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최근연재일 :
2023.06.27 01:06
연재수 :
327 회
조회수 :
102,795
추천수 :
2,395
글자수 :
2,515,552

작성
18.10.22 08:31
조회
147
추천
6
글자
16쪽

34. 헛것이야(11)

DUMMY

"아니, 잇, 그, 긋, 킥, 켁...!"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건 빼주면 좋겠다고 말했잖아, 였다. 물론 원하는대로 말할 기회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고 여왕께서 내가 했던 말을 들은 적은 없었을테니 들어주지 않는데도 별 수 없었다. 이젠 떨어지는 것뿐이다.


숨이 턱 막히고 눈이 바람에 찔려 눈물이 질질 새어나왔다. 뭐라도 해줬으면 좋겠건만 옆에서 태평하게 추락을 받아들이고 있는 다른 녀석들에겐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솟아오른 땅덩이는 부서지고, 흙과 모래가 구멍난 상자 아래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아래로 꺼졌다. 나는 저항할 수도 없이 모래의 폭포 안으로 떨어졌다.

부딪친 모래는 솜덩이처럼 퍽 터져 다시 위로 솟구쳤다가 다시 떨어졌다. 밀가루를 거르는 거대한 채가 있고 난 그 위에 있었다. 그런 기분이었다. 흙과 모래가 날 다시 허공으로 퍼올렸다. 이정도면 익숙해질만도 한데, 날 때마다 새롭고 떨어질 때마다 새로웠다.


그래도 아예 익숙해지지 않은 건 아닌지 떨어지는 게 느려진 것처럼 보였다.

아니, 정말 속도가 줄어들었다.

멍청이 처럼 휘젓는 내 팔을 실프가 덥썩 붙잡았다. 그 신나 보이는 웃음이 그 때만큼은 구원자, 바람의 정령처럼 보였다.


바람의 정령인 실프가 팔을 크게 휘두르자 더 큰 바람이 일어 회오리가 일었다. 흙모래는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고 우리 주변은 순식간에 깨끗해지고 지면까지 길이 열렸다. 실프는 우리를 바닥까지 안전하게 착지시켜주었다.


이제 좀 안심해도 될까 싶었는데, 그렇게 마음먹기 무섭게 모래폭풍의 벽에서 폭연이 터졌다. 이어 회오리 바람을 뚫고 돌과 흙더미가 들이닥쳤다. 나이아스가 만든 물의 장막이 막아냈다.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는지 허공 위의 폭포는 뚫고 들어오는 물 먹은 진흙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어, 저기! 너희 일단 서로 친구는 맞지?!"


호들갑 말곤 할 게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할 지경으로 화끈하게, 셀라임이 날 밀쳐내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곧장 불을 뿜어냈다. 물과 불이 만나 희뿌연 증기가 치솟았다. 동시에 열기는 진흙을 굳혔다. 파죽지세였던 진흙은 점점 더뎌졌고 이내 딱딱하게 굳어 거꾸로 우릴 보호해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깨진 달걀이처럼 불안정해보였지만 그럭저럭 거뜬해 보였다.


일단 안전이 확보된 듯 하자 우리는 약속이라도한양 서로를 한 번씩 살펴보았다.

실프는 회오리 바람을 멈추었고 셀라임과 나이아스도 제각기 방어를 멈추고 눈동자를 굴려가며 바깥의 소리에 집중했다. 흙덩이가 들이닥치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너희... 호흡, 되게 잘 맞네."


나는 솔직한 감상 대로 감탄했다. 그 외에 달리 해줄 말이 없기도 했고, 힘을 보태는 것 대신이라고 하긴 뭣했지만 칭찬도 분명 도움이 될 여지는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다는 거지.


다행히 그 칭찬이 꽤 마음에 든 것인지 실프는 자랑스레 셀라임과 나이아스를 각각 한 번씩 끌어 안았다. 귀찮아하고, 또 수줍어 해도 기어코 들러붙던 녀석은 당연한 것처럼 날 봤다. 성큼성큼 한 걸음씩 다가오는 실프. 그러나 내게 손이 체 닿기도 전에 굳어있던 흙벽이 부서져 내렸다. 좋다고 오던 실프는 우뚝 멈춰서서는 아쉬워 마다않는 눈으로 부서진 벽쪽을 바라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박력있게 들어오는 사람에게 어떻게 눈길을 주지 않겠는가. 내가 주늑이 드는 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었다.


