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달밝은
작품등록일 :
2024.09.02 11:18
최근연재일 :
2024.09.19 20:3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092
추천수 :
40
글자수 :
114,978

작성
24.09.18 20:35
조회
31
추천
0
글자
12쪽

Episode 7. 황실 대학 (2)

DUMMY

평민 안델.


아카데미 시절부터 안델을 따라다니던 별명이었다.


말 그대로 안델이 평민이었던 탓이다.



마법은 사실상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마법의 3요소 중 속성과 마력량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안델은 적지 않은 마력량과 희귀한 속성을 타고났다.


그 덕분에 아카데미에도 다닐 수 있었고 그 유명한 황실 대학에도 입학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평민이라는 이유로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안델에게 도통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심할 경우에는 괴롭히는 학생도 있었다.


오로지 카르셀.


자신과는 비교조차 안 될 드높은 존재만이 평민인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반가웠다.


대뜸 밥을 사달라고 부탁하기는 했지만,


어째서인지 성격이 급변해 버렸지만,


카르셀이 내밀어준 손 덕분에 지금의 자신은 황실 대학에 있는 것이다.


밥 한 끼쯤이야 기꺼이 살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급변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너 뭐 하는 놈이야?"



가장 정면에 있던 남학생이 카르셀의 멱살을 잡았다.


카르셀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이다.



"얼굴 좀 잘났다고 까부나 본데, 마법지원 학과인 거 보면 고작해야 남작의 자제 아니야?"



마법지원 학과에는 대체적으로 지체 낮은 이들이 모여 있다.


전투에 적합한 속성은 상위 귀족 중에 많기 때문이다.


물론 카르셀은 아니다.



"저, 저기, 카르셀은―"


"안델 넌 닥치고 있어!"



남학생의 일갈에 안델은 입을 닫았다.


표정이 더없이 섬뜩했기 때문이다.



"됐고, 네가 저지른 그 짓 때문에 우리들 의복이 더럽혀졌다. 좋은 말로 할 때 배상해?"


"배상하라고? 돈이라면 지금 없네만."


"하, 나 진짜, 그러면 기숙사에 다녀오든 집안에 부탁하든 하란―"


"그보다 말일세."



카르셀의 목소리가 불현듯 낮게 깔렸다.


쾅!


눈 깜짝할 겨를도 없이 멱살을 잡던 남학생이 식탁 위에 처박혔다.


카르셀은 남학생의 뒤통수를 단단히 압박했다.



"언제까지 멱살을 잡을 생각인가? 어린 놈이 말이야."


"이, 이게···."



체구 좋은 남학생이 발버둥치고 있는데도 꼼짝을 못 하고 있다.


엄청난 악력과 완력이었다.



함부로 마법을 쓸 수도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마력을 조작하는 것은 웬만한 대학 마법사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놔, 놔줘."



무리의 다른 학생들이 하나둘 마력을 조작했다.


남은 무리는 다섯.


그 많은 학생들이 마법을 조준 중인데 카르셀은 변함없이 여유로운 표정이다.



"마법을 쏠 셈인가? 내가 피하면 요놈이 맞을 텐데."


"그, 그럼···."



학생 중에 한 명이 불현듯 안델을 조준했다.


치지지직.


열기를 머금은 화산재가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아, 인질이로군?"


"그래, 네 평민 친구 목숨이 아까우면, 빨리 놔주는 편이 좋을 거야."


"솔직히 놔주든 말든 별 상관은 없네만, 그래도 밥을 사준 친구를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카르셀은 마지못해 남학생을 풀어주었다.


자유로워진 남학생은 무리에 합류하여 이를 빠득 갈았다.



"이 미친 새끼. 야, 너 내가 이대로 물러날 거 같아?"


"안 물러나면 어쩌려고, 또 식탁에 얼굴을 처박을 작정인가? 아하, 제법 마음에 드셨나 보군."


"하, 진짜 주제도 모르고···."



남학생은 불현듯 장갑을 벗었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자, 잠깐만! 겨, 결투는 안 돼! 카르셀은, 그게···."



카르셀은 속성이 없다.


그런 이유로 황실 대학에는 입학하지 못 했다 들었다.


무슨 특례로 입학한 건지는 모르지만 그 사실만은 지금도 변함이 없을 터였다.



"시끄러!"



쿠당탕!



남학생은 안델을 패대기치고 장갑을 내던졌다.


바닥을 굴러 고통스러운 상황인데도 카르셀의 안부가 걱정이었다.


결투를 신청한 이상 물러서는 것은 불명예였다.



"당장 밖으로 따라 나와. 너랑 나, 1대 1로 붙을 거니까."


"1대 1 말인가? 뒤에 있는 놈들도 덤벼도 괜찮네만."


