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파이퍼와 좀비 외전
마르틴 히틀러는 자신의 어머니 에바 히틀러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좋은 동료들과 훌륭한 상관들 덕분에 저는 아직 건강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부대입니다!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들 지쳤고 피곤하지만 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저는 러시아인들이 독일 제국군을 환영해줄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선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 힘 없는 노인과 여자들도 목숨을 걸고 우리를 막고 있습니다. 이들이 장기화된 스탈린의 독재와 프로파간다에 세뇌당했다고 믿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고통받는 러시아인들을 해방해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우리를 증오하는걸까요?
소련군의 포격 소리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러시아 민간인들의 증오 섞인 표정입니다.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저는 강력한 독일 제국군의 전차를 타고 있음에도 포격 소리가 들릴 때마다 두렵습니다. 하지만 왜 무기 하나 없는 저 러시아인들은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것 입니까? 그들은 탱크에 짓밟혀도 굴하지 않을 것 입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오래 전 제가 어릴 때 어머님이 해주시던 감자 스프가 그립습니다.]
하지만 마르틴은 차마 그 편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 당연히 검열당할 것이고 부대의 장교들도 불이익을 당할 것 이었다. 마르틴은 성냥으로 그 편지를 불태워버리고는 그냥 잘 지낸다는 형식적인 말을 보냈다.
오토 또한 치료소에서 오른쪽 팔로 어머니 에밀라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쟁은 금방 끝날 것 입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저와 제 친구들이 전쟁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돈을 모금했습니다. 돌아가면 이 돈을 어머니가 운영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싶습니다.]
오토는 편지를 쓰다가 구겨버렸다.
'아니다...나중에 전쟁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이야기하는게 낫겠어...'
그 때, 동료들이 오토를 찾아왔다. 오토가 오른쪽 팔을 흔들었다.
"상태는 어떠냐?"
"금방 지휘할 수 있을 것 같네!!"
참고로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블라덱, 볼프강 모두 지들끼리만 부대에 보급된 맥주를 마시고 온 상태였다. 오토는 맥주를 좋아했지만 스테판과 동료들은 부상 당한 오토가 술을 마시면 상처 회복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맥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전우를 생각하는 독일 제국군다운 멋진 모습이었다!
오토는 팔이 다쳐서 담배도 못 피우고 있었기에 볼프강이 오토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주었다. 참고로 담배 피우다가 위생병한테 걸리면 작살난다.
"위생병 온다!!"
볼프강은 오토의 입에서 담배를 빼들고는 자기가 피우는척 했다. 위생병이 와서 오토의 팔 상태를 보고는 말했다.
"이..이거 곪는거 같은데..."
오토는 태연한척 했지만 하얗게 질렸고 손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고..곪는다고?"
위생병이 심각한 표정으로 상처 부위를 살폈다.
"아무래도 야전 병원으로 가야할 수도 있을 것 같네."
헬무트가 외쳤다.
"이봐! 고작 이 정도 상처 가지고 야전 병원에 가면 안되네! 이 녀석은 대대 전체 에이스라고!"
오토는 헬무트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잠시 뒤, 위생병이 오토의 팔을 소독해주었다. 오토가 말했다.
"이..이렇게 되면 괜찮은건가?"
위생병이 말했다.
"일단 지켜봐야 하네."
"호..혹시 곪으면 어떻게 되는건가?"
"팔을 절단해야겠지?"
'나인!!!!!!!!!!!!!!!!!!!!!!'
한편, 좀비 사태가 장기화된 21세기, 전세계 경제는 곤두박질쳤으며 아프리카, 발칸 반도는 그야말로 화약고로 변했다. 그리고 좀비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식량 부족으로 인하여 치안이 악화된 것 이었다. 좀비 사태로 인하여 각 마을에는 밀거래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여기서는 사기가 빈번하였다.
루카도 밀거래 시장에 가서 건전지를 한 박스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 상인은 건전지 박스를 열고는 그 중에 한 개를 시계에 넣어서 시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까지 시켜주었다.
"우리 가게는 진짜만 판다고!!"
