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소문
프랑스군에서는 독일군의 대규모 전차 부대가 조만간 공격해 올 것 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보슈 놈들이 500대가 넘는 신형 전차로 조만간 파리를 공격할거라고 들었네!”
“마커너키 통조림이나 노획하는 녀석들이 무슨 자원이 있다고? 헛소문 아닌가?”
“거짓말일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은 아미앵에서의 패배 소식으로 인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프랑스 장성들 또한 잔뜩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프랑스의 파일럿 마흐땅 소위는 여느 때처럼 정찰을 나갔다. 그 때, 마흐땅 소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저건?’
마흐땅 소위는 잽싸게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탕! 탕! 탕! 탕! 탕!
독일의 대공포에서 불을 뿜시 시작했고, 하늘에서는 여기저기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하지만 마흐땅 소위를 공포에 질리게 한 것은 대공포가 아니었다.
‘이..이것을 빨리 알려야 한다!!’
마흐땅 소위는 우측으로 선회한 다음 최고 속도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계속해서 대공포 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이 사진은!!”
“독일 놈들의 전차 부대가 프랑스로 오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습니다!”
프랑스 6군은 마흐땅 소위가 촬영해 온 정찰 사진을 보고 모두 비상이 걸렸다. 그 흑백 사진 속에 찍힌 것들은 누가 봐도 독일군의 전차 부대였다. 족히 600대는 될 것 처럼 보였다. 프랑스군은 독일군 과는 달리 대전차 전술이 그닥 발달하지 않았다.
“소구경포와 독일군에게서 노획한 대전차 소총, 총류탄 사수 등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그 다음 선에는 박격포, 그 다음은 선에는 77미리 대포를 배치합시다. 전차가 접근해오면 소구경 포를 직사로 쓰면 생각보다 쉽게 놈들을 파괴할 수 있을 것 으로 보입니다.”
“대전차 지뢰와 대전차 호를 설치하면 녀석들을 한 곳으로 오도록 몰아세울 수 있고, 그 쪽에 포를 집중시키면..”
프랑스 6군은 급하게 모든 전선에 걸쳐서 독일군의 전차에 대비하게 위해서 대전차호를 파고 대전차지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신병들은 고참들에게 총류탄 사용법을 배우며 울상을 지었다. 도미니끄가 말했다.
“이거 효과가 과연 있을까요?”
“닥쳐라! 모두 같이 하면 전차 한 대 정도는 파괴할 수 있다!”
또한 프랑스군은 야간을 틈타 대전차호를 열심히 팠다. 필리쁘가 투덜거렸다.
“이거 얼마나 넓게 파야합니까?”
“최소한 4m는 파야 한다!!”
“이러다 저격총 맞거나 포탄 맞는 것 아닙니까? 모래주머니나 철판이라도 덧대고 파야 합니다!”
“그럴 시간 없어!!”
그 순간, 독일군 쪽에서 하늘을 향해 조명탄을 연달아 쏘아 올렸다. 이제 하늘은 대낮같이 훤해졌다.
“젠장!! 숨어!!!”
독일군 쪽에서부터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퓨웅 피우웅
“구덩이로 들어가!!”
쿠쿠궁! 콰광!!
뿐만 아니라 독일군이 있는 쪽에서 기관총이 번쩍거리며 불꽃을 뿜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포탄 구덩이 속에서 니꼴라가 울부짖었다.
“으아악!!아악!!”
고참 세바스띠앵이 외쳤다.
“이럴 시간 없다!! 계속 파라!!”
결국 프랑스군은 독일군의 포격과 기관총 속에서도 계속해서 대전차호를 팠다.
피우웅 퓨우웅
쿠과광!!콰광!!
다른 쪽에서 대전차호를 파던 동료들이 순식간에 조각조각나서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니꼴라가 비명을 지르며 대전차호 밖으로 뛰쳐나갔다.
“으아악!!우와왁!!”
