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하이에 소대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소대장님이 탈영을 했다니 이럴리가 없네!!"
"난 저 작자들 못 믿어..."
호르스트와 크리스티안은 올라프, 로베르트에게 물었다.
"이보게! 그게 정말인가?"
올라프와 로베르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난 모르네!!"
주임원사가 올라프에게 물었다.
"모르는데 증언을 했단 말인가?"
" 아... 알기는 알지만 자세한 건 모릅니다!"
그 날, 하이에 소대에 새 소대장 페를라스카가 부임했다. 페를라스카는 최근까지 신병 교육대 교관으로 있었고,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페를라스카는 전투에 참전하게 되어서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소대원들은 전혀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페를라스카는 부소대장 바르크호른과 현재 부대 위치와 앞으로 전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를라스카가 말했다.
"장교로서 책임감이 없는 소대장 밑에서 복무하느라 고생이 많았군."
바르크호른은 한 달 전 전투로 인하여 하나뿐인 동생을 잃었다. 그렇기에 바르크호른은 소련군, 러시아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차 있었고, 어떻게던 이 전쟁은 가치 있어야 했기에 모스크바를 점령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바르크호른은 하이에를 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장교라면 마땅히 국가를 위해서 행동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 녀석은 아무리 전술에 뛰어나도 독일 제국군 장교로서 자격이 없다!!'
한편, 마흐땅 전차 중대에 한 소대장은 피격된 전차에서 탈출하다가 포탄 파편에 엉덩이를 부상당하여 후방으로 이송되고 치료가 끝나면 신병 교육대 교관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다들 부러운 눈으로 엉덩이가 부상당한 그 녀석을 축하해주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나도 신병 교육대 교관으로 가고 싶다! 엉덩이 같은 곳 부상당하면 좋을텐데 말일세."
헬무트가 말했다.
"전차 장교는 적당히 부상 당하는 것도 쉽지 않지."
전차 병과는 전차가 격파당하면 전신 화상을 입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이 대다수였기에 약한 부상으로 신병 교육대 교관으로 가는 것도 힘들었던 것 이다.
그 때, 식량 창고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오토는 동기들과 함께 식량 창고 쪽으로 가보았다. 가보니 한 여성이 식량을 훔치다가 발각된 상황이었다. 병사들은 이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여자가 무어라무어라 호소했고, 오토가 말했다.
"아이들이 굶고 있다더군!"
볼프강이 말했다.
"그냥 풀어주게나!"
결국 병사들은 여자를 그냥 풀어주었다. 블라덱이 말했다.
"전쟁 중이라 그런지 여자들도 도둑질을 하는군."
페를라스카가 와서 말했다.
"내가 듣기로 레닌그라드 쪽에선 자식 중에 하나라도 살리려고 다른 자식은 버리는 어머니가 있었다더군!"
"헛소문 아냐? 여자가 그렇게 잔인할리가!"
스테판이 말했다.
"원래 어머니가 여성 중에 가장 잔인한 법이지."
그때, 누군가 하늘을 보더니 외쳤다.
"저거 뭐냐!!!"
현재 소련군의 진지에서 독일군 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고, 풍선들이 바람에 휘날려 두둥실 독일군 진지로 오고 있었다.
"로스케들 또 삐라 뿌렸냐?"
"항공기로 뿌리지 저런 병신들..."
풍선에는 줄로 무언가가 달려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저 풍선에 뭐 달린거냐?"
"잘 안 보이는데!!"
오토는 차이스 쌍안경으로 풍선에 뭐가 달렸는지 관찰해보았다.
'저..저게 뭐지?'
한 풍선이 키가 큰 침엽수에 걸리더니 폭발하였다.
쿠과광!!
순식간에 나무에는 불이 붙었다.
"저..저거!!"
"소이탄이다!!"
"피해!!"
독일 병사들은 쏜살같이 도망간 다음 참호로 들어갔다. 페를라스카가 방독면을 꺼내며 외쳤다.
"방독면 써!! 독가스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오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평소에 방독면을 쓸 일이 없었기에 티거에 두고 왔던 것 이다. 많은 전차병들이 방독면 케이스에 방독면을 빼내고 빵을 넣어두는 케이스로 쓰고 있었다. 요하네스가 울부짖었다.