하지만 루카가 돌아와서 이용해보니 그 박스 맨 위에 있는 건전지만 배터리가 남아있었고, 그 외에 건전지들은 배터리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 밀거래 시장에서 구입한 밀가루, 설탕은 그야말로 맛도 고약했다. 루카가 친구들을 초대하여 밀거래 시장에서 구입한 밀가루로 만든 빵과 커틀릿을 먹으며 말했다.
"이거 1차대전때 그 유명한 순무 빵, 순무 커틀릿인가?"
맥스가 말했다.
"이건 순무가 아니라 분필 들어간거 아냐?"
엠마가 울상을 지었다.
"나 이거 안 먹을래."
다행히도 독일 정부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자경단에게는 음식과 무기를 배급해주었다. 덕분에 루카는 밀거래 시장에서 먹는 음식보다 질 좋은 식재료를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난 이후에 루카는 아나스타샤, 맥스, 블라디미르와 함께 차량을 타고 다시 마을 순찰을 나가기로 했다. 루카는 나가기 전에 집에 설치해둔 안전 상치를 모조리 확인했다.
루카의 집은 좀비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요새와도 같았다. 마당에 설치된 철조망을 건드리면 전기가 흐르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모든 창문들은 두꺼운 널빤지를 못질해서 막아두었다. 계단으로 오르는 길에도 좀비를 막을 수 있도록 바리케이트를 쳐두었다. 뿐만 아니라 마당이나 집 곳곳에는 좀비가 들어올 경우 그물망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루카는 아나스타샤, 맥스, 블라디미르와 함께 차를 탔다. 이 차의 앞뒤 창문이 깨져도 좀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망을 붙여두었다. 아나스타샤의 동생인 블라디미르도 아나스타샤처럼 사격을 꽤나 잘했기에 좀비 포획에 도움이 될 것 이었다. 블라디미르는 처음으로 순찰을 간다는 것에 들뜬 표정으로 차 밖을 살펴보았다. 아나스타샤가 약간 불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새 좀비들이 지능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맥스가 말했다.
"좀비가 지능있어봐야 그물로 잡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차량은 우회전해서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루카는 무전을 확인했다. 아직 좀비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때, 골목길 양쪽에서 좀비들이 튀어나와서 차에 들러붙었다.
"크아아!! 크아아!!!"
"꺄아악!!!"
"빨리 가!!"
루카는 있는 힘껏 악셀을 밟았다. 하지만 좀비들은 이미 차체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맥스가 외쳤다.
"저 철망 튼튼한거지?"
차 위에 올라탄 좀비는 차체에 철망을 때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금 차 위에는 세 마리에 좀비가 올라탄 상태였다. 가까스로 골목 밖으로 탈출했지만 좀비들은 차 양쪽 손잡이를 붙들고 매달려있었다.
"밟아!!"
루카는 빠른 속도로 차를 운전했지만 좀비들은 여전히 차 양쪽에 붙어있었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아!!"
"시발!!!"
"꺄아악!!!"
그 때,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이 루카의 차 우측에 달린 좀비들을 박살냈다.
퍼억!!!
그리고 그 차는 다시 U턴해서는 루카의 차 좌측에 달린 좀비들도 때어냈다.
퍽!!!
그 틈을 타 루카 일행은 그물을 발사해서 좀비 포획에 성공했다. 좀비들은 그물에 포획된 채로 팔을 허우적거렸다.
"크아아!! 크아아아아!!"
루카는 군부대에 포획한 좀비를 신고하고는 자신들을 구해준 이 남자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40대 중반에 키가 다소 작은 이 남자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방탄복을 장착하고, 팔에는 잡지책을 둘러서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무장한 상태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사내는 다른 도시에서 자경단으로 활동했는데, 그 도시에 좀비 사태가 너무 심각해져서 이사를 왔다고 했다.
루카 일행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집으로 향했다. 블라디미르는 젤렌스키의 차를 보고는 감탄했다.
"우와!! 멋지다!!"
