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와 하이에의 소풍
그렇게 오토, 하이에, 바르크호른, 올라프, 로베르트, 에밀은 연락이 끊긴 오토바이 보병 대대를 찾기 위해 들판을 가로질러갔다. 에밀 녀석이 보병 수송칸 앞 쪽에 기관총을 맡았다. 오토, 하이에 또한 언제 저격을 받을지 몰랐기 때문에 제각기 저격총과 MP40을 들고 있었다. 오토는 저격총 스코프를 통하여 커다란 침엽수의 꼭대기까지 살폈다.
'저기 저격수 배치해두면 좋겠군...'
그 때 로베르트가 외쳤다.
"저...저기!!"
오토바이의 잔해가 보였다. 오토 일행은 Sd.Kfz를 타고 가서 오토바이의 잔해를 확인했다.
"어떻게 된거지?"
"딱히 교전 흔적은 없는데..."
"기동불가로 자폭한거 아닐까요?"
하이에가 말했다.
"저 쪽 관목림으로 가보게."
올라프, 로베르트는 혹시나 저격수에게 총이라도 맞을까봐 뒤에 보병 수송칸에서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있었다. 로베르트는 무전기의 주파수를 조종해보았다.
지직 지직
오토바이 보병 대대로부터는 여전히 신호가 들리지 않았다. 올라프가 식은 땀을 흘렸다.
"호..혹시 전멸한건가?"
오토는 그냥 복귀하고 싶었지만 슐레프 중대장은 무전으로 이들에게 계속해서 오토바이 보병 대대를 찾으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Sd.Kfz 251을 잠시 주차시키고 이들은 총을 들고는 관목림으로 들어갔다. 오토는 어디 저격수가 숨어있을지 몰랐기에 고개를 치켜들고 빽빽한 침엽수 위를 살폈다. 그 때, 하이에가 외쳤다.
"멈춰!!"
하이에는 발목 높이에 설치되어있는 줄을 발견했던 것 이다. 그 줄에는 동전이 들어있는 깡통이 달려있었다.
"헉!!"
어쩌면 발에 걸리면 폭발하도록 수류탄이 설치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토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손가락은 MP40의 방아쇠에 걸려있었다. 그 때, 관목림 속에서 독일어로 누군가 외쳤다.
"누구냐!!!"
오토가 관등성명을 했다.
"2기갑군 24차량화군단 3기갑사단 ~~ 파이퍼 중위다!!"
덤불 속에 엎드린 채로 엄폐해있던 병사들이 일어났다. 이들은 오토바이 보병 대대로 이 곳에서 숙영하고 있었던 것 이다. 알고보니 이들은 무전기가 고장이 나서 연락이 끊겼던 것 이다. 이미 중대 본부 측으로 전령을 보낸 상황이었다. 오토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괜히 온거잖아!!!'
오토바이 부대 소대장은 오토와 하이에에게 인근 지역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두 마을은 확인 결과 파르티잔의 점령을 받지 않고 있네. 이 구역에는 대인지뢰가 깔려있으니 주의하게. 일단은 흰 가루를 뿌려서 표시해두었네."
그렇게 오토 일행은 다시 Sd.Kfz를 타고 중대 본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요한 임무는 끝나고 아까 전에 지났던 길로 복귀만 하면 되니까 다들 긴장이 풀렸다. 그 때 올라프가 식은 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배..배가 아픕니다!"
로베르트 또한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저도 배가 아픕니다!"
아까 전에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먹었던 음식이 상했던 것이 분명했다. 에밀 녀석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침 근처에 하천이 있었기에 Sd.Kfz는 하천 근처에 정차한 다음 다들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할 기회는 없었기에 오토는 잡낭에서 비누를 꺼내어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어우!! 살 것 같다!!!"
그렇게 일행은 목욕을 하는데 왠 10살 정도 되는 꼬맹이 하나가 물을 길으러 물통을 들고 오고 있었다. 초코바를 먹고 있던 로베르트가 꼬맹이에게 손을 흔들고 러시아어로 외쳤다.