"제법이네. 예전 같았으면 꼼짝 못했을 텐데."


그리트는 부서진 흙벽의 구멍을 손으로 좀 넓히며 안으로 들어왔다.


"응? 덩치 조금 더 큰 것 가지고 무시하지 말라고?"


단단히 굳었던 흙덩이는 땅의 정령의 손바닥 안에서 원래 그래야하는 것처럼 부스러졌다.


"나라고 해서 다 컸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희들보단 큰 게 사실이잖아. 후후."


그리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실소했다. 아 혼잣말이 아니겠구나. 난 새삼 고개를 흔들었다.


"얍! 여왕의 분노를 받아랏!"


장난스레 말하며 그리트는 손을 뻗었다. 그 명령에 따라 녀석의 발치에 흙이 솟구쳤다. 아까에 비하면 말 그대로 장난스러운 수준이었기에 우리는 덮쳐오는 흙을 피해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뒤통수에서 까르르 대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니, 그런 꼴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리트는 스스로 걷지 않고 잘게 부순 지면을 뱀처럼 움직여 밖으로 나왔다. 역리 세계에 가까울 때는 저 정도 힘을 사용하는 녀석들이니 물리 세계에 소환되었을 때는 영 시큰둥해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놀이만 아니었다면 나 같은 건 금방 납작한 신세로 만들 수 있을 거였다. 아니 이런 게 놀이라는 것부터가 우리랑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겠지.


어쨌거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간은 제대로 끌고 있었다. 이대로 그리트가 우리에게 집중하고 있으면, 이 자리에 레샤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만 않는다면 그 애가 어떻게든 해 줄 터였다.

희망차긴 하지만 기약 없는 약속이었다. 그래도 그것밖엔 없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리트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바닥에 착지했다. 아이들이 부르는 것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래 정령의 것을 인간이 따라하는 것인지. 본인은 발랄한데, 이상하게 섬뜩하게 들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르잇...?!"


여유롭게 굴던 그리트는 대뜸 바닥에 엎어졌다. 어느샌가 바닥이 질척한 진흙 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거기에 발이 빠져 넘어진 거였다.


흙탕물이 퍽 튀도록 대차게 넘어진 그리트는 잠시 그러고 누워있었다. 얘네도 자빠지면 창피하긴 한 모양이었다.


"감히이이!"


그리트가 진흙을 박차고 일어났다.


"감히 여왕을 능멸하다니!"


글쎄, 얼굴이며 옷이며 온통 진흙으로 더러워진 꼴로 할 말은 아닌 거 같았다.


"진짜든 아니든 어쨌거나 지금은 여왕이야 내 말 들어!"


그리트는 이를 드러내며 성을 내었다. 그건 꼭 사람이 하는 행동 보다는 짐승이 하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온 몸의 진흙도 몇 번 털어내자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히 떨어져나갔다.


"바깥에서 나쁜 것만 배워왔어...! 나쁜 것만...!"


그리트의 감정에 동요하듯 진흙이 스멀스멀 부풀더니.


"너 말하는 거야, 너!"


순식간에 나이아스를 덥쳤다. 나이아스는 도망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만들어진 진흙의 공 안에 갇혔다.

물이 섞여있기 때문에 나이아스 쪽에서도 저항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힘이라고 힘! 우리는 곧 힘이야! 알잖아."


그리트는 공을 완성시키고 지면의 진흙을 끌어올려 그 표면에 다시 발라 점점 단단하게 굳혔다.

힘으로 찍어 눌버린다는 걸 몸소 보여주겠다는 건가.


"이 정도면 네 힘으론 부수고 나오는 건 못하겠지. 아니, 그러지 말고 좀 더 해둘까."


그리트가 공을 쌓고 모양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사이, 셀라임이 은근슬쩍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저 뒤쪽으로 엄지를 휘휘 흔들었다. 지금 도망가자는 거였다.

그래, 이건 놀이였다. 어쨌든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서 그 종인지 뭔질 울리지 못하게 하면 되는 거였다.


"근데, 어떻게 도망가?"