세바스띠앵이 외쳤다.
“젠장!!돌아와!!”
드르륵 드르르륵
니꼴라는 다리에 기관총을 맞고는 쓰러졌다.
“으흐억!! 으하악!!”
필리쁘가 외쳤다.
“기..기다려!!”
필리쁘가 대전차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고참 세바스띠앵이 뒷목을 잡고 못 나가게 했다.
“같이 뒤지고 싶나? 파던 거나 파!!”
필리쁘, 세바스띠앵, 도미니끄는 계속해서 대전차호를 삽으로 팠다. 바람 빠지는 듯한 가느다란 포탄 날라오는 소리는 계속되었고 조명탄은 꺼지려고 하면 계속해서 쏘아올려졌다.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니꼴라의 울부짖는 소리는 무인지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살려줘!!나 맞았어!! 나 맞았어!!”
“저 시발 새끼 누가 아가리 좀 닥치게 해!!”
프랑스 병사들은 포탄과 기관총이 날아오는 와중에도 대전차호를 파고, 독일어로 ‘지뢰 조심’ 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을 꽂았다. 도미니끄가 외쳤다.
“지뢰 깔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소용입니까!”
세바스띠앵이 외쳤다.
“니 놈이라면 이런 표지판 있는 곳으로 지나가겠냐!!”
그 날 밤부터 시작된 포격은 며칠을 이어졌다.
피웅 쿠과광! 퓨우웅 콰과광!!
도미니끄가 외쳤다.
“젠장!! 제 총류탄이 물에 젖었습니다!!”
“시발..망할 보슈놈들..언제까지 하는 거야!!”
쿠과광!!콰광!!
그 후,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빨리 준비해!! 빨리!!”
프랑스 병사들은 모두 식은 땀을 흘리며 무장한채로 대기했다. 이제 이동 탄막 포격은 프랑스 뿐 아니라 독일, 영국까지 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포격이 지나갔을 때 바로 나와서 대기하지 않으면 포격을 뒤따라가고 있던 적군한테 순식간에 참호를 점령당하기 쉽상이었다.
필리쁘는 똥오줌을 지리며 세바스띠앵 몰래 참호 벽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으흐흑..윽흑..”
그렇게 10분 정도를 기다려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당연히 나타나야 할 독일의 정찰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왜..왜 안 오지?”
“정신 똑바로 차려!! 놈들은 방심할 때 온다!!”
그렇게 프랑스 병사들은 10분을 더 기다렸다.
“진짜 안 오는데?”
“뭐..뭐야??”
도미니끄, 필리쁘는 독일놈들이 공격해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뛸듯이 기뻐했다.
“사..살았어!!”
“안 싸워도 되는 거야!! 앜!!”
고참 세바스띠앵이 기뻐하는 도미니끄와 필리쁘의 철모를 한 대씩 쳤다.
“멍청한 놈들!”
‘보슈 놈들..무슨 꿍꿍이지..’
한편, 한스의 전차 중대는 프랑스 군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포병의 이동 탄막 뒤에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마르코의 마크 휘핏 전차, 애칭 마우스는 빠른 속도로 맨 앞에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마르코가 울부짖었다.
“젠장!! 이건 미친 짓이야!!”
에밋도 자신의 르노 속에서 울부 짖었다.
“프랑스 놈들이 병신도 아니고 여기 속겠냐고!!!우린 물자가 다 바닥났는데!!”
거너도 똥오줌을 지리며 외쳤다.
“중대 전체가 모두 포위될거야!! 이건 다 중대장 때문이야!!”
“놈들 정찰기라도 뜨면 우린 좆된다!!”
피우웅 쿠과광!! 콰광!!
헤이든은 식은 땀을 흘리며 티거를 앞으로 몰았다. 이동 탄막 때문에 온 사방이 뿌옇게 보여서 운전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군 포격은 정확하지 못해서 전차 부대 근처에 포탄을 떨구기도 했다.
