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가의 괴팍한 검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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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밝은
작품등록일 :
2024.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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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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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 황실 대학 (3)

DUMMY

마법의 속성에는 우열이 있다.



일반적으로 그 우위는 더욱 포괄적인 속성이 차지한다.


아르프레이아의 가문 속성인 냉기는 마르비다르의 서릿발을 구현할 수 있으므로 우위에 있는 것이다.



자연적인 법칙에 따라서도 우열이 나뉜다.


물이 불을 끄듯, 비슷한 수준의 수(水)속성 마법이 화(火)속성 마법보다 우열이 높다.



반면 참속성···.


카르셀의 그 속성은 독자적이다.


특정 속성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속성보다 상성 상 강하다.


이를테면 모든 속성의 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속성만으로도 분명 대단한데, 속성이 하나 더 있다고?'



아드레이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속성이 두 개인 사람은 들어본 적 없었다.



기나긴 제국의 역사에서도,


다른 나라를 찾아보더라도,


심지어는 마족 중에도 그런 경우는 나타난 적 없었다.



"제, 제대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교수님? 어째서 속성이 두 개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참속성이 있으리라는 것은 아드레이도 예측한 바였다.


그만큼이나 현상이 확실했으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속성은 뚜렷하지 않은 터라 확인하지 못 했다.



"네? 그, 그게···."


에이베릴은 몸을 더 둥글게 말고 검지 두 개를 펼쳤다.


"대공자님의 마력 색상이 두 개인 것은 알고 계시나요?"


"알고 있습니다. 흑과 백이었죠."



카르셀은 본래 백색의 마력을 지녔다.


그것이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는 흑색이 더해져 있었다.



"베는 속성, 즉 참속성이 발현된 것은 검은 속성으로부터에요."


"그 짧은 순간에 그것을 확인하신 겁니까?"


"네, 네에. 그게 제 일이니까···."


"과연 대단하십니다."



에이베릴 레제노스.


젊은 나이와 소심한 행동 탓에 의심했었지만 마법 속성의 권위자라는 소문은 사실인 듯했다.



"어, 어쨌거나, 베는 현상이 전체적으로 퍼진 것은, 하얀 마력을 거치고부터에요."


"하얀 마력, 그렇다면 무슨 속성인지도 알아내신 겁니까?"


에이베릴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뭔가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밖에 말씀드릴 수 없을 거 같아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 정도로만 하더라도 큰 수확이니까요."



계승 의식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있다.


연구 첫날에 이만큼이나 알아냈다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연구를 지속하려면, 교수님의 연구실을 복구해 드릴 필요가 있겠군요."


"네, 네에···."



에이베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연구실이 난도질 당했던 그 일이 떠오른 듯했다.



"구해야 될 물품은 총 세 개에요. 하나는 지금 구하기 어렵지만, 나머지는 찾아가기만 하면 구할 수 있어요."


"어디로 찾아가면 되는 건가요?"


"하나는 남부의 정원지기가 소유하고 있는, 마, 마화의 가시에요."



남부의 정원지기, 아슬로드.


예로부터 남부의 꽃밭을 관리하던 전통 있는 백작가다.


소문에 의하면 마력에 민감한 꽃들의 관리 탓에 마르비다르와 마찬가지로 검술을 사용한다 들었다.



"그거 잘 됐군요. 실은 시간이 남는다면, 소가주님과 함께 꼭 들르려 했던 곳입니다."


"다, 다행이네요. 어쨌거나 그 다음으로 구할 것은, 니벨르 화산의 화염석이에요."



니벨르 화산!


마찬가지로 꼭 들러야 할 장소였다.


검을 만드는 야장들의 길드가 그곳에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꼭 가셔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대공자님이···."



에이베릴은 카르셀을 바라봤다.


어느 순간부터 들은 체도 안 하던 카르셀은 호명이 되고서야 관심을 보였다.



