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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레프 중대는 롤반을 따라 행군하다가 인근 관목림에서 숙영을 하기로 했다. 이제 병사들은 시키기도 전에 알아서 빠른 속도로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장교, 부사관 할 것 없이 모두 땅을 팠고, 전차병들도 정비가 끝나자마자 야전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오토 또한 소대 전차들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기왕이면 얼룩무늬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자는 것이 좋겠지만 일단 참호부터 파는 것이 급했다.
오토 또한 티거에서 야전삽을 꺼내고는 열심히 땅을 팠다. 마르틴 녀석도 이질에서 회복되었는지 땅을 파고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그 쪽은 나무 뿌리가 있어! 이 쪽을 파는게 좋아!!"
마르틴은 삽을 잘못된 방식으로 쥐고 있었다.
"그렇게 파는게 아냐! 이렇게 해야 힘이 덜 들어가!!"
그렇게 오토와 병사들은 흙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로 열심히 땅을 팠다. 신병이 잠시 휴식을 취하자 마티아스가 외쳤다.
"그 정도론 안돼!! 더 파야해!!"
물도 못 마시고 밥도 못 먹은 상태에서 병사들은 죽어라고 땅을 팠다. 마르틴은 땅을 한참 판 덕분에 1m 정도 되는 개인호를 팔 수 있었다.
"밥 먹자!!"
식사배달병들이 커다란 등짐을 매고 왔다. 솔직히 말해서 음식을 먹을 힘도 없었지만 다들 반합을 들고는 각 부대의 식사배달병 앞에 줄을 섰다. 알프레트가 말했다.
"또 우유 죽이야?"
"고기 스튜는 언제 나오냐!"
낑낑대며 무거운 등짐을 지고 우유 죽을 배달한 식사배달병이 외쳤다.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네 놈이 직접 운반하던지!!"
식사배달병들은 무거운 등짐을 지고는 때때로 포격을 뚫고 식사를 배달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쉬운 보직이 아니었다. 그렇게 오토는 자신의 전차병들과 함께 맛대가리 없는 우유죽을 먹었다.
'맛 없어...'
"뭐라도 넣읍시다!"
잠시 뒤, 이즈빗 코펠과 고체 연료를 이용해서 전차병들은 커다란 냄비 안에 우유 죽을 넣고는 얼마 전에 노획한 투숑카 통조림을 넣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고체 연료로 끓이면 연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적군에게 위치가 발각될 위험도 없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으려면 오래 뜸을 들여야 하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전차병들은 서둘러 고기가 들어간 우유 죽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기름과 건더기가 둥둥 뜬 우유 죽을 배불리 먹었다. 오토는 티거에 들어간 다음 방독면 케이스에 숨겨두었던 흑빵을 꺼내어 슈납스와 함께 먹었다. 그런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야보(전폭기)다!!!"
"피해!!!"
오토는 티거의 해치를 열고는 후다닥 탈출했다. 아까 전에 개인호를 파두었지만 그 개인호까지는 한참을 달려가야했다. 결국 오토는 다른 녀석이 파두었던 개인호로 뛰쳐들어갔다.
"으아아!!!"
이 녀석이 파둔 개인호는 상당히 깊고 컸기에 두 명이 충분히 숨을 수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고맙다! 여기 좀 쓸..으악!!"
그 개인호는 하이에가 파둔 것 이었다. 오토는 일단은 폭격을 피해야했기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하이에는 계속 오토를 분노에 찬 눈으로 보고 있었다. 오토는 하이에한테 열이 받기 시작했다.
"뭐! 꼬우면 나갈까? 니가 팠으니 너 혼자만 숨겠다고?"
하이에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여기 있어도 되네."
하이에는 준비해두었던 천막을 이용해서 개인호를 덮었다. 오토는 하이에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너는 너 혼자만 착하다고 생각하지?"
하이에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좀 닥치게."
오토는 계속해서 하이에를 약올렸다.
"너도 나랑 다른 녀석들이랑 똑같아."