피우웅 쿠과광!! 콰광!!
루이스 장갑에 코를 박고 코피를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이러다 다 뒤질 겁니다!! 포병 녀석들 너무 늦게 쏘고 있잖아!! 더 앞에 쏘라고!!”
한스가 외쳤다.
“이동 탄막이 너무 앞서 가는 것 보단 낫다!! 우리가 뒤쳐지면 이동 탄막이 지나간 이후에 프랑스 놈들이 모든 준비를!!”
그 때,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쿠광!!콰과광!!
한스 또한 티거 내부 장갑에 머리를 박았다.
쿵!!
“아아악!!”
한편, 제일 먼저 앞서가던 마르코의 마우스, 마크 A 휘핏 전차는 프랑스군의 교전 참호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붉은 남작의 날아다니는 서커스단이 집중적으로 프랑스 군의 포병대, 사령부, 보급로 쪽에 포탄을 떨어뜨려주고 있었음에도, 용감한 프랑스 기관총 사수들은 휘핏 전차를 향해서 기관총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마르코가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 비스듬히 가!! 비스듬히!! 45도 각도로!!”
마르코를 포함한 마우스의 전차병 두 명은 모두 바지에 똥오줌을 흥건히 지린 상태였다. 현재 한스의 전차 중대에서 누가 봐도 마우스에 타고 있는 전차병들이 제일 위험했다. 악어대가리 모양의 마크 A 휘핏은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장갑이 약했다. 무엇보다 악어 대가리의 코 부분, 마크 A 휘핏의 제일 앞 부분에 엔진과 연료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총이나 대전차 소총에 엔진이 파괴되거나 연료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마르코와 파울, 베겔러는 마크 A 휘핏을 타고 싶지는 않았지만 한스는 조만간 마크 C를 노획하게 될 거라고 해서 그 말에 속아서 이렇게 위험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 이었다.
포탄이야 어떤 각도로 맞아도 전차가 순식간에 박살났지만, 기관총이나 대전차 소총에 전면 장갑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스는 마르코에게 비스듬히 45도 각도로 장갑을 내주면서 앞으로 전진하라고 했다.
마르코는 프랑스군 참호를 향해서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르륵 드르륵
“이거나 먹어라 쉐끼들아!!”
타앙!
그 순간, 마크 A 휘핏의 장갑에 구멍이 뚫렸다.
“시발!!”
프랑스의 뛰어난 저격수가 대전차 소총을 쏜 것 이었다.
“지그재그로!!”
마우스의 조종수 파울은 매우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이런 상황에서 기어를 바꾸고 신속하게 선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빨리!! 빨리 선회해!!”
45도 각도로 좌측으로 전진하던 마우스가 천천히 선회해서 45도 각도로 우측으로 전진하려던 순간, 다시 총알 소리와 함께 장갑에 구멍이 하나 더 뚫였다.
타앙!
총알 구멍 안으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 파울은 벌벌벌 떨면서 계속해서 신속하게 기동했다. 마르코가 울부짖었다.
“이번 전투만 버티면 마크 C를 탈 수 있을거야!!”
파울이 외쳤다.
“그걸 믿습니까!! 노획해도 다른 부대에 뺏길 겁니다!!”
“우와와!!저 새끼들 또 기관총 쏜다!!!”
드르륵 드르르륵
“좀만 더 가면 니 새끼들 다 뒈졌어!!”
포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베겔러는 프랑스군이 있는 쪽을 향해서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르륵 드르르륵
독일군의 마크 A 휘핏 전차에서 불을 뿜자 프랑스 보병들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빨리!! 총류탄 쏴!!!”
총류탄은 한 번 장전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프랑스 보병들은 대가리를 참호 속에 쳐박은 채로 하늘을 향해 총류탄을 쏘았다.
포옹!
하늘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수류탄은 전진해오는 마크 A 휘핏으로부터 전혀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다.
Commen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