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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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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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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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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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르노 전차

DUMMY

그 당시 대다수의 조종사들은 영웅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미하엘은 보병으로 참호에서 지내다가, 조종사가 되면 밥도 잘 먹을 수 있고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다는 소문에 조종사로 지원했던 것 이다. 미하엘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보병 하는 건데!’


미하엘은 두려움을 애써 숨기며 동료들에게 억지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빨리 촬영만 하고 오면 된다..빨리 찍고 튀자..’


철십자기가 그려진 정찰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미하엘은 고개를 빼서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마치 절대적인 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보병 시절에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서 돌격을 하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짜릿함이 있었다. 포격이 시작될 때마다 참호 대피호로 뛰어 들어가 귀를 막아야 하는 무기력한 보병 시절과 지금은 엄연히 달랐다. 이제는 미하엘이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좌우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 것 이었다.


“나도 어엿한 독일의 파일럿이야! 꼭 이번 임무를 완수하고 훈장을 받겠어!”


이 때, 영국군 청음병, 루니는 엄청나게 커다란 나팔 모양의 기구가 여러 개 달린 청음기를 이용해서 독일 정찰기가 날라오는지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 거대한 청음기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이었지만, 루니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비장한 각오로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불쾌한 것은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서 다른 병사들이 똥 싸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것 이었다. 루니는 귀에는 청음기, 눈에는 특이한 안경같이 생긴 확대경을 끼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독일놈들은 전서구를 보냈다..조만간 정찰기를 보낼 가능성도 높다..’


그 때, 독일군 정찰기가 공기를 가르며 비행해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우우우웅 위이이잉


루니가 외쳤다.


“정찰기다!!정찰기야!! 1시 방향!!”


영국군은 비상사태가 걸렸다.


“저 망할 독일 놈을 반드시 격추시켜야 한다!”


영국군들은 미하엘의 정찰기를 향하여 폼폼포를 발사했다.


펑!펑!펑!펑!펑!


폼폼포가 발사될 때마다, 하늘에는 시커먼 팝콘 같은 연기가 여기저기서 피어 올랐다. 한 영국 기관총 사수는 미하엘의 정찰기를 향해서 기관총을 발사했다.


드드득 드드드득


영국군들은 소총이랑 권총까지 동원해서 하늘에 있는 미하엘의 정찰기를 향해서 쏘아대기 시작했다.


탕! 타앙! 탕!


근처에서 폼폼포 포탄이 터지자, 미하엘은 오줌을 지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악!!으아악!!”


수많은 영국군이 미하엘의 정찰기를 향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폼폼포는 멈추지 않고 펑펑 소리를 내며 하늘에 계속해서 시꺼먼 포탄을 발사했다. 독일군이 쌍안경, 잠망경 등으로 하늘에서 검은 팝콘이 튀겨지는 것을 구경했다.


“미하엘! 힘내!”


“사진만 찍으면 된다고!”


미하엘은 벌벌 떨며 카메라를 손으로 꺼내어 영국군이 있는 쪽의 사진을 촬영했다.


찰칵!찰칵!


하늘 위에서 한 손으로 카메라를 내밀고 사진을 찍는 것은 엄청나게 아슬아슬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높이 올라가니 추워서 손가락이 저려서, 자칫하다간 카메라를 떨어트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찬 바람은 무섭게 얼굴을 때렸고, 이러다가 조만간 동상에 걸릴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산소가 부족해서 손가락과 발가락의 감각도 무뎌지는 것 같았다.


“젠장! 존나 추워!”


그 순간, 미하엘의 정찰기 근처에서 포탄이 터졌다.


쿠과광!


“으악!”


미하엘은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카메라를 떨어트리지 않았다.


“허억..이 정도면 됐어..”


미하엘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선회하였다. 밑에서는 계속해서 기관총 소리와 폼폼포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은 짜부가 될 지경이었고 저산소증 때문에 입술은 시퍼렇게 변했고, 어지럽고 두통까지 왔다.


“허억..허억..”