젤렌스키의 차에는 여기저기 스파이크가 붙어 있었다. 아까 전에 루카의 차에 들러붙은 좀비들을 젤렌스키의 차로 한 번에 퇴치할 수 있는 것도 이 스파이크 덕분이었다. 루카도 돌아가면 자신의 차에 스파이크를 설치하기로 결심했다. 집을 방어하기 위해 이런 저런 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상당히 많은 물품이 필요했다. 좀비 사태가 터지기 전에 운영되던 철물점들은 사태가 터지고 한 달 만에 텅텅 비어 있었다. 밀거래 시장에서 30m 짜리 철조망도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 했다.
루카가 젤렌스키에게 물었다.
"물품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젤렌스키가 말했다.
"부족한 것은 없네! 그리고 이 근방에 최근 좀비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오는 경우가 있으니 목소리는 낮춰주게!"
블라디미르는 젤렌스키가 신고 있는 두꺼운 장화를 보았다. 이 장화에는 글루건으로 뾰족한 못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그리고 젤렌스키는 목에도 시커먼 초크를 두르고 있었다. 이 초크에는 수많은 스파이크가 달려 있었다. 블라디미르는 젤렌스키를 우러러보며 아나스타샤에게 속삭였다.
"나도 집에 돌아가면 저런거 할래!"
젤렌스키는 루카 일행과 함께 자신의 집에 들어온 다음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던 7살짜리 여자 아이, 라리사가 계단으로 내려왔다. 젤렌스키는 수화로 자신의 딸, 라리사에게 루카 일행을 소개해주었다. 맥스가 말했다.
"좀비가 올까봐 수화로 대화하는건가?"
루카는 맥스의 허리를 쿡 찔렀다.
'저 아이는 청각 장애인이야!'
라리사 또한 웃으며 루카 일행에게 반갑다고 수화로 전달했다. 그렇게 여섯 명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가 낮추고 말했다.
"오랜만에 손님과 식사를 해보는군!"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출신 코미디언인데, 독일로 진출하려고 이사를 왔다가 좀비 사태가 터져서 독일에 머물게 되었다고 했다. 집 곳곳에는 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시절에 나왔던 방송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한 커다란 액자에는 젤렌스키가 바지를 내리고 피아노를 치던 사진이 걸려있었고 아나스타샤는 그 사진을 보고는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푸흡!"
루카는 젤렌스키가 만든 호신용품을 살펴보았다. 야구 방망이에 휘어진 포크를 잔뜩 달아둔 무기는 1차대전때 토미놈들이 백병전에 쓰던 곤봉같았다. 식사가 끝난 후 젤렌스키와 루카 일행은 마을 대로변에 좀비가 건너오면 폭발할 수 있도록 줄과 폭약을 여기저기 설치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난 이후 젤렌스키가 외쳤다.
"너클이 필요하면 말하게! 내가 만들어주겠네!"
젤렌스키는 목, 어깨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고무로 만든 보호용품과 너클을 착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스티로폼으로 된 방탄복 속에는 널빤지까지 설치해두었다. 여기저기서 물품을 주워다가 잘도 혼자서 보호용품을 만들어둔 상태였다. 라리사 또한 언제 좀비가 올지 모르니 집에서도 늘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루카 일행은 젤렌스키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맥스가 주절거렸다.
"근데 저 아저씨 죽으면 저 꼬마아이는 어떻게 되는거지? 죽는건가?"
블라디미르가 참지 못하고 맥스의 허리를 쿡 찔렀다.
"악!! 이 망할 꼬맹이가!!!"
루카 또한 표정이 어두워졌다. 라리사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집에 좀비가 침입한다면 피하기도 어려울 것 이었다. 아나스타샤 또한 우울한 표정으로 말햇다.
"라리사는 괜찮을까?"
한편, 젤렌스키씨는 라리사의 방에 모스 부호로 보낼 수 있도록 전등을 설치해두었다. 젤렌스키가 무전으로 모스 부호로 전등을 깜빡이자, 라리사 또한 응답했다. 젤렌스키씨는 안심하며 창 밖을 살폈다. 만약 좀비가 접근한다면 모스 부호로 라리사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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