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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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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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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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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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여러 시선.

DUMMY

한 때 왕국에서 가장 이름을 날렸던 화가, 알렉 그라임스의 숨겨진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전 지역에 있던 수집가들이 수도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수집가들에게만큼은 불행히도 그 작품은 신전에 귀속되었다. 덕분에 그 그림을 살 여유가 없거나 혹은 가질 의향은 없으나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이들은 자유롭게 신전에 방문해 그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신전 측에서 그 작품을 얻기 위해 꽤 노력을 했던 만큼 소정의 관람료는 지불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소정의 관람료’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꽤 비쌌던 터라 결국 그 그림을 보러 방문하는 이들은 돈 좀 만진다는 이들 뿐이었다. 애초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에게 오래 전에 죽은 화가의 그림 따위가 관심을 끌 일도 없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그림은 신전의 중앙에 걸려 있었다. 몇 되지 않은 관람객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꽤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들 나름대로 그림에 대한 해석을 남기고 가곤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중 하나였던 모양이었다. 가장 처음 온 손님은 붉은 머리칼을 가슴께까지 기른, 어딘가 날이 서 보이는 여자와 회색 머리칼을 가진 말라깽이 남자였다. 호기심에 가득 찬 여자와는 달리 남자는 억지로 끌려 온 기색이 역력했다. 여자는 엔드류 그라임스의 그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그 명화란 말이지. 경매만 열렸어도 내가 차지하는 건데.”


“명화에 대한 첫 감상평이 그렇게 메말라서야.”


전혀 관심 없어하는 표정으로 깐족거리는 남자에게 여자는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허? 그럼 에단, 당신이 느낀 감정을 말해봐. 얼마나 대단한 감상평이 나올지 기대되는군.”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추락하고 있고, 반면 하얀 옷을 입은 여자는 천국 같은 곳에 있지 않습니까? 저건 결투죠.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진 거예요.”


“미치겠네. 어떻게 감상하면 저기서 결투가 나오지?”


어이가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샤를리즈는 빈정거렸고, 에단은 그 이상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샤를리즈의 그러한 반응은 당연했다. 그림에 있는 두 여자는 결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은 모두 색깔만 다른,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둘이 처한 분위기는 굉장히 달랐는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그림의 아래쪽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그림의 위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얀 여자는 검은 여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정면을 향해 눈을 감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검은 여자는 모든 정신이 하얀 여자에게 쏠린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를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배경은 그들의 옷만큼이나 상반되어 있었다. 뭐, 아주 멀리 상상을 한다면 에단과 같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샤를리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말했다.


“저건 희생을 표현한 그림이잖아. 그러니까 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흰 옷을 입은 여자를 위해 희생한 것을 나타내는 거라고. 마치 모정 같은 그런 거 말이야. 이해하겠어? 어떤 사정 때문에 저 검은 여자가 흰 여자를 천국으로 보낸 대가로 지옥에 떨어지는, 그런 그림이란 말이야.”


샤를리즈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에단은 저 그림의 어느 부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러시겠지.”


그 말을 끝으로 둘은 그림 앞에서 떠났다. 이해를 시키려는 듯 샤를리즈는 계속 말했고, 에단은 알겠다는 듯 듣는 시늉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그림 앞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손님이 온 것은 그들이 간 지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첫 번째 손님과 같은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년과 그의 친구로 보이는 연갈색 머리칼의 청년이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는지 주변만 둘러보았고, 전자의 소년만 그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을 눈치 챈 후자의 청년이 말했다.


“에드리안, 너도 참 고상한 취미를 가졌다. 난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겐 안 되던데. 가족력이라 그런가?”


“거기서 가족력이 왜 나와? 그리고 나도 그림 같은 거 잘 볼 줄은 모르는데, 이 그림은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넌 그런 생각 안 들어?”


그 말에 엘루이즈는 그제야 진지하게 그림을 바라본다. 한동안 뚫어지게 그 그림을 바라보던 엘루이즈는 이마를 딱 치고는 말했다.


“이거 그거네. 제인과 나.”


“어?”


“검은 게 나고 흰 게 제인이지. 제인이 너무 날 괴롭혀서 내가 가라앉는 그런 느낌.”