"내 방독면!! 티거에 있는데!!"
"빨리 오줌 싸!!"
방독면이 없을때는 천에 오줌을 싸서 코와 입을 가려야한다. 알프레트가 울부짖었다.
"오줌 쌀 손수건도 없어!!"
"잠깐만!!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바람이 생각보다 거세지 않았기에 풍선은 독일군 진지까지 날아오지 않았고, 대다수는 독일군 진지와 소련군 진지 사이에 관목림에서 폭발하였다.
퍼엉!! 퍼엉!!
커다란 풍선은 너덜너덜해진 채로 땅에 떨어지거나 나무에 걸렸다. 관목림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고 시커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소련군은 풍선이 독일군 진지까지 날아오길 기대했던 것 같았지만 실패로 돌아간 것 이었다. 다들 참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상태로 여기저기서 폭발하는 풍선들을 구경했다.
펑! 퍼엉!!
스테판이 말했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 저런 얼빠진 아이디어를 생각한거야?"
오토가 말했다.
"이질균이나 독가스를 풍선으로 보낸다면 꽤 위력적일 수도 있겠군!!"
병사들은 관목림으로 가서 너덜거리는 풍선을 회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독가스가 있을수도 있고 저격을 받을 수 있으니 해가 진 이후에 풍선을 회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일단 소련군이 사용한 신무기인만큼 이에 대해 보고해야할 것 이다.
오토는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소대로 걸어갔다. 그 때, 페를라스카가 오토에게 외쳤다.
"이보게 파이퍼! 나 두 달 전 자네 아버지를 보았네!"
"우리 아버지를 보았다고?"
얼마 전까지 한스는 중대급 부대, 대대급 부대도 방문하여 전차 전술 훈련 현장도 직접 참관했다. 그렇게 한스는 하급 장교, 전차장으로 복무할 부사관들과 직접 전술을 토론하고 의견을 건의 받기도 했다. 페를라스카 또한 대전차 전술에 대해서 훈련을 했고, 이를 한스가 직접 참관한 것 이었다. 1차대전 참전했던 예비군 장교들, 그리고 젊은 장교들 모두 한스의 전술에 귀 기울였다.
페를라스카가 외쳤다.
"대단한 분이야!! 어린 시절부터 내 영웅이셨다네!"
"그런가..."
오토가 별 대꾸를 하지 않았음에도 페를라스카는 계속해서 떠들었다.
"자네 아버지가 쓴 전술 서적과 논문을 모두 읽었네! 보전 협동 전술에 대해서도 모두 공부했지! 이게 자네의 티거인가?"
페를라스카는 오토의 티거를 관찰하며 계속 주절주절 떠들었다.
"나도 들어가서 봐도 되나?"
이 시각, 한스는 최고 등급 보안 조치 하에 현재 연구 중인 새로운 신전차의 시제 차량을 보러갔다. 이름하여 7호 전차 뢰베! 이 전차는 72톤에 70구경장 105mm 전차포와 기관총 3정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전면 장갑은 140mm에 달했다. 기술자가 외쳤다.
"최고 속도는 시속 35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르쉐 사에서도 신형 전차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다. 한스는 소련이 엄청난 속도로 T-34를 찍어내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전쟁에서는 분명 장인 정신보다 생산력이 더 중요했다. 한스는 현재 연구 중인 신현 전차, 그리고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태양광 무기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독일인이 기질적으로 이상한 것 같군..'
한스는 3년 내에 실현될 수 없는 무기 개발보다는 빠른 속도로 무기를 대량 생산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스는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다시 최전선으로 갈 준비를 했다.
21세기, 루카 파이퍼는 구데리안의 자서전을 읽고 있었다. 구데리안의 책에서 독일 제국군은 문화재를 보존했으며, 자신 또한 톨스토이의 박물관을 사령부로 썼지만 약탈당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존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루카는 얼마 전 창고에서 발견한 톨스토이의 자필 서명이 있는 서적을 살펴보았다. 이 자서전은 금고에 잘 보관되어있었고, 그 금고의 암호는 티거였다.
루카는 자서전의 자필 서명을 만져보았다.