점점 숨이 가빠졌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미하엘은 조종에 집중하며, 훈련 받았던 대로 억지로라도 숨을 쉬려고 애를 썼다.


“읍! 하~ 으읍! 하~”


‘집중..집중해..’


계속해서 영국놈들은 폼폼포를 쏘아댔다.


펑! 펑! 펑! 펑!


독일 병사들은 모두 미하엘의 정찰기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외쳤다.


“빨리 오라고!”


“카메라 떨어트리면 죽을 줄 알아!”


“멍청한 새끼야! 좀 멋들어지게 비행 좀 하란 말야!”


미하엘의 정찰기는 누가 봐도 어설프고 소심하게 비행하고 있었다. 정찰기가 하늘에 남겨지는 궤적마저 찌질해 보였다. 그 때, 미하엘의 정찰기보다 조금 앞 부분에서 시꺼먼 포연과 함께 폼폼포 포탄이 터졌다.


쿠과광!


독일군이 모두 침묵하였다.


“안돼..”


하지만 잠시 뒤, 시꺼먼 포연을 뚫고 미하엘의 정찰기가 튀어 나왔다.


“와아!!”


“좋았어!”


한스와 전차병들도 모두 환호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는 전쟁에서 점점 항공기의 중요성이 커지겠군..그렇지만 조종사는 고급 인력인데도 불구하고 수명이 너무 짧아..낙하산을 배급해주고, 혹시나 격추될 경우 장갑차로 신속하게 구조하는 방식으로 귀한 인력을 아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미하엘은 많은 환영을 받으며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미하엘은 카메라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대단해!!”


병사들은 다시 미하엘을 헹가래쳤다. 미하엘은 자신이 임무를 완수한 것이 너무 기뻤다.


‘내가 해냈어! 이제 나도 명실상부한 독일의 파일럿이야!’


그 때, 한 장교가 다가와서 미하엘을 칭찬하며 말했다.


“대단하네! 자네같이 용감한 병사들이 열 명만 더 있다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가 될 걸세!”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도 자네한테 정찰 임무를 맡기겠네!”


미하엘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다..다른 제 동료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장교가 미하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지금 매우 급박한 상황이고 이 곳이 중요한 거점인 것은 알고 있나? 놈들은 앞으로 정찰기만 보면 격추시키려고 기를 쓸 걸세. 그러니 자네같이 실력이 뛰어난 파일럿이 정찰 임무에 나서야 하네!”


미하엘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안돼!!’


한편, 장교들은 미하엘이 촬영한 화질이 엄청나게 구리고 알아보기 힘든 사진을 보며 지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스 파이퍼도 베르너 대위의 명령에 의해 같이 사진을 분석했다. 톱니바퀴 모양으로 패여 있는 참호를 하늘에서 찍은 사진은 마치 고대 유적지 같았다.


“아..아니..이것은?”


하늘에서 촬영된 전차는 아주 작은 성냥갑처럼 보였지만, 한스는 한 번에 그 전차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전차들 옆에는 곡선으로 이리저리 궤도 자국이 남아 있는 것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이게 모두 몇 대야?’


베르너 대위가 그 사진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놈들이 작정을 했군..”


그 흑백 사진 속에는 영국군의 마크 전차 32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스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빌어먹을! 시가지도 아니고 전차 32대랑 어떻게 싸워!’


그 때, 전령이 와서 베르너 대위에게 편지를 전해주었다.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르노 전차 7대를 노획했다는군!”


“그..그것이 정말입니까?”


“궤도가 고장 나서 버려진 르노 전차를 재생공장에서 수리했다고 하네!”


한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올랐다.


‘르노, 마크, A7V를 각각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어떤 대형이 좋을까!’


그런데 다음날, 르노 전차를 운반해오다가 궤도가 모두 고장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스가 울분을 터트렸다.


“젠장! 그럼 그렇지!”


이 때, 한스의 머리 속에는 생각이 한 가지 떠올랐다.


‘어차피 영국놈들도 조만간 공격해 올 것이 틀림없다..그러면 방어용으로라도 톡톡히 써야지..’


