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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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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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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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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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17막. 어떤 음모.

DUMMY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이건 그냥 맛보기로 던진 얘기였어요. 당신도 이제는 내 일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게 되었으니, 내 생각과 이상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런 긴 이야기를 하기에는 오늘 시간이 너무 없네요. 약속이 있어서.”


“감칠맛 나게 하시겠다? 어쩌죠? 난 상인이라 그런 것에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데.”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호기심이 생긴 모양인 것 같은데요?”


“흥.”


말도 안 된다는 듯 샤를리즈가 코웃음을 쳤고, 란은 피식 웃은 뒤 일어났다. 그리고는 적당한 작별을 고한 뒤 그대로 일어난다. 그 뒷모습을, 샤를리즈는 빤히 바라본다. 자신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저럴 땐 칼 같다니까. 뭐, 그런 점은 마음에 들지만. 샤를리즈는 생각했다.


한 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 자신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서 대의를 그르치는, 그런 모습을 바라는 여자 따위 세상에 프리실라 하나만으로 족하다고. 만일 자신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간, 그 때는 곧장 이 일에서 발을 빼고 선왕의 측근들에게 고해바쳐야지. 그것이 자신에게도 에드리안에게도 좋은 일이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샤를리즈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란이 간 이상 자신도 이 곳에 더 이상 볼일은 없었다. 남은 자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란이 앉았던 자리를 보았는데, 시릴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했던가?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샤를리즈는 자리를 떠나며 생각했다.


설령 그만큼 대단한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제 목숨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 있으니 그런 것에 휘둘릴까?


“샤를리즈 님!”


건물을 나오자마자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샤를리즈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부터 뛰어온 것일까? 드물게 숨을 헉헉거리는 에단의 모습에 샤를리즈는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 * *






안 그래도 흉흉했던 그라니우스는 작은 그라니언 도련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에게 습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에 더욱 흉흉해졌다. 비록 많은 기사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드리안 드 그라니언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리들은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고, 그나마 생포된 일부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리안이 정신을 잃은 지 4일이 지났을 무렵, 수도에 있는 그라니언 가문의 모녀가 쾌유를 바란다며 무언가를 보내왔다.


그에 대노한 공작은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어딘가에 버려버렸다고 했다. 그를 본 하인들은 ‘아무리 친자식이 아니라지만 너무하지 않는가?’라는 둥 불만을 표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나서도 에드리안은 완전히 일어나지 못했다.


하루 중 대부분을 자는데 시간을 보냈고, 깨어 있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뿐이었다. 그 맘 때 쯤,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아가씨가 그라니우스에 도착했다.


“에드리안은요?”


그 아가씨가 도착하자마자 앨런에게 한 말이었다. 여전히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있는 시간이 더 긴 에드리안이었기에 앨런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에 샤를리즈의 굳게 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그럼에도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거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 슬픔보다 더한 감정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샤를리즈가 물었다.


“그럼 에드리안을 그렇게 만든 놈들의 배후는요?


그 질문에도 앨런은 답하지 못했다. 그에 샤를리즈는 이를 으득 갈고는 한숨을 내쉰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앨런에게 퍼붓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참는다는 듯이. 대신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말한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네요. 에드리안이 그 지경이 된 것도 화가 나 죽을 맛인데 범인도 아직 찾지 못했다고요? 내가 지금 너무한 걸 요구하는 건가요? 이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이정도도 못해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아실 텐데. 각하는요?”


샤를리즈가 최후의 보루인 ‘각하 카드’를 꺼내자 앨런은 한숨을 내쉰다. 사실 지금의 대노한 샤를리즈를 두고서도 이렇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일주일 내내 공작에게 들들 볶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앨런은 저도 모르게 욱하는 심정으로 말한다.


“아가씨와 똑같은 상태시죠.”


“흥. 일이 진행되는 상황 때문에 각하께서는 천하태평인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닌가보네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제가 알 바 아니고요. 어딨어요, 에드리안은?”


“따라오시지요.”


앨런이 앞장서서 걷자 샤를리즈는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그를 따라간다. 그리고는 제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우리 쪽도 알아보고 있어요.”


“얻으신 건 있으십니까?”


“거의 없어요. 그라니우스에서 일이 벌어지고 나서는 곧장 덮으려고 안간힘을 썼잖아요. 덕분에 저도 에드리안이 다쳤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고요.”


“그 때만 하더라도 에드리안 도련님이... 정말로 잘못 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씨가 마른 가문이 아닙니까? 혹시나 에드리안 도련님마저 잘못되신다면 그라니우스는 입지가 애매해지죠.”


그 말에 샤를리즈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혹시나, 혹시나 에드리안이 잘못 되었다면 이 가문이 프리실라에게 넘어가는 꼴을 눈 뜨고 바라만 봐야했을 것이다. 사실은 본가의 자식도 아닌 그 프리실라에게 말이다.