소련군 전폭기가 수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쿠구궁! 쿠과광!!!
오토는 공포감에 여태까지 떠들고 싶었던 말을 다 떠들기로 했다.
"솔직히 다들 목숨 걸고 전쟁하는거 땅이나 더 얻고 슬라브년들 따먹고 싶어서잖아. 볼쉐비즘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성전 같은 소리하네. 그딴거 믿는 새끼들이 병신이지 시발..."
오토는 계속해서 주절거렸다.
"저 슬라브 새끼들 포격으로 뒤지던 말던 내가 알바냐? 왜 나랑 상관도 없는 새끼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데? 좆같은 운터멘쉬들..."
하이에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지금 뭐라고 했냐?"
그리고 소련군 전폭기가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관목림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녀석들은 계속해서 사방에 폭탄을 투하할 것 이었다.
"하이에 너도 시발 소련 계집 따먹고 싶어서 참전한거잖아! 혼자 착한척 그만하라고! 니가 무슨 예수 나부랭이냐?"
하이에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너 뭔 짓 저질렀냐!!"
오토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꼭 너 같이 착한척 잘난척하는 새끼들이 기회 생기면 제일 먼저 슬라브년 따먹을..."
하이에는 오토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개인호가 하도 좁아서 주먹을 휘두를 수도 없었다. 결국 하이에는 오토에게 박치기를 했다. 슈탈헬름끼리 깡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깡!
오토가 외쳤다.
"이 시발 놈이!!"
오토도 하이에에게 박치기를 했다.
깡!!
그리고 소련군 전폭기가 오토가 있는 곳과 불과 20m 떨어진 곳에 소형 폭탄을 투하했다.
쿠광!! 콰과광!! 쿠구궁!!!!
오토는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리고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악!!!!'
오토는 저 소련군 전폭기를 만든 기술자들과 공장 직원들, 그리고 폭탄을 투하하는 조종사들에게 증오심을 느꼈다. 분명히 저 폭탄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소련 여공들이 만들었을 것 이었다.
'저 잔인한 새끼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오토는 질질 짜면서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고 고막이 안 터지기 위해서 입을 최대한 벌렸다. 계속해서 여기저기 폭탄이 투하되고 있었고 슈탈헬름 속에서 대가리가 진동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으아아아'
소련군 전폭기들은 빙빙 돌며 관목림에 나머지 폭탄을 투하했다.
쿠구궁!! 쿠과광!!
잠시 뒤, 포격이 끝나고 오토는 두더지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쳐놓은 얼룩무늬 텐트에 불똥이 떨어져서 불이 난 상태였다. 열심히 쳐놓은 텐트들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뿐만 아니라 4호 전차 한 대가 폭탄을 맞고는 궤도 쪽에 불이 붙어 있었다. 그 4호 전차의 전차병들이 울부짖었다.
"안돼!!!"
오토는 비틀거리며 하이에의 참호에서 빠져나갔다. 하이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오토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하이에는 부소대장 바르크호른에게 걸어가서 물었다.
"피해상황은 어떤가?"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그런데 덱탸료프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예전에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경기관총 DP-28 한 정이 박살나고 말았던 것 이다. 기관총은 한 정, 한 정이 무척이나 중요했기에 이는 암울한 소식이었다. 하이에가 말했다.
"한 정 더 노획하면 좋으련만..."
주임 원사가 개인호에서 빠져나오는 지크프리트 4인조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친구들이 한 정 더 노획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여태까지 기관총 3정을 노획하는 전공을 세웠던 것 이다. 다들 지크프리트 4인조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매번 전공을 세우나 신기해했다. 주임 원사는 지크프리트 4인조가 수류탄이 담긴 상자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급하게 달려갔다.
하이에가 주저앉아서는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이보게 바르크호른, 혹시 자네 전차 부대에 대해서 뭐 들은거 없나?"
"전차 부대 말입니까?"
하이에가 주위를 살펴본 다음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혹시 우리 부대나 다른 부대에서 민간인을 공격했다거나 여성을 건드린 것은 아니겠지?"
