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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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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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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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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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6>

DUMMY

위현룡은 사검귀천에게 업혀 가는 와중에서도 갑작스럽게 출현한 진평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째서 대장간 주인장이 이 곳에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소교주를 비롯해서 마교인들이 그를 향해 적대협이라고 부르면서 공손히 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장간 주인장의 본명은 진평인데 적대협이라고 호칭한 것은 왜 그럴까?)


생각할수록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무리 별별 추리를 다 해보아도 진평이 여기에 나타날 이유가 없었으며, 마교 사람들과 인연이 있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

그는 그저 평범하고 소탈한 대장간 주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끙끙대던 위현룡과는 달리 홍후인은 이미 무엇인가를 알아냈는지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이다...내가 진평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구나...]


홍후인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위현룡은 잔뜩 긴장을 한 채 어서 본론이 펼쳐지기를 고대했다.


[그러니까...마교사람들이 진평을 보고 적대협이라고 칭하지 않았더냐? 적대협이라...적대협...무림인치고 적무평대협을 모르는 자가 어디 있겠느냐...]


뜻밖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진평이 적무평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적무평은 중원보다는 새외(塞外)에서 명성이 드높다. 새외에서만 활동했으니 새외에서야 적무평의 일거수일투족이 지대한 관심이었지만, 중원에서는 적무평의 이름만 알려졌을 뿐 실제로 그와 대면한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지. 아무튼 새외에서는 그를 가리켜 무신(武神)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중원에서는 애써 적무평을 평가절하하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소림사 방장이니 무당파 장문인같은 고수들도 적무평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아니지...아예 엎드려야지...어딜 감히 적무평과 비교를 하겠느냐...]


위현룡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자신을 업은 채 달리고 있는 사검귀천 때문에 선뜻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눈빛을 이해한 홍후인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적무평이 마교에 몸담고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마교출신은 아니지...풍문에 의하면 마교 교주가 그의 무학적 능력에 반하여 열 번 넘게 직접 찾아가 마교를 위해 힘을 써달라고 호소했다고 하는데...뭐...적무평은 워낙 바람같은 존재인지라 마교라는 고정된 자리에 멈춰있을 줄은 그 누구도 상상 못했다. 마교로써는 적무평을 모심으로 해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형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 적무평에 대해서 이런 저런 소문을 듣고 있었고 어떤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 그에 대한 마지막 소문이었지.]


위현룡은 하찮은 대장간 주인인줄만 알았던 진평이 실로 엄청난 인물이므로 놀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는 문득 진평...아니 적무평이 하사한 검(劒)을 내려다보았다.

(어째서 내게 이 검(劒)을 하사한 것일까? 이 검은 혹시 그의 애병(愛兵)이 아니었을까?)


[거참...누가 알았겠느냐...그런 대단한 적무평이 청성산 아래서 하찮은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을지 말이다...간혹 그가 마교에 대해서 과장스럽게 떠들곤 했지만 한 팔이 잘린 상태였지...어눌한 행동이나 시끄러운 말투에...어디하나 적무평이라고 의심을 품을 건덕지라도 있었더냐? 거기다가 이름까지 진평이라고 속이고 있었으니...]


굳이 홍후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청성파에서 장문인을 비롯해 모든 제자들 중 적무평을 알아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가만보니까 홍후인이 웬일로 적무평을 극찬하고 있었다.

늘 냉소적이고 비하를 일삼던 홍후인이기에 위현룡은 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적무평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했다.

하찮은 대장간 주인으로 봐왔던 마음이 갑자기 지금에 와서는 그가 한없이 위대해 보이는 것이었다.


[마교 수장들은 지금 많이 차분해져있을 것이다. 그만큼 적무평대협의 능력을 믿는다는 것이지...아무튼 적무평대협이 가세했다는 사실을 대천마교에서 안다면 아마 초상집 분위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후인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있었다.

비록 적무평이 천하에 둘도 없는 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얘기였다.

즉 현재 대천마교에는 지하밀성의 무공을 익힌 자가 조양천을 포함하여 5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과연...적무평과 지하밀성의 무공을 익힌 고득련같은 고수가 맞붙었을시 결과가 어찌 될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아무튼 든든한 적무평에게 뒷일을 맡긴 채 그들은 전력으로 달렸다.