엘루이즈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에드리안을 그를 빤히 바라만 본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이다. 그에 엘루이즈는 한숨을 내쉬고는 변명하듯이 말한다.


“아무 느낌 없어. 그냥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라고. 난 아무래도 감성적인 사람은 못 되나봐.”


“그런 것 같네.”


“그러는 넌?”


그 물음에 에드리안은 입을 꼭 다물고는 그림을 빤히 바라본다. 잠깐 동안 생각하던 그는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한다.


“기도. 기도하는 느낌이야.”


“뭐? 누가?”


“흰색 옷을 입은 여자 말이야. 검은 옷을 입은 여자를 위해 기도를 하는 것 같아.”


“왜?”


“글쎄?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가라앉으면서까지 흰 옷을 입은 여자를 저 곳으로 보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한 에드리안은 그림을 빤히 바라본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엘루이즈는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뗀다.


“사람은 자기가 겪고, 배운 만큼 보이는 거래. 내가 이 그림에서 제인을 투영해서 본 것처럼 너도 이 그림에서 누군가를 투영해서 본 것이겠지. 혹은 네 자신이거나. 그래서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른 거 아닐까?”


“아...”


엘루이즈의 말에 에드리안은 작게 탄성을 질렀다. 그것이 마치 실수한 것을 후회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엘루이즈는 자신이 말실수를 한 건가 싶어 에드리안을 바라본다. 그러나 에드리안은 곧장, 언제나 그래왔듯 빙긋 웃는다.


“똑똑한데?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 처음 본다.”


“나 무시 하냐? 사람들이 다들 착각하는 게 있는데, 무인 가문이라 하더라도 머리가 나쁜 건 아니거든? 나도 너처럼 학자들하고 토론할 수 있어. 그럴 시간이 없어서 안 그러는 거지만. 뭐, 너보다는 똑똑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거기 나가는 애들 평균보다는 내가 나을 걸?”


“그럼 한 번 참석해보지 그래?”


“시간 없다고. 클랜디스나 꼬드겨서 가봐라. 그 자식은 시간도 많은데 뭐 하러 다니는 건지 원.”


엘루이즈가 투덜거리면서 말하자 에드리안은 킥킥거리면서 웃는다. 항상 클랜디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 걱정하는 것은 엘루이즈의 몫이다. 에드리안은 의외로 방관하는 스타일인지라 그런 엘루이즈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답답하면 직접 묻던가 하면 될 것을 꼭 뒤에서 속을 앓는 게 어울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에드리안이 공감을 해주지 않으면 괜히 불똥이 이쪽으로 튀는지라 에드리안은 슬쩍 말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바쁘다고 했지?”


“그래. 요즘에는 계집애들도 안 만나면서 뭐가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나는.”


그 생각을 하니 괜히 화가 난 건지 엘루이즈는 갑자기 성큼성큼 걸어갔고, 에드리안은 ‘같이 가.’라고 말하며 쫓아간다. 그렇게 두 번째 손님도 가버렸다. 그 후로도 몇 몇이 왔고, 그림에 쓰인 기법들을 말하고, 이 그림을 그린 이에 대해 말하고는 가버렸다. 의외로 앞선 손님들처럼 ‘그림이 어떤 의미로 그려진 것일까?’에 대해 말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아가씨, 각하께서 분명히 외출을 금지한다고 하셨는데...”


하녀가 머뭇거리면서 말하자 프리실라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하녀를 노려보았다. 그에 하녀는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숙인다. 얼마 전에도 란을 상대로 무언가를 요구했고, 그것을 하필이면 공작과 마주치면서 들킨 지라 프리실라는 외출 금지령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야 하는 것은 하녀.


하지만 하녀가 감히 아가씨를 감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결국 프리실라는 나온 것이다. 요즈음 사교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그림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프리실라는 그림에 대한 조예는 없었다. 그러나 유행에 뒤쳐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요즈음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자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 이런 것으로 조금이라도 틈새를 보였다간 당장에 다른 여자들이 승냥이처럼 달려들 것이다. 프리실라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그림을 바라본다.