"하, 그럴 일도 필요도 없으니까, 닥치고 따라 나오라고!"



카르셀은 순순히 남학생을 따라 나섰다.


서둘러 몸을 일으킨 안델은 카르셀에게 다가갔다.



"지, 지금이라도 사과하자, 카르셀. 아직은 규칙도 무엇도 안 정했으니까, 분명―"


"걱정할 필요 없네. 그리고,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네만 자네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 필요가 있어."


"카, 카르셀···."



도무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신감···.


도대체 그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두 사람은 주저 없이 공터의 한구석에 마주 보고 섰다.


재미에 이끌린 불나방 같은 학생들이 순식간에 두 사람을 둘러쌌다.


이제는 정말 무를 방법이 없었다.



"우리 쪽 입회인은 멜디네가 맡을 거야. 너희 쪽 입회인은 그 평민 놈한테 맡기던가."


"누가 하든 상관 없네. 그보다, 승리는 어떻게 정할 건가?"


남학생은 고소 지었다.


"상대방을 기절시키면 승리다."



아아, 기절이라니.


잔인한 규칙이었다.


분명 기절하지 않을 정도의 공격으로 최대한 오래도록 괴롭힐 셈이다.



"좋네."



카르셀은 허리춤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검?


마법이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 검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 너 지금 뭐 하냐? 고작해야 검 따위로 뭘 하려고?"


"아, 오해하지는 말게. 자네에게는 그 검조차도 쓸 생각이 없으니까."



절그럭.



카르셀은 차고 있던 검을 안델에게 던졌다.


대신하겠다는 듯 주워 든 것은 길거리에 떨어진 나무 막대였다.


남학생의 얼굴이 노기로 붉게 달아올랐다.



"진짜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래, 좋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봐줄 생각 없으니까."


"그래, 부탁하네. 제발 전력을 다해주게."


"멜디네!"



남학생은 자기 측 입회인을 노려봤다.


규칙, 명예.


몇 가지 의식 같은 말이 이어지는 동안 안델은 그저 불안할 따름이었다.



'카, 카르셀이 이길 리가 없는데···.'



상대인 남학생은 전투마법 학과 학생 중에도 중위권의 강자였다.


속성이 없는 카르셀이 나무 막대 하나 들고 상대할 만한 이는 아니었다.



"그럼,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습니다."



말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입회인인 멜디네는 손수건을 둘 사이에 내던졌다.



"시작!"



털썩.



'···뭐?'



눈 앞에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단 한 순간.


카르셀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어느덧 남학생의 뒤로 이동해 있었다.


그보다도 놀라운 건 남학생의 상태였다.



"뭐, 뭐야?"


"쓰러졌어···."


"기절한 거야?"



기절했다.


실이 끊긴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 있다.


치켜 뜬 눈에는 흰자위만 보이는 것이 틀림없는 기절이었다.


높이 던진 손수건이 떨어지기도 전이었다.



"스, 승자는 카르셀."



승자 선언이 있고 난 뒤에도 모두가 그저 입을 다물었다.


카르셀의 손에 들린 부러진 나무 막대만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줄 뿐이다.



"거기 학생들! 무슨 일입니까!"



몰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지 대학 경비병들이 달려왔다.


결투가 있었다고 설명하면 될 일인데 카르셀은 어쩐지 당황한 듯 보였다.



"···이런, 아무래도 도망쳐야겠군."


"응? 아니, 카르셀, 그럴 필요는―"


"자네가 알아서 설명해 주게! 그리고 밥 잘 얻어먹었네!"



카르셀은 학생 무리를 뛰어넘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맡겨 두었던 자신의 검은 덩그러니 남겨 놓은 채 말이다.



* * *



경비병들 피해 도망치고 한숨을 돌렸다.


잡혔다가는 큰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은 엄연히 이곳 학생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끼이익.



에이베릴.


자그마한 글씨가 적힌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난리 통이었던 아까와는 달리 내부가 제법 깔끔해져 있었다.


집사 놈이 하인들을 시켜 청소를 해둔 모양이다.


물론 에이베릴은 여전히 기절한 채였다.



"아, 도련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바깥에서 무슨―"


"아무 일도 없었네."


"···예?"



이크, 제발이 저린 통에 너무 빨리 말하고 말았다.


성가신 집사 놈이 눈초리를 좁히고 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니, 없었네."


"···검은 어디에 두고 오셨습니까?"


"검?"



그제야 허리춤에 검이 없는 걸 깨달았다.


그래, 그랬지.


안벨인지 뭔지 하는 놈한테 맡겨두고 찾아오지를 않았었다.



"잠깐 여가 시간을 주었네. 검이라는 놈도 가끔은 쉴 필요가 있는 법이거든."