도망을 가는 건 가더라도 땅을 제 맘대로 주무르는 정령을 상대로 인간이 어떻게 도망을 가느냐는 거였다. 젖은 땅 위에서 몰래 갈 자신도 없고 빠르게 달릴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건 걱정도 하지 마시라, 딱 그런 표정으로 실프가 내게 와락 안겨 들었다. 받아주지 않아도 문제 없는 녀석인 걸 알았음에도 나는 반사적으로 녀석을 받았다. 얘도 그걸 노렸겠지? 그래서 방법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별 거 없이 실프는 내게 앞만 가리켰다.


아니 진짜!


성질 낼 겨를도 없이 나는 일단 뛰어보기 시작했다. 젖은 흙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그리트가 공에다가 얼굴을 그리다말고 지면을 살짝 들어 물가에서 벗어났다.


"이제와서 도망갈 수 있을 거 같아?"


그대로 흙이 흐르는 미끄럼틀을 만들어 다가오는 그리트의 속도가 이미 내가 뛰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그런 그리트에게 갑자기 불덩이가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셀라임의 견제였다.


"이 정돈 쉽지!"


그리트는 진흙을 들어올려 쏟아지는 불덩이를 막아냈다. 방패막이로 쓰인 진흙은 잠깐 남아있다가 또 순식간에 부스러져 사라졌다.

그 동안 셀라임이 한 일은 그리트 몰래 지면에 다시 한 번 불을 쏘아내는 거였다.


"그러게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우리에겐 덩치가 전부인, 이긱...!"


진흙을 가르며 오다가 갑자기 딱딱한 돌덩이를 만난 그리트는 또 한 번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 녀석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통증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프겠다...


이번엔 웃을 여유도 없었다. 그리트가 지면을 튕겨내어 바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잇...! 너희들 진짜! 두 번이나아아!"


이번엔 진흙을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리트는 맹렬한 기세로 쫓아왔다. 왠지 가만히 놔두는 쪽이 차라리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정도였다.


순식간에 쫓아온 그리트는 내가 아니라 저를 넘어뜨린 셀라임에게 팔을 뻗었다. 땅 표면이 폭발하듯 터져 흙더미가 셀라임을 덥쳤다. 셀라임은 재빨리 불길을 쏘아내었고 흙더미는 깡마른 모래가 되어 힘없이 허공에 날렸다.


"모래를 태울 수 있는 불이 아니라면 힘들 걸?"


연이어 발 밑에서 흙더미가 또 한 번 솟구쳤다. 셀라임은 거기에도 불길을 쏘아냈다. 흙이 터져나오고 모래가 되고 또 흙이 날아들면 그걸 모래로 만들었다. 실프도 남은 모래를 바람으로 날려버렸지만 그걸 끝없이 반복하자 둘은 점점 힘에 부쳐했다. 결국은 셀라임이 모래 속에 파묻혀 머리만 내미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고개는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그뿐인 것이 옴짝달싹 못하게 된 것 같았다. 본인도 아예 포기를 한 듯 시큰둥한 얌전히 있었다.


"오호호! 하나 더!"


거침없는 기세로 몰아붙이던 그리트는 연이어 우리를 돌아보았다.


"이제 남은 건!"


그리트는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과격하게 지면을 부수며 다가오더니 아예 우릴 지나쳐 앞에서 크게 꺾어 다시 뒤로 돌아왔다. 부서진 흙과 바위가 벽처럼 솟아올라 우리의 앞을 막았다.


"너희... 너희 둘. 응?"


조롱에 가까운 웃음을 짓던 그리트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뭔가 이상한 거였다. 뭔가 깨달았다는 뜻이다. 별로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왜 둘이야? 레샤는 어디있어? 난 이런 모르는 놈하고 놀려고 했던 게 아니란 말이야. 집에 가고 싶데도 일단 놀고 있으면 같이 놀아... 아!"


제대로 깨달은 듯 싶었다.


그리트는 주변의 흙을 끌어모라 자기 발 아래 세워 쭉 위로 솟구쳤다. 아주 얇고 긴 돌기둥 끝에 선 그리트는 저 먼 곳을 내다보았다.

이제는 우리가 암만 도망간데도 별 거 없었다.

그리트는 돌기둥을 흙으로 만들어 무너뜨리며 자연스럽게 착지했다.


"하여튼, 잔머리들. 노력은 가상했어. 그런데 인간, 너는 이 놀이가 어떻게 하면 도망자 쪽에서 이길 수 있는지 알아?"


그러고보면 꿈에서 못 빠져나간다는 이야기가 급해서 레샤에게서 그 쪽 내용을 자세히 듣지는 못했었다.


