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40>
이때 주위를 한번 둘러보던 홍후인이 갑자기 소리쳤다.
[이제 도망치거라! 백운과 사검귀천이 무사히 대문까지 도달했구나!!]
그 소리를 들은 위현룡은 재빨리 몸을 날려 대막천궁 수장의 공격권에서 멀어졌다.
허나 도망칠 줄 미리 예상했던 대막천궁 수장은 신속하게 추격해왔다.
"처음엔 제법 무서운 공격을 하기에 대단한 고수인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실력이 형편없구나!!"
그가 등뒤에서 도끼를 사선으로 길게 뻗으면서 강렬한 일격을 가했다.
위현룡은 옆으로 피하려다가 주위에 있는 대막천궁 무사들 때문에 여의치 않자 어쩔 수없이 몸을 돌려 검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대막천궁 수장의 완력이 워낙 센지라 위현룡은 힘에 부쳐 그만 뒤로 나동그라지고야 말았다.
순간 기회를 포착한 대막천궁 수장이 번개처럼 도끼를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힘껏 내리찍었다.
[위험하다!!]
홍후인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쳤지만 안타깝게도 위현룡은 그의 공격에 맞춰 방어자세를 취할 겨를이 없었다.
(끝났군...)
이때 위현룡을 막 끝장내려는 대막천궁 수장이 후두로 느껴지는 막강한 검력을 감각적으로 잡아냈다.
그 검공은 곧장 자신의 목덜미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만일 몸을 피하지 않고 위현룡을 도끼로 내려치려 한다면 필시 자신의 목도 달아날 판이었다.
대막천궁 수장은 얼른 위현룡을 내려치려던 도끼를 거두며 몸을 움츠렸다.
"주군! 어서 피하십시오!!"
이렇게 외친 녹무군이 사력을 다하여 대막천궁 수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위현룡은 잠시 머뭇거렸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녹무군은 그의 적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뭘 하느냐!! 어서 먼저 도망치라니까!]
"하지만 녹대협 혼자서는..."
[이 답답한 놈아! 녹무군의 실력이면 이기는 것은 힘들더라도 도망치는 것쯤은 손쉽단 말이다! 어서 먼저 도망치거라! 그래야 녹무군이 빠져 나올게 아니냐!!]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안 위현룡은 얼른 막아서는 적들을 헤치고 대문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대막천궁 수장은 녹무군의 질풍같은 공격을 받으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까 백운을 구출해간 자가 당신이군. 매우 출중한 무학을 지닌 것 같소."
그러더니 녹무군이 휘둘러대는 공격을 턱턱 다 막아내면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
"검법이 단순한 듯 보이지만 현묘한 것이 이미 검법의 정수를 터득한 모양이군. 그러나 검에 힘과 속도가 실려있지 않아 내게는 별 위협적이지 못하오."
방어만 하던 그가 갑자기 두 자루의 도끼를 번갈아 가면서 무섭게 휘둘러댔다.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도끼가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바람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나왔다.
녹무군은 그의 폭풍 같은 공격을 보고 얼굴이 경직되었다.
상대의 무학이 자신을 넘어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위현룡은 적들과 싸우면서 녹무군 쪽을 재빨리 쳐다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적장의 공격에 녹무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밀리고 있었다.
[신경쓰지 마라! 녹무군은 쉽게 당하지 않을게다!!]
막상 말은 이렇게 했지만 홍후인도 초조하기는 매일반이었다.
[빌어먹을...저런 식이면 녹무군은 오십여 초식도 채 버텨내질 못할텐데...]
방금 위현룡에게 한말과는 정반대로 홍후인은 내심 이런 예측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 앞에 대문을 가로막고 버티고 있는 백운과 사검귀천이 보였다.
하지만 위현룡은 대문으로부터 열장(대략 30m)쯤 떨어진 곳을 홀로 사수하면서 끝까지 녹무군을 기다렸다.
여기저기 찢기고 베이면서 수많은 상처가 새로 생겼다.
(녹대협...어서 빠져 나오십시오!!)