"대공자님이 마력 변환만 하실 수 있다면, 별다른 설비 없이도 연구할 수 있거든요."


"···마력 변환?"



카르셀은 마치 처음 들었다는듯한 표정이었다.


마법의 기초라면 몇 번이고 설명했을 텐데 말이다.



"마, 마력을 자신의 속성으로 바꾸는 거에요. 괜찮으시면 한 번 시도해 주실래요?"


"아, 뭐, 좋습니다. 뭐든 그 지루한 설명을 계속 듣는 것보다 낫지요."


"지, 지루한 설명···."



에이베릴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까지 보다도 표정이 안 좋은 것이 정곡을 찌른 모양이었다.



아드레이가 서둘러 덧붙였다.


"마력 변환은 조작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근육에 힘을 준다는 감각으로 시도해야 된다는 것이죠."


"힘을 준다라, 알겠네."



카르셀은 가만히 몸을 이완시켰다.


언제 보더라도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여태껏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천재적인 요소를 보여주던 카르셀이다.


이번에도 분명 틀림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10분, 20분이 흘러가자 그런 확신도 차츰 꺾여갔다.



"···안 되는데?"


"네?"



* * *



한 시간, 두 시간.


끝끝내 사흘이 흘러갔으나 마력의 변환은 성공할 기미가 없었다.



집사 놈은 그럴 수 있다며 다독여주었다.


지금까지 속성을 가진 경험이 없으므로 남들보다 감을 잡기 어려울 거라며 말이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감각과는 결이 달랐다.


빗대자면 바싹 마른 우물에 잇따라 두레박을 던지는 느낌이다.


소용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련님, 벌써 사흘째 틀어박혀서 연습 중이십니다. 바깥 바람이라도 쐬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래, 그래야겠네."



되지 않는 일을 마주하면 될 때까지 시도하려 한다.


검술을 배울 적부터 생긴 나쁜 버릇이었다.


소싯적에는 주 단위가 기본이었으니 이것도 나름대로 성장한 셈이라 할 수 있다.



산책이라도 할 생각으로 옷을 챙겨 입었다.


빠짐없이 챙겨 입었는데 어쩐지 허리춤이 허전했다.


아, 그래.


그러고 보면 들고 있던 검을 그 소심한 놈에게 맡겨둔 채였다.



"아드레이 자네, 돈 좀 있나?"


"물론입니다, 도련님. 필요한 만큼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밥 한끼를 거하게 쏠 만큼 부탁하네."



무언가를 받았다면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도리였다.


물론 지금껏 수백 번도 넘게 도리를 어겼지만 말이다.



집사 놈에게 돈을 받아 들고 대학의 거리를 거닐었다.


그 소심한 놈···.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그놈을 찾기 위해 곳곳을 쏘다녔다.


소심한 놈을 발견한 곳은 이 사치스러운 대학 내에서도 가장 사치스러운 건물 앞이었다.



"그 카르셀이라는 놈 어디 있냐고!"


"미, 미안. 근데 나도 몰라···."


"친구라는 놈이 왜 몰라? 하, 진짜, 마법지원 학과 놈들도 그런 놈은 모른다고 하고."



소심한 놈은 본 적 있는 남학생에게 멱살을 잡힌 채 떨고 있었다.


카르셀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걸 보면 나를 찾고 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인가?"


"너, 너는···!"



막상 말을 거니 남학생은 외려 당황한 느낌이었다.


하기야 순식간에 깨졌으니 마주치더라도 별 수는 없을 것이다.



"방금까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 자, 내가 나타났네. 할 말이 있으면 하게."


"그, 그게···."


"아, 혹시 복수라도 생각하고 있었나? 결투라면 또 한 번 받아줄 생각이네. 이번에는 진검으로 상대해 주지."



남학생은 그저 주먹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싱거운 놈.


충분히 골려준 듯하니 슬슬 용건으로 넘어가도 괜찮을 듯했다.