"뭐, 뭔데?"


나는 순순히 물었다.


"여왕과 똑같아. 심볼을 가지고 종을 울리는 거야."


"종?"


"응. 종. 그런데 지금 그 종이 어디있게?"


그걸 알 리가 없는 내가 가만히 있자 그리트는 자기 목덜미에 손가락을 걸더니 줄 하나를 잡아뺐다. 거기에 끌려나온 것은 작은 종이었다. 색이 변할 정도로 오래되어 소리가 날지 의심마저 드는 동으로 만든 종.


그걸 보자마자 실프가 주먹을 내지르며 열렬히 항의 했다.


"비겁하긴. 내 맘대로 하는 거야."


그리트는 보란듯이 종을 흔들며 약을 올렸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준은 서로 거기서 거기인 녀석들이라는 거구만.


"어차피 혼자 남은 레샤는 날 못이기니까 어떻게 되든 똑같지. 그냥 우리랑 같이 재미있게 놀면되는 거야. 질릴 때까지 말야."


그리트는 그게 정말 재밌고 즐겁고 행복하고 완벽한 계획인 것처럼 말했다. 그래 그런거였다. 나쁘지 않지. 재밌게 노는 것뿐이라면 나쁠 게 없었다.


"그럼 우선 너희들은."


그렇게만 말하며, 그리트는 손가락을 움직여 주변에 둘러쳐진 벽들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벽들은 다가오면서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위쪽은 점점 가운데로 모여 천장에 작은 구멍이 난 반으로 자른 구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작은데선 날려버릴 바람 못 만들어내는 거. 알아. 그럼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가서 레샤까지 잡을게. 종소리가 들리면 준비하고."


그 말을 남기고, 그리트는 자신이 만든 흙벽의 한 쪽을 부서 밖으로 나갔다. 그 벽은 잊지 않고 수복시키기까지 했다.


"어떡하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긴 했지만 난 일단 앉고 보았다. 실프를 안고 서있는 게 불편하기도 했고, 앉는 편이 여러모로 진정이 되었다. 물론 상대적인 의미였다.

이런 와중에 진정이 될리가 없지.

가만히 있어야할 발목을 괜히 까닥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셋이서 하나한테 그렇게 지냐?"


반쯤 농담삼아, 나는 실프에게 투덜댔다. 그러게 한 것도 없는 놈이 말은 제일 많다는 게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제법 상심했는지 실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목을 걸어 잡고 있던 양팔 중 오른팔을 하나 빼더니 어깨 아래로 넣어 다시 잡은 게 전부였다.

사람 그렇게 무안하게 만드는 무반응도 없었다.


"어두운데, 불이라도 킬까?"


나는 대충 아무 말이나 해봤다. 위에 구멍이 있긴 하지만 어둡긴 어두웠으니까. 다행히 그 제안은 마음에 들었는지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내가 가장 잘 하는 분야였다.


"라이트."


나는 손을 들고 발광 마법을 사용했다.

순간 엄청난 섬광이 번쩍였다. 어찌나 강했는지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음에도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덩달아 놀란 실프가 난리법썩을 떠는 것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가 진정한 건 내 눈이 다시 정상으로 보일 무렵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다.


"뭐야."


정신을 수습하고 나서. 나는 되새김의 주문을 말해보았다. 뭐야.

방금 그 빛은 내가 만들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했다. 혹시나 무슨 문제라도 생긴건가 싶었던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발광마법을 다시 사용해보기로 했다.


"...라이트"


고개를 돌리고 주문을 외자 보지 않아도 엄청난 빛이 손에서 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듬더듬 감을 찾아, 마력의 흐름을 조절해보자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던 빛은 조금 안정화 되어 적당한 세기를 유지했다.


"뭐야."


다시 한 번 되새김. 대체 뭐야.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마법이 특급 우량아가 되서 이따시만하게 나오는 거냐고.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이그니션이랑 프리즈는 무서워서 시험해봐야겠단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넌 왜 이러는지 알겠냐?"


나는 바보같게도 실프에게 물었다. 얘라고 알리도 없고 안데도 설명을 들을 방법이 없는데.

그런 건 순전히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는지 실프는 날 놓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날 가리켰다가 자길 가리키고 또 날 가리켰다가 자길 가리켰다.


"너랑 나?"


마구 고개를 끄덕이긴 하는데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녀석과 내가 뭐 어쨌다는 거지.

