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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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최근연재일 :
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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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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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질문과 답변 & If

DUMMY

안녕하세요, 무서입니다. 칠흑의 꽃이 벌써 200화를 넘었네요... 본래는 150화를 끝으로 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늘어나버렸을까요!

늘어난 데 가장 큰 원인은 아마 클라우스 드 그라니언, 즉 공작의 이야기를 풀어내느라였던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칠흑의 꽃은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는 샤를리즈 빈트뮐러의 삶을 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로맨스는 분명 있고,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네요.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가 언제 끝이 나냐고 질문하셨는데, 사실 로맨스가 이 이야기의 끝에 해당합니다. 이야기 구성 자체를


샤를리즈의 고뇌(신분과 여성에 의한)-샤를리즈의 가족사-샤를리즈의 연애사-???


이렇게 해두었습니다. ???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아마 제 생각에 이 이야기의 끝은 20막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2부... 2부도 있는데... 하... 2부는 짧게 5막~8막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꽤 많이 남았네요...


저는 본업이 작가가 아닌지라 자유연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재 주기가 짧을 때도 있고, 길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길 때는 굉장히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생업이 있는지라 어쩔 수 없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드리겠습니다.(조아라, 문피아 기준.)



Q. 샤를리즈의 첫사랑은 누군가요?

에단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본문에 언급될 일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외전으로 쓰겠습니다.)



Q. 여자가 예쁘게 꾸미고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눈치 못 챈 애드리안은 연애 혼일까요....?


에드리안의 경우, 샤를리즈가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이이기 때문에 샤를리즈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 외의 것들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답니다. 그래서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에드리안도 이상형은 있습니다. 다만, 신경을 못 쓸 뿐. 훗날 에드리안이 완전히 정서적으로 샤를리즈에게 독립을 한다면, 그 때쯤에는 연애를 할 수 있겠죠.(이미 누구와 이어질 지는 나왔지만요.)




Q. 샤를리즈는 공작가에 들어갈 생각이 아예 없는 건가요?, 샤를 어떻게 될까요?


‘돌이킬 수 없는’ 막에서 나타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군요.. 샤를리즈는 그럴 생각도 없고, 사실 그럴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에드리안은 남자여서 그나마 받아들여진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에드리안도 들어는 갔지만 다른 귀족들의 텃세가 심하고요.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막 이름 자체가 그 것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샤를리즈도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습니다. 훗날 무엇을 하게 될지는 앞으로 남은 막간에서 나올 것입니다. 다만, 이 소설은 로맨스가 주축이 아니기 때문에 샤를리즈가 단순히 남자(누군지는 잘 아시겠지만.)를 잘 만나서 호강한다는 내용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샤를리즈 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결말은 그 누구보다도 샤를리즈 다운 결말로 준비했으니 마음 편히 감상해주세요.^^




Q.에드리안은 샤를리즈가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양지로 올리고, 또 자신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부담감 같은 건 느끼지 않는 건가요?


에드리안도 사람인지라 부담감은 많이 느끼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신 또한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드리안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샤를리즈가 자신 때문에 고생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샤를리즈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고요. 그래서 에드리안은 샤를리즈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사생아이고, 자신보다 능력도 더 뛰어난 누이를 두고서도, 단지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에드리안이 더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샤를리즈가 에드리안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샤를리즈가 에드리안을 아주 온실 속의 화초로 키워서 여린 것도 있지만, 에드리안의 타고난 성격 자체가 그렇습니다. 그라니언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변종(?)입니다.



Q. .란은 그라니언공작등 자신을 도와줄 귀족들과 어떻게 만나게 된거죠?


본문 중에서 잠깐 언급이 된 적 있었는데, 란은 본래 자신의 어머니였던 클레어와 도망쳤으나 클레어가 죽임을 당한 이후 아사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블라레트 가문의 주인에게 발견되어 그에게 양육되었고, 그를 통해 자신을 도와줄 귀족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Q. 스토리상 이제 어느 능선까지 와있는지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거의 끝입니다. 전쟁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샤를리즈가 참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이러이러 했다, 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란이나 에단이 주인공이었다면, 나왔을 수도 있었겠네요.



Q.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클라우스와 란입니다. 클라우스는 이제 사정이 거의 다 나왔으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란은 정말로 맹세하건데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란의 챕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란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 점에 있어서 란에게 미안하네요. 하지만 향후 이야기 전개 방향에서 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그로 인해 그의 매력도 서서히 드러나리라 생각합니다.