뻔뻔한 거짓말에 집사 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이런, 출장이라 할 걸 그랬나?



"으, 으으응···."



기절해 있던 에이베릴의 입새로부터 신음성이 쏟아져 나왔다.


끔벅 끔벅 둥그스름한 갈색 눈이 느릿하게 깜빡거렸다.


드디어 깨어난 모양이다.



"여, 여기는···."


"아, 일어나셨군요, 에이베릴 교수님. 잠시 기절해 계셨습니다."


"네, 네에, 그런데 이곳은 어디인가요?"


"그으, 교수님의 연구실입니다."


"···예?"



집사 놈의 말에 에이베릴은 허둥지동 주변을 둘러봤다.


파편과 쓰레기들은 정리해 두었지만 아직도 이곳저곳 흠집이 남았다.



"무, 무슨 소리인가요, 그게. 제 연구실은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내가 끼어들었다.


"아까 다 난도질 당했지 않습니까."


"그, 그게 꿈이 아니었다고요?"



에이베릴은 한 번 더 기절했다.


그 때문에 머리를 찧지만 않았다면 더 오래 기절해 있었을 것이다.


이쯤 되니 나라도 양심이 조금 찔렸다.



"복구하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양피지 기록부터 도와드릴까요?"


"아니, 아니요. 자료는 괜찮아요. 어차피 다 제 머릿속에 있으니까···."


"허, 그 많은 게 전부 말입니까?"


"예, 예에···."



양피지만 모아도 책장 한 칸은 채울 분량이었다.


그걸 전부 기억하고 있다니, 보기 보다는 대단한 인간인 듯했다.


하기야, 그런 인간이 아니라면 가주 양반이 소개해 줄 리가 없었다.



"사실 자료들보다는 실험 도구들이 문제에요."


"변상이라면 해드리겠습니다."



싸가지 없는 어린 놈한테는 못 해도 에이베릴한테라면 변상해 줄 의향이 있었다.


어차피 내가 번 돈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물품은 변상만으로는 못 구하는 거라···."



에이베릴은 나의 눈을 흘긋거렸다.


눈치가 빠른 나는 무슨 뜻인지 알 거 같았다.


알 거 같았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저희가 구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저희로서는 소가주님의 본질을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이런···."



간악한 집사 놈.


늘 시키지 않은 일만 골라서 한다.



"가, 감사합니다."



에이베릴은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비틀비틀 위태로운 모습이다.



"구해야 될 재료들은 나,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그보다···."


"그보다?"


"실은, 대공자님의 본질이라면 이미 짐작 가는 게 하나 있거든요."


"진짜입니까?"



에이베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 놈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놀라지는 않는 눈치다.



"사실,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일반적으로는 며칠은 관찰해야 현상이 드러―"


"그래서, 내 본질은 뭐랍니까?"


"죄, 죄송해요. 설명하는 게 직업병이라···."



에이베릴은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아, 드디어.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낼 시간이다.



"대공자님의 본질은, 벤다는 개념 그 자체. 이를 테면 참(斬)속성이라고 해둘까요?"



참속성···.


그것 참 어울리는 본질이었다.


검이라는 것과 한 몸처럼 지내다 보니 어느샌가 검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집사 놈이 놀라 끼어들었다.


"예?"


"아까의 현상, 참속성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말인 즉슨···."



에이베릴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자신감이 없던 얼굴에는 어느덧 연구자 특유의 호기심이 드리웠다.



"대공자님에게는 속성이 두 개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재변경 [검술 천재는~] -> [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24.09.05 73 0 -
20 Episode 7. 황실 대학 (3) NEW 8시간 전 17 1 13쪽
» Episode 7. 황실 대학 (2) 24.09.18 32 0 12쪽
18 Episode 7. 황실 대학 (1) 24.09.17 58 0 13쪽
17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完) 24.09.16 63 0 13쪽
16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24.09.15 66 1 13쪽
15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24.09.14 81 1 12쪽
14 Episode 5. 나보고 대학을 가라고? 24.09.13 85 2 13쪽
13 Episode 4. 승계전 (完) 24.09.12 87 2 13쪽
12 Episode 4. 승계전 (2) 24.09.11 94 2 13쪽
11 Episode 4. 승계전 (1) 24.09.10 108 5 12쪽
10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完) 24.09.09 107 2 13쪽
9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4) 24.09.08 106 2 12쪽
8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3) 24.09.07 116 2 12쪽
7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2) 24.09.06 114 3 12쪽
6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1) 24.09.05 130 3 12쪽
5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完) 24.09.04 128 2 13쪽
4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1) 24.09.03 142 2 15쪽
3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1 24.09.02 164 3 12쪽
2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2) 24.09.02 173 3 13쪽
1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1) 24.09.02 221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