'문화재를 약탈하지 않았다고?'
루카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았다.
'톨스토이 가족한테 선물이라도 받은건가?'
루카는 자신의 조상인 한스 파이퍼가 차마 톨스토이의 책 같은 귀중한 문화재를 노획했다는 것은 믿고 싶지 않았다. 루카는 심심했기에 나폴레옹 시대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내 선조도 이 당시에 용감하게 싸웠을까? 아마 그렇다면 분명 엄청난 전공을 세웠을 것이 분명해!'
루카는 그 당시 기병, 보병 전술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좀비 사태로 인하여 도서관에서 군사 관련 서적을 가져왔기 때문에 읽을 책은 많았다. 그리고 19세기, 루이스 파이퍼는 작센군으로서 흰 군복을 입고 총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 당시 군인들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전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작센군 대대장은 뭔가 자신만만했다.
"나폴레옹의 전술을 우리도 써먹을걸세!"
작센군 대대장은 나폴레옹의 전술을 긴빠이칠 예정이었던 것 이다. 루이스는 자신의 하얀 군복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일단 이 군복 색깔부터 바꿔야 하는거 아닌가...'
작센군이 싸워야할 오스트리아군도 흰색 군복을 입고 있었기에 전혀 구분이 가질 않았다. 동료들이 떠들어댔다.
"이번에 이탈리아군이 합류해서 우릴 도와준다더군!"
루이스가 말했다.
"서..설마 이탈리아군이 우릴 오스트리아군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알아서들 하겠지!"
'왠지 불길한데...'
얼마 전 아군 포병대가 루이스가 속해있던 부대를 오스트리아군으로 착각하고 오인 포격을 한 적이 있었던 것 이다. 루이스는 혹시나 공격을 받으면 빨리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루이스는 언덕 위에 있는 고지대를 바라보았다.
"근데 왜 우리는 저 고지대를 점령하지 않는거야?"
분명히 저 고지대를 점령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유리할 것 이었다. 하지만 아군은 저 고지대를 점령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루이스와 같은 마을 출신이던 페터가 외쳤다.
"저 고지대를 점령하지 않은 것은 전술적인 이유가 있네!"
페터는 참고로 장교를 구출한 공을 세워서 금화 세 냥을 포상으로 받은 녀석이었다. 녀석은 이것저것 전술에 대해 주워들은 것이 많았다. 루이스가 페터에게 물었다.
"전술적인 이유?"
페터가 입을 열려는 순간 소대장이 왔다.
"소대 전체 차렷!!"
소대장은 루이스, 페터, 그 외 자신의 소대원들을 보며 외쳤다.
"조만간 역사를 바꿀 중요한 전투가 시작될 것 이다! 작센군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어라!!"
그 소대장은 자신이 무슨 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대원들에게 연설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면 자네들은 모두 훈장을 받을 것 이다! 작센의 전사로서 적을 물리쳐라! 신의 가호 아래 영광과 승리를 기원한다!!"
왠지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만만한 것을 보니 회심의 작전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루이스 또한 기대감에 주변 지형을 살펴보았다. 현재 작센군 우익에는 강을 낀 마을이 있었다. 우측 강 덕분에 그 쪽으로는 공격을 받지 않을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작센군의 우익은 상당히 부실했다.
'이렇게 되면 오스트리아군이 저 쪽으로 공격해오지 않을까? 호..혹시 그걸 노리고?'
루이스는 작센군이 쓰는 전술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익으로 오스트리아군이 예비대까지 동원해서 공격해오게끔 유도한 다음 다른 쪽에서 기습 공격을 하려는 목적인 것이다!!'
루이스는 나폴레옹이 쓰던 전술을 긴빠이쳐서 쓰고 있는 작센군의 전술을 스스로 간파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어쩌면 나도 병사로 싸우는 것 보다는 장군이 되어서 전술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루이스는 장군이 되어 병사들을 이끄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오스트리아군이 예비대를 모두 소모했을 때를 틈타서 중앙으로 돌격하고 포병대의 도움을 받아서 전진하는거다!! 나는 이것을 전격전이라 칭할..'
루이스는 중대장한테 대가리를 맞았다.
"악!!"
"집중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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