하녀는 프리실라가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프리실라는 그 그림을 오래토록 바라보았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단 프리실라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이 그림?”


“아이고, 아가씨. 저 같은 것이 뭘 알겠습니까. 다만, 뭔가 상황이 다른 두 여자를 가지고 뭘 이야기하려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 정도야 누구든 알 수 있는 거잖아.”


프리실라가 톡 쏘듯이 말하자 하녀는 입을 꾹 다문다. 뭐라 불똥이 더 떨어질 때도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조용한 프리실라를, 하녀는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그리고는 조금 놀란다. 프리실라의 표정이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져서. 그녀가 말했다.


“이상하지. 저 검은 옷을 입은 여자, 나 같아.”


“예? 그럴 리가요. 오히려 아가씨는 저 흰 옷을 입은 여자에 가까우시지요. 모든 걸 다 가지신 분 아니십니까? 아름다우시고, 높은 직위에, 공주님이나 다름없으신 걸요.”


“그건 저 여자도 마찬가지잖아?”


그 말에 하녀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림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그 의미를 알아차린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옷의 색깔이 검었을 뿐 정말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추락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 지적에 말문이 막힌 하녀가 가만히 있자, 프리실라가 말했다.


“나도 가지지 못한 건 분명히 있어. 저 여자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그걸 가진, 흰 옷을 입은 여자를 질투하는 거야.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아가씨...”


프리실라의 말 속에 담긴 비참함을 알아챈 하녀가 애달프게 부르자 프리실라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걸어간다. 그 뒤를 따르던 하녀는 프리실라의 혼잣말을 들었다.


“비참하고, 끔찍해. 모든 걸 다 가진 내가 왜 그것만큼은 가질 수 없을까? 왜 그 애만은 다 가진 걸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런 별 볼일 없는 계집애가 말이야.”


억울함에 가득 찬 그 목소리를 듣던 하녀가 한숨을 폭 내쉬고는 물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아가씨를 그리 속상하게 만든 겝니까? 아주 혼쭐을...”


“샤를리즈.”


“아...”


자신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의 이름이 나오자 하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에 프리실라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묻는다.


“네가 어떻게 좀 해줄래?”


그 말에 감히 대답할 수 없었던 하녀는 고개만 조아렸고, 프리실라는 피식 웃고는 떠난다. 그렇게 그림은 다시 홀로 남았다. 일반 사람들에게 출입이 허용된 시간이 끝나고, 그림이 걸린 방은 어두워졌다. 간간히 경비병들이 지나가는 것 외에는 그림 앞에 사람이 서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옅은 초승달이 뜨고, 신전의 가장 높은 탑을 지날 때 누군가가 복도를 걸어 그림 앞에 섰다. 그리고는 손에 든 수정을 흔든다. 그러자 방이 환해졌고, 그림도 사람도 모두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림 또한 매우 아름다웠지만, 수정을 들고 있는 청년은 그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그 뒤에 서 있는 늙은이는 욕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로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늙은이가 말했다.


“그라니언, 그 놈만 아니었으면 이 신전의 주인은 나였고, 저 그림도 내 것이었을 것이다.”


“이미 잃은 것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해서 뭣하겠어요. 그림이나 봐요. 워낙에 유명한 그림이라니까.”


클랜디스의 말에 늙은이, 데스마타는 입을 다물고 그림을 바라본다. 클랜디스 또한 그 그림을 바라본다. 그는 의외로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이였다. 그럼에도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난봉꾼 이미지가 그를 완전히 망가뜨린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그러한 것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가문의 힘이 없는 이가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 모두들 ‘구러니까 가문이 저렇지.’라든가 하는 뒷말들을 해대었고, 그런 것들을 매우 거슬려 해하는-그런 주제에 난봉꾼 이미지에 대해서는 굳이 기분 나빠 하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클랜디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가문이 다시 힘을 갖게 되면, 그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예술품을 모으는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가 가진 야망들 가운데 가장 소박한 야망.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그림.”


“할아버지는요?”


“글쎄다. 나는 워낙 이런 거에 관심이 없으니. 그냥 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살려달라고 비는 것 같구나.”


