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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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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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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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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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파일14# 사미용두 (3)

DUMMY

153

“절대 아니야.”

“그런데 왜 겁먹은 표정을 지은 거지?”

“그. 그건. 명환씨. 그가 사실 내게 개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이 너무 유치하고 찌질하다고 말했어.”

“고작 그 이후로 너와 같이 있는 우리들까지 처리하려고 할 이유가 없잖아.”

“나...이명환의 아이를 가졌었어.”

박수호는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지켜보다, 일 분 정도 지나고서야 입을 열었다.

“아이?”

“응. 하지만, 유산했어.”

“언제?! 나나 다른 사람들은 네가 유산한 걸 전혀 몰랐다고!”

그의 외침에 선애는 눈물을 글썽거리는 눈으로 박수호를 바라보며 자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나도 유산하고 나서야 애를 가졌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낌새가 전혀 없었잖아.”

“산부인과에 물어보니까.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하더라고.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 중에 자극에 둔감하거나, 혹은 매일같이 강한 자극이 있는 운동을 하거나, 또는 자궁이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약하거나 등의 이유로 전혀 모를 수 있데. 나는 이 중에 세 가지가 전부 결합 된 거고...”

“언제 유산한 거야?”

“낭자 아주머니 장례식 끝나고 이틀 뒤에.”

“몸은? 괜찮은 거지?”

“응. 하지만 이명환씨는 내가 모를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못해서... 화를 많이 냈어.”

작게 한숨을 내쉰 박수호.

“그 녀석 어머니가 도망치셨다는 건 알지?”

“응...”

“그래서 아마 화를 낸 거 같다. 하지만.”


1


푸른색.

박수호는 그녀 머리 위 숫자를 보고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다른 자들이 그 이유로 너를 죽이려 들진 않았을 거야. 다른 이유는 없고?”

“어. 내 기억엔 없어.”

곰곰이 생각하던 박수호가 입을 열었다.

“네가 여기로 오기 전에 맡았던 사건들이 총 몇 건이지?”

“다? 아니면 굵직한 것만?”

“기억나는 거 전부.”

“지구대 근무서면 자잘한 거 다 합쳐서 한 달에 출동이 백 건이 넘을 때도 있다는 거 알지?”

“잘 알아. 하지만, 내 생각엔 너는 사건 하나가 계속 맘에 걸렸고, 내 말을 듣는 순간 그걸 떠올렸을 거야. 그렇지?”

김선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가 멈추었다.

“후... 역시 네겐 거짓말은 절대로 못하겠다. 사실... 하나 있어.”

“어떤 사건이지?”

“집단 폭행 사건.”

김선애의 말에 박수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설마 학생?”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김선애가 때마침 강한 바람이 불자, 자신을 팔로 감싸면서 말했다.

“골목에 중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한 채 쓰러져 있었어. 빠르게 구급차를 불러 조치했지만, 하반신 마비를 당했고 얼마 뒤 자살했지. 문제는 그때 당시 그 아이의 진술로 폭력 사건을 조사 중이었는데, 피해자가 자살하면서 무산되었어.”

“자살은 맞고?”

박수호의 질문에 김선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조사로는 확실했어. 옥상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서도 혼자서 휠체어를 움직여 자살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고, 유서도 프린터로 뽑아 놓았어.”

“프린터? 오히려 그게 더 번거롭지 않아?”

“응. 나도 그게 이상해서 그 당시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폰은 물론이고, 메일이랑 컴퓨터 전부를 뒤져서라도 파일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는데, 사수님이 공으로 쳐주지도 않는 사건 뒤져봤자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그냥 파일을 자살로 처리해 버리셨지.”

“언제 일어난 사건이지?”

“그건...”


**

2017.02.21.

강남구 XX병원 자살 사건.

강남구 PC방 집단 폭행 사건의 피해자 강우호(15)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바로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뇌사판정을 받고 5명의 사람에게 장기 등을 기증하고 사망한다.

카메라 영상에서 뚜렷한 타살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점, 집이 아닌 병원이라 펜과 종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프린터로 뽑았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 두 가지를 근거로 자살로 최종 종결 처리한다.

**


박수호는 녹취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것을 덮었다.

이신후는 그의 옆에서 따분한 얼굴로 취조실 내부 영상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선애 사건은 어때?”

“유서 내용도 아이들을 원망하는 내용이었고, 처리 과정도 딱히 미흡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흠... 그럼 우아가 아닐까?”

“우아가 국내에서 맡았던 사건들은 전부 다 제가 미리 읽었기 때문에 확신합니다. 전혀 문제 될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절대로 그 사건과는 관련이 없단 말입니다. 저는 병정단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최소한 자신을 감출 수 있는 사람들이나 병정단에 들어가서 활동하지, 저는 절대로 아니..]

박수호는 화면 속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강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수영 저자가 반응한 이름은 김선애였지, 정우아는 아닙니다.”

웅웅.

이신후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더니, 박수호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선애 부모님은 네가 말한 대로 경찰서로 보호조치에 취해졌다는 연락이 왔다. 너와 선애와 친분이 있던 아이들은 물론이고 장씨와 마찰이 있었던 인준 네도 잠시 회사에 나가지 않고 경찰 보호를 받으며 대기하겠다고 했다.”

“모두 협조를 해줘서 다행입니다.”

“장씨 아들이 다시 나와서 난리 피웠다는 뉴스를 봤으니 그러겠지. 하루 장사 못하면 타격이 큰 사람들도 많은데... 쯧. 명환이 그 자식은 자수하던가. 범인이 아니면 헨델인가? 그것처럼 위치라도 알게 부스러기라도 던져야지.”