조만간 삼조곡이 나올 테고 그곳만 벗어나게 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협철곡에서의 고난은 종착역에 다다르리라.


** **


적무평이 유령처럼 등장했으므로 철혈삼마는 내심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이게 웬 재수 옴 붙는 경우냐 하는 말을 속으로 하염없이 뇌까렸다.

적무평은 검은 살짝 세우면서 앞으로 한발자국 움직였다.

그가 움직이자 철혈삼마와 북마천군 무사들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이렇게 멍하니 있다가는 큰일나겠다!)

철혈삼마중 첫째인 철혈귀는 들고 있던 검을 얼른 검집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매우 정중한 음성으로 적무평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철혈삼마 철혈귀가 적대협을 뵙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흑혈귀와 적혈귀도 얼른 고개를 숙였고, 북마천군 무사들은 아예 무릎을 꿇고 바닥에 부복( 伏)까지 하였다.


"철혈삼마...그대들은 어찌하여 소교주를 뒤쫓고 있는 것이오!!"


적무평이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으로 묻고 있었다.

어감(語感)에서 그가 이미 마교내에서 일어난 사정을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풍겨왔다.

소름이 오싹한 철혈귀는 떨리는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면서 더욱 정중하게 아뢰었다.


"마교의 미래를 위해서 저희 혁신가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마교 교주인 허석문은 자신만의 안위와 안락함만을 추구하여 마교를 점차 나락(奈落)으로 이끌고 갔으니...끝낸 무림에서 최고의 무력을 가진 마교가 구대문파에게 밀려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어찌 수수방관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허석문 교주와 그의 측근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소교주마저 죽이려는 것인가?"


벌써부터 적무평의 음성에서 분노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의 기세를 본 철혈귀는 속으로 기겁을 하였다.

그리하여 겉으로 차분했던 모습을 버리고 허겁지겁 사정하듯 말했다.


"적대협! 잠시만 고정하십시오! 솔직히 말해서 적대협께서는 지난날의 전투를 잊으셨습니까? 우리 북마교와 남마교와의 전투를 말입니다!!"


순간 적무평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그날의 참담했던 사건을 말이다.

그의 마음에 동요가 이는 것을 본 철혈귀는 더욱 말을 빨리 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허석문 교주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적대협께서 제자처럼 여기시던 수하들이 몰살당한 것이고...끝낸 적대협께서도..."


철혈귀가 적무평의 잘려진 오른 팔을 슬쩍 곁눈질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적무평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검을 잡은 왼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시커먼 핏줄이 보기 흉하게 튀어 올라왔다.


(어쩌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겠다!!)


이런 좋은 예상을 한 철혈귀는 더욱 간살스런 말투를 꾸몄다.


"적대협!! 비록 우리가 적으로 만나 서로 검을 겨누었지만, 사실 북마교에 적대협을 흠모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적대협! 제가 이렇게 청하겠습니다. 우리 대천마교로 오셔서 광명(光明)을 비쳐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적대협만 와주신다면 대천마교 모든 형제들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할 것이며, 적대협의 충직한 수하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적무평은 눈을 감고 아련한 회상에 잠기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철혈삼마는 끈기를 가지고 얌전히 기다렸다.


** **


한 줄기요, 한 뿌리였던 마교가 북마교와 남마교로 갈라져서 내분이 절정에 달할 무렵.

교주 허석문은 북마교를 완벽하게 궤멸시키기 위해서 마지막 작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참모!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소!! 어서 들어갑시다!!"

허석문이 평소답지 않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안됩니다! 조금 더 참으셔야 합니다. 만약 여기서 움직인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하민은 돌부처처럼 꿈쩍도 않은 채 냉정하게 말했다.

허석문은 번민에 휩싸여 그 자리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왔다갔다하였다.

이러다가 적무평을 비롯한 그의 수하들이 모조리 전멸 당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석문이 이하민의 계략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남마교의 전력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북마교의 기세를 꺾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데 있었다.

험준하기로 이름난 반월곡(半月谷)에 북마교의 모든 전력을 유인하여 몰아넣고, 좁은 출구를 봉쇄시킨 채 산병전(散兵戰)으로 끊임없이 괴롭힌다면 필시 북마교 무사들은 피로와 불안감이 상승하여 지리멸렬하게 되어 있었다.

