈굴 수 있는 사람이라니.

어쩐지 유희나에게서 갑자기 빛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초록초록하다 못해 아예 황금색에 가까운 빛.

이건 인연의 빛인가 아니면 아우라인가?

정우 앞으로 반찬을 내주는 유희나에게 정우가 입을 열고 물었다.


“저, 어머님? 혹시 호칭이 불편하진 않으세요?”

“호칭? 한 서방이 나 부르는 거 말이야?”

“네. 그래서 이제라도 조금 다르게 불러볼까 하는데.”

“어머나, 어떻게? 장모님? 호호. 나야 그게 훨씬 좋기는 하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정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이제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서요. 그래도 될까요, 엄마?”


*


“참나. 엄마요? 갑자기 엄마라는 말이 왜 나온 거죠? 엄마아?!”


청담동 샵으로 들어가며 최지아는 연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엄마 유희나는 좋다고 그걸 또 덥석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엄마든 장모님이든, 자기는 뭐든 다 좋다고. 한 서방 편한 대로 부르라고 말이다.

중요한 건 엄마라는 호칭은 자신이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밥도 차려주시고 저한테 잘해주시니까 그런 거죠. 그렇다고 장모님이란 표현은 좀 그러니까.”

“뭐가 그래요? 하나도 안 그런 데?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상황에 맞는 표현 아닌가요?”

“상황요? 어떤?”

“어떤 이라뇨! 내가 정우 씨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정우 씨도 거절은 안 해놓고선. 거기서 갑자기 엄마라고 부르면 어떡해요. 그럼 엄마는 뭐 자식이 둘인가? 우린 근친이고?!”


최지아의 그 말에 카운터에 있던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필이면 자동문이 열림과 동시에 ‘근친’이란 단어가 내뱉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말은 절대 안 돼요, 절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절대 용납 못 한다고요. 네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정우를 최지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지금 뭐 해요? 설마 흙 찾아요?”

“으흠. 아뇨, 그냥. 화분에 꽃들이 참 예뻐서.”

“어이없어 진짜. 아무튼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나 메이크업 받고 올 때까지 정우 씨는 여기 앉아서 반성하고 있어요. 내 시야 안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고.”


눈을 잔뜩 흘기며 머리를 감기 위해 이동하는 최지아.

그런 최지아를 바라보며 정우는 웃음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서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다더니, 정말로 딱 그런 게 티가 났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말이 앞서고, 마음보다 몸이 앞서고.

딱 스무 살 초반의 소녀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정우 씨가 제 ’첫사랑‘이 확실한 것 같거든요.’


머리를 감는 최지아를 바라보며 정우는 그날 밤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첫사랑. 풋풋한 로맨스 영화의 대사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단어였다.

두 사람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고.

첫사랑이라.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도 딱히 그런 기억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이것도 내가 두 번째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건가? 지난 생엔 실패했던.’


최지아에게서 보였던 노란빛은 여전히 같은 색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젠 그녀와 제법 가까워졌음에도 그 빛은 여전히 조건부를 말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지난 생이 떠오를 수밖엔 없었던 것.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연이 빛이 될 수도, 악연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어쩌면 모든 연인들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만이 노력해서도 안 되고, 또 어떤 특정 순간에만 신경을 써서도 안 되는.

연인이든 부부든, 그 연을 오래 유지하고 오랫동안 행복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만 하는 거니까.

지난 생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검은빛으로 바뀌면서 악연이 되었던 거고.

어쩌면 그녀에게 보이는 노란빛이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하도 안 오셔서 전 연예계 은퇴한 줄 알았잖아요.”

“하하, 한동안 휴식 좀 취하느라요. 머릿결 많이 상했죠?”

“머릿결은 좀 상했는데, 얼굴은 훨씬 더 좋아지신 것 같은데요? 피부도 더 뽀송뽀송해진 것 같고.”

“어머, 그래요?”

“딱 보니까 연애하는가 본데? 보통 연애할 때 사람 인상이 확 좋아지고 그러거든요.”


그 말에 거울 안으로 보이는 뒤쪽의 정우를 쳐다보는 최지아.

혼자서 싱긋 웃음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마음이 계속 들떠있기는 해요. 막 몽글몽글하면서.”

“어머나, 그거 딱 연애할 때 느끼는 감정인데? 누군데요? 연예인? 일반인?”

“아이, 몰라요. 아직은 나 혼자만 좋아하는 거라. 짝사랑이라고 봐야죠.”


머리를 손질하며 디자이너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어떻게 지아 씨가 좋아한다는데 안 받아줄 수가 있어요? 남자라면 그럴 수가 없는데? 말도 안 된다.”

“아직 저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그 사람은.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부터 열심히 매력 어필 해야죠.”

“에이, 어필할 게 뭐가 있어요. 그냥 지아 씨 존재 자체가 어필인데. 얼굴 예뻐, 몸매 미쳤어, 게다가 인성까지. 내가 수없이 얘기했잖아요. 지금껏 본 연예인 중에 단연 탑이라고. 그거 진심이었는데?”

“에휴, 그걸 그 사람도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런 얘긴 당사자가 직접 들어야 하는 건데.”

“데리고 오세요. 제가 직접 면전에서 얘기해 드릴 테니까. 귀에 쏙쏙 박히도록!”


그 말에 최지아는 거울을 보고 웃었고, 그곳엔 헛기침을 내뱉는 정우가 비춰지고 있었다.

이건 뭐 거의 대놓고 저격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계속 듣고 있다간 폐병 환자처럼 비춰질 것 같아 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지아에게 말했다.


“저 나가서 커피 좀 사 오겠습니다. 뭐 드실래요?”

“전 정우 씨랑 같은 거요. 고마워요!”

“네.”


그렇게 걸음을 옮기며 샵을 나가는데,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저분은 누구예요? 새 매니저?”

“아뇨, 매니저보다 더 가까운 사이요. 어쩌면 앞으로 더 가까워질 것 같고.”


*


“자, 배우들 준비됐으면 바로 슛 들어가겠습니다! 주변 소음 차단해 주세요!”


재개된 첫 촬영은 파주 세트장에서 시작됐다.

저마다의 얼굴엔 생기가 돌고 있었다.

연달아 터진 사건들로 인해 영화가 엎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뿐이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게 되어서.

게다가 바뀐 두 자리가 흥행엔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배우들로 교체가 됐으니 기대감은 한층 더 커질 수밖엔 없었다.


“정우 씨, 저 다녀올게요.”

“네, 파이팅.”


촬영장에서 본 최지아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본 촬영 전 잠깐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지금껏 알던 모습과는 아예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눈빛부터 표정과 어투까지, 순식간에 배역에 몰입하는 걸 보고는 털이 쭈뼛 설 정도였다.

역시 톱배우의 클라스는 다르다는 건가.

잠깐 20대 소녀라고 생각했던 게 머릿속에서 싹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정우야, 한정우!”


촬영장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쪽 어딘가에서 누가 정우를 불렀다.

고개를 돌리니 황재국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네, 팀장님.”

“누가 너 찾아왔는데? 혹시 한정우 씨 있냐면서.”

“저를요? 누가...... 아!”


그 순간 깜빡 잊고 있던 약속 하나가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촬영장에 찾아온단 얘기를 했었기 때문이다.

입구 쪽을 바라보는 정우에게 황재국이 목구멍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아니, 근데 누구야......? 살면서 내가 본 일반인 중에 제일 예쁘던데? 게다가 포스도 어마어마하고.”

“걔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요. 진짜로 물거든요.”


실제로 물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우는 작게 몸서리를 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작가의말

주말 마무리 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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