그리고 조만간 그라니우스를 둘러싸고 크로이츠 왕가와 스니케드 왕가간의 다툼이 일어나겠지. 그건 상상만 해도 피곤한 일이다. 샤를리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에드리안의 습격을 최대한 덮으려고 한 것은 옳은 일이었으니까.


그것이 비록 범인을 잡는데는 방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짜증나는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방입니다. 본래라면 도련님의 방에 계셔야겠지만 워낙에 흉흉한지라 따로 방을 다시...”


그에 샤를리즈는 새삼 방문을 바라본다. 확실히 이곳은 이 가문을 이을 단 하나뿐인 도련님이 묵을 만한 방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놓고 습격을 한 무리들이 있는 상황에서 호화스럽고 눈에 띄는 방에 에드리안을 둘 수는 없었을 테지. 샤를리즈는 고개를 끄덕인 뒤 문고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들어가기 전에 입을 연다.


“알아요. 무슨 의도로 이런 작은 방에 에드리안을 넣어둔 건지는. 그리고 불안할 만하죠. 우리 쪽에서도 믿을만한 사람을 에드리안에게 붙일 거예요. 그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그라니언 가의 사병들은 믿지를 못하겠어요.”


“...그 정도는 각하께서도 윤허하시겠지요.”


“그러든 말든 상관 안 해요. 그라니언 가문의 기사들 가운데 에단을 이길 자들이 있던가요? 반대하신다 하더라도 강행할 거니까 그리 아세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말했다는 걸 일러바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시고요.”


샤를리즈가 톡 쏘아 붙이듯이 말하고는 방문을 재빨리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샤를리즈는 인상을 찌푸렸는데 방안을 가득 매우는 지독한 향 때문이었다. 아마도 다친 곳이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향을 지펴놓은 모양이었다.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샤를리즈로써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라니우스에서 오랫동안 행해온 전통과 다름이 없었기에 굳이 문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샤를리즈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린 뒤 침대로 다가간다. 몸조차 움직이기 힘든 것인지 베개와 침대 속에 푹 파묻혀 있는 에드리안은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이는, 뺨 쪽에 푸른 멍에 샤를리즈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에드리안의 곁에 앉아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위팔 쪽의 얕은 자상, 그리고 그 때문에 낙마라도 한 것인지 다리와 갈비뼈도 부러졌다고 했던가. 샤를리즈가 그토록 애지중지하게 키웠기에 상처 하나 없는 아이였다.


샤를리즈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져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재빨리 머리를 돌린다. 누군가? 에드리안이 죽음으로써 가장 이익을 많이 보는 사람은? 떠오르는 수 없이 많은 인물들을 추리고 추려, 순위를 정하고, 그들 중 누가 에드리안에게 직접 손을 뻗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하나 둘 씩 명단이 지워지고, 이윽고 모든 명단이 사라진다. 멍청하긴!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조건에 부합할만한 인물은 없다, 그녀가 아는 한. 그렇다는 것은 그녀조차 모르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 그러면 일이 굉장히... 번거로워지게 된다. 알아봐야 할 범위가 아주 넓어지게 되는 것이니.


안 그래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은데 이 일마저 알아볼 인력이 남아 있을까? 샤를리즈는 생각한다. 아니면 가장 덜 중요한 일이 뭐지? 항상 팽팽 돌아가던 샤를리즈의 머리가 유난히 느리게 돌아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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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제 17막. 어떤 음모. +5 14.08.06 468 20 10쪽
205 제 17막. 어떤 음모. +5 14.08.02 589 24 10쪽
204 제 17막. 어떤 음모. +5 14.07.31 493 19 10쪽
» 제 17막. 어떤 음모. +6 14.07.20 486 25 9쪽
202 제 17막. 어떤 음모. +13 14.07.13 660 24 10쪽
201 질문과 답변 & If +9 14.03.12 1,266 23 22쪽
200 여러 시선. +8 14.03.09 1,007 33 16쪽
199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2.23 746 26 7쪽
198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2.19 603 21 9쪽
197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8 14.02.15 544 25 9쪽
196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3 14.02.08 786 29 9쪽
195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9 14.02.04 635 28 9쪽
194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7 14.01.31 1,061 30 10쪽
193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6 14.01.26 755 33 11쪽
192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5 14.01.21 1,071 35 12쪽
191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1.15 786 30 12쪽
190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1.11 897 25 9쪽
189 제 15막. 협상 테이블. +4 14.01.06 822 24 12쪽
188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4.01.01 1,037 25 10쪽
187 제 15막. 협상 테이블. +7 14.01.01 1,081 26 8쪽
186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3.12.27 829 24 11쪽
185 제 15막. 협상 테이블. +4 13.12.24 711 25 12쪽
184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3.12.16 764 28 12쪽
183 제 15막. 협상 테이블. +3 13.12.11 739 18 10쪽
182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3.12.08 974 26 9쪽
181 제 15막. 협상 테이블. +3 13.12.05 1,061 29 10쪽
180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10 13.12.01 967 29 10쪽
179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4 13.11.17 795 28 10쪽
178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4 13.11.10 989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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