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앵 전투 II
한스의 티거는 콜린스 중위의 마크 VIII 전차의 포가 닿지 않는 곳에서 관측창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마크 VIII에서 하도 기관총을 긁어대서 독일 보병들은 가까이 가지 않고 주변 건물만 점령하고 있었다.
‘어쩌면..저 신 전차가 조만간 내 손아귀에..’
헤이든이 한스를 보며 외쳤다.
“놈에게 포를 쏠 수 있도록 위치를 옮길까요?”
한스는 헤이든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뭐라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기다려!!놈들이 항복할 수 있다!!”
마크 VIII의 라이언이 울부짖었다.
“완전히 포위되었습니다!! 항복해야 합니다!!”
그 때 콜린스 중위가 관측창으로 티거가 빼꼼한 채로 이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엘리엇이 울부짖었다.
“으아악!!!”
콜린스 중위가 외쳤다.
“놈들에게 전차를 노획 당하느니 자폭한다!!”
“넵???”
마크 VIII의 조종수가 울부짖었다.
“안됩니다!!”
엘리엇이 울부짖으며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었다. 콜린스 중위는 엘리엇의 면상에 주먹을 갈기고 권총을 뺏았다. 그러자 엘리엇은 계속해서 기관총을 난사하며 난동을 피웠다.
“우와와!! 죽을 거면 당신만 죽어!!”
잠시 뒤, 마크 VIII의 해치가 조심스럽게 위로 흰색 깃발이 올라왔다. 건물 위에 자리잡은 독일 감적수가 중얼거렸다.
“저..저 자식들 항복하는데?”
감적수 옆에 있던 저격수는 해치를 겨눈 상태에서 가만히 대기했다.
“토미 놈들을 믿냐? 항복한 척 해놓고 수류탄 던질 수 있네!”
천천히 마크 VIII의 측면 해치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양팔을 벌리고 전차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격수는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아래에 있던 독일 보병들도 건물 1층의 창문으로 총을 겨눈 상태에서 탈출하는 전차병들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한 멍청한 보병이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까 고참이 붙잡았다.
“멍청한 자식!!기관총한테 뒤지고 싶냐?”
총 7명의 전차병들이 나오자, 그 때서야 1층에 있던 독일 병사들이 가서 전차병들을 포로로 잡기 시작했다. 한스가 이 광경을 보고 헤이든에게 외쳤다.
“됐어!! 우린 다른 쪽으로 가자고!!”
엘리엇은 양 팔을 머리 위에 얹은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똥오줌을 지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독일 보병들은 전차병들을 완전히 무장해체하고 수류탄이 없는지 샅샅이 뒤져 보았다.
“그냥 이 새끼들 죽이면 안 됩니까?”
“전차병들에게는 얻어 낼 정보가 많다!! 후방으로 끌고 가!!이봐!! 이 중에 누가 전차장이지?”
이 때, 건물 위에 있던 독일 저격수는 긴장을 풀지 않고 마크 VIII 인터내셔널의 해치를 살펴보았다.
“근데 한 전차에 전차병이 총 몇 명이지?”
쌍안경으로 자세히 광경을 살펴보고 있는 감적수가 중얼거렸다.
“전차마다 다르지 않나?”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쿠광!!콰과광!!!
마크 VIII 인터내셔널의 해치 위로 붉은 불꽃이 사정 없이 뿜어져 나왔다.
“시..시발!!!”
갑작스런 폭발에 독일군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마크 VIII 인터내셔널부터 멀리 도망갔다. 엘리엇, 라이언 등 탈출한 전차병들도 잽싸게 도망갔다.
“달려!!!”
마크 VIII 인터내셔널에서는 계속해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쿠궁!!콰광!!쿠과광!!쿠광!!
한스는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았다.
“젠장!! 빌어먹을!!”