나는 소심한 놈을 바라봤다.



"자네, 그러니까, 아델이었던가?"


"아, 안벨···."


"그래, 그거! 아깝군, 거의 다 맞췄는데. 어쨌거나, 내가 맡겨둔 검은 잘 가지고 있겠지?"


"으, 응! 물론이지. 안 그래도 카르셀을 찾고 있었어."



안벨은 불현듯 손을 휘적였다.


정신이 나갔나?


아니, 아니었다.


안벨의 손이 공중에서 사라지더니 그리웠던 벗과 함께 다시금 나타났다.



"여기있―"


"방금 그거 뭔가!"



냉기, 발톱, 서릿발.


이런저런 마법을 봐왔지만 방금처럼 편리한 것은 없었다.


냉기라고 해봐야 아이스크림 보관하는 데나 쓸모 있는 능력 아닌가.



"내, 내 속성이야. 보관, 나는 내 마력을 창고처럼 바꿀 수 있어."


"하, 제법 편리하구만. 얼마나 많이 들어가나?"


"나는 귀족들처럼 마력이 많지 않으니까, 대략 방 한 칸 분량···."



방 한 칸이라.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았다.



"사람도 들어갈 수 있나?"


안벨은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안에는 공기가 없어서 죽게 돼버려."


"그건 아쉽구만."



여차하면 숨을 수 있을 공간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요즘 집사 놈 잔소리가 도통 심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여기."


"고맙네."



사흘 만에 보는 벗을 받아들고 허리춤에 찼다.


그렇지,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자네, 밥은 먹었나?"


"아, 아니, 아직이야. 왜?"


"잘 됐구만. 오늘은 집사 놈한테 돈을 두둑이 받아왔거든. 이번에는 내가 살 테니, 가세나."



* * *



안벨과 함께 지난번에 찾았던 학생 식당에 도착했다.


동부식과 비교하자면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만 적어도 북부식보다는 나은 음식을 파는 곳이다.



"이거, 이거, 이거. 아, 그리고 이것도 주시오."


"그, 그렇게 많이 시켜도 돼?"


"걱정할 필요 없네. 무려 사흘이나 제대로 못 먹고 틀어박혀 있었거든.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 수 있지."



몸뚱아리인 카르셀은 돌도 씹어먹을 나이였다.


음식 좀 먹는다고 위장이 터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보다, 카르셀. 너 마법지원 학과인 건 맞아?"


"아, 응, 뭐 그렇다고 믿고 있네."


"믿고 있다고?"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인생사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린 법이다.


마법지원 학과라고 스스로 믿는다면 입학한 적 없더라도 훌륭한 학과생이었다.



"그, 그렇구나. 실은 이번에 결국 전과 신청을 했어. 가을 분기가 시작되면, 나도 마법지원 학과생이야."


"확실히, 그 능력은 전투보다는 전투원을 지원하는 게 어울리더군."



보관 능력.


쓸만한 무기가 많은 현대에 태어났다면 더없이 쓸모가 많은 능력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주문했던 음식들이 하나둘 식탁에 올랐다.


아, 딱딱하지 않은 빵이로군.


우선은 그것부터 한 입 베어물었다.



"그보다 왜 처음에는 전투 쪽을 고집한 건가?"


"인식 때문에. 사람들은 마법지원을 무시하고 전투마법을 선호하거든."



과연, 마법지원 학과의 건물이 유달리 낡은 것도 이해가 갔다.


아마도 방금 본 사치스러운 건물은 전투마법학과의 건물이겠지.



"반면에 카르셀 너는 전투쪽에 소질이 있던데? 나는 사람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줄 몰랐어."


"질풍이라고 하는 기술이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알고 있어. 세르디히의 기술이지?"



세르디히!


설마하니 그 이름을 이런 곳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세르디히를 알고 있나?"


"으, 으응. 우리랑 같은 아카데미 출신이잖아. 게다가 유명하기도 하고."