이것은 현재 대천마교가 행하고 있는 협철곡에서의 계략과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북마교의 모든 전력을 어떻게 반월곡으로 유인하는가였다.

그 대안으로 이하민은 적무평을 지목했다.

북마교 무사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한곳으로 유인하려면 미끼가 필요했고, 이하민은 그 미끼로 적무평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당시 마교에 투신한 적무평은 북마교에서 가장 난적(難敵)으로 뽑고 있던 사람이었다.

북마교에서는 적무평 한 사람이 남마교 전력의 8할이라고까지 단정짓고 있었는데 솔직히 적무평만 남마교에 없었다면 의외로 북마교가 간단히 남마교를 제압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십 차례 교전에서 적무평에게 무수한 북마교 고수들이 죽음을 당했고,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이하민은 적무평과 그의 수하들이 북마교 인사들을 반월곡 가장 깊숙한 곳까지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적무평이 아무리 천하에 둘도 없는 고수라 해도 이 일은 너무나도 위험천만하기에 그를 아끼는 허석문은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긴급한 결단을 요하는 사항인데도 허석문은 고심을 거듭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던 중 적무평이 그의 고뇌를 알고 자진해서 협곡으로 들어가겠다고 나섰다.

절대 안 된다고 만류했던 허석문이었으나 속으로는 적무평에게 고마운 감정이 더 앞섰다.

그가 아니면 이번 계략을 성사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심사숙고한 허석문은 끝내 적무평에게 막중한 임무를 부탁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검(劒)을 적무평에게 하사하였다.


그 검은 허석문이 전(前)교주에게 받은 보검으로써 마교의 성물(聖物)이나 다름없는 검이었다.

그런 검을 허석문에게 직접 받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는데, 당시 마교가 얼마나 적무평을 의지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적무평은 사양하지 않고 보검을 받아서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수하 50인을 대동하고 북마교 중군(中軍)이 포진하고 있는 곳으로 떠났다.


반월곡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막을 치고 있던 북마교는 적무평이 출현했다는 보고를 척후무사들에게 받고 기겁을 했다.

그러나 적무평은 북마교가 포진되어 있는지 모르고 우연히 지나치는 것으로 꾸몄고, 허허벌판에서 적무평이 달랑 50명을 대동하고 지나는 것을 본 북마교 수장들은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적무평만 없앤다면 남마교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기가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적무평은 예상했던 기습을 받았으나 차분하게 대응한 후 노련하게 그들을 반월곡 안으로 유인해내기 시작했다.

북마교는 적무평이 반월곡의 막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있자 보유하고 있던 무사 삼천명을 총 동원하여 추격을 하였다.

상대가 적무평이라는 거물이었으므로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었다.

북마교의 기세는 드높았다.

아무리 적무평이 신선(神仙)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해도 삼천명이나 되는 무사들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을 시켰으므로 성공을 점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적무평은 북마교 무사들을 약속한 곳까지 유인해냈다.

이제 남마교가 산병전을 통하여 기습을 시도하면 그 틈으로 적무평과 그의 수하들이 빠져나가는 일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남마교는 움직이지 않았다.

북마교는 총력을 펼쳐 궁지에 몰린 적무평과 그의 수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삼천 대 오십이라는 사상 초유의 전투가 벌어진 것이었다.


적무평을 따르는 50인은 그가 직접 조련한 자(者)들로써, 개개인의 무학이 한 문파의 대사형과 맞먹을 정도로 출중했다.

비록 일방적으로 불리한 비상식적인 전투였지만 그들은 적무평을 중심으로 반월곡의 좁은 지형을 이용하여 삼천명의 북마교 무사들과 대항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간 수하들은 하나하나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 갔고, 온다던 남마교 무사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허석문을 끝까지 믿었던 진평은 제자처럼 여기던 수하들이 종국(終局)에 가서 모조리 몰살을 당하자 처절한 분노와 더불어 심한 공허감에 빠져버렸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런 무모한 전투를 벌이면서 아끼던 수하들을 다 죽여야하는지 허탈한 감정마저 들었다.


"으아!!!!!"


하늘을 향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비명을 질러댄 적무평은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하였다.

차분했던 이성은 무너지고 온통 살기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비록 따르던 수하들이 다 전사했지만 적무평은 복잡한 협곡의 지리를 이용해 끝까지 버티면서 북마교 무사들을 하나하나 죽여 없애기 시작했다.