그렇게 한스의 전차 중대는 시가지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각 쪽에서 적 전차의 시선을 끄는 틈에 독일의 오토바이 부대와 정예병들은 아미앵의 높은 건물들을 점령하는 식으로 천천히 영국군을 향한 포위망을 좁혔다. 큰 도로에서 독일 전차가 영국 전차의 시선을 끄는 사이, 양쪽 골목을 통해 날개를 펼친 것 마냥 오토바이 부대가 신속하게 질주해서 주변 보병들을 섬멸하였다. 영국군의 전차는 후퇴하려고 결심한 순간 이미 사방에서 독일군의 포위를 당하고 있었다.
영국 마크 V의 전차장 포드 소위가 한스의 전술을 간파했다.
“망할 보슈 자식들! 이봐!! 놈들과 교전하지 말고 안 쪽으로 들어가!!”
포수가 울부짖었다.
“다 끝났습니다!!놈들에게 포위당할 겁니다!!”
포드 소위가 포수의 귀에 대고 외쳤다.
“건물 구석구석에 우리 쪽 야포가 매복해 있어!! 놈들의 전차는 절대 시가지 안 쪽으로 들어오지 못한다!!신속하게 후방으로 탈출한다!!”
포드 소위의 말대로 독일 전차 부대 입장에서, 영국군이 여기저기 건물 안쪽에 야포를 숨겨뒀기에 시가지 안 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스가 저격을 감수하고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사방을 살폈다.
‘적 전차는 덩치가 커서 발견이 쉽지만 야포는 건물 안에 은폐가 가능하다 빨리 찾아야..’
쉬잇
휘파람 소리에 한스는 반사적으로 해치를 닫고 몸을 움추렸다.
쿠과광!!콰광!!
“으악!!!”
티거 우측에 포탄이 떨어졌고 포탄 파편과 흙먼지, 건물 파편 등이 티거 장갑을 우박이 쏟아지는 것 마냥 때렸다. 한스가 외쳤다.
“연막 발사하고 지그재그 기동해!!빨리!!루이스!!2시 방향으로 고폭탄 발사해!!”
지금 한스 중대의 전차들에는 한스의 건의로 만들어진 연막탄 발사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프란츠는 공포감에 똥오줌을 지리며 티거에 연막탄 발사기에 있는 연막 3개를 한꺼번에 발사해버렸다.
“우와와!!!”
루이스는 잽싸게 포탄을 장전하고 2시 방향으로 발사했다.
“고폭탄 장전!! 발사!!!”
퍼엉!!
헤이든은 포연으로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잽싸게 기동했다.
“우와와!!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쉬잇 쿠과광!!콰광!!
적군의 야포는 격파되지 않았고 한스의 전차 뒷부분에 포탄을 발사했다. 루이스가 다시 연막 속으로 포탄을 발사했다.
퍼엉! 쉬잇 쿠과광!!
하지만 연막으로 시야가 제한되고 기동하는 전차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스가 외쳤다.
“헤이든!! 계속 앞으로 전진해!!”
헤이든은 포연 속으로 보이는 길목 안으로 계속해서 전진했다.
쉬잇 쿠과광!!!
“으악!!!”
티거 뒤에서 폭발과 충격이 느껴졌고 한스는 엎어지면서 그만 코를 장갑에 박고 말았다.
“아악!!!”
한스의 코에서 코피가 줄줄 흘렀다. 천만 다행히도 티거는 길목 안으로 들어왔다. 한스가 헤이든의 등을 발로 밟으며 외쳤다.
“정지!! 루이스!!창문으로 고폭탄 발사!!”
퍼엉!
포신에서 회전하며 나온 포탄은 창문을 와장창 박살내고 건물 내부를 지나 다시 창문을 박살내고는 야포를 박살냈다.
쿠과광!!콰광!!
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헤이든의 오른쪽 어깨에 발을 올리며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전진하다가 우회전!!”