아, 그래.


"그래! 너랑 같은 거구나. 여기가 역리 세계에 가까우니까... 그래!"


엄밀히 말하면 다른 거였지만 비슷한 맥락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역리 세계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본연의 힘을 내는 정령과 마찬가지로 내 마법 또한 역리에 가까워 더 큰 위력을 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어땠을진 몰라도 지금은 그랬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그리트가 남기고 간 흙의 벽을 뚫어져라 보았다.


작가의말

11, 12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7 40. 연꽃이 자라는 곳(1) +7 19.07.28 128 4 20쪽
226 P.S 몽롱하고 선명해 19.07.22 94 4 12쪽
225 39. 고리 안에 넣고 당겨(6) +1 19.07.20 101 5 21쪽
224 39. 고리 안에 넣고 당겨(5) +2 19.07.19 95 5 14쪽
223 39. 고리 안에 넣고 당겨(4) 19.07.15 99 4 20쪽
222 39. 고리 안에 넣고 당겨(3) +2 19.07.02 110 6 14쪽
221 39. 고리 안에 넣고 당겨(2) 19.06.30 92 6 17쪽
220 39. 고리 안에 넣고 당겨(1) 19.06.27 128 6 15쪽
219 38. 물주지 않아도 돼(5) 19.06.23 115 6 19쪽
218 38. 물주지 않아도 돼(4) +4 19.06.17 103 5 17쪽
217 38. 물주지 않아도 돼(3) 19.06.15 97 5 14쪽
216 38. 물주지 않아도 돼(2) 19.06.08 88 6 19쪽
215 38. 물주지 않아도 돼(1) 19.06.05 87 5 16쪽
214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11) 19.06.02 103 6 18쪽
213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10) 19.05.30 87 5 20쪽
212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9) 19.05.25 102 5 17쪽
211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8) 19.05.20 94 5 19쪽
210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7) +1 19.05.10 113 5 16쪽
209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6) 19.05.09 115 6 20쪽
208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5) +6 19.04.30 110 5 16쪽
207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4) 19.04.27 101 6 19쪽
206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3) +3 19.04.15 121 6 19쪽
205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2) +1 19.02.12 145 6 20쪽
204 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1) +1 19.02.05 170 7 19쪽
203 36. 아니래도 소용없어(5) +1 19.01.29 135 6 19쪽
202 36. 아니래도 소용없어(4) 19.01.24 129 5 18쪽
201 36. 아니래도 소용없어(3) 19.01.19 145 7 17쪽
200 36. 아니래도 소용없어(2) +6 19.01.14 178 7 15쪽
199 36. 아니래도 소용없어(1) 19.01.07 154 7 17쪽
198 35. 기대는 기대게 돼(5) 19.01.04 149 6 18쪽
197 35. 기대는 기대게 돼(4) +4 18.12.31 159 8 18쪽
196 35. 기대는 기대게 돼(3) +2 18.11.25 155 6 19쪽
195 35. 기대는 기대게 돼(2) +2 18.11.19 147 6 15쪽
194 35. 기대는 기대게 돼(1) 18.11.06 174 7 16쪽
193 34. 헛것이야(12) +2 18.10.22 153 7 24쪽
» 34. 헛것이야(11) 18.10.22 148 6 16쪽
191 34. 헛것이야(10) +4 18.10.15 194 6 19쪽
190 34. 헛것이야(9) +1 18.10.10 204 4 16쪽
189 34. 헛것이야(8) +1 18.10.02 168 6 20쪽
188 34. 헛것이야(7) +2 18.09.29 177 4 19쪽
187 34. 헛것이야(6) +2 18.09.25 182 5 19쪽
186 34. 헛것이야(5) +1 18.09.18 172 5 20쪽
185 34. 헛것이야(4) +2 18.09.09 183 4 21쪽
184 34. 헛것이야(3) +2 18.09.06 186 6 20쪽
183 34. 헛것이야(2) +1 18.09.03 178 9 19쪽
182 34. 헛것이야(1) +2 18.08.30 194 7 15쪽
181 33. 헛것이 아니야(5) 18.08.28 202 8 20쪽
180 33. 헛것이 아니야(4) 18.08.27 145 9 13쪽
179 33. 헛것이 아니야(3) +1 18.08.21 181 7 17쪽
178 33. 헛것이 아니야(2) +1 18.08.18 194 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