아무리 천하고수라 할지라도 쉴 틈도 없이 끊임없이 공격하는 통에 심신(心身)이 피폐해지고 죽음을 직감하는 것이 당연했다.

허나 그는 초인(超人)을 넘어선 잠력(潛力)을 발휘하여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수하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발버둥쳤다.

적무평이 귀신처럼 움직일 때마다 북마천군 무사의 목이 하나씩 떨어졌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북마교 수장들과 무사들은 적무평을 저 한마디로 평했다.

궁지에 몰아넣고도 그에게 북마교 고수 20인이 희생되었고, 무사는 천여명 이상의 사상자(死傷者)를 낳았으니 북마교가 적무평을 얼마나 악마같은 존재로 여겼는지 알 수가 있었다.


엄청난 사상자가 속출했으나 북마교는 전투를 멈출 수가 없었다.

북마교 고수 중에 아무도 적무평과 맞붙으려하지 않았고, 무사들은 사기가 떨어지고 겁까지 질려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비록 출혈은 심하겠지만 적무평 하나는 반드시 죽일 수가 있다고 장담을 했던 것이다.


한편 허석문은 어서 산병전을 개시하자고 거듭 요청했으나 이하민은 계속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북마교 무사들이 계속해서 반월곡 안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여기서 들이친다면 이는 도마뱀의 꼬리만 자르는 꼴이 됩니다. 또한 여기서 만약 성급한 행동으로 실패를 한다면 다시 이 계략을 행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적대협께서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낸 기회입니다. 그러니 교주께서는 조금만 인내하시어 적대협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이하민의 이런 달콤한 말속에는 다른 흑심(黑心)이 존재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전투를 남마교의 승리로 이끈다면 그 승리를 이룩해낸 주역은 자신이 아닌 적무평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적무평이 마교내에 존재하면 할수록 자신의 입지는 물론이고 능력까지 축소되므로 그로써는 적무평을 아예 없애 놓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것이 이하민이 남마교 무사들의 개입을 지연시킨 큰 이유였다.


허석문은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던 중 적무평이 위급한 상태에 처해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정신이 번쩍 난 허석문은 끈덕진 이하민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투명령을 내렸다.


전략이 다 틀어지던 말던 그에게는 적무평 한사람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허석문의 이런 결단은 결정적으로 적무평의 목숨을 구해냈다.

직접 남마교 무사들을 이끌고 반월곡으로 전력질주한 허석문은 적무평의 처참한 몰골을 목도하게 되었다.


그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절벽을 등진 채 위태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잘려나간 오른팔 대신에 왼손으로 검을 잡고 힘겹게 휘두르는 모습이란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나머지 눈동자의 동공마저 풀린 적무평이 휘두르는 자세에는 이미 검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 남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미친 듯이 휘둘러 대는 것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허석문은 숨이 막히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서 적대협을 구하라!!!"


허석문은 결사대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적무평에게 몰려있는 북마교 무사들에게 돌진했다.

갑작스런 기습에 허(虛)를 찔린 북마교는 혼비백산하여 후퇴를 하였으나 이미 퇴로는 막히고, 사방에서 쉴새없이 이뤄지는 기습에 지쳐, 마지막에 가서는 남마교에 깨끗이 투항하였다.


반월곡 전투를 마지막으로 남마교는 마교를 완벽히 통합하고 교주 허석문은 투항한 북마교 인재들을 받아들여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협곡에서 수하들을 모조리 죽이고, 검사(劍士)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오른 팔마저 잃어버린 적무평은 허망함과 환멸감에 사로잡혀 조용히 협곡에서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이 사실을 안 허석문은 장탄식을 하면서 적무평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적무평의 행적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 후로 적무평이 전투에서 받은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무림 전역에 퍼져나갔고 무림인들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반월곡에서의 혈투는 세상에 지워지지 않는 전설로 자리잡았다.