위현룡은 전전긍긍하면서 틈틈이 녹무군과 대막천궁 수장의 싸움을 주시하였다.
예상대로 대막천궁 수장의 막강한 공격에 녹무군은 변변한 공격한번 하지 못하고 있었다.
녹무군은 상대의 무공에 대해 크게 경탄하였다.
(이 정도 무학이면 어쩌면 새외에서 으뜸일지도 모르겠다. )
그는 현재 자신이 너무나 지쳐있음을 상기했다.
검을 휘둘러 공격을 하기엔 체력적으로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상대는 손쉽게 자신을 몰아치고 있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은 피하는 게 최선이라 했던가.
녹무군이 몸을 빼내자 대막천궁 수장은 묵묵히 뒤쫓아왔다.
"녹대협! 어서 이쪽으로!!"
위현룡이 그를 위해 적들을 밀치며 필사적으로 길을 터 주었다.
순간 대막천궁 수장이 몸이 활시위에서 튀어나가는 활처럼 순식간에 앞으로 이동하였다.
녹무군은 그 신속함에 깜짝 놀라며 얼른 검으로 반격을 했으나 대막천궁 수장은 좌수(左手)에 든 도끼로 그의 검을 쳐내는 동시에 우수(右手)에 든 도끼로 질풍같은 공격을 쏟아냈다.
(아차!)
그의 도끼를 미처 피해내지 못한 녹무군은 그만 얼굴색이 싹 변해버렸다.
그때 근처에 대기하던 위현룡이 위급함을 먼저 인식하고는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녹무군의 몸뚱이가 날아오던 위현룡에 의해 거세게 밀쳐졌다.
"으윽."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붉은 핏방울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날카로운 도끼가 위혀룡의 허리를 길게 찢고 지나가면서 위현룡은 처참히 바닥에 처박혔다.
[현룡아!!!]
"주군!!!"
녹무군의 혈색이 하얗게 질리면서 급히 위현룡을 부둥켜안았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이를 악물면서 고통을 참고 있던 위현룡은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곤 허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한 손으로 꽉 막으면서 소리쳤다.
"전 괜찮으니 어서 이곳부터 빠져나갑시다!!"
그런데 그 동안 대막천궁 수장은 운 좋게도 위현룡과 녹무군이 한꺼번에 사정거리 안에서 주춤대고 있자 망설이지 않고 끝장을 내기 위해 빠른 보법을 밟고 있었다.
[안 된다! 이놈아!! 차라리 날 죽여라!!!]
갑자기 홍후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위현룡의 목숨이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상황에 놓이자 자신이 혼백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무의식적으로 대막천궁 수장의 앞을 가로막았던 것이었다.
홍후인의 몸을 간단히 관통한 대막천궁 수장은 아래 쓰러져있는 두 사람의 육신을 한꺼번에 산산조각 내놓기 위해 있는 힘껏 도끼를 내리쳤다.
이에 녹무군은 얼른 위현룡을 껴안으면서 자신의 몸으로 그의 공격을 대신 막았다.
시퍼런 섬광이 번뜩이면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챙.
고막을 터트리는 듯한 강렬한 충돌소리가 물안개처럼 퍼졌다.
대막천궁 수장의 진한 눈썹이 슬쩍 올라가면서 한줄기 의혹을 드러냈다.
자신의 무기가 검 한 자루에 의해 막혀있었던 것이었다.
"네 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홍후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주유천!!]
주유천은 힘껏 대막천궁 수장의 도끼를 밀쳤다.
"녹대협! 속히 위대협을 데리고 물러나시오!!"
그의 검이 공중에 현란한 검광을 뿌려대면서 대막천궁 수장의 수십 곳의 혈도를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거 오늘 뛰어난 마교 고수들을 골고루 상대하게 되는군."
대막천궁 수장이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주유천의 인정사정 없는 검공을 부지런히 막아내고 있었다.
이에 주유천도 위현룡과 녹무군처럼 상당히 놀랐다.
(새외에 이런 초고수가 있었던가!!)