Q. 200화까지 연재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이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 원탑인 이야기인지라 다른 캐릭터의 인기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도 다른 작가님들처럼 인기투표같은 것을 하고 싶은데... 이 소설은 압도적으로 1위가 정해져있는지라 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가끔씩 차기작을 구상할 때는 이번처럼 절대 주인공 원탑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무래도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 글을 취미로 쓰고, 본업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업이 바쁘면 연재가 힘듭니다. 정말로요... 그리고 현재 그런 상황입니다. 정말로 일주일에 2시간도 컴퓨터를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고,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지라... 그래서 한 달 반 정도 휴재를 본의 아니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흔적、님께서 부탁하신 글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쓰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네요.







if.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칼리의 외각에는 꽤 큰 저택이 있었는데, 그 저택의 사람들은 루타 출신이 아닌 것으로 유명했다. 그것이 유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루타는 나라 특성상 특이한 종교를 믿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주마다 있는 예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외국에서 온 주제에 자신들의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고 싫어할 만도 하건만, 이상하게 그 저택의 사람들은 인기가 좋았다. 그들이 꽤 부유했고, 이웃들에게 나눠줄 줄 안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역시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것은 그 집안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외모가 빼어나다는 것이었다.


“리즈!”


갈색 머리칼을 가진, 이제 막 30대 중반이 되었을 여자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막 차를 마시려고 찻잔을 든,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눈을 멀뚱하게 뜨고 여자를 바라본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 계집애, 어디 갔어요?”


“방에 있겠지. 아침부터 웬 소란이야? 마을 사람들 다 놀라서 뛰어 나오겠네.”


아주 태평하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여자는 잔뜩 인상을 굳힌 채 묻는다. 마치 경고하는 투로.


“말 돌리지 말고. 그 애 어디 있냐고요. 도대체가. 내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다니까. 이게 다 당신 탓이에요. 알아요?”


난데없이 불똥이 자신에게 떨어지자 남자, 클라우스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한다.


“거기서 내가 왜 또 나오는데?”


“항상 리즈만 싸고도니까 이러는 거 아녜요? 걔가 누굴 믿고 그렇게 망아지처럼 날뛰겠어요.”


“그건 아닐걸? 난 리안도 싸고도는데 리안은 안 그러는데?”


클라우스의 말에 뮤리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친다. 마을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딸을 싸고도는 주제에 아들을 싸고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오죽하면 ‘빈트뮐러’집안의 딸과 결혼하려면 아버지인 클라우스가 죽고 나서야 기회가 생긴다는 말이 마을에서 돌까!


“하. 리안을 리즈만큼이나 감싸고돈다고요? 당신이? 막말로 리안은 내가 더 싸고돌죠. 그러니까 그렇게 얌전하고, 착한 거라고요.”


그에 클라우스는 질린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잘났어. 하여튼 지가 제일 잘 났지. 저런 성격인 줄 알았으면 결혼하는 게 아니었어.”


“하! 나는 당신이 그런 성격인 줄 알고서도 낚였거든요. 누가 피해자일까!”


“나지. 어딜 보나.”


클라우스의 말에 뮤리에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그녀가 뭐라 쏘아붙이려던 찰나, 위층에서 책을 읽고 있던 에드리안이 그들의 다투는 소리를 듣고 내려온다. 이제 겨우 11살이면서 학자 분위기를 폴폴 내는 소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묻는다.


“또 싸워요?”


“누가 싸워. 내가 당하는 거지. 네 엄마한테 내가 대드는 거 본 적 있어?”


그에 에드리안도 뮤리에도 아무 말 하지않고, 그를 빤히 바라본다. 분명 에드리안은 클라우스를 닮았는데, 이상하게 저렇게 빤히 바라볼 때쯤이면 둘이 닮아서 괜히 가시방석이 된다. 그 눈빛을 끝까지 받아내려 한 클라우스는 이내 항복을 선언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인다.


“내가 죽일 놈이지.”


그에 뮤리에는 홱 고개를 돌리고는 어디론가 걸어가 버린다. 어색하게 남은 부자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린다. 클라우스는 읽고 있던 책으로 눈을 돌린 뒤, 이상하게 초조한지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에드리안은 아랫입술을 조금 비죽이더니 그의 옆에 앉아 묻는다.


“누나, 어디 갔어요?”