그 순간 한스는 정면 관측창을 통해 영국 보병들이 이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한스는 재빨리 막대형 수류탄을 들고는 그 쪽을 향해 던졌다.
쿠광!콰과광!!
“으아악!!!”
한스가 해치 위로 다시 머리를 내밀어보니 영국 보병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됐어!! 앞으로 계속 전진해!!”
그렇게 사람의 살점이 전면 장갑 여기저기 묻어 있는 티거가 연막을 뚫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한스는 관측창으로 주변을 둘러 보니, 참혹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독일 병사는 복부에 칼이 꽂힌 상태에서도 날카롭게 갈아두었던 삽으로 한 영국 병사의 목과 어깨 사이를 내려쳤다.
퍼억!
그 독일 병사는 칼을 뽑아내고는 한 손으로는 피를 막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앞에서는 한 영국 병사가 독일 병사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고 있었지만 잠시 뒤 목에 칼을 맞고 자신에 목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만지면서 점점 숨이 멎어 갔다.
한편 영국군들 사이에서는 독일군 전차부대에게 외곽이 완전히 포위당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후퇴해!! 빨리 후퇴해야 한다!!”
“보슈 놈들의 전차가 오고 있어!!”
결국 영국군 사령부에서는 후퇴 결정을 내렸다. 영국군의 식량, 탄약, 연료, 그 외 장비들을 운반하는 트럭, 군마, 구급차들이 줄을 지어 후퇴했다. 그 중에는 부상병을 찾거나 쪽지를 전달하는 전령견들도 있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포탄 소리, 총 소리에 말은 울부짖으며 반항했고 병사들은 애써 말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 순간, 양쪽 길에서 매복해 있던 독일군의 전차, A7V가 나타났다.
“으악!!”
쿠과광!! 콰광!!
히이잉!!!
개들은 쏜살같이 도망갔고 마차를 끄느라 미쳐 도망가지 못한 말들은 포탄 파편을 맞고 소름끼치게 울부 짖었다. 어떤 말은 마차를 끄는 상태로 돌진하다가 포탄을 맞고 머리가 날라갔다.
쿠광!!콰과광!!
한 영국 병사는 자신이 매일 직접 먹이를 주던 말의 옆에 몸을 은폐하고는 벌벌 떨었다.
“으흐극..으흑..”
말은 입에서 거품을 토하고 배에서는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영국 병사는 자신의 소총으로 말의 머리를 겨누었다.
타앙!
한편 독일군 포병은 아미앵 중앙을 향해서 모든 포격을 쏟아 부었다.
쿠광!!콰광!! 쿠과광!!
아미앵 성당 건축물에 있던 한 거대한 동상이 떨어지면서 달려가던 영국 병사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하얀색 동상이 피로 물든 채로 박살나서 땅에 놔뒹굴었다. 한 영국 병사는 얼굴에 파편이 꽂힌 채로 달려갔다.
한 영국 병사는 건물 잔해에 깔린 동료를 구해주러 달려갔다.
“조금만 기다려!!!”
쉬이잇
시한 신관이 있는 육중한 중폭탄이 날라오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잠시 뒤 건물 파편, 흙 먼지, 철모,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한스의 전차 중대와 독일 보병들은, 이렇게 포격을 할 것으로 미리 약속하고 있었기에 아미앵 가운데로 가지는 않고 외곽 쪽에서 전투를 하고 있었다. 전차병들은 혹시나 포병 녀석들이 잘못 포격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는데, 다행히도 중앙 쪽으로 정확히 포격을 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포병 녀석들 이번에는 정확하군..’
티거가 있는 쪽으로는 포격이 쏟아지지 않았음에도 이 엄청난 포격 소리는 전차병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헤이든은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아미앵 철도역 쪽으로 전차를 운전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한스가 자신의 전차병들을 격려했다.
“잘하면 놈들의 모든 물자를 노획할 수 있다!!”
삽화는 한스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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