"쁘리벳!!"
그 꼬맹이가 로베르트의 초코바를 쳐다보자 로베르트는 꼬맹이에게 초코바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하이에가 시계를 보고는 외쳤다.
"빨리 돌아가야합니다!!"
오토가 외쳤다.
"자..잠깐만!! 나도 배가 아프다!!'
결국 오토 때문에 일행은 중대로 돌아가는 것이 지체되었다. 하이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MP40를 가지고 주위를 정찰했다. 러시아 꼬맹이가 초코바를 먹고는 로베르트가 들고 있는 권총을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구경했다. 이 토카레프 권총은 로베르트가 소련군 장교의 시체에서 노획한 것 이었다. 로베르트는 이 권총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했고, 전쟁이 끝나면 가보로 물려줄 계획이었다. 로베르트는 기분이 좋았기에 선심쓰듯 러시아 꼬맹이에게 총을 보여주었다.
"자 이게 권총이다!! 네 녀석도 쏴보고 싶"
탕!!!
새들이 총소리를 듣고 모두 푸드덕 날아갔다.
털썩
얼굴에 총을 맞은 꼬맹이가 털썩 쓰러졌다. 로베르트는 뒷걸음질치며 중얼거렸다.
"아...으아아...."
에밀이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우아악!!!"
하이에가 급하게 달려와서는 이 광경을 보았다.
"안돼!!!"
하지만 이미 꼬맹이는 사망한 상태였다. 로베르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하이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토가 말했다.
"이...이건 사고였네."
오토가 말을 이었다.
"그냥 없었던 일로 넘어가는게 좋지 않은가? 저 친구는 자네 소대에서 여태까지 열심히 근무했던..."
로베르트가 외쳤다.
"저...저는 자식이 둘 있습니다!! 이번 일로 군사 재판을 받으면!!!"
오토가 말을 이었다.
"이 일이 커지면 러시아 민심에도 좋지 않을걸세!! 지금 독일 제국군은 모스크바 전투를 얼마 앞두지 않았네! 전투에 승리하기 위해서 민간인들의 협조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네! 하지만 이 일이 커지면 이들은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 이고 앞으로 벌어질 시가전에서 엄청난 피해가 생길걸세!"
하이에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고 오토는 입을 다물었다. 하이에가 이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하고, 이번 일은 상부에 그대로 보고할걸세."
로베르트는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다.
"으허윽!!! 난 망했다!!!"
오토는 하이에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네 놈은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군...분명 스탈린은 이런 사건을 꼬투리잡아서 러시아 여자와 노인들까지 기관총 앞으로 내몰걸세. 도대체 왜 일을 크게 만들려는건가?"
하이에는 오토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꼬맹이의 시신을 들어올리고는 Sd.Kfz로 걸어갔다. 오토, 올라프, 에밀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이에를 쳐다보았다. 오토가 외쳤다.
"이 좆같은 새끼!!"
타앙!!!!
총소리에 에밀이 놀라서 외쳤다.
"으아악!!!"
하이에는 들고 있던 꼬맹이의 시신을 떨어트렸다. 하이에는 팔에서 힘이 쭈욱 빠지는 것을 느꼈다. 뒤돌아보니 부소대장 바르크호른이 하이에를 향해 권총을 쏜 것 이었다. 하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르크호른에게 말했다.
"네가?"
바르크호른은 이번에는 양손으로 권총을 뒨 다음 하이에의 머리를 정확히 겨누었다. 오토가 외쳤다.
"안돼!!"
하지만 이미 총이 발사된 것을 보고 에밀과 로베르트, 올라프 또한 눈이 뒤집혀서 하이에에게 총을 겨누었다. 하이에는 근처 내리막길로 잽싸게 굴러갔다. 오토가 외쳤다.
"저 새끼 잡아!!"
"놓치지 마!!"
올라프는 내리막길 쪽으로 MP40을 긁었다.