그 말에 클랜디스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설마하니 그런 걸 그렸을까. 하긴, 이 사람이 그린 그림들은 모두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으니, 할아버지의 의견도 맞을 수 있겠네요. 그건 그렇고 다들 그렇게 보는 건가?”


“뭐가 말이냐?”


“먼저 이 그림을 본 녀석들도 그러더라고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흰 옷을 입은 여자의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둥.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희생을 했다는 둥.”


“그럼 너는 다르게 느끼느냐?”


데스마타의 말에 클랜디스는 입술을 앙 다문 채 그림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사실 어떻게 그렇게들 느끼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아무리 봐도 그렇게 안 느껴지는데. 다들 검은 옷을 입은 여자를 너무 숭고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럼 너는 어떻게 느끼느냐? 네 생각도 궁금하군.”


그에 클랜디스는 고개를 까딱이고는 말했다.


“저는 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흰 옷을 입은 여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손을 뻗었다고 생각해요.”


“뭐?”


“그렇잖아요. 저 두 여자, 처한 상황이 너무 불공평해.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마치 지옥에 떨어지는 것 같잖아요. 반면, 저 흰 옷을 입은 여자는 천국에나 가 있는 것 같고. 게다가 둘은 옷도 똑같은 옷이고, 생김새도 비슷한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저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흰 옷을 입은 여자도 자신처럼 되길 바라면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거라고요.”


그에 데스마타는 말없이 클랜디스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빤히 바라보던 데스마타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네 녀석은 항상 날 더러 비정상이라고 했지만, 내가 볼 땐 너도 정상은 아니야.”


그 말에 클랜디스는 마치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 으하하, 웃은 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인 뒤 말한다.


“이제 아셨어요? 자, 이제 갑시다. 오늘도 일을 해야죠. 그래야 나중에 이 그림도 내가 사지.”


그에 데스마타는 한숨을 내쉬고는 클랜디스를 따라간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물론, 자신이 자신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과도하게 볶아댄 것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미친놈’같이 굴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는데. 마치 저것은 태어날 때부터 품고 있었던 악마의 씨앗이 조금씩 부화하는 것처럼, 소름끼치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데스마타는 자신이 내뱉었던 예언을 떠올린다. 그저 선왕을 몰아세우기 위해 했던 예언. 그래, 선왕의 아들은 자신의 광기를 물려받을 거라는, 사실은 근거도 없는 예언. 그런데 그 예언이 마치 실제화 된 것처럼, 자신의 앞에 걸어가는 자신의 외손자이자 선왕의 아들은 조금씩 미쳐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혹은 내일 안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그 때 질문&답변도 함꼐 올리겠습니다.

이편은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갈 지(결말에 대한 힌트이기도 합니다.^^)를 보이게 하려고 꽤 오래 걸렸습니다. 부디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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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4.03.09 17:37
    No. 1

    결론에 대한 힌트가 있다면 .. 결말은 해피앤딩은 아니라는 소리 같네요. 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태류(太柳)
    작성일
    14.03.09 18:32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58 민가닌
    작성일
    14.03.09 19:03
    No. 3

    과거가미래인격이네요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암살의천사
    작성일
    14.03.09 19:14
    No. 4

    안돼! 클랜디스 이녀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지나가는
    작성일
    14.03.09 22:37
    No. 5

    그림에 대한 이해가 각자 자기들의 생각이자 삶이네요 그걸 이렇게 보여주는게 신선하고 재밌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파랑구름
    작성일
    14.03.10 00:09
    No. 6

    번외편인가요? 캐릭터들 성격이 잘 들어 나네요. 란의 감상평도 듣고 싶은데.. 란은 조 그림울 어떻게 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가는바람
    작성일
    14.03.10 02:20
    No. 7

    그러니까... 클랜디스가 에드리언을 끌어내리려 하고, 샤를리즈가 대신 희생하는 건가요 ㅠ.ㅜ? 그리고 질투하는 프리실라가 클랜디스를 돕는 걸까요? 안 돼에에에 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가는바람
    작성일
    14.03.10 02:22
    No. 8

    아... 칠흑의 꽃 ㅠㅠㅠ 제목이 너무 슬퍼요 ㅠ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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