또한 셀 수 없는 무사들의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우상(偶像)으로 남게되는 계기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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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30> +61 08.03.09 16,381 77 14쪽
1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9> +91 08.02.19 16,721 67 11쪽
1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8> +63 08.01.20 17,191 70 10쪽
1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7> +28 08.01.20 17,359 77 10쪽
1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6> +58 08.01.06 19,423 70 7쪽
1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5> +67 07.12.30 18,009 70 16쪽
1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4> +79 07.12.02 20,826 68 16쪽
1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3> +71 07.11.11 18,754 68 16쪽
1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2> +92 07.10.21 19,392 77 14쪽
1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1> +111 07.10.14 19,192 71 13쪽
1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0> +97 07.09.16 20,226 75 18쪽
1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9> +58 07.09.10 19,554 72 14쪽
1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8> +53 07.09.02 20,185 68 16쪽
1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7> +57 07.08.19 21,565 72 17쪽
1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6> +65 07.08.12 21,514 70 13쪽
1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5> +48 07.08.05 21,555 66 14쪽
1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4> +72 07.07.29 20,976 72 13쪽
1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3> +76 07.07.22 21,509 68 21쪽
1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2> +61 07.07.15 22,235 68 18쪽
1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1> +64 07.07.08 21,828 70 18쪽
1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0> +54 07.07.01 22,034 74 14쪽
1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9> +71 07.06.24 22,278 72 17쪽
1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8> +78 07.06.17 22,414 79 15쪽
1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7> +41 07.06.10 23,491 58 13쪽
1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6> +75 07.06.03 23,352 67 15쪽
1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5> +57 07.05.27 23,165 71 12쪽
1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4> +67 07.05.20 22,763 74 13쪽
1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3> +72 07.05.16 22,716 72 15쪽
1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2> +72 07.04.29 24,763 70 17쪽
1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1> +49 07.04.22 25,739 73 14쪽
1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21> +70 07.04.14 24,496 66 13쪽
1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20> +47 07.04.08 23,084 72 14쪽
1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9> +73 07.04.01 23,312 72 12쪽
1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8> +77 07.03.25 22,735 68 10쪽
1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7> +56 07.03.18 23,807 70 12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6> +71 07.03.11 24,024 68 18쪽
1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5> +90 07.03.04 24,039 75 17쪽
1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4> +93 07.02.25 24,273 73 15쪽
1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3> +72 07.02.18 23,620 73 14쪽
1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2> +80 07.02.11 23,659 70 18쪽
1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1> +47 07.02.04 24,143 74 14쪽
1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0> +63 07.01.28 24,452 72 15쪽
1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9> +64 07.01.21 24,440 69 12쪽
1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8> +63 07.01.14 25,022 79 13쪽
1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7> +79 07.01.09 25,100 79 13쪽
1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6> +60 07.01.02 25,833 67 11쪽
1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5> +57 06.12.29 25,075 76 11쪽
1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4> +59 06.12.22 25,178 73 14쪽
1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3> +55 06.12.19 24,854 74 9쪽
1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2> +99 06.12.14 25,183 72 10쪽
1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1> +52 06.12.10 26,010 68 10쪽
1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50> +65 06.12.04 25,502 71 13쪽
1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9> +70 06.11.30 24,408 72 8쪽
1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8> +41 06.11.26 23,927 66 13쪽
1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7> +61 06.11.21 24,262 62 16쪽
1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6> +52 06.11.18 23,844 75 15쪽
1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5> +44 06.11.14 24,048 66 11쪽
1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4> +36 06.11.12 24,095 64 13쪽
1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3> +32 06.11.09 24,617 69 13쪽
1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2> +31 06.11.07 24,617 70 10쪽
1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1> +38 06.11.03 24,873 72 13쪽
1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0> +39 06.11.01 24,973 70 10쪽
1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9> +37 06.10.30 25,092 75 9쪽
1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8> +43 06.10.26 25,641 71 11쪽
1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7> +62 06.10.21 28,383 68 14쪽
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6> +51 06.10.17 25,639 70 10쪽
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5> +47 06.10.11 25,505 73 12쪽
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4> +57 06.10.06 25,303 72 10쪽
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3> +39 06.10.03 25,536 68 9쪽
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2> +48 06.09.28 25,512 71 10쪽
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1> +39 06.09.23 25,605 74 10쪽
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0> +41 06.09.20 25,844 77 10쪽
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9> +41 06.09.16 25,430 71 8쪽
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8> +35 06.09.14 26,513 75 10쪽
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7> +38 06.09.07 27,498 77 12쪽
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6> +43 06.08.26 28,541 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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