녹무군은 얼른 위현룡을 부축하여 일어섰다.
그리곤 다가오는 적들을 검으로 무차별하게 베어 넘기면서 미친듯이 대문쪽으로 달렸다.
"어서 이리 오시오!!"
기다리고 있던 백운과 사검귀천이 퍼져있던 무사들을 대문 앞으로 집결시키면서 적의 공세를 막아내는 동안 그 사이를 위현룡과 녹무군이 그대로 관통하였다.
(무사히 빠져나갔군...)
이렇게 말하던 주유천의 검 끝에서 돌연 백색 광채가 모아지더니 은근하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는 모든 내력을 검 끝으로 집중시켜 단번에 폭발시키듯 공격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보면 귀혼검법의 성향인 기검(氣劒)과 비슷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 무림에서 기검은 무당파 최고검법인 태극혜검(太極慧劍)과 위현룡의 귀혼환령검 뿐이었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기검은 아니었다.
단지 주유천이 검법을 연마하면서 우연히 내력을 검에 모으는 방식을 시도해보게 되었고, 어떤 가능성을 본 그가 무던한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검기공(劒氣攻)의 변종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의 이 공격법에는 상당한 내력이 소모되었다.
현재 주유천이 급히 회복한 내력이라 해봐야 겨우 3할에 불과했으므로 이번 공격을 행하고 나면 내력이 거의 고갈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적에게 큰 타격은 주지 못하겠지만...)
검 끝에서 끈끈한 액체와도 같은 검기(劒氣)가 슬슬 흘러나왔다.
주유천은 허공에 열 십자(十字)를 긋더니 그대로 검을 앞으로 천천히 뻗으면서 상대의 천돌혈과 전중혈을 동시에 후려쳤다.
(공격이 갑자기 느려졌군...)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대막천궁 수장은 막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아예 효과적인 반격까지 하려고 주유천에게 바짝 다가섰다.
순간 알 수 없는 미묘한 기(氣)의 파동이 피부를 자극하며 뇌까지 전해졌다.
"이런!!"
그의 안색이 급격히 검게 물들었다.
그리곤 재빨리 두 자루의 도끼를 방패삼아 자신의 온 몸을 철통같이 방비하였다.
'쾅' 하는 커다란 폭발음이 대막천궁 수장에게서 터져 나왔다.
주유천이 암격으로 날린 응집된 검기가 그의 도끼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대막천궁 수장을 뒤로 두발자국이나 밀어냈던 것이었다.
얼른 정신을 차린 그는 도끼를 크게 휘두르면서 주유천의 모습부터 찾았다.
그런데 주유천은 후속공격을 포기하고 급히 대문 쪽으로 달아나고 있지 않은가.
"마교 고수들은 하나같이 도망치는 데만 급급하군."
대막천궁 수장은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곧바로 주유천을 쫓아 몸을 날렸다.
달리던 주유천은 후두에서 강한 살기를 느꼈다.
슬쩍 뒤를 보니 놀랍게도 대막천궁 수장이 어느새 자신과 불과 이장(대략 6m)의 거리까지 따라붙고 있었다.
(엄청난 경공 실력이군...하지만...늦었다!)
대막천궁 무사들과 싸우고 있던 백운과 사검귀천은 일사불란하게 무사들을 대문 밖까지 후퇴시켰다. 그리고 연이어 주유천이 공중을 가로지르며 대문을 통과하자 소리를 질렀다.
"쌓은 것을 무너트려라!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라!!"
대막천궁 수장은 주유천을 따라 대문으로 나서려다가 눈앞에서 무엇인가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자 급히 신법을 세웠다.
순간 대문이 강렬한 화염에 휩싸이면서 검은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은 대막천궁 수장은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자꾸 대문 쪽으로 움직인다 했더니만..."
어차피 대문으로 퇴각을 한다해도 금세 추격을 할 수 있다고 계산했기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방법으로 추격을 뿌리칠 줄 어찌 예상이나 했겠는가.
"하하하, 재미있는 계략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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