바르크호른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쳤다.
"그...그런 소문은 들은 적 없습니다! 전차 부대 녀석들은 민간인에게 식량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바르크호른은 식은 땀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호..혹시 무슨 일이라도..."
하이에가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쓰지 말게."
'괜한 기우겠지...'
다음 날, 슐레프 중대는 새벽 7시에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소련군 무전 감청병들은 덤불 속에 숨어서 슐레프 중대의 전차들이 주고 받는 무선을 감청했다. 오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통조림(연료)은 충분한가?"
'이 목소리는!!!'
그 무선 감청병은 지난 번에도 슐레프 중대의 무전을 감청한 적이 있었던 것 이다. 슐레프 중대에게 소련군은 대패를 했고 무선 감청병은 급하게 탈출했었던 것 이다.
'티거...'
그 무선 감청병은 슐레프 중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즉시 보고했다. 잠시 뒤, 소련군의 T-34 토치카와 대전차포와 슐레프 중대의 전차들은 서로 포탄을 주고받았다.
티잉!! 티잉!!
쿠과광!! 콰과광!!
전차 부대 뒤에서 하이에 또한 자신의 소대를 이끌고 전진했다. 소련군은 박격포와 총류탄을 발사했기 때문에 전차 뒤에 엄폐해야 했다. 하이에는 포탄 구덩이 속에 엄폐한 다음, 소련군 벙커의 위치를 확인했다. 벙커 속에서 기관총이 불을 내뿜고 있었다.
드륵 드르륵 드륵
지크프리트 4인조는 MG40 기관총 한 정을 갖고 있었고, 하이에가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130m 전방에 기관총 벙커!! 하겐 조가 우회해서 벙커를 칠테니 벙커를 향해 사격하라!!"
하이에의 명령에 지크프리트 4인조는 MG40을 설치하고 전방 기관총 벙커를 향해 기관총을 사격하기 시작했다.
드륵 드르륵 드륵
그 틈을 타서, 하이에는 하겐 조를 이끌고 우회해서 벙커로 질주했다. 바르크호른이 외쳤다.
"저 녀석들 내 궁둥짝에 기관총 쏘는건 아니겠지!!"
한 고참이 외쳤다.
"너무 걱정말게!! 베테랑 용사들이니 말일세!!"
쿠과광!! 콰광!!
"엎드려!!"
계속해서 박격포가 터지는 와중에도 하이에는 소대원들과 함께 벙커에 도착해서 수류탄을 던졌다.
쿠궁!! 쿠과광!!!
독일군 화염방사기 조가 소련군 벙커를 향해 화염방사기를 발사했다. 2초간 엄청난 불꽃이 소련군 벙커의 총안구 안으로 발사되었다.
화르륵!!
지크프리트 4인조가 뒤늦게 기관총을 들고 하이에 소대를 따라왔고, 다시 하이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에게 기관총을 설치할 위치를 잡아주었다.
"우측으로 돌아서 저 바위 측면에 기관총 설치!! 엄호해달라!!"
전차 부대는 소련군의 대전차포를 우선적으로 격파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병들은 기관총 벙커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지크프리트 4인조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탄이 다 떨어졌어!!"
그 때, 오토바이병 닐스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기관총 탄약을 보급해주었다. 호르스트가 말했다.
"고맙네!!"
드득 드드득 드드득
그렇게 하이에는 소대원들과 함께 두번째 소련군 벙커를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그 때, 우측에서 판터 전차 한 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저...저거!!!"
판터 전차에서 황급히 전차병들이 탈출하였다. 그리고 마르틴 히틀러 또한 몸에 불이 붙은 채로 울부짖으며 판터 밖으로 탈출했다.
"으아아아악!!!!!!!!!"
하이에는 재빨리 잡낭에서 담요를 꺼내어 마르틴 히틀러의 몸에 붙은 불을 덮어서 꺼주었다. 마르틴 히틀러는 이미 약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자네 괜찮나!!"
"으아아악!! 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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