타다당 타당 타다당!!
하지만 하이에는 이미 도랑으로 들어가서 엎드린 채로 빠른 속도로 도망가고 있었다. 오토는 Sd.Kfz에서 저격총을 갖고온 다음 조준 사격을 할 준비를 했다. 얼핏 도랑 위로 슈탈헬름이 올라왔다. 오토는 조준사격으로 슈탈헬름을 쏘았다.
타앙!!
하지만 이는 함정이었다. 하이에는 슈탈헬름을 걸어놓고는 도랑 반대편으로 도망간 것 이었다. 이미 하이에는 사각지대로 도망갔기에 오토 일행은 도저히 하이에한테 사격각이 나오지 않았다. 오토 일행은 Sd.Kfz로 돌아와서 이 상황을 논의했다. 올라프가 외쳤다.
"쫓아가서 빨리 죽여야 합니다!"
로베르트가 욕설을 퍼부었다.
"그 좆같은 새끼..."
바르크호른이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저 시신부터 묻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야전삽으로 땅을 파고는 꼬맹이의 시신을 넣고 빠른 속도로 다시 시신을 덮었다. 그리고 오토가 말했다.
"하이에 그 녀석이 인근 마을에서 민간인 여성을 공격하려고 해서 우리는 저 새끼를 막으려고 했던거다..막으려고 총을 쏘았는데 도망간거다. 알겠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Sd.Kfz를 타고 돌아와서는 허위로 보고했다. 슐레프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토, 바르크호른, 올라프, 로베르트, 에밀의 증언은 모두 동일했다. 그렇게 이번 일은 상부로 보고되었다.
한편, 하이에는 도주한 다음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다행히 총알이 스쳤기 때문에 상처는 심하지 않았다. 하이에는 주머니에서 구급약을 꺼내어 대충 소독했다.
'으으윽!!'
그리고 하이에는 오토와 그 일행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에 속으로 절규했다.
'으아아아악!!!!!'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하이에는 잠시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하이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가씨가 낫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러시아 아가씨는 말없이 하이에의 군복을 쳐다보았다. 하이에는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하다가 지쳐쓰러졌다.
잠시 뒤, 하이에는 그 아가씨의 집에서 일어났다.
'!!!'
하이에의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하이에가 급하게 일어나려고했는데 다리가 밧줄로 묶여 있었다.
"이...이건?"
하이에의 군복은 모조리 벗겨진 상태였다. 아가씨가 러시아어로 말했다.
"가만있는게 좋을거에요."
"푸...풀어주시오. 부대로 복귀해야..."
하이에는 부대로 복귀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뻔히 알고 있었다. 분명히 오토 일행은 말을 맞춰두고 하이에를 몰아갈 것 이었다. 하이에는 오른손을 세게 쥐었다. 아가씨가 말했다.
"제가 제대로 묶어두었으니 못 풀거에요. 그냥 나을때까지 여기 있어요."
하이에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는 물이 들어있는 잔과 작은 빵이 있었다. 아가씨가 와서 하이에에게 남성용 옷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하이에는 현재 팔다리가 묶여 있어서 혼자서 옷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때, 하이에의 눈에는 젊은 남자의 사진이 보였다. 하이에가 여자에게 물었다.
"남편분은 지금"
여인은 증오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하이에를 노려보았다. 그 여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여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고 하이에는 침대에 누워서 다시 눈을 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 속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놈들은 나에 대해 모함했을 것 이다!!'
치료가 된 후 부대에 복귀했다간 군사 재판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탈영 혐의까지 같이 추가될 것 이었다. 하이에는 여태까지 자신이 죽을 고생을 하며 독일 제국군을 위해 싸웠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투르게네프의 무덤을 훼손한 것을 목격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나 또한 전쟁범죄를 방조했고 지금 그 대가를 받는군...'
하이에는 죄없이 죽은 러시아 꼬맹이를 떠올렸다. 아마 그 꼬맹이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되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하이에는 지옥같은 마음으로 다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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