에드리안의 물음에 클라우스는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내가 어떻게 알아?”


“지금 아빠가 하는 행동들을 보세요.”


그에 클라우스는 초조하게 떨고 있던 자신의 다리를 의식하고는 멈춘다. 그리고는 쓸데없이 어른스러운 제 아들을 바라본다. 그의 집안, 누구도 저런 성격을 가진 이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저런 녀석이 태어난 것인지.


그가 아는 한, 적어도 그의 가문에서는 저런 이가 없으니 아마도 저건 외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가문에서 나온 것을 후회한다. 적어도 저런 녀석이 자신의 가문에 있었다면, 자신의 가문은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었을 텐데.


자신과 같이 괴짜같은 녀석이나, 알렉시스처럼 유약한 녀석이 아닌 저렇게 외유내강한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그라니언은 더욱 좋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클라우스는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가문이었고, 가지고 싶었던 평화로운 삶이었는데, 정작 이러한 삶을 살면서 가문에 있었을 적을 그리워하다니. 아무리 증오했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은 그라니언이었나, 싶어 눈을 깜빡이고는 말한다.


“걘 마을로 갔어.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자주 가더라. 뭔가 팔만한 것이 생각이라도 난 건지. 너도 알다시피 네 누나가 그쪽으로는 타고 나서. 그러고 보면 그것도 외탁을 한 거군. 짜증나게 날 닮은 건 하나도 없어.”


“뭐가요? 외모는 완전 아빠 판박이라서 엄마가 더 서운해 하던데...”


“그래봐야 이목구비는 네 엄마 닮았잖아.”


“뭘 그런 걸 가지고...”


한참은 어린 주제에 이해가 안된다는 듯 한숨을 폭 내쉬는 에드리안을, 클라우스는 기가 찬다는 듯 바라보더니 차를 홀짝 마신다. 도대체 저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겐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려는데 에드리안이 말한다.


“그런데 용케도 마을에 혼자 보내셨네요?”


“용케도라니? 마을에 뭐 있기라도 하냐?”


“일전에 아빠를 찾으러 왔다던 용병이요. 누나가 그 용병을 졸졸 쫓아다니잖아요. 몰랐어요?”


“뭐가 어쩌고 어째?”


평온하던 클라우스의 표정이 급속도로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서 나갈 차비를 한다. 그제야 에드리안은 그 사실을 클라우스가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은 꽤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연해진다. 이럴 때 엄마는 또 어딜 간 건지.



클라우스가 옷을 입고 에드리안을 바라보자 에드리안은 기다렸다는 듯 따라 나선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클라우스는 불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해 노발대발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체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에드리안이 가서 말려야 하는 것이다.





* * *





“오늘도 말 안 해줄 거야?”


붉은 머리칼을 하나로 묶은, 꽤 예쁘장하게 생긴 계집애가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크고 빼빼마른, 회색 머리칼의 남자를 쫓아가면서 묻는다. 그러자 남자는 잔뜩 굳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말한다.


“그만 좀 쫓아다녀라. 힘들지도 않나?”


“당신이 더 힘들어 보이는데? 귀찮으면 그냥 말해주면 되잖아. 왜 우리 아빠를 찾으러 온 건지, 우리 아빠가 다른 대륙에서는 뭘 하는 사람이었는지. 딸로써 여간 궁금한 게 아니거든.”


그에 남자는 한숨을 쉰다. 다른 대륙의 왕국, 크로이츠에서 돈을 받고 온 루타.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모종의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해 그라니언 가에서 내려온 임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가문의 부인의 부탁으로 그라니언 가의 본래 주인을 찾아달라는 명령.


수소문 끝에 비슷한 외형을 가진 자를 만났고, 분명히 그는 그라니언 가의 본래 주인이었지만, 이상하게 계속 잡아떼고 있었던 터라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찾기 위해 칼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의 딸이라는 계집애가 이렇게 졸졸 따라다니니 일도 할 수 없고, 원. 그렇다고 확실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말할 수도 없어 떼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말은 또 얼마나 쫑알쫑알 많은지.


“생각해보면 이상한 게 많아. 외국인이면서 이곳에 정착할 만큼 돈도 많고, 아빠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게 똑똑하기까지 하거든. 그러면서 생활력은 없어요. 뭐랄까, 높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그런 지식이 많달까? 반면, 우리 엄마는 전형적으로 생활력 강한 여자거든. 이게 영~ 냄새가 난단 말이지.”


“너는 내가 무섭지도 않나?”


쫑알거리던 샤를리즈에게 남자가 묻는다. 그러자 샤를리즈는 눈을 깜빡이고, 그를 바라본다. 갑작스럽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서. 샤를리즈는 분명 나이에 비해 꽤 영특하고 재치 있는 소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샤를리즈의 아버지는 정말로 샤를리즈를 애지중지하게 키웠고, 그래서 힘든 일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가씨로 자랄지도 모르는, 그런 소녀였다. 그래서였을까? 샤를리즈는 뭐 그런 이상한 질문을 하냐는 듯 어이없이 웃으며 말했다.


“왜 무서워해야 하는데? 당신은 분명 용병이고, 검을 들고 있지만, 여태까지 날 해치려 한 적은 없었잖아. 그리고 당신, 좋은 사람 같아. 게다가 내가 알고 있기로 여기 칼리에는 나쁜 사람들이 없어.”


“멍청한 소리. 사람은 가면을 쓰기 마련이지. 네가 만난 사람들이 모두 착한 사람이라는 건 착각이야. 어쩌면 네 집안이 좋아서 다들 잘 보이려고 가식적으로 구는 걸지도 모르지. 네 신분이 낮았거나, 집안이 별 볼일 없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다. 헐뜯고, 너를 짓이겨 밟았겠지. 너는 꽤 똑똑하니, 더 그랬을 거야.”


남자의 시니컬한 말에 샤를리즈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은 그렇지 않아.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본 적 없으니까. 어쩌면 당신 말대로 난 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애일지도 모르지. 세상에서 날 가장 예뻐해 주는 우리 아빠와 잔소리는 심하지만, 그래도 내가 잘 되라고 걱정해주는 우리 엄마. 그리고 상냥한 동생까지 있으니. 그런 세상에서 사는 게 나이니까 내가 보는 세상도 행복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 거겠지.”


심호흡을 한 뒤, 샤를리즈는 입을 뗐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행이야. 당신이 말하는 세상에서 내가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런 세상에서 내가 살았다면, 난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워서 미쳐버렸을 지도 몰라.”


“흥.”


그 속편한 말에 남자는 코웃음을 친다. 그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그들의 뒤에서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린다.


“야!”


둘은 고개를 돌렸고, 둘의 표정은 정 반대로 바뀌었다. 남자의 표정은 마치 악마라도 만난 것처럼 일그러졌고, 샤를리즈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보고 싶었던 사람을 본 사람처럼 환하게 빛난다. 샤를리즈가 먼저 외친다.


“아빠!”


샤를리즈의 외침에 클라우스는 성큼성큼 다가와 샤를리즈를 자신의 뒤로 빼 낸 뒤, 잡아먹을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말한다.


“어디 할 일이 없어서 남의 귀한 집 딸이랑 돌아다녀?”


“말은 똑바로 하시지. 댁의 딸이 날 쫓아다니는 거니까. 딸 간수나 잘해.”


“뭐가 어쩌고 어째? 너나 크로이츠로 돌아가. 망할 놈의 크로이츠 인들. 그 놈들은 꼴 보기도 싫어.”


“본인도 크로이츠 인이란 건 잊은 모양이군.”


남자의 빈정거림에 클라우스의 표정은 더 이상 일그러질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러자 에드리안이 조심스럽게 그의 옷자락을 잡는다. 누가 봐도 몸싸움으로 가면, 클라우스가 질 것이 뻔했으니까. 반면, 샤를리즈는 눈을 빤짝이며, 그들의 싸움을 구경한다.


“아무튼 돌아가. 난 내 입장을 표명했으니. 네가 찾는 이는 내가 아니고, 설령 내가 맞다 하더라도 가지 않을 테니까. 네 놈의 말을 들으니 그 곳은 지옥이야. 거길 가느니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낫지. 가자, 저런 이름도 없는 놈하고 놀지 말고.”


클라우스가 고개를 홱 돌리며 자신의 자녀들을 끌고 간다. 그러자 에드리안이 조용히 중얼거린다.


“에단. 저 사람 이름이요. 에단이에요.”


“알고 싶지도 않거든?”


“허? 뭐야. 너한테는 이름 가르쳐줬어? 나한테는 안 가르쳐 주던데?”


“그게 도대체 왜 궁금한데? 그리고 저런 말라깽이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넌 뽈뽈 쫓아다녀? 세상 무서운 것 모르고.”