박수호는 부스러기라는 단어에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부스러기?”

“왜 그러냐?”

“그러고 보니 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수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상한 점?”

“굳이 개미라는 단어를 언급할 이유가 있었냐는 겁니다.”

“당연히 블랙박스도 처리했으니 녹화하고 있는 상황인 줄은 몰라 말했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저를 잘 아는 이명환이 그걸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알고 있다면...”

“알고 있다면?”

잠시 골몰히 생각하던 박수호가 눈을 반짝였다.

“저를 이 사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시도를 한 게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서.”

“저희가 죽거나 다치거나 납치하거나. 어떤 결론이 나와도, 개미에게 나쁜 것이 없습니다. 결국 강수영이 자신들의 원칙을 설명할 것까지 계산했다면 어째서 우리들을 죽이려고 한 건지 제가 파악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겁니다. 제가 정 몰랐다면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알렸겠지만... 저는 이 사건을 캐야 한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하지만 피해자도 죽은 마당에 무슨 소용이야.”

“무슨 소용이긴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그의 어머니가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

“예. 소송 중이긴 하는데, 자살한 거라서, 병원에 손해를 끼친 비용을 주는 바람에 돈에 쪼들리는 중이라 고하네요.”

“폭행을 한 녀석들은?”

“피해자가 죽으면서 아이들의 폭행 혐의도 사라졌고, 자연스럽게 관련 소송이 전부 기각되었답니다.”

“기각? 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죽은 거랑 폭행 사건이랑 무슨 상관있다고... 눈 가리고 저울질을 하니 균형이 제대로 맞을 리 없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하지만, 만약 살인이라면.”

박수호는 가늘어진 눈으로 서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게 달라질 겁니다. 어머니가 지급해야 하는 병원에 대한 손해 배상비는 물론이고, 그로 인해 피해 본 거, 그리고 폭행에 대한 재판도 다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살인 사건 피해자는 죽어도 죽은 자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박수호는 강수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숨은 놈들도 다시 움직일 겁니다.”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말하면서 박수호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고, 이신후의 눈동자가 그곳으로 움직였다.

카메라를 확인한 이신후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일단, 그 사건부터 파 봐라. 내가 새로운 점이 있으면 알려주마.”

“예.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호가 문으로 걸어갔다.


**

**


한 시간 뒤.

박수호는 김선애와 함께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목도리와 코트를 걸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나간 일은 잊고 싶다는 겁니까?”

눈가에 주름이 있지만,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찾는다고 죽은 아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살인으로 밝혀진다면-”

“됐어요.”

단호하게 말한 그녀가 김선애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도 당신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잖아요. 저는 당시에 저 여자 말만 믿고 소송까지 걸었다가 이 꼴이 났어요. 그런데, 다시 한 번 더? 혹시 그 쓰레기 새끼들 부모에게 의뢰라도 받은 거예요! 지금.”


2


붉은색.

박수호는 사나운 눈초리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여성이 더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뭐라고요! 당신-”

“이 가게가 날아가게 생겼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살해당한 거라면 구사일생의 기회가 되는 거 아닙니까.”

“음...”

“무엇보다 당신 자식입니다. 자식의 죽음에 의혹이 있고, 그 의혹을 품고 살아갈 부모는 단 한번도 못봤습니다. 물론, 당신이 진짜 어미라면-”

“좋아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믿어보죠.”

“감사합니다.”

커피를 한잔 마신 그녀가 바깥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도와줄 일이 뭐죠?”

“자식 물건 혹시 남아 있는 게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있어요.”

“어디에-”

“그 아이 방에 있어요. 아직... 치우지 못했어요. 하지만... 찾지 못할 거예요. 몇 번이고 뒤졌거든요... 하지만 없었어요... 없었...”

그녀는 말을 흐렸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는 끝이 났다.


**

**


고급스러운 가구들을 바라보며 김선애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카페 장사가 잘돼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박수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지 몰라?”

“네? 일이요?”

“너 그때 조서 읽어보기는 했어?”

박수호의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저는 그런 거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손도 못 대게 했어요.”

작게 한숨을 내쉰 박수호가 로봇이 붙은 문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괴롭힌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서 때렸는지 알아? 너네 어머니 텐프로 출신인데, 주제도 모르고 명문중학교에 들어왔다고 하면서 괴롭혔다고 쓰여 있었어.”

“텐프로면...”

박수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너도 알 거 아니야.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 국세청에서 세무 조사 들어왔고, 세금만 십억 넘게 떼어갔다고 들었다. 거기에 소송까지 겹쳤으니, 그녀도 지금 벼랑 끝이야.”

같이 들어와 그와 함께 장갑을 끼고 물건을 매만지며 김선애가 말했다.

“자식 죽었는데도 울지 않고 여유롭게 행동해서, 저는 있는 사람 자식인 줄 알았는데...”

“그때도 이 집 들어오지 않았어?”

“아니요. 저 보고는 오지 말고 따른데로-”

잠시 물건에 손을 놓은 박수호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락처는 알아?”

“예.”

“줘봐.”

“네?”

“연락처 문자로 보내.”

“혹시 따지려는 건-”

“아니, 살아있나 확인하려고 그런다.”

박수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제가 전화해 볼게요.”

황급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엄지를 움직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예. 선애예요. 그런데 왜 경위님이 안 받고. 네?!”

김선애가 박수호와 눈을 마주친 상황에서 말을 이었다.

“경위님이 사흘 전에 실종되셨다고요?”


작가의말

흠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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