"유명해?"


"우리 학교의 단 둘뿐인 검사였으니까. 지금은 하나지만···."



또 한 명의 검사라니.


흥미가 돋는 이야기였다.



"다른 한 명은 누구인가?"


"렌젤 아슬로드. 남부의 정원지기 가문인데, 몰라?"



정원지기···.


분명 에이베릴이 부탁했던 실험실 복구 재료를 가진 자들이다.



"한 번 만나서 싸워보고 싶군."


"싸, 싸워보고 싶다고?"


"그래. 세르디히와 비교해서 누가 더 나은지 보고 싶거든."



퇴학 당하지 않았으니 세르디히보다야 나을 것이다.


이런, 몸이 근질거리는 기분이다.



"그 렌겔이라는 자는 어디있나?"


"레, 렌겔이 아니고 렌젤. 그리고 지금은 없어···."


"설마 그놈도 퇴학 당했나?"


안벨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엄연히 방학이니까."


"···방학이라고?"



방학, 방학이라고?


혹시 그 방학이라는 용어가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른 것인가 의심됐다.


방학이라기에는 주변에 학생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이유는, 다들 대항전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래."


"대항전?"


"응. 최대 여섯 명까지 팀을 짜서 대전을 벌이는 거야. 대학 부지 내에 있는 공터에서."


"재밌겠구만. 나도 나갈 수 있나?"


"어어, 그게···."



안벨의 두 눈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뒷말을 듣지 않더라도 무슨 말을 할 지 알 거 같았다.



"또 그 속성인가 뭔가 때문이로군."


"으, 으응."



망할 놈의 속성.


나에게는 심지어 두 가지나 있다는데 하나조차 발현 되지를 않는다.



"그 마력 변명인지 뭔지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구만."


"마력 변환?"


"그래, 그놈. 최근에 연습해 봤는데 잘 안 됐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집사 놈이 잘못 알려준 거 같네."



보이지 않는 근육에 힘을 준다···.


집사 놈이 가르쳐준 그 마력 변환의 요령을 떠올렸다.



"대관절 그 표현이 잘못됐네. 도대체 보이지 않는 근육에 어떻게 힘을 준다고―"



촤아아악!


날카로운 절단음이 나의 말을 끊었다.


쨍그랑!


둘 사이에 있던 식탁이 갈라지며 온갖 음식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먹지 못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마력 변환.


방금 그 현상은 틀림없이 그것이다.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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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7. 황실 대학 (3) NEW 8시간 전 17 1 13쪽
19 Episode 7. 황실 대학 (2) 24.09.18 31 0 12쪽
18 Episode 7. 황실 대학 (1) 24.09.17 58 0 13쪽
17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完) 24.09.16 63 0 13쪽
16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2) 24.09.15 65 1 13쪽
15 Episode 6. 용살자의 유산 (1) 24.09.14 81 1 12쪽
14 Episode 5. 나보고 대학을 가라고? 24.09.13 85 2 13쪽
13 Episode 4. 승계전 (完) 24.09.12 87 2 13쪽
12 Episode 4. 승계전 (2) 24.09.11 94 2 13쪽
11 Episode 4. 승계전 (1) 24.09.10 108 5 12쪽
10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完) 24.09.09 107 2 13쪽
9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4) 24.09.08 106 2 12쪽
8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3) 24.09.07 116 2 12쪽
7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2) 24.09.06 114 3 12쪽
6 Episode 3. 알케스 마르 뭐시기 (1) 24.09.05 130 3 12쪽
5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完) 24.09.04 128 2 13쪽
4 Episode 2. 북부는 최악이다. (1) 24.09.03 142 2 15쪽
3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完) +1 24.09.02 164 3 12쪽
2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2) 24.09.02 173 3 13쪽
1 Episode 1. 나보고 입대를 하라고? (1) 24.09.02 22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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