한스는 베르너 대위를 찾아가서 건의를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베르너 대위가 중대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한스가 가보니, 베르너 대위는 근엄한 표정으로 중대원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중대장은 실망했다!”


병사들은 모두 기가 죽은 표정으로 서 있었고, 베르너 대위가 말을 이었다.


“부상당한 포로를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은 내 중대에서 용납할 수 없다! 혹시 이 일에 대해 아는 자 있나?"


베르너 대위는 사실 포로가 공격 당하건 말건, 나중에 포로교환용으로 살아있기만 한다면 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병사들에게 엄포를 놓는 것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함이었다. 베르너 대위는 굳이 이번 사건의 범인을 알게 되더라도 처벌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베르너 대위는 포로 교환용으로 해리를 치료하라고 명령은 내렸지만, 영국 포로에 대해서는 아무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던 것 이다. 이런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물어보면, 그 어떤 병사도 고자질을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에 베르너 대위는 이 자리를 자신의 위신을 높이는 용도로만 사용한 것 이다.


한스는 슬쩍 해리를 폭행했던 요하임, 하인리히, 베른트를 보았다. 그들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는 애초에 이런 귀찮은 일에 끼고 싶지도 않았고, 고자질을 하면 보전 협동 전술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한스가 안심하라는 듯 그들을 보며 고갯짓을 했다.


‘어차피 저 자식들도 반성하고 앞으로는 그런 짓 못하겠지..’


요하임, 하인리히, 베른트는 한스가 고자질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깟 영국놈 뒤지게 패던 말던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베르너 대위의 이야기가 끝나고, 한스는 베르너 대위에게 가서 궤도가 고장 난 르노 전차의 사용에 대해 제안하였다.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우리는 지금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야 하는 처지인데, 아무리 궤도가 고장 났지만 귀중한 전차를 그렇게 쓴다고? 그냥 재생 공장에 부탁해서 한 번 더 수리를 하는 것이 어떤가?”


한스가 베르너 대위에게 무언가 더 건의하자,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흐음···괜찮은 생각이군..”


베르너 대위는 한스의 건의를 받아들였지만, 몇 병사들은 한스 파이퍼의 이 작전에 정신 나갔다는 평가를 하였다.


“한스 파이퍼 중사, 그 사람 전차 속에 들어가서 혼자 중얼거린다는 소문이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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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삽화는 청음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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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신호기 +11 21.02.08 1,373 39 11쪽
156 생매장 +9 21.02.07 1,395 37 11쪽
155 다이브 +19 21.02.06 1,414 34 11쪽
154 영국 군의 공격 +11 21.02.05 1,478 47 12쪽
153 오스카 바르크만 이등병 +7 21.02.04 1,470 46 11쪽
152 독일의 영웅 +11 21.02.04 1,591 46 12쪽
151 진정한 병사 +7 21.02.03 1,442 42 11쪽
150 하늘을 보다 +13 21.02.02 1,462 56 11쪽
149 새 전차 +15 21.02.01 1,563 46 11쪽
148 뺏고 뺏기기 +18 21.01.31 1,503 50 11쪽
147 트렌치 나이프 +15 21.01.30 1,559 50 11쪽
146 하늘의 사신 +15 21.01.29 1,507 49 11쪽
145 살의 +15 21.01.28 1,555 50 11쪽
144 에이스 +17 21.01.27 1,595 47 11쪽
143 마지막 전쟁 +16 21.01.26 1,645 51 11쪽
142 호기심 +16 21.01.25 1,550 49 11쪽
» 고장 난 르노 전차 +19 21.01.25 1,638 52 11쪽
140 전서구 +12 21.01.24 1,621 51 11쪽
139 강제 휴가 +21 21.01.23 1,689 52 11쪽
138 대결 +11 21.01.23 1,513 51 11쪽
137 탈출 +11 21.01.22 1,528 49 11쪽
136 도망자와 도망자 +13 21.01.21 1,550 49 11쪽
135 한 모금 +6 21.01.20 1,556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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