“왜? 재밌잖아. 거기다 난 외국인은 처음 보는 걸. 궁금하기도 하고. 거기다 꽤 잘생겼어, 저 사람.”


“이런 미친. 너도 외국인이고 저거 엄청 이상하게 생겼거든? 도대체 네 엄마는 널 어떻게 교육 시켜서... 하여튼 넌 일주일간 외출 금지인 줄 알아라.”


“뭐? 그게 뭐야!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아빠가 저 사람 싫어한다고 그러는 게 어딨어?”


“여기 있어.”


샤를리즈의 안달난 목소리를 칼같이 자른 클라우스는 앞서서 걸어간다. 어차피 일주일동안이나 집 안에 잡아둘 생각은 없었다. 그저 주의를 줄 생각일 뿐. 어차피 집에 돌아가 샤를리즈가 작정하고 매달리면 결국 일주일에서 삼일로, 그리고 하루로 줄어질 터이다.


그것이 그의 아내의 불만이었고, 그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클라우스였지만 정작 그는 그것을 개선할 생각이 없었다. 굳이 개선할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태가 가장 행복했으니까. 클라우스는 옆에서 칭얼거리는 딸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하늘을 바라본다. 이제 막 노을이 지는, 루타의 하늘은 항상 아름다워서 꿈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로 그는, 행복했다.





* * *






반짝 눈을 뜬 클라우스는 멍하게 눈을 깜빡인다. 매일 아침 바라보았던, 짙은 갈색으로 칠해진 자신의 방 천장이 이상하게 낯설다. 클라우스는 그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렇게 저 천장이 낯선 것은, 방금 꾼 꿈이 실제이고 지금 자신이 있는 세상이 꿈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자신은 지금 길고도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래, 그런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클라우스는 다시 눈을 감는다. 부디 다음에 눈을 떴을 때에는 다시 행복한 현실로 돌아가길 바라며. 하지만 눈을 뜨자 여전히 짙은 갈색의 천장이 그를 반긴다. 그제야 그는 현실을 실감하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손에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가린다. 그의 손아래에서 눈물이 흐른다.


‘있지, 방금 꾼 그 꿈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야. 수 백, 아니 수천의 사람을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면 기꺼이 그리 할 것이고, 전 생을 다 바쳐서 증오했던 올리비아를 사랑해야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 거야.’


겉으로는 결코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속으로, 수 십 년 전 죽은 그의 연인에게 말한다. 그러나 이미 죽어버린 그의 연인이 그 말들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그의 소망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클라우스는 그 사실을 잘 아는 이였다.


작가의말

한달 반만 쉬고 돌아오겠습니다.(사실 쉬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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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의 꽃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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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제 17막. 어떤 음모. +5 14.08.06 468 20 10쪽
205 제 17막. 어떤 음모. +5 14.08.02 589 24 10쪽
204 제 17막. 어떤 음모. +5 14.07.31 493 19 10쪽
203 제 17막. 어떤 음모. +6 14.07.20 485 25 9쪽
202 제 17막. 어떤 음모. +13 14.07.13 660 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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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여러 시선. +8 14.03.09 1,007 33 16쪽
199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2.23 745 26 7쪽
198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2.19 603 21 9쪽
197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8 14.02.15 544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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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9 14.02.04 635 28 9쪽
194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7 14.01.31 1,061 30 10쪽
193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6 14.01.26 755 33 11쪽
192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5 14.01.21 1,071 35 12쪽
191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1.15 785 30 12쪽
190 제 16막. 왕을 위한 촌극. +4 14.01.11 896 25 9쪽
189 제 15막. 협상 테이블. +4 14.01.06 822 24 12쪽
188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4.01.01 1,036 25 10쪽
187 제 15막. 협상 테이블. +7 14.01.01 1,081 26 8쪽
186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3.12.27 828 24 11쪽
185 제 15막. 협상 테이블. +4 13.12.24 711 25 12쪽
184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3.12.16 764 28 12쪽
183 제 15막. 협상 테이블. +3 13.12.11 738 18 10쪽
182 제 15막. 협상 테이블. +5 13.12.08 974 26 9쪽
181 제 15막. 협상 테이블. +3 13.12.05 1,061 29 10쪽
180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10 13.12.01 966 29 10쪽
179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4 13.11.17 795 28 10쪽
